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간담회 0회’…이재명, 기자회견 피하는 이유는?

입력 2022.12.0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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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이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00일간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왔다"고 자평했습니다.

'민생' 성과에 대해선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왔다고 자부한다"며 "미성년 상속자의 빚 대물림 방지법을 비롯해서 시급한 민생 중점 법안들을 처리했고, 가계부채 3법과 3대 민생회복 긴급 프로그램 같은 민생 위기 극복 법안과 정책들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와 관련해선 "당원이 주인 되는 민주당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당사상 최초인 중앙당사의 당원 존, 국민응답센터로 소통을 강화했다"며 "당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임 100일 메시지의 후반부는 정부·여당 규탄에 집중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했습니다.

또 "이 정권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 경제 파탄, 국민 안전 위협, 민주주의 퇴행, 한반도 평화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비판했습니다.

■ 취임 100일 되도록 기자간담회 '0회'

달변가(達辯家)이자 다변가(多辯家)인 이 대표는 취임한지 100일이 되도록 제대로 된 현안 간담회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은 10월 21일 단 한 차례 있었는데, 이마저도 '대장동 의혹'관련 특검을 공식 제안하는 자리였지, 당 대표로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고 답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취임 100일에는 기자간담회가 열릴 거란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최고위원회의에서의 간단한 모두발언으로 대체됐습니다. 민주당 당 대표가 취임 후 100일간 단 한 차례도 공식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건 이재명 대표가 유일합니다.

이 대표 측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검토는 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자간담회를 열더라도 민생 입법 등 현안보다는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 부각시키는 모양새가 되는 게 우려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10월 21일 대장동 개발 의혹 특검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에서도 '대선 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지만, 사법 리스크에 대한 관심만 집중시켰다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특검 제안’ 이재명 대표 특별 기자회견(10월 21일)‘대장동 특검 제안’ 이재명 대표 특별 기자회견(10월 21일)

■ 회피할수록 짙어지는 '사법 리스크' 그림자

이 대표가 지금 처한 상황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역설을 떠올리게 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질문을 회피하려 할수록 사람들은 이 대표의 행보를 사법 리스크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기자들은 이제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수사에 대해 언제쯤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시점은 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재판에 넘겨지는 이번 주말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옵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이 대표가 빠르게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었던 건 '격의 없는 소통과 빠른 피드백'이라는 그만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100일간 이 대표는 그런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민생과 민주 투트랙에 방점을 찍고 변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자평했지만, 대중들의 기억에는 여러 차례에 걸친 민주당사 압수수색, 국회 본청 압수수색, 잇단 당 대표 측근들의 구속 등이 더 뇌리에 남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이 대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법 리스크를 외면 또는 회피할 수만은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떨치고 제1 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전기를 마련하게 될지, 아니면 '리스크'(Risk)가 '데미지'(Damage)로 발전해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될지 이 겨울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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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5 13:53:55
    취재K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5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습니다. 이 대표는 오늘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100일간 민생과 민주, 투트랙을 중심으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왔다"고 자평했습니다.

'민생' 성과에 대해선 "국민 우선, 민생 제일주의 실천에 매진해왔다고 자부한다"며 "미성년 상속자의 빚 대물림 방지법을 비롯해서 시급한 민생 중점 법안들을 처리했고, 가계부채 3법과 3대 민생회복 긴급 프로그램 같은 민생 위기 극복 법안과 정책들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와 관련해선 "당원이 주인 되는 민주당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정당사상 최초인 중앙당사의 당원 존, 국민응답센터로 소통을 강화했다"며 "당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임 100일 메시지의 후반부는 정부·여당 규탄에 집중됐습니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국민이 잠시 맡긴 권한을 민생이 아니라 야당 파괴에 남용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민과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했습니다.

또 "이 정권은 무능, 무책임, 무대책으로 민생 경제 파탄, 국민 안전 위협, 민주주의 퇴행, 한반도 평화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민생을 포기하고 야당 파괴에만 몰두 중인 윤석열 정부 200일 동안 정치는 실종했고, 대화와 타협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고 비판했습니다.

■ 취임 100일 되도록 기자간담회 '0회'

달변가(達辯家)이자 다변가(多辯家)인 이 대표는 취임한지 100일이 되도록 제대로 된 현안 간담회를 하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은 10월 21일 단 한 차례 있었는데, 이마저도 '대장동 의혹'관련 특검을 공식 제안하는 자리였지, 당 대표로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묻고 답하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취임 100일에는 기자간담회가 열릴 거란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최고위원회의에서의 간단한 모두발언으로 대체됐습니다. 민주당 당 대표가 취임 후 100일간 단 한 차례도 공식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건 이재명 대표가 유일합니다.

이 대표 측에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검토는 했지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했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기자간담회를 열더라도 민생 입법 등 현안보다는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만 부각시키는 모양새가 되는 게 우려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10월 21일 대장동 개발 의혹 특검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에서도 '대선 자금은커녕 사탕 하나 받은 것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했지만, 사법 리스크에 대한 관심만 집중시켰다는 당 안팎의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대장동 특검 제안’ 이재명 대표 특별 기자회견(10월 21일)
■ 회피할수록 짙어지는 '사법 리스크' 그림자

이 대표가 지금 처한 상황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는 역설을 떠올리게 합니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들으면 곧바로 코끼리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질문을 회피하려 할수록 사람들은 이 대표의 행보를 사법 리스크와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기자들은 이제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한 수사에 대해 언제쯤 공식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하는 분위기입니다. 시점은 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재판에 넘겨지는 이번 주말 이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관측도 나옵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에 이르기까지, 이 대표가 빠르게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었던 건 '격의 없는 소통과 빠른 피드백'이라는 그만의 장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당 대표 취임 이후 100일간 이 대표는 그런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민생과 민주 투트랙에 방점을 찍고 변화의 씨앗을 뿌렸다고 자평했지만, 대중들의 기억에는 여러 차례에 걸친 민주당사 압수수색, 국회 본청 압수수색, 잇단 당 대표 측근들의 구속 등이 더 뇌리에 남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검찰의 칼끝은 이 대표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사법 리스크를 외면 또는 회피할 수만은 없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떨치고 제1 야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전기를 마련하게 될지, 아니면 '리스크'(Risk)가 '데미지'(Damage)로 발전해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될지 이 겨울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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