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사실상 ‘제로 코로나’ 버렸다…얼마나 빨리 정상화될까?

입력 2022.12.07 (15:47) 수정 2022.12.07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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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중국인들. (출처: 바이두)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중국인들. (출처: 바이두)

당황한 모습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어쩌면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며 봉쇄와 격리를 기조로 삼아 온 중국 당국 말입니다.

■ 중국을 당황하게 한 것은?

1차적으로 당국을 놀라게 한 것은 '성난 민심'입니다. 더는 봉쇄와 격리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중국 국민들이 11월 24일 우루무치 화재 참사를 기점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난징 등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제 더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기는 어렵겠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입니다.

시민들이 고강도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시민들이 고강도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11월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베이징에서만 매일 4천 명대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전체 감염자 수는 사흘 연속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지만, 검사받는 사람들이 줄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도시 전체가 봉쇄됐거나 이미 수많은 사람이 밀접접촉자 등으로 분류돼 격리를 하고 있을 상황입니다.

그런데 감염자가 나와도 이제는 건물을 봉쇄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하지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또다시 중국인들을 분노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한 달 이상 봉쇄됐던 광저우시 등에서는 봉쇄를 갑자기 풀어버렸습니다.

이달 초 광저우시에서는 봉쇄를 위해 쳐놓았던 가림막을 다 떼버렸다. (출처: 바이두)이달 초 광저우시에서는 봉쇄를 위해 쳐놓았던 가림막을 다 떼버렸다. (출처: 바이두)

감염자를 격리시키거나 지역을 봉쇄하는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 중국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감염자 못 찾나? 안 찾나?

애초에 감염자를 찾아내야 하는 시스템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베이징시의 경우 전수 PCR 검사는 5월 준봉쇄됐을 때 이후로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각자 알아서 주변 PCR 검사소를 찾아가서 검사해야 합니다.

베이징 시민이 갑자기 문을 닫은 PCR 검사소 앞에서 문의하고 있는 모습. (촬영: 이랑 KBS 베이징 특파원)베이징 시민이 갑자기 문을 닫은 PCR 검사소 앞에서 문의하고 있는 모습. (촬영: 이랑 KBS 베이징 특파원)

그런데 PCR 검사소가 문을 닫습니다. 갑자기 검사 시간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예고도 없습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부터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렵게 찾아간 검사소에서 최소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을 기다려서 검사를 받습니다. 검사를 받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후도 문제입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최근 허다합니다.

중국에서는 10명의 검사 면봉을 한 관에 넣고 검사를 해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이 10명을 다시 검사해 감염자를 선별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런데 최근 감염자가 늘다 보니, 10명 검사 결과가 든 통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추측이 난무합니다. 이러다 보니 내가 양성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양성이기 때문에 PCR 검사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시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내가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트도 가고 버스도 타야 합니다. 그런데 48시간 내 음성 결과가 없으면 모두 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중국이 내몰린 선택지는?

PCR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격리든 봉쇄든 할 수 있고, 또 음성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갈 텐데, 검사도 격리도 진행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선택지는 이제 하나입니다. 등 떠밀려 하는 '위드 코로나'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베이징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베이징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방역 완화 조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달 2일부터 4일까지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대 직할시 외에도 광저우, 쿤밍, 우한, 항저우 등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PCR 검사 음성 결과 확인을 폐지했습니다.

베이징시는 5일 추가 완화 정책도 내놓았습니다. 상점과 마트, 사무실이 있는 건물 등에 들어갈 때 PCR 검사 음성 결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급기야 오늘(7일) 10가지 신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약하면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 시에도 PCR 음성 결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초에는 감염자 수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감염자 1명을 찾기 위해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1명이 나오면 거주 단지 전체를 봉쇄했던 중국으로서는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태세 전환입니다.

그래서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체면 차리기'에 나선 겁니다.

■ "중증 독감보다 증상 더 가볍다"…중국, 얼마나 빨리 달라질까?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는데, 이제는 안 그래도 된다고 말하기는 쑥스럽습니다. 상황에 떠밀려서 '위드 코로나'를 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대신 전염병 전문가들이 바빠졌습니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다수의 전문가를 인터뷰해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증상이 독감보다 심하지 않다거나, 중증이나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이미 올해 초부터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 왔던 내용들입니다.

장쭝더 광저우 중의약대학 부총장이 코로나19 감염증 증상이 독감보다 약하다고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중국 중앙(CC)TV)장쭝더 광저우 중의약대학 부총장이 코로나19 감염증 증상이 독감보다 약하다고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중국 중앙(CC)TV)

장쭝더(张忠德) 광저우 중의약대학 부총장은 6일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르고 그 증상도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중증 독감보다 더 가벼운 증상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일재경과 이차이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 등급을 A에서 B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았습니다. 역시나 변이 바이러스 증상이 약하다는 것이 근거입니다.

언젠가는 '제로 코로나'를 버려야 했던 중국이 드디어 출구를 찾은 분위기입니다. 떠밀려서든 자발적이든 간에, 이제 중요한 것은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감염자 폭증을 관리하며 '위드 코로나'에 적응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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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07 15:47:33
    • 수정2022-12-07 20:39:33
    특파원 리포트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선 중국인들. (출처: 바이두)
당황한 모습입니다. 혼란스럽습니다. 어쩌면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며 봉쇄와 격리를 기조로 삼아 온 중국 당국 말입니다.

■ 중국을 당황하게 한 것은?

1차적으로 당국을 놀라게 한 것은 '성난 민심'입니다. 더는 봉쇄와 격리를 견디지 못하겠다는 중국 국민들이 11월 24일 우루무치 화재 참사를 기점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난징 등에서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제 더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기는 어렵겠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입니다.

시민들이 고강도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백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연합뉴스)
그런데 11월 초부터 늘어나기 시작한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베이징에서만 매일 4천 명대 신규 감염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전체 감염자 수는 사흘 연속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지만, 검사받는 사람들이 줄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거 같으면 도시 전체가 봉쇄됐거나 이미 수많은 사람이 밀접접촉자 등으로 분류돼 격리를 하고 있을 상황입니다.

그런데 감염자가 나와도 이제는 건물을 봉쇄하지 않습니다. 사실은, 하지 못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또다시 중국인들을 분노케 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한 달 이상 봉쇄됐던 광저우시 등에서는 봉쇄를 갑자기 풀어버렸습니다.

이달 초 광저우시에서는 봉쇄를 위해 쳐놓았던 가림막을 다 떼버렸다. (출처: 바이두)
감염자를 격리시키거나 지역을 봉쇄하는 방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 중국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감염자 못 찾나? 안 찾나?

애초에 감염자를 찾아내야 하는 시스템도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베이징시의 경우 전수 PCR 검사는 5월 준봉쇄됐을 때 이후로 시행한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각자 알아서 주변 PCR 검사소를 찾아가서 검사해야 합니다.

베이징 시민이 갑자기 문을 닫은 PCR 검사소 앞에서 문의하고 있는 모습. (촬영: 이랑 KBS 베이징 특파원)
그런데 PCR 검사소가 문을 닫습니다. 갑자기 검사 시간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예고도 없습니다.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소부터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입니다.

어렵게 찾아간 검사소에서 최소 수십 분, 길게는 몇 시간을 기다려서 검사를 받습니다. 검사를 받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이후도 문제입니다.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최근 허다합니다.

중국에서는 10명의 검사 면봉을 한 관에 넣고 검사를 해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이 10명을 다시 검사해 감염자를 선별하는 방식을 씁니다. 그런데 최근 감염자가 늘다 보니, 10명 검사 결과가 든 통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많고 이 때문에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추측이 난무합니다. 이러다 보니 내가 양성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양성이기 때문에 PCR 검사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시민들은 혼란스럽습니다.

내가 감염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트도 가고 버스도 타야 합니다. 그런데 48시간 내 음성 결과가 없으면 모두 할 수 없습니다. 중국은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 중국이 내몰린 선택지는?

PCR 검사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면 격리든 봉쇄든 할 수 있고, 또 음성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갈 텐데, 검사도 격리도 진행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선택지는 이제 하나입니다. 등 떠밀려 하는 '위드 코로나'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선 베이징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방역 완화 조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번달 2일부터 4일까지 베이징, 상하이, 톈진, 충칭 등 4대 직할시 외에도 광저우, 쿤밍, 우한, 항저우 등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PCR 검사 음성 결과 확인을 폐지했습니다.

베이징시는 5일 추가 완화 정책도 내놓았습니다. 상점과 마트, 사무실이 있는 건물 등에 들어갈 때 PCR 검사 음성 결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입니다.

급기야 오늘(7일) 10가지 신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약하면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 시에도 PCR 음성 결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내년 초에는 감염자 수를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감염자 1명을 찾기 위해 전수 검사를 진행하고, 1명이 나오면 거주 단지 전체를 봉쇄했던 중국으로서는 지나칠 정도로 과감한 태세 전환입니다.

그래서 말을 바꾸고 있습니다. '체면 차리기'에 나선 겁니다.

■ "중증 독감보다 증상 더 가볍다"…중국, 얼마나 빨리 달라질까?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는데, 이제는 안 그래도 된다고 말하기는 쑥스럽습니다. 상황에 떠밀려서 '위드 코로나'를 하는 것을 인정하기는 더욱 쉽지 않습니다.

대신 전염병 전문가들이 바빠졌습니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다수의 전문가를 인터뷰해 내보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증상이 독감보다 심하지 않다거나, 중증이나 폐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이미 올해 초부터 입이 아플 정도로 말해 왔던 내용들입니다.

장쭝더 광저우 중의약대학 부총장이 코로나19 감염증 증상이 독감보다 약하다고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중국 중앙(CC)TV)
장쭝더(张忠德) 광저우 중의약대학 부총장은 6일 중국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확연히 다르고 그 증상도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중증 독감보다 더 가벼운 증상들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일재경과 이차이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 등급을 A에서 B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았습니다. 역시나 변이 바이러스 증상이 약하다는 것이 근거입니다.

언젠가는 '제로 코로나'를 버려야 했던 중국이 드디어 출구를 찾은 분위기입니다. 떠밀려서든 자발적이든 간에, 이제 중요한 것은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감염자 폭증을 관리하며 '위드 코로나'에 적응하느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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