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없어진 상가에서 15초 만에 금은방 털이…경찰 “셔터문 내려야”

입력 2022.12.08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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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은 망치 1개뿐이었습니다.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은 금은방 유리 벽을 부수고 들어간 뒤 진열대에 있는 팔찌 등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딱 '15초'. 심호흡을 한 번 하면 끝나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 귀금속 3천여만 원이 털렸습니다.

범행 9시간 만에 붙잡힌 괴한 3명은 모두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특히 1명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대상인 이른바 '촉법소년'이었습니다. 그들은 왜 금은방을 노렸을까요?

■ "오토바이 수리비 필요했다"...구체적으로 범행 공모

망치를 들고 금은방에 들어간 16살 A군은 평소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 일을 해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형인 19살 B씨의 오토바이 수리비 150만 원을 갚아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B씨도 채무로 인해 돈이 필요해서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부순 진열대10대 청소년들이 부순 진열대

이들은 금은방 60여 곳이 밀집한 광주 귀금속 거리를 범행 장소로 삼았습니다. A군은 혼자서 금은방 절도가 어려웠던 만큼 함께 가담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살 어린 동생 C군과 촉법소년이었던 D군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배달대행업체를 오가며 친해진 사이라고 A군은 진술했습니다. 이들이 귀금속을 가져오면, B씨는 친구 E씨와 함께 물건을 팔기로 했습니다.

■ 반복되는 금은방 절도...경찰 "셔터문 갖추고 내려야"

경찰은 도주 9시간 만에 10대 청소년 3명을 붙잡았습니다. 직접 망치를 들고 귀금속을 훔친 A군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범행을 공모한 B씨와 E씨도 다음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은 촉법소년인 D군을 제외하고 4명을 모두 입건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17일에도 광주에서는 금은방 절도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20대를 포함한 일당 5명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망치로 진열대를 부수고 귀금속 천만 원어치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지난해에는 광주의 한 현직 경찰관이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세 곳 모두 셔터문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 범행의 표적이 됐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광주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은방을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린다"며, "절도가 발생하는 금은방은 대부분이 철문으로 된 셔터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범행 열흘 전 근처 파출소 운영 중단... 상인들 "방범 소홀 우려"

금은방 범죄가 발생하면서 또 다른 논쟁이 생겼습니다. 바로 '파출소'입니다. 범행 장소인 금은방에서 약 1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파출소가 있는데 지난달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그동안 주간에만 운영됐다가, 경찰이 치안수요에 맞게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문을 닫은 겁니다.

지난달 운영을 중단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치안센터지난달 운영을 중단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치안센터

상인들은 같은 범행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열흘 전에 문 닫은 파출소의 운영을 재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금은방 60여 곳이 밀집한 지역의 상인회 관계자는 "파출소가 문을 닫자마자 범죄가 발생했다"며, "코로나19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범죄 표적이 될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광주경찰청은 "파출소 운영 중단으로 생길 수 있는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관할 지구대의 순찰팀 인원을 증원했고, 순찰 활동을 강화했다"며, "파출소 공간은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지구대와 기동대 방범지원 근무 거점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변화된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계속 살펴보면서 개선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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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출소 없어진 상가에서 15초 만에 금은방 털이…경찰 “셔터문 내려야”
    • 입력 2022-12-08 20:10:59
    취재K

준비물은 망치 1개뿐이었습니다. 오토바이 헬멧으로 얼굴을 가린 괴한들은 금은방 유리 벽을 부수고 들어간 뒤 진열대에 있는 팔찌 등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범행에 걸린 시간은 딱 '15초'. 심호흡을 한 번 하면 끝나는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사이 귀금속 3천여만 원이 털렸습니다.

범행 9시간 만에 붙잡힌 괴한 3명은 모두 10대 청소년이었습니다. 특히 1명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대상인 이른바 '촉법소년'이었습니다. 그들은 왜 금은방을 노렸을까요?

■ "오토바이 수리비 필요했다"...구체적으로 범행 공모

망치를 들고 금은방에 들어간 16살 A군은 평소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 일을 해왔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평소 알고 지내던 형인 19살 B씨의 오토바이 수리비 150만 원을 갚아야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B씨도 채무로 인해 돈이 필요해서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이 부순 진열대
이들은 금은방 60여 곳이 밀집한 광주 귀금속 거리를 범행 장소로 삼았습니다. A군은 혼자서 금은방 절도가 어려웠던 만큼 함께 가담한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살 어린 동생 C군과 촉법소년이었던 D군에게 함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배달대행업체를 오가며 친해진 사이라고 A군은 진술했습니다. 이들이 귀금속을 가져오면, B씨는 친구 E씨와 함께 물건을 팔기로 했습니다.

■ 반복되는 금은방 절도...경찰 "셔터문 갖추고 내려야"

경찰은 도주 9시간 만에 10대 청소년 3명을 붙잡았습니다. 직접 망치를 들고 귀금속을 훔친 A군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범행을 공모한 B씨와 E씨도 다음날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경찰은 촉법소년인 D군을 제외하고 4명을 모두 입건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지난달 17일에도 광주에서는 금은방 절도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20대를 포함한 일당 5명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망치로 진열대를 부수고 귀금속 천만 원어치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지난해에는 광주의 한 현직 경찰관이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아났다가 붙잡히기도 했습니다.

세 곳 모두 셔터문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 범행의 표적이 됐습니다. 수사를 담당한 광주 동부경찰서 관계자는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금은방을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린다"며, "절도가 발생하는 금은방은 대부분이 철문으로 된 셔터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범행 열흘 전 근처 파출소 운영 중단... 상인들 "방범 소홀 우려"

금은방 범죄가 발생하면서 또 다른 논쟁이 생겼습니다. 바로 '파출소'입니다. 범행 장소인 금은방에서 약 100m가량 떨어진 곳에는 파출소가 있는데 지난달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그동안 주간에만 운영됐다가, 경찰이 치안수요에 맞게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문을 닫은 겁니다.

지난달 운영을 중단한 광주광역시 동구 충장치안센터
상인들은 같은 범행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며, 열흘 전에 문 닫은 파출소의 운영을 재개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금은방 60여 곳이 밀집한 지역의 상인회 관계자는 "파출소가 문을 닫자마자 범죄가 발생했다"며, "코로나19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범죄 표적이 될까 걱정된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광주경찰청은 "파출소 운영 중단으로 생길 수 있는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관할 지구대의 순찰팀 인원을 증원했고, 순찰 활동을 강화했다"며, "파출소 공간은 유지하면서 필요에 따라 지구대와 기동대 방범지원 근무 거점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변화된 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계속 살펴보면서 개선해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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