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과할 정도로 모든 게 첫 도전” 다누리…우주에서 결과 보여줄 시간

입력 2022.12.05 (07:00) 수정 2022.12.05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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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김대관 항우연 달 탐사사업단장 인터뷰
"과할 정도로 모든 게 처음"이었던 달 탐사선 개발
경험 부족으로 중량관리 실패…'성숙의 시간' 거쳐
"다누리 개발로 전문인력 확보, 기술 검증 성과"
"우주 탐사의 원동력은 도전…실패 두려워 말아야"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를 총괄한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를 총괄한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

"만약에 똑같은 사업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겁니다."

파란만장했던 다누리 개발 과정을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은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기존 설계 없이 달 탐사선을 처음으로 자력 개발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간의 소회가 고스란히 담긴 말입니다.

다누리가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게 항행하면서 지금은 쉬워 보일 정도지만, 사실 다누리의 모든 과정은 우리나라 우주 탐사의 첫 시도였고 도전적 과제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단장의 사무실은 탐사선 개발의 한 단계, 한 단계를 검증하는 회의 때 사용한 알림막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 단계인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을 앞두고 김 단장은 "그 도전의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는 우주 무대에 다누리가 오른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달 탐사 사업을 총괄한 김대관 단장을 만나 달 탐사 사업의 진행 과정을 중간 평가하고 다누리 개발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Q. 지금까지 다누리의 진행 과정을 평가한다면?

A. 8월 5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위성이 안정적으로 전개가 돼서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됐고요, 이틀 뒤인 7일에 궤적수정기동을 하면서 추력기와 분사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이 잘 됐습니다. 이후 저희가 설계한 궤적을 잘 시행하고 있습니다.

임무 측면에서는 8월 26일에 124만km 거리에서 달과 지구가 동시에 촬영된 영상을 보여드렸습니다. 사실 그 영상은 찍으려고 한 건 아니고 고해상도카메라를 검증하려고 일부러 자세를 틀어서 한번 찍어본 건데요, 처음에 저는 그 영상 보고 조작한 줄 알았어요. 이렇게 잘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였거든요.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고무되는 걸 느꼈고, 최근에도 특수임무를 계속 자신감 있게 촬영하고 있는데 하나씩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연구원들이 많이 즐거워합니다. '이런 게 보상이구나' 느껴지고요. 영상도 만들고 다른 탑재체 성능 검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9월 24일 다누리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사진. 지구로부터 154.4만 km 거리에서 촬영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9월 24일 다누리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사진. 지구로부터 154.4만 km 거리에서 촬영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Q. 최초의 달 탐사선 사업은 탑재체들의 과학 임무 이전에, 탑재체를 실은 본체가 우주를 항행해 달까지 잘 가는 것이 최우선 임무입니다. 최초의 달 탐사선 설계는 어떠했나요?

A. 지구 저궤도나 정지궤도는 2~30년간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서 세계 수준에 올라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달 궤도선은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면서 심우주를 항해해야 하는 인공위성체죠. 그런 면에서 처음 설계해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달까지 거리는 38만 km이지만 BLT 궤도는 150만 km까지 가기 때문에 극저온과 고온, 더 센 태양풍 같은 우주환경에 탐사선이 잘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한 예로, 다른 위성체는 금색이나 노란색인데 다누리의 외관은 검은색이에요. 우주환경에서 위성체를 보호하는 다층의 박막에, 검은색 탄소로 한 층을 더 입혔어요. 탄소가 전기 전도성이 좋기 때문에 다누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고려한 거죠.

Q. 다누리는 본체 개발 도중 목표 중량이었던 550kg을 넘어서면서 발사가 2년 연기됐는데요, 중량 관리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A. 2016년부터 시작한 달 탐사 사업은 세 번 이상 변경됐고,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3년 사업으로 시작했는데요. 달 궤도선 자체는 누구나 인정하는 도전적 과제인데, (인공위성 개발에 평균 5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짧은 사업 기간으로 시도됐습니다. 다음번 도전적 과제는 조금 더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됐으면 합니다.

다누리의 무게가 늘어난 이유도, 처음 하는 도전적 과제였던 거죠. 설계자 입장에서는 안 해본 운송체를 심우주까지 보내야 하는데 당연히 보수적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혹시 모르니까 더 튼튼하게, 더 두껍고 많이 만든 거예요. 엔지니어 대부분이 탐사선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까 그런 무게가 쌓이고 쌓여서 문제가 되고, 연료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 거죠.

만약 똑같은 디자인을 지금 다시 엔지니어들한테 설계해보라고 하면 무게는 상당히 많이 바뀔 겁니다. 왜? 경험해봤으니까요. 돌아보면 많은 걸 사람들이 알게 됐고 공유하게 됐고 그러면서 개발 기간이 좀 늘어났지만 항우연 자체적으로도 토론하고 방향성을 잡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으면 오히려 지금 이렇게까지 성숙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누리의 질량 측정 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다누리의 질량 측정 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Q. 첫 우주 탐사선을 실패해선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컸을 텐데,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공군 조종사가 꿈이었고 원래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항우연에 입사했어요. 들어와서 항공보다는 위성 일을 맡아서 하게 됐는데 공학자 입장에서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위성 분야를 하다 보니까 사실 달 궤도 자체도 문제가 심각할 때 참여하게 됐어요.

한때는 '달 탐사 사업에 왜 참여했을까' 너무 힘들어서 매일 매일 후회했어요. 달은 모든 게 다 처음이니까, 너무 과할 정도로 처음인 거죠. 그래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처음엔 너무 힘들었죠. 지금은 애정도 생기고 그때 그 선택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달 탐사 연구의 매력이라면 도전이겠죠. 안 해봤던 것이 사람을 자극하는 거죠. 저는 한번 했던 걸 다시 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그 도전이 아마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Q. 누리호의 성공으로 2032년 목표인 달 착륙선은 중량을 1.5톤급 이상으로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다누리의 연료 절감을 위해 선택한 BLT 궤도 역시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다누리의 경험은 향후 우주 탐사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A. 물론 달 착륙선에서는 BLT 궤적을 그대로 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궤도 설계 자체가 많이 성숙했죠. 그 어려운 BLT까지도 해결해낸 스스로 자부심이 생겼고 그만큼 기술이 검증됐고요. 우주 탐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거거든요. 궤도 설계 엔지니어들 한 명 한 명이 다 자원인데, 그런 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또, 다누리를 통해서 심우주까지 통신했고 달 궤도선을 운영했다는 경험 자체가, 착륙선 관련 통신이나 운영 기술을 어느 정도 검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궤도 설계와 심우주 항해 항법, 지상국 운영 등은 착륙선과 그 이후의 사업들도 잘 해낼 수 있게 된 성과인 것 같습니다.


Q. 다누리의 순항으로 연료가 절감되면서 임무 수행 기간이 예정된 1년에서 연장될지도 관심사입니다. 검토 중인 방안이 있나요?

A. 연장 임무는 항우연뿐만 아니라 5개 탑재체 기관과 상의해야 하는 일입니다. 연장 임무에서 궤도를 유지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고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특정 탑재체별로 유불리가 달라집니다. 남은 연료량과 운영할 수 있는 기간, 각 탑재체의 목적을 조합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Q. 달 궤도선은 대개 달에 충돌하면서 임무를 종료합니다. 어렵게 개발한 탐사선을 소멸시켜야 하는 심경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궤도선은 결국 고도가 점점 낮아져 추락해요. 또는 그걸 막기 위해서 더 먼 우주로 밀어내기도 하죠. 다음 우주 탐사에 장애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요. 임무 종료를 어떻게 결정하느냐 또한 주요 결정사항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안해보고 싶은 종료 방안은 다누리가 100km 원 궤도에서 고도를 낮춰서 착륙 궤도까지 내려가는 궤도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다누리가 착륙선은 아니고 착륙할 수 있는 장치는 없어요. 저희니까 가능하죠. (연착륙은 2032년 발사 예정인 달 착륙선의 핵심 기술로, 항우연은 10년 전부터 기초 연구를 수행해왔다.)

물론 (우주에서 다시 지구로 다누리를) 가져올 수 있으면 제일 좋을 텐데… 사실 발사장에서도 다누리가 옆에 있지만 외롭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 발사장 작업자분들께 부탁해서 멈춰달라고 하고, 절을 했어요. 가서 혼자가 아니니까, 같이 응원할 테니까 꼭 성공하라고. 지금도 가끔 달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저 껌껌한 데, 저 먼 데서 혼자 열심히 기쁘게 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한지….

8월 4일 다누리를 페어링(흰색 부분)에 실은 채 발사준비를 마친 팔콘9의 모습.8월 4일 다누리를 페어링(흰색 부분)에 실은 채 발사준비를 마친 팔콘9의 모습.

Q. 다누리의 달 탐사로 시작한 우주 개발의 장기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A. 심우주가 당연한 목표로 수립될 텐데, 그 한 단계 아래는 유인 탐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착륙선을 보내고 샘플 귀환선을 보내는 단계를 지금 거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지금 시작해도 3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는데, 저는 20년 안에 그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5~10년 단위로 하나 끝내고 하나 넘어가는 식은 안되고, 사업을 병행해서 미리 준비해야 해요. 장기간 집중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짜야 한다고 봅니다.

Q. 미국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을 보고 영감을 받은 이들이 '아폴로 세대'가 되었듯, 다누리를 통해 우주 탐사에 관심 갖는 다음 세대가 새롭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저는 우주가 재밌고 흥미로워서 하고 있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건 다양하죠. 우주이든 다른 분야이든 멈추지 말고 도전을 해보세요.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습니다. 실패도 도전했기 때문에 하는 거죠. 안될 거 같아서 도전 안 하고 포기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일 거 같고요. 어느 분야가 됐든 저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런 걸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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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과할 정도로 모든 게 첫 도전” 다누리…우주에서 결과 보여줄 시간
    • 입력 2022-12-05 07:00:23
    • 수정2022-12-05 07:10:34
    취재K
김대관 항우연 달 탐사사업단장 인터뷰<br /> "과할 정도로 모든 게 처음"이었던 달 탐사선 개발<br /> 경험 부족으로 중량관리 실패…'성숙의 시간' 거쳐<br /> "다누리 개발로 전문인력 확보, 기술 검증 성과"<br /> "우주 탐사의 원동력은 도전…실패 두려워 말아야"<br />
한국의 첫 달 탐사선 다누리를 총괄한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
"만약에 똑같은 사업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겁니다."

파란만장했던 다누리 개발 과정을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은 이렇게 요약했습니다. 기존 설계 없이 달 탐사선을 처음으로 자력 개발하면서 겪은 시행착오와 그간의 소회가 고스란히 담긴 말입니다.

다누리가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게 항행하면서 지금은 쉬워 보일 정도지만, 사실 다누리의 모든 과정은 우리나라 우주 탐사의 첫 시도였고 도전적 과제의 연속이었습니다. 김 단장의 사무실은 탐사선 개발의 한 단계, 한 단계를 검증하는 회의 때 사용한 알림막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 마지막 단계인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을 앞두고 김 단장은 "그 도전의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는 우주 무대에 다누리가 오른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달 탐사 사업을 총괄한 김대관 단장을 만나 달 탐사 사업의 진행 과정을 중간 평가하고 다누리 개발 과정을 돌아봤습니다.

Q. 지금까지 다누리의 진행 과정을 평가한다면?

A. 8월 5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위성이 안정적으로 전개가 돼서 운영할 수 있는 준비가 됐고요, 이틀 뒤인 7일에 궤적수정기동을 하면서 추력기와 분사에 문제가 없는지 점검이 잘 됐습니다. 이후 저희가 설계한 궤적을 잘 시행하고 있습니다.

임무 측면에서는 8월 26일에 124만km 거리에서 달과 지구가 동시에 촬영된 영상을 보여드렸습니다. 사실 그 영상은 찍으려고 한 건 아니고 고해상도카메라를 검증하려고 일부러 자세를 틀어서 한번 찍어본 건데요, 처음에 저는 그 영상 보고 조작한 줄 알았어요. 이렇게 잘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갈 정도였거든요.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많이 고무되는 걸 느꼈고, 최근에도 특수임무를 계속 자신감 있게 촬영하고 있는데 하나씩 결과물이 나올 때마다 연구원들이 많이 즐거워합니다. '이런 게 보상이구나' 느껴지고요. 영상도 만들고 다른 탑재체 성능 검사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9월 24일 다누리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촬영한 지구를 공전하는 달의 사진. 지구로부터 154.4만 km 거리에서 촬영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Q. 최초의 달 탐사선 사업은 탑재체들의 과학 임무 이전에, 탑재체를 실은 본체가 우주를 항행해 달까지 잘 가는 것이 최우선 임무입니다. 최초의 달 탐사선 설계는 어떠했나요?

A. 지구 저궤도나 정지궤도는 2~30년간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서 세계 수준에 올라왔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그런데 달 궤도선은 지구 중력장을 벗어나면서 심우주를 항해해야 하는 인공위성체죠. 그런 면에서 처음 설계해보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달까지 거리는 38만 km이지만 BLT 궤도는 150만 km까지 가기 때문에 극저온과 고온, 더 센 태양풍 같은 우주환경에 탐사선이 잘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한 예로, 다른 위성체는 금색이나 노란색인데 다누리의 외관은 검은색이에요. 우주환경에서 위성체를 보호하는 다층의 박막에, 검은색 탄소로 한 층을 더 입혔어요. 탄소가 전기 전도성이 좋기 때문에 다누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고려한 거죠.

Q. 다누리는 본체 개발 도중 목표 중량이었던 550kg을 넘어서면서 발사가 2년 연기됐는데요, 중량 관리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나요?

A. 2016년부터 시작한 달 탐사 사업은 세 번 이상 변경됐고,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3년 사업으로 시작했는데요. 달 궤도선 자체는 누구나 인정하는 도전적 과제인데, (인공위성 개발에 평균 5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너무 짧은 사업 기간으로 시도됐습니다. 다음번 도전적 과제는 조금 더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됐으면 합니다.

다누리의 무게가 늘어난 이유도, 처음 하는 도전적 과제였던 거죠. 설계자 입장에서는 안 해본 운송체를 심우주까지 보내야 하는데 당연히 보수적으로 설계할 수밖에 없는 거예요. 혹시 모르니까 더 튼튼하게, 더 두껍고 많이 만든 거예요. 엔지니어 대부분이 탐사선을 처음 경험하다 보니까 그런 무게가 쌓이고 쌓여서 문제가 되고, 연료가 부족해지는 문제가 생긴 거죠.

만약 똑같은 디자인을 지금 다시 엔지니어들한테 설계해보라고 하면 무게는 상당히 많이 바뀔 겁니다. 왜? 경험해봤으니까요. 돌아보면 많은 걸 사람들이 알게 됐고 공유하게 됐고 그러면서 개발 기간이 좀 늘어났지만 항우연 자체적으로도 토론하고 방향성을 잡는, 좋은 기회가 됐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으면 오히려 지금 이렇게까지 성숙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다누리의 질량 측정 시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Q. 첫 우주 탐사선을 실패해선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컸을 텐데,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공군 조종사가 꿈이었고 원래 항공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항우연에 입사했어요. 들어와서 항공보다는 위성 일을 맡아서 하게 됐는데 공학자 입장에서 너무 흥미롭더라고요. 위성 분야를 하다 보니까 사실 달 궤도 자체도 문제가 심각할 때 참여하게 됐어요.

한때는 '달 탐사 사업에 왜 참여했을까' 너무 힘들어서 매일 매일 후회했어요. 달은 모든 게 다 처음이니까, 너무 과할 정도로 처음인 거죠. 그래서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처음엔 너무 힘들었죠. 지금은 애정도 생기고 그때 그 선택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달 탐사 연구의 매력이라면 도전이겠죠. 안 해봤던 것이 사람을 자극하는 거죠. 저는 한번 했던 걸 다시 하는 데는 관심이 없어요. 그 도전이 아마 원동력이 아닐까 싶어요.

Q. 누리호의 성공으로 2032년 목표인 달 착륙선은 중량을 1.5톤급 이상으로 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다누리의 연료 절감을 위해 선택한 BLT 궤도 역시 사용하지 않기로 했는데요, 다누리의 경험은 향후 우주 탐사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A. 물론 달 착륙선에서는 BLT 궤적을 그대로 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궤도 설계 자체가 많이 성숙했죠. 그 어려운 BLT까지도 해결해낸 스스로 자부심이 생겼고 그만큼 기술이 검증됐고요. 우주 탐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거거든요. 궤도 설계 엔지니어들 한 명 한 명이 다 자원인데, 그런 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또, 다누리를 통해서 심우주까지 통신했고 달 궤도선을 운영했다는 경험 자체가, 착륙선 관련 통신이나 운영 기술을 어느 정도 검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궤도 설계와 심우주 항해 항법, 지상국 운영 등은 착륙선과 그 이후의 사업들도 잘 해낼 수 있게 된 성과인 것 같습니다.


Q. 다누리의 순항으로 연료가 절감되면서 임무 수행 기간이 예정된 1년에서 연장될지도 관심사입니다. 검토 중인 방안이 있나요?

A. 연장 임무는 항우연뿐만 아니라 5개 탑재체 기관과 상의해야 하는 일입니다. 연장 임무에서 궤도를 유지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고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특정 탑재체별로 유불리가 달라집니다. 남은 연료량과 운영할 수 있는 기간, 각 탑재체의 목적을 조합해서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Q. 달 궤도선은 대개 달에 충돌하면서 임무를 종료합니다. 어렵게 개발한 탐사선을 소멸시켜야 하는 심경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궤도선은 결국 고도가 점점 낮아져 추락해요. 또는 그걸 막기 위해서 더 먼 우주로 밀어내기도 하죠. 다음 우주 탐사에 장애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요. 임무 종료를 어떻게 결정하느냐 또한 주요 결정사항 중 하나입니다.

개인적으로 제안해보고 싶은 종료 방안은 다누리가 100km 원 궤도에서 고도를 낮춰서 착륙 궤도까지 내려가는 궤도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안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해요. 물론 다누리가 착륙선은 아니고 착륙할 수 있는 장치는 없어요. 저희니까 가능하죠. (연착륙은 2032년 발사 예정인 달 착륙선의 핵심 기술로, 항우연은 10년 전부터 기초 연구를 수행해왔다.)

물론 (우주에서 다시 지구로 다누리를) 가져올 수 있으면 제일 좋을 텐데… 사실 발사장에서도 다누리가 옆에 있지만 외롭지 않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하더라고요. 눈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 발사장 작업자분들께 부탁해서 멈춰달라고 하고, 절을 했어요. 가서 혼자가 아니니까, 같이 응원할 테니까 꼭 성공하라고. 지금도 가끔 달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죠. 저 껌껌한 데, 저 먼 데서 혼자 열심히 기쁘게 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한지….

8월 4일 다누리를 페어링(흰색 부분)에 실은 채 발사준비를 마친 팔콘9의 모습.
Q. 다누리의 달 탐사로 시작한 우주 개발의 장기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A. 심우주가 당연한 목표로 수립될 텐데, 그 한 단계 아래는 유인 탐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착륙선을 보내고 샘플 귀환선을 보내는 단계를 지금 거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지금 시작해도 3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는데, 저는 20년 안에 그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5~10년 단위로 하나 끝내고 하나 넘어가는 식은 안되고, 사업을 병행해서 미리 준비해야 해요. 장기간 집중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잘 짜야 한다고 봅니다.

Q. 미국 아폴로 계획의 달 착륙을 보고 영감을 받은 이들이 '아폴로 세대'가 되었듯, 다누리를 통해 우주 탐사에 관심 갖는 다음 세대가 새롭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A. 저는 우주가 재밌고 흥미로워서 하고 있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건 다양하죠. 우주이든 다른 분야이든 멈추지 말고 도전을 해보세요. 도전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습니다. 실패도 도전했기 때문에 하는 거죠. 안될 거 같아서 도전 안 하고 포기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일 거 같고요. 어느 분야가 됐든 저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 그런 걸 많이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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