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달 탐사 1순위 목표…‘물’을 찾아라

입력 2022.12.06 (07:01) 수정 2022.12.0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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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인터뷰
다누리 탑재체 감마선분광기 개발 주도
"보장된 미 NASA 연구원 길 포기하고 왔지만 후회 없어"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다누리에는 국내서 만든 탑재체 5개가 실렸습니다. 탑재체마다 연구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가 존재합니다. 감마선분광기 탑재체 개발을 주도한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명의 PI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자, 행성 탐사 연구 경험이 있는 과학자입니다.

태양풍이 달 표면에 충돌할 때 원소마다 다른 감마선이 방출됩니다. 감마선 분광기는 이를 측정해 달에 숨겨진 자원을 찾습니다. 물과 철, 티타늄, 헬륨3 등 어떤 자원이 어디에 얼마만큼 매장돼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행성 탐사에서 감마선 분광기가 많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든 분광기가 6.3kg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겁니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가벼운 탑재체를 만든 나라는 없었어요."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좋아야 했습니다.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는 기존 다른 나라 탑재체 대비 저에너지 영역을 관측하는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습니다. 더 넓은 자원 관측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학계에서 주로 쓰는 달 자원 지도는 2019년 출판된 자료입니다. 김 연구원은 다누리가 더 정확한, 새로운 달 자원 지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봅니다.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는 달 표면을 한 바퀴 관측하는 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6번 정도 관측하면 비교 보정을 통해 신뢰도 높은 자원 지도가 만들어질 전망입니다. 내년 6월쯤에는 달 자원 지도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달 관측 첫 번째 목표...’물’을 찾아라

김경자 연구원이 감마선분광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김경자 연구원이 감마선분광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입니다. 훗날 거주지 건설까지 염두에 둔다면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입니다. 사람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또 물이 있어야 수소를 분리해 달 표면에서 발사체 추진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액체수소는 발사체의 주요 연료 중 하나입니다.

학계는 달 극지방에 10%가량 물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모두 간접 증거를 통한 추측입니다. 다누리가 감마선분광기로 달 남극과 북극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더 확실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는데 달에 산소는 굉장히 많아요. 관건은 수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수소를 관측하는 데 주력을 두는 이유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헬륨 3 자원 관측 여부도 관심입니다. 헬륨 3는 핵융합 원료로 쓰이는데, 1톤당 가치가 4조 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달 자원은 지구로 가져와 사용할 수도 있고, 달 현장에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달 자원을 현장에서 사용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고, 이를 위해 달 자원 지도가 중요합니다."

다누리가 측정한 감마선 폭발 자료다누리가 측정한 감마선 폭발 자료

다누리의 감마선분광기는 달을 향해 날아가던 도중 의미 있는 관측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0월 9일 감마선 폭발 ‘GRB 221009A’를 관측한 겁니다. 이번 감마선 폭발은 궁수자리에서 19억 년 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태양보다 질량이 10배 이상 큰 별은 내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면 마지막 단계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블랙홀이 됩니다. 이번 감마선 폭발은 초신성 폭발로 블랙홀이 탄생하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장된 해외 환경 포기하고 왔지만 후회 없어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NASA(항공우주국)에서 행성탐사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김 연구원이 참여한 탐사 임무는 미국 오디세이 화성 탐사선, 일본 카구야 달 탐사선 등입니다. 미 NASA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감마선분광기'란 특수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온 만큼, 미국에 계속 머물렀다면 우주탐사 선진국에서 보장된 연구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15년 전 한국으로 들어온 건, 이제 막 달 탐사 얘기가 나오던 한국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김 연구원은 다누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담당한 자원 탐사 업무가 점점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돌아갈 수가 없더라고요."

김 연구원은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 행성을 탐사하더라도 자원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이런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다양한 후속 미션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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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달 탐사 1순위 목표…‘물’을 찾아라
    • 입력 2022-12-06 07:01:08
    • 수정2022-12-06 07:02:20
    취재K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인터뷰<br />다누리 탑재체 감마선분광기 개발 주도<br />"보장된 미 NASA 연구원 길 포기하고 왔지만 후회 없어"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다누리에는 국내서 만든 탑재체 5개가 실렸습니다. 탑재체마다 연구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가 존재합니다. 감마선분광기 탑재체 개발을 주도한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명의 PI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자, 행성 탐사 연구 경험이 있는 과학자입니다.

태양풍이 달 표면에 충돌할 때 원소마다 다른 감마선이 방출됩니다. 감마선 분광기는 이를 측정해 달에 숨겨진 자원을 찾습니다. 물과 철, 티타늄, 헬륨3 등 어떤 자원이 어디에 얼마만큼 매장돼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행성 탐사에서 감마선 분광기가 많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만든 분광기가 6.3kg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겁니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가벼운 탑재체를 만든 나라는 없었어요."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좋아야 했습니다.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는 기존 다른 나라 탑재체 대비 저에너지 영역을 관측하는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습니다. 더 넓은 자원 관측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학계에서 주로 쓰는 달 자원 지도는 2019년 출판된 자료입니다. 김 연구원은 다누리가 더 정확한, 새로운 달 자원 지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봅니다.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는 달 표면을 한 바퀴 관측하는 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됩니다. 6번 정도 관측하면 비교 보정을 통해 신뢰도 높은 자원 지도가 만들어질 전망입니다. 내년 6월쯤에는 달 자원 지도를 볼 수 있게 되는 셈입니다.

■달 관측 첫 번째 목표...’물’을 찾아라

김경자 연구원이 감마선분광기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입니다. 훗날 거주지 건설까지 염두에 둔다면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입니다. 사람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습니다. 또 물이 있어야 수소를 분리해 달 표면에서 발사체 추진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액체수소는 발사체의 주요 연료 중 하나입니다.

학계는 달 극지방에 10%가량 물이 있을 것이라 봅니다. 모두 간접 증거를 통한 추측입니다. 다누리가 감마선분광기로 달 남극과 북극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더 확실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는데 달에 산소는 굉장히 많아요. 관건은 수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수소를 관측하는 데 주력을 두는 이유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헬륨 3 자원 관측 여부도 관심입니다. 헬륨 3는 핵융합 원료로 쓰이는데, 1톤당 가치가 4조 원 가량으로 추정됩니다.

"달 자원은 지구로 가져와 사용할 수도 있고, 달 현장에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달 자원을 현장에서 사용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고, 이를 위해 달 자원 지도가 중요합니다."

다누리가 측정한 감마선 폭발 자료
다누리의 감마선분광기는 달을 향해 날아가던 도중 의미 있는 관측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10월 9일 감마선 폭발 ‘GRB 221009A’를 관측한 겁니다. 이번 감마선 폭발은 궁수자리에서 19억 년 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태양보다 질량이 10배 이상 큰 별은 내부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면 마지막 단계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고 블랙홀이 됩니다. 이번 감마선 폭발은 초신성 폭발로 블랙홀이 탄생하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장된 해외 환경 포기하고 왔지만 후회 없어

김 연구원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 NASA(항공우주국)에서 행성탐사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김 연구원이 참여한 탐사 임무는 미국 오디세이 화성 탐사선, 일본 카구야 달 탐사선 등입니다. 미 NASA의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감마선분광기'란 특수 분야의 전문성을 키워온 만큼, 미국에 계속 머물렀다면 우주탐사 선진국에서 보장된 연구원의 길을 걸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 보장된 길을 포기하고 15년 전 한국으로 들어온 건, 이제 막 달 탐사 얘기가 나오던 한국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김 연구원은 다누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원래는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담당한 자원 탐사 업무가 점점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돌아갈 수가 없더라고요."

김 연구원은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 행성을 탐사하더라도 자원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이런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다양한 후속 미션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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