수출 ‘2개의 기둥’이 무너졌다

입력 2022.12.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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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 14% 급락…중국 대상은 -26%, 반도체는 -30% 폭락

11월 우리나라의 수출이 14%나 급락했습니다. 8개월째 무역수지 적자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수출은 선방했는데 기름값이 올라서 적자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수출 자체가 크게 줄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수출의 '양대 기둥'으로 불리던 중국향(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 부진 때문입니다. 11월 중국 대상 수출은 지난해 11월 대비 26%, 반도체 수출도 30% 줄었습니다.


지난해 우리 수출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은 25.3%에 이릅니다. 사실상 같은 국가가 돼 버린 홍콩을 포함하면 31%가 중국으로의 수출입니다.

지난해 총 수출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20%에 이릅니다. 주력산업 가운데도 단연 1등입니다. 그래서 중국 대상 수출과 반도체 수출을 우리 수출의 두 대들보, 양대 기둥이라고들 했었습니다.


■ "올해 스마트폰 판매 예상치보다 1억 4천600만 대 감소"

중국향 수출 감소는 중국의 봉쇄 장기화가 원인입니다. 중국 내수 판매도 줄었지만,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반도체 등 한국산 중간재 수요도 줄었습니다. 또,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습니다. 이래저래 중국 공장에 들어가던 한국산 반도체나 석유화학 원료가 안 팔리는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특히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결정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스마트폰은 13억 3천400만 대가 팔렸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더 팔릴 거란 전망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은 최근 전망을 갈수록 더 낮추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초 스마트폰 출하량을 13억 9천5백만 대로 예측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12억 9천100만 대로 예측을 낮춘 데 이어 10월에는 예측치를 12억 5천800만 대로 낮췄습니다. 당초 전망치보다 1억 4천600만 대나 판매 예측을 줄인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로는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범유행에 따른 '반짝 특수'를 누렸던 PC판매도 줄어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판매도 신통찮습니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같은 서버 시장 큰 손 역시 우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입니다. 이들은 최근에는 앞으로 메모리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재고 조정 등으로 사가는 양을 줄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 中 봉쇄 완화한다지만 "내년 중반 이후 회복 가능성"

다행스런 소식도 들려옵니다. 광저우와 충칭 등 중국의 일부 대도시들이 속속 방역 봉쇄 완화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플 공장에서 벌어진 대탈출극에 이어 중국 곳곳에서 '백지 시위'가 벌어진 데 놀란 중국 정부가 방역 완화 카드를 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봉쇄 완화가 중국 전역으로 언제쯤 확산이 될지, 그 과정에서 감염자 폭증 등을 중국이 어떻게 극복할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심리 회복 시기도 아직은 안갯속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 그래프는 OECD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기는 아직 저점을 확인하기에는 이릅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11월 수출, 반도체 수출, 추가 둔화 가능성 높음'이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2019년 10월 -32% 수준(지금은 -30%)으로 둔화됐다면서, "당시 증가율 하락 기간이 2년 이상이었다는 점과 대외 경기여건을 고려하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하락했다면서 "우리 수출증가율도 2023년 중반 이후에는 하락 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년 수출도 올해보다 줄어들 것"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11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수출과 수입은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4% 감소한 6천624억 달러에 그칠 거로 전망합니다. 특히 반도체는 내년에도 15%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무역협회가 예측한 올해 우리 무역수지 적자는 450억 달러, 협회는 내년에도 적자를 예상합니다. 아직 경상수지는 서너 달에 한 번씩만 적자입니다만, 무역수지 적자 고착이 강화될 경우에 장차 원화 가치 약세도 걱정됩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원화가치가 약세를 나타낼 때 수출이 급증했던 면이 있는데 지금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조 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내년에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고 펜트업 효과가 사라지며 내구재 소비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위축되며 해당 품목의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중국의 제로코로나 완화로 수출이 완만하게나마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미국 경기가 최근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해 통화정책까지 조절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도 전면 완화가 아닌 점진적 완화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이끌던 수출의 두 기둥, 중국향과 반도체 수출이 무너지면서 경제의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중순까지 겨울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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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출 ‘2개의 기둥’이 무너졌다
    • 입력 2022-12-03 07:00:40
    취재K

■ 수출 14% 급락…중국 대상은 -26%, 반도체는 -30% 폭락

11월 우리나라의 수출이 14%나 급락했습니다. 8개월째 무역수지 적자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수출은 선방했는데 기름값이 올라서 적자는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수출 자체가 크게 줄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수출의 '양대 기둥'으로 불리던 중국향(대중국) 수출과 반도체 수출 부진 때문입니다. 11월 중국 대상 수출은 지난해 11월 대비 26%, 반도체 수출도 30% 줄었습니다.


지난해 우리 수출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은 25.3%에 이릅니다. 사실상 같은 국가가 돼 버린 홍콩을 포함하면 31%가 중국으로의 수출입니다.

지난해 총 수출 가운데 반도체 비중은 20%에 이릅니다. 주력산업 가운데도 단연 1등입니다. 그래서 중국 대상 수출과 반도체 수출을 우리 수출의 두 대들보, 양대 기둥이라고들 했었습니다.


■ "올해 스마트폰 판매 예상치보다 1억 4천600만 대 감소"

중국향 수출 감소는 중국의 봉쇄 장기화가 원인입니다. 중국 내수 판매도 줄었지만,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는 중국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반도체 등 한국산 중간재 수요도 줄었습니다. 또,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습니다. 이래저래 중국 공장에 들어가던 한국산 반도체나 석유화학 원료가 안 팔리는 것입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특히 스마트폰 판매 감소가 결정타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스마트폰은 13억 3천400만 대가 팔렸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더 팔릴 거란 전망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은 최근 전망을 갈수록 더 낮추는 추세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올해 초 스마트폰 출하량을 13억 9천5백만 대로 예측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12억 9천100만 대로 예측을 낮춘 데 이어 10월에는 예측치를 12억 5천800만 대로 낮췄습니다. 당초 전망치보다 1억 4천600만 대나 판매 예측을 줄인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는 국내 업체들로는 직접적인 타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코로나19 범유행에 따른 '반짝 특수'를 누렸던 PC판매도 줄어 PC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판매도 신통찮습니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같은 서버 시장 큰 손 역시 우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입니다. 이들은 최근에는 앞으로 메모리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과 재고 조정 등으로 사가는 양을 줄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 中 봉쇄 완화한다지만 "내년 중반 이후 회복 가능성"

다행스런 소식도 들려옵니다. 광저우와 충칭 등 중국의 일부 대도시들이 속속 방역 봉쇄 완화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애플 공장에서 벌어진 대탈출극에 이어 중국 곳곳에서 '백지 시위'가 벌어진 데 놀란 중국 정부가 방역 완화 카드를 내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봉쇄 완화가 중국 전역으로 언제쯤 확산이 될지, 그 과정에서 감염자 폭증 등을 중국이 어떻게 극복할지 아직 미지수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심리 회복 시기도 아직은 안갯속입니다. 우리나라의 수출 증가율 그래프는 OECD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의 경기는 아직 저점을 확인하기에는 이릅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11월 수출, 반도체 수출, 추가 둔화 가능성 높음'이라는 보고서에서 반도체 수출이 2019년 10월 -32% 수준(지금은 -30%)으로 둔화됐다면서, "당시 증가율 하락 기간이 2년 이상이었다는 점과 대외 경기여건을 고려하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습니다.

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15개월 하락했다면서 "우리 수출증가율도 2023년 중반 이후에는 하락 폭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내년 수출도 올해보다 줄어들 것"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11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수출과 수입은 올해보다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협회는 주요국 경기 부진으로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4% 감소한 6천624억 달러에 그칠 거로 전망합니다. 특히 반도체는 내년에도 15%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무역협회가 예측한 올해 우리 무역수지 적자는 450억 달러, 협회는 내년에도 적자를 예상합니다. 아직 경상수지는 서너 달에 한 번씩만 적자입니다만, 무역수지 적자 고착이 강화될 경우에 장차 원화 가치 약세도 걱정됩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원화가치가 약세를 나타낼 때 수출이 급증했던 면이 있는데 지금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조 위원은 "미국이나 유럽을 중심으로 내년에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고 펜트업 효과가 사라지며 내구재 소비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위축되며 해당 품목의 수출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위원도 "중국의 제로코로나 완화로 수출이 완만하게나마 좋아질 거라는 기대가 있지만, 미국 경기가 최근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해 통화정책까지 조절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박 위원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도 전면 완화가 아닌 점진적 완화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이끌던 수출의 두 기둥, 중국향과 반도체 수출이 무너지면서 경제의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내년 중순까지 겨울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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