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참사 도중 ‘상황보고서 조작’…대통령실에도 허위 보고

입력 2022.12.06 (17:30) 수정 2022.12.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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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늑장 대응으로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선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50분이 지난 10월 29일 밤 11시 5분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이 작성한 상황 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당일 밤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실제 도착 시간보다 45분 이상 앞당겨 적은 건데, 이로 인해 조작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경찰, 대통령실에도 '용산서장 현장 도착 시간' 허위 보고

그런데 이런 허위 보고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은 10월 30일 0시 5분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 서면으로 <상황보고 1보>를 발송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4.조치사항> 항목 첫 줄에 '밤 11시 30여 명이 의식이 없어 소방·경찰·일반 시민들이 CPR(심폐소생술) 중'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경찰청이 작성한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 원문 (출처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경찰청이 작성한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 원문 (출처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그런데 새벽 1시 8분에 발송된 <상황보고 2보>에는 1보에는 없던 내용이 맨 첫 줄에 등장합니다. ' 22:17 경찰서장 현장도착, 안전사고 예방 등 현장지휘'라는 문구입니다. 중요한 내용임을 드러내듯 굵은 글씨로 처리된 점도 눈에 띕니다.

오전 2시 32분 <상황보고 3보>에는 해당 문구 내용이 ' 22:17경 용산 경찰서장 도착, 현장지휘, 경비과장 등 100명 출동'으로 수정됩니다. 경찰서장뿐만 아니라 용산서 경찰 100명이 한꺼번에 참사 직후 현장에 있었다는 겁니다

이 문구는 상황보고서가 '10보'까지 대체되면서도 계속 1번 조치사항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청이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장이 마치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현장에 도착해서 사고를 수습하고 안전 조치에 나선 것처럼 상급기관인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지속적으로 허위 보고를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청이 작성한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 원문 (출처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경찰청이 작성한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 원문 (출처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후 10월 30일 21시 22분에 작성된 <상황보고 12보>에서는 관련 내용이 또 한 번 수정됩니다.

먼저 조치 시간이 22시 17분에서 18분으로 1분 수정됐고, 경찰서장이 '현장에 도착했다'는 문구가 '무전 지시를 했다'는 내용으로 슬그머니 대체됩니다.

22시 20분경 경찰서장이 운집된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도로상 차량통제 지시, 안전사고 예방지시를 했다는 문구를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용산경찰서 112 무전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22시 35분에서야 "용산, 용산서장"이라고 외치며 무전망에 처음 등장합니다.

따라서 22시 18분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전 서장이 무전 지시를 했다는 <상황보고 12보> 내용 역시 허위로 보입니다.

■ '부실 대응 은폐'하려 '허위 작성'?

경찰이 최초 허위 보고를 한 시점이 10월 30일 오전 1시 8분이라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10월 30일 1시경에는 희생자들이 미처 다 병원으로 이송이 되기 전으로, 이태원 참사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였습니다. 보고서대로라면 미처 현장이 수습되기도 전에 책임을 줄이기 위해 경찰서장이 현장에 즉각 도착한 것처럼 조작해 허위 보고를 한 셈입니다.

국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윤건영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관할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조작이 누구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대통령실 등 윗선에도 이런 허위 사실이 걸러지지 않고 보고된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송병주 당시 용산서 112실장이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조작에 최초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어제(5일)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경찰의 현장 초동 대응에 대한 허위 보고가 대통령실과 행안부까지 올라간 사실이 확인된 만큼,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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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참사 도중 ‘상황보고서 조작’…대통령실에도 허위 보고
    • 입력 2022-12-06 17:30:11
    • 수정2022-12-06 17:32:41
    취재K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지휘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늑장 대응으로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일선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50분이 지난 10월 29일 밤 11시 5분에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이 작성한 상황 보고서엔 이 전 서장이 당일 밤 10시 20분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실제 도착 시간보다 45분 이상 앞당겨 적은 건데, 이로 인해 조작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 경찰, 대통령실에도 '용산서장 현장 도착 시간' 허위 보고

그런데 이런 허위 보고가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실은 10월 30일 0시 5분쯤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에 서면으로 <상황보고 1보>를 발송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4.조치사항> 항목 첫 줄에 '밤 11시 30여 명이 의식이 없어 소방·경찰·일반 시민들이 CPR(심폐소생술) 중'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경찰청이 작성한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 원문 (출처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그런데 새벽 1시 8분에 발송된 <상황보고 2보>에는 1보에는 없던 내용이 맨 첫 줄에 등장합니다. ' 22:17 경찰서장 현장도착, 안전사고 예방 등 현장지휘'라는 문구입니다. 중요한 내용임을 드러내듯 굵은 글씨로 처리된 점도 눈에 띕니다.

오전 2시 32분 <상황보고 3보>에는 해당 문구 내용이 ' 22:17경 용산 경찰서장 도착, 현장지휘, 경비과장 등 100명 출동'으로 수정됩니다. 경찰서장뿐만 아니라 용산서 경찰 100명이 한꺼번에 참사 직후 현장에 있었다는 겁니다

이 문구는 상황보고서가 '10보'까지 대체되면서도 계속 1번 조치사항으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결국, 경찰청이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전 서장이 마치 참사가 발생하자마자 현장에 도착해서 사고를 수습하고 안전 조치에 나선 것처럼 상급기관인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지속적으로 허위 보고를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청이 작성한 이태원 참사 당시 상황보고서 원문 (출처 :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
그런데 문제는 또 있습니다.

이후 10월 30일 21시 22분에 작성된 <상황보고 12보>에서는 관련 내용이 또 한 번 수정됩니다.

먼저 조치 시간이 22시 17분에서 18분으로 1분 수정됐고, 경찰서장이 '현장에 도착했다'는 문구가 '무전 지시를 했다'는 내용으로 슬그머니 대체됩니다.

22시 20분경 경찰서장이 운집된 인파를 분산하기 위해 녹사평역~제일기획 도로상 차량통제 지시, 안전사고 예방지시를 했다는 문구를 집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용산경찰서 112 무전 기록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22시 35분에서야 "용산, 용산서장"이라고 외치며 무전망에 처음 등장합니다.

따라서 22시 18분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 전 서장이 무전 지시를 했다는 <상황보고 12보> 내용 역시 허위로 보입니다.

■ '부실 대응 은폐'하려 '허위 작성'?

경찰이 최초 허위 보고를 한 시점이 10월 30일 오전 1시 8분이라는 점도 논란거리입니다.

10월 30일 1시경에는 희생자들이 미처 다 병원으로 이송이 되기 전으로, 이태원 참사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 상태였습니다. 보고서대로라면 미처 현장이 수습되기도 전에 책임을 줄이기 위해 경찰서장이 현장에 즉각 도착한 것처럼 조작해 허위 보고를 한 셈입니다.

국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윤건영 위원(더불어민주당)은 "관할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조작이 누구의 지시로 이뤄졌는지, 대통령실 등 윗선에도 이런 허위 사실이 걸러지지 않고 보고된 이유가 무엇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송병주 당시 용산서 112실장이 이 전 서장의 현장 도착 시간 조작에 최초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는데,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어제(5일)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경찰의 현장 초동 대응에 대한 허위 보고가 대통령실과 행안부까지 올라간 사실이 확인된 만큼,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누군가 개입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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