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심 폭발…“시진핑 물러나라”

입력 2022.12.03 (22:17) 수정 2022.12.0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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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주간 중국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베이징 연결합니다.

이랑 특파원, 먼저 타이완 지방선거 결과부터 알아보죠.

야당인 친중성향의 국민당이 압승했잖아아요.

앞으로 양안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네, 선거결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곧바로 민진당 주석직을 내려놨습니다.

차이 총통은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있는데, 레임덕이 급속화되면서 과거처럼 중국을 향한 과감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중국 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가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를 심판하는 성격이 짙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양안 통일을 더 힘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압승이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졌는데요.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최소 8개 이상 도시에서 '백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백지 시위는 중국의 검열에 항의한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쓰지 못한 수 천개의 구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위는 처음, 봉쇄가 한달 이상 된 광저우 등에서 시작됐는데 이후 상하이와 청두, 난징, 수도 베이징까지 확대됐습니다.

현재는 중국 당국이 철통 경계에 나서면서 시위는 잦아든 모습입니다.

하지만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사망하면서, 민심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로코로나 봉쇄에 맞선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와 파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밤, 상하이시 도심 한복판 우루무치중루에 시민 수천 명이 모였습니다.

["공산당은 물러나라! 공산당은 물러나라!"]

연신 '시아타이', 중국어로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외칩니다.

시민들은 이어 시진핑 주석 하야를 연발하기 시작합니다.

["시진핑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이번 시위는 백일 넘게 봉쇄 된 신장 우루무치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지면서 촉발됐습니다.

과잉 방역으로 화재 진압이 늦어졌고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성난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고 PCR 검사를 그만하라고 소리쳤습니다.

[상하이 시민 : "어떤 일도 불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작디 작은 불티가 들판을 태울 수 있습니다.)]

시위는 밤사이 계속됐지만 자정을 넘기자 경찰의 검거가 시작됐습니다.

시위 관련 영상이 중국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즉시 삭제됐지만, 이번 시위의 파장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무관용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참사를 보며 공감하고 또 공분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지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다음 날 오후에는 시 주석의 모교인 중국 칭화대 학생들이 '백지'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항의하는 뜻이자 상하이 시위대와의 연대를 의미합니다.

베이징대 등 50여 개 대학생들도 각자의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상하이 시위가 해산하고 칭화대 학생들을 학교가 조기에 고향으로 내보내면서 잦아들 줄 알았던 시민들의 분노는, 수도 베이징에서 다시 점화됐습니다.

시위가 벌어진 지역은 각국 대사관이 있는 량마차오 일대.

시위를 해도 중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으니 해외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입니다.

베이징 시민들은 과도한 방역에 항의하면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해 구호를 외쳤습니다.

[베이징 시위대 : "문화혁명 필요없다! 개혁이 필요하다! 영수는 필요없다! 선거권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항의 시위는 난징, 청두, 베이징, 상하이 등 최소 10개 이상 도시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인들이 통일된 목소리로 단체 행동에 나선 겁니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홍콩과 타이완에서도 늘어났습니다.

["외면하지 마세요. 잊지 마세요."]

홍콩대학교 학생 100여 명은 상하이 시위대처럼 화재로 숨진 우루무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봉쇄와 격리 위주의 중국 방역 정책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습니다.

[셜리/홍콩인 : "중국인들의 마음에는 이미 저항 정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금 각성하고 정신 차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시위는 중화권을 넘어 해외까지 번진 상태입니다.

하버드 대학과 근처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들 50여 명은 하버드대에 모며 중국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였습니다.

이들은 중국은 봉쇄를 풀고 시진핑 주석은 물러나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에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한국에서도 시민들이 중국 시위대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내 시위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대도시마다 경찰 배치를 늘리고 밤낮 없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국 대사관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시 르탄 공원 일대 등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을 비난하는 '백지 시위'가 이 곳에서도 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앞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안면 인식 기술로 확인해 경찰이 하나하나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츠 길/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 전문가/시위가 : "국가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점이 이번 일을 중국 당국이 처리하기에 훨씬 더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고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장쩌민 주석에 대한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백지 시위가 어떤 양상을 보이게 될지 예측이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주말이 시위 확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장례 절차 뒤에도 중국의 고강도 방역에 변화가 없다면 성난 민심은 언제든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이랑입니다.

촬영기자: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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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민심 폭발…“시진핑 물러나라”
    • 입력 2022-12-03 22:17:59
    • 수정2022-12-03 22: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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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주간 중국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베이징 연결합니다.

이랑 특파원, 먼저 타이완 지방선거 결과부터 알아보죠.

야당인 친중성향의 국민당이 압승했잖아아요.

앞으로 양안 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기자]

네, 선거결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패배의 책임을 지고 곧바로 민진당 주석직을 내려놨습니다.

차이 총통은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있는데, 레임덕이 급속화되면서 과거처럼 중국을 향한 과감한 목소리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중국 정책 기조가 변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이번 선거가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실업률과 인플레이션 등 경제 문제를 심판하는 성격이 짙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양안 통일을 더 힘있게 주장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압승이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코로나 봉쇄에 항의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이어졌는데요.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최소 8개 이상 도시에서 '백지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백지 시위는 중국의 검열에 항의한다는 뜻이면서 동시에, 쓰지 못한 수 천개의 구호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시위는 처음, 봉쇄가 한달 이상 된 광저우 등에서 시작됐는데 이후 상하이와 청두, 난징, 수도 베이징까지 확대됐습니다.

현재는 중국 당국이 철통 경계에 나서면서 시위는 잦아든 모습입니다.

하지만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지난달 30일 사망하면서, 민심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두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로코로나 봉쇄에 맞선 시민들의 대규모 항의 시위와 파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6일 밤, 상하이시 도심 한복판 우루무치중루에 시민 수천 명이 모였습니다.

["공산당은 물러나라! 공산당은 물러나라!"]

연신 '시아타이', 중국어로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외칩니다.

시민들은 이어 시진핑 주석 하야를 연발하기 시작합니다.

["시진핑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이번 시위는 백일 넘게 봉쇄 된 신장 우루무치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지면서 촉발됐습니다.

과잉 방역으로 화재 진압이 늦어졌고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성난 민심이 폭발한 겁니다.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중국의 모든 봉쇄를 해제하고 PCR 검사를 그만하라고 소리쳤습니다.

[상하이 시민 : "어떤 일도 불필요한 것은 없습니다. (작디 작은 불티가 들판을 태울 수 있습니다.)]

시위는 밤사이 계속됐지만 자정을 넘기자 경찰의 검거가 시작됐습니다.

시위 관련 영상이 중국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즉시 삭제됐지만, 이번 시위의 파장은 들불처럼 번졌습니다.

무관용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칠대로 지친 시민들이 우루무치 화재 참사를 보며 공감하고 또 공분했기 때문입니다.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한 지 한 달여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다음 날 오후에는 시 주석의 모교인 중국 칭화대 학생들이 '백지'를 들었습니다.

검열에 항의하는 뜻이자 상하이 시위대와의 연대를 의미합니다.

베이징대 등 50여 개 대학생들도 각자의 학교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상하이 시위가 해산하고 칭화대 학생들을 학교가 조기에 고향으로 내보내면서 잦아들 줄 알았던 시민들의 분노는, 수도 베이징에서 다시 점화됐습니다.

시위가 벌어진 지역은 각국 대사관이 있는 량마차오 일대.

시위를 해도 중국 현지 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으니 해외 여론에 호소하기 위해 선택한 장소입니다.

베이징 시민들은 과도한 방역에 항의하면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해 구호를 외쳤습니다.

[베이징 시위대 : "문화혁명 필요없다! 개혁이 필요하다! 영수는 필요없다! 선거권이 필요하다!"]

코로나19 항의 시위는 난징, 청두, 베이징, 상하이 등 최소 10개 이상 도시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인들이 통일된 목소리로 단체 행동에 나선 겁니다.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홍콩과 타이완에서도 늘어났습니다.

["외면하지 마세요. 잊지 마세요."]

홍콩대학교 학생 100여 명은 상하이 시위대처럼 화재로 숨진 우루무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한편 봉쇄와 격리 위주의 중국 방역 정책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습니다.

[셜리/홍콩인 : "중국인들의 마음에는 이미 저항 정신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지금 각성하고 정신 차리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시위는 중화권을 넘어 해외까지 번진 상태입니다.

하버드 대학과 근처 대학에 다니는 중국인 학생들 50여 명은 하버드대에 모며 중국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였습니다.

이들은 중국은 봉쇄를 풀고 시진핑 주석은 물러나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여기에 미국, 독일 캐나다, 일본, 한국에서도 시민들이 중국 시위대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내 시위는 잠시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이 대도시마다 경찰 배치를 늘리고 밤낮 없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각국 대사관들이 몰려 있는 베이징시 르탄 공원 일대 등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중국의 코로나19 정책을 비난하는 '백지 시위'가 이 곳에서도 열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앞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안면 인식 기술로 확인해 경찰이 하나하나 연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이츠 길/아시아소사이어티 중국 전문가/시위가 : "국가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졌다는 점이 이번 일을 중국 당국이 처리하기에 훨씬 더 잠재적으로 불안정하고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문제로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장쩌민 주석에 대한 장례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백지 시위가 어떤 양상을 보이게 될지 예측이 쉽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주말이 시위 확산 여부를 가르는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장례 절차 뒤에도 중국의 고강도 방역에 변화가 없다면 성난 민심은 언제든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이랑입니다.

촬영기자: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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