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어려지는데…학교에선 ‘마약류’ 위험 안 가르친다?

입력 2022.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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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마약' 예방 수업이 없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껏 우리나라 초중고에서는 마약류의 위험성과 중독 예방법 등을 제대로 알려주는 수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년 10시간씩 흡연과 음주, 약물 오남용 등에 대한 포괄적인 안전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마약류 예방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은 상식 수준에서 '마약이 나쁘다,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하다' 정도 알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학교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배운 게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변해버린 시대…늘어나는 10대 마약사범

교육 당국이 지금껏 마약류 예방 교육에 무관심했던 건 당연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흡연과 음주 예방입니다.

과거에도 본드(접착제) 흡입 같은 사례가 없진 않았습니다만 진짜 마약류는 10대의 접근 불가 영역이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도 주로 40~50대 남성이었습니다. '약쟁이'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대면 거래에 '평범한' 청소년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습니다. 교육 당국 입장에선 10대 청소년이 자주 접하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담배와 술에 집중하는 게 옳았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들어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이 마약에 부쩍 노출되고 있습니다.

검찰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대 마약 사범은 450명으로 2017년 119명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396명이 나왔습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0.8%에서 올해 2.9%까지 늘었습니다. 마약 중독의 특성상 한번 빠지면 아주 오랜 기간 헤어나올 수 없는 만큼, 10대 마약 사범 숫자 증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10대와 20대  젊은층의 마약 사범은 숫자도, 비중도 대폭 늘고 있습니다.10대와 20대 젊은층의 마약 사범은 숫자도, 비중도 대폭 늘고 있습니다.

SNS와 '다크웹' 등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점이 10대 마약 사범 증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어른보다 IT에 더 익숙한 청소년들이 과거보다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여기에 살 빠지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 등으로 위장해 전파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교육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방 프로그램 도입하고, 법률안 개정 발의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 당국도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마약류 등 유해 약물 예방교육을 나섰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제대로 된 마약류 예방 강의를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강사 지원 등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그 첫 강의가 지난달부터 시작됐는데요. ▲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에 여행을 가서 피워도 되는지?'. ▲ '공항에서 모르는 사람의 수하물을 대신 맡아줘도 되는지?' 등 어쩌면 겪을 수도 있는 사례 중심의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수능 끝난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는데도 많은 학생이 관심을 두고 참여했습니다. 수업 이후 "마약류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이 필요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마약류 예방 수업 시간. 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마약류 예방 수업 시간. 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일단 내년 6월까지 중고교 140여 곳에서 운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이제 첫 걸음을 뗀 만큼 프로그램 내용과 학생 반응, 효과 등을 분석해 개선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의원이 '학교 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교육부장관이 사법당국과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마약류 위험성에 대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고 ▲학교의 장은 매년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마약류 위험성에 대해 예방교육을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행법은 '음주ㆍ흡연과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용ㆍ남용의 예방 교육'을 학교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마약보다는 약물 오남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마약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별도로 담았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입니다. 또 교육부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각종 마약 뉴스가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 '마약 청정국'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긴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마약 예방 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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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사범 어려지는데…학교에선 ‘마약류’ 위험 안 가르친다?
    • 입력 2022-12-04 09:00:38
    취재K

학교에는 '마약' 예방 수업이 없다?

네, 그렇습니다. 지금껏 우리나라 초중고에서는 마약류의 위험성과 중독 예방법 등을 제대로 알려주는 수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매년 10시간씩 흡연과 음주, 약물 오남용 등에 대한 포괄적인 안전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마약류 예방은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학생들은 상식 수준에서 '마약이 나쁘다,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하다' 정도 알고 있긴 하지만 어쩌면 학교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배운 게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변해버린 시대…늘어나는 10대 마약사범

교육 당국이 지금껏 마약류 예방 교육에 무관심했던 건 당연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육 당국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흡연과 음주 예방입니다.

과거에도 본드(접착제) 흡입 같은 사례가 없진 않았습니다만 진짜 마약류는 10대의 접근 불가 영역이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도 주로 40~50대 남성이었습니다. '약쟁이'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대면 거래에 '평범한' 청소년이 끼어들 여지는 없었습니다. 교육 당국 입장에선 10대 청소년이 자주 접하면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담배와 술에 집중하는 게 옳았죠.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최근 들어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층이 마약에 부쩍 노출되고 있습니다.

검찰 통계를 보면, 지난해 10대 마약 사범은 450명으로 2017년 119명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396명이 나왔습니다. 전체 마약 사범 중 1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0.8%에서 올해 2.9%까지 늘었습니다. 마약 중독의 특성상 한번 빠지면 아주 오랜 기간 헤어나올 수 없는 만큼, 10대 마약 사범 숫자 증가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10대와 20대  젊은층의 마약 사범은 숫자도, 비중도 대폭 늘고 있습니다.
SNS와 '다크웹' 등 젊은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마약 거래가 이뤄지는 점이 10대 마약 사범 증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어른보다 IT에 더 익숙한 청소년들이 과거보다 쉽게 마약을 접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여기에 살 빠지는 약, 머리가 좋아지는 약 등으로 위장해 전파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교육 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방 프로그램 도입하고, 법률안 개정 발의하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육 당국도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함께 마약류 등 유해 약물 예방교육을 나섰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제대로 된 마약류 예방 강의를 위해 마약퇴치운동본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강사 지원 등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그 첫 강의가 지난달부터 시작됐는데요. ▲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에 여행을 가서 피워도 되는지?'. ▲ '공항에서 모르는 사람의 수하물을 대신 맡아줘도 되는지?' 등 어쩌면 겪을 수도 있는 사례 중심의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수능 끝난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한 수업이었는데도 많은 학생이 관심을 두고 참여했습니다. 수업 이후 "마약류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이런 수업이 필요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마약류 예방 수업 시간. 마약퇴치운동본부 강사가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마약류 예방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은 일단 내년 6월까지 중고교 140여 곳에서 운영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이제 첫 걸음을 뗀 만큼 프로그램 내용과 학생 반응, 효과 등을 분석해 개선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법률 개정안도 발의됐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태규 의원이 '학교 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교육부장관이 사법당국과 보건복지부 등과 함께 마약류 위험성에 대한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하고 ▲학교의 장은 매년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마약류 위험성에 대해 예방교육을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현행법은 '음주ㆍ흡연과 마약류를 포함한 약물 오용ㆍ남용의 예방 교육'을 학교에서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마약보다는 약물 오남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마약 예방 교육의 필요성을 별도로 담았다는 게 의원실의 설명입니다. 또 교육부와의 협의 과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쯤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각종 마약 뉴스가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 '마약 청정국'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긴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마약 예방 교육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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