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여중생 구한 ‘영웅 군견’ 달관이 “은퇴를 명 받았습니다”

입력 2022.12.08 (21:06) 수정 2022.12.08 (21:0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군, 경찰 5천7백여 명 투입해도 못찾은 실종자...정찰견 달관이가 찾았다

2019년 8월 2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한 야산에서 실종된 지 11일 만에 중학생 조은누리 양이 발견됐습니다.

군, 경찰, 소방 등 수색 당국이 5천7백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 때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 소속 정찰견 달관이가 투입돼 조 양을 기적적으로 발견했습니다.

달관이는 수색 당시 조 양의 체취를 맡고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취하는 '보고' 자세를 취했습니다.

달관이의 '보고' 자세는 앞발은 세우고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은 형탭니다.

당시 달관이의 목줄을 쥐고 있던 군견병 김재현 일병은 이 사실을 박상진 원사에게 전달했고 일대를 수색한 끝에 약 3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조 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웅 군견'으로 떠오른 달관이도 한때는 '탈영견'이었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습니다.

군견교육대가 실시하는 군견 훈련 능력 적격심사 합력률이 30%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대단한 엘리트견이라는 걸 알수 있습니다.

달관이의 초년병 시절은 파란만장합니다.

2014년 2월 28일 훈련을 위해 육군 제1군견교육대로 입교하기 위해 이송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군용 트럭 철망을 뚫고 달아나 '탈영'한겁니다.

군과 경찰은 대대적 수색에 나섰고 충북 증평 나들목 인근 야산에서 주민 신고로 하루 만에 생포됐습니다.

이후 달관이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달관이는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은데다 타고난 후각을 앞세워 2016년 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또 충북 여중생 실종자 구조와 부여 실종자 수색 등 10년동안 모두 12차례에 걸친 수색 작업에 투입돼 활약을 펼쳤습니다.

달관이의 눈에 띄는 활약 덕분에 국민들의 찬사는 이어졌습니다.

'영웅 군견'으로 불리며 "특진을 시켜야 한다" "특식을 주자" 다양한 칭찬과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포상은 없었고 달관이는 묵묵하게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군견은 살아있는 전투장비로 분류돼 계급이 없습니다. 때문에 계급이 없는 달관이가 특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대신 영웅 군견 달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공놀이인데요.

공놀이와 훈련용 보조 사료인 육포를 포상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달관이가 마지막 군견병인 김민수 일병과 공놀이를 하는 시간이 공개됐는데요.

오랫만에 달관이가 좋아하는 공놀이 시간이 즐거웠는지 운동장 저 멀리서 공을 던지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기다리고 있던 달관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조은누리 양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 ...'영웅 군견' 달관이에게 전하는 마음

조한신/조은누리양 아버지
"사랑스러운 딸 은누리의 생명의 은인 견인 달관이가 그동안 수많은 작전을 수행하며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퇴역 후에는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를..."

"나를 찾아줘서 고마웠어"
조은누리 양이 달관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8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서 10년동안 정찰견 업무를 맡아온 달관이의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32사단 사병과 조은누리양, 가족이 함께 참여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군견 은퇴식은 보통 군견훈련소에서 통합해 열리지만, 이번 은퇴식은 달관이의 공로와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사단 장병들이 직접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 장병은 달관이의 활약을 기억하기 위해 달관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직접 그려 전달했고, 장병 모두가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기록한 편지를 엮은 목걸이도 달관이에게 전달됐습니다.

달관이와 8년째 동고동락 박상진 주임원사, 마지막 파트너 군견병 김민수 일병
"달관이가 은퇴 후에라도 편안하기를"

3년 전 실종됐던 조은누리양을 달관이와 함께 구조한 박상진 주임 원사는 달관이와 8년동안 함께 지내온 전우입니다.

달관이의 은퇴식을 바라보는 마음도 절절합니다.


박상진/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 주임원사
"전우로서 감정이 동화되고 (험난한 수색작업을)함께 헤쳐나왔던 달관이 이기에
10년간 생활을 해왔던 달관이가 너무 열심히 잘해줘서 존경하고, 은퇴를 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고 싶고"

달관이와 4개월 전에 만나 마지막 군견병으로 책임을 다했던 김민수 일병도 달관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며 마지막 은퇴식까지 함께 했습니다.


김민수/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 일병(군견병)
"달관이가 순찰할 때마다 워낙 후각이 좋기 때문에 어떤 지형, 지물에서라도
냄새를 맡으면서 딱 찾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감명 깊었습니다."

달관이는 현재 수색능력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람 나이로 치면 70살인 노령이라 체력적 한계를 보이고 있고 오랜 수색 훈련에 관절이 불편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군은 은퇴를 결정했고 달관이가 편안한 노후를 보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 은퇴견 달관이는 어디로?...대부분 은퇴견 군견훈련소나 민간입양행


현재 달관이 소속 부대인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는 은퇴견 달관이가 10년동안 생활해온 익숙한 환경인 이곳에서 여생을 함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군에서 함께 생활하며 경계보조견 역할을 담당하고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의 명예 마스코트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육군본부에 요청했는데요.

아직 육군의 승인이 난 상황이 아니라 달관이가 제2의 여생을 어떻게 보내게 될 지 확정된 바는 없습니다.

보통 은퇴견은 군견훈련소로 되돌아가거나 무상 분양 대상견으로 민간에 분양됩니다.

최근엔 군견의 민간 입양도 코로나19로 부대 방문과 입양이 제한돼 줄었는데요.

국회 국방위원회 송갑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동안 군견 민간 입양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01마리에서 2018년 81마리, 2019년 73마리, 2020년 55마리, 2021년 35마리로 매년 줄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2년 동안 부대 방문과 입양이 제한되면서 아직까지 입양되지 못한 군견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10년동안 정찰견 업무를 맡아온 달관이와 전국 군부대에서 군견으로 제 역할을 담당한 은퇴견들이 은퇴 이후 제2의 시간은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실종 여중생 구한 ‘영웅 군견’ 달관이 “은퇴를 명 받았습니다”
    • 입력 2022-12-08 21:06:56
    • 수정2022-12-08 21:09:03
    취재K

군, 경찰 5천7백여 명 투입해도 못찾은 실종자...정찰견 달관이가 찾았다

2019년 8월 2일 충북 보은군 회인면 한 야산에서 실종된 지 11일 만에 중학생 조은누리 양이 발견됐습니다.

군, 경찰, 소방 등 수색 당국이 5천7백여 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그 때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 소속 정찰견 달관이가 투입돼 조 양을 기적적으로 발견했습니다.

달관이는 수색 당시 조 양의 체취를 맡고 구조 대상자를 발견했을 때 취하는 '보고' 자세를 취했습니다.

달관이의 '보고' 자세는 앞발은 세우고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앉은 형탭니다.

당시 달관이의 목줄을 쥐고 있던 군견병 김재현 일병은 이 사실을 박상진 원사에게 전달했고 일대를 수색한 끝에 약 3미터 떨어진 장소에서 조 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영웅 군견'으로 떠오른 달관이도 한때는 '탈영견'이었다


달관이는 2012년생 수컷 셰퍼드로 2013년 육군군견훈련소에서 20주동안 강도 높은 훈련을 받고 그해 11월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 배치됐습니다.

군견교육대가 실시하는 군견 훈련 능력 적격심사 합력률이 30%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대단한 엘리트견이라는 걸 알수 있습니다.

달관이의 초년병 시절은 파란만장합니다.

2014년 2월 28일 훈련을 위해 육군 제1군견교육대로 입교하기 위해 이송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군용 트럭 철망을 뚫고 달아나 '탈영'한겁니다.

군과 경찰은 대대적 수색에 나섰고 충북 증평 나들목 인근 야산에서 주민 신고로 하루 만에 생포됐습니다.

이후 달관이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달관이는 영리하고 기억력이 좋은데다 타고난 후각을 앞세워 2016년 2작전사령부 군견경연대회 최우수상을 차지하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또 충북 여중생 실종자 구조와 부여 실종자 수색 등 10년동안 모두 12차례에 걸친 수색 작업에 투입돼 활약을 펼쳤습니다.

달관이의 눈에 띄는 활약 덕분에 국민들의 찬사는 이어졌습니다.

'영웅 군견'으로 불리며 "특진을 시켜야 한다" "특식을 주자" 다양한 칭찬과 의견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포상은 없었고 달관이는 묵묵하게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군견은 살아있는 전투장비로 분류돼 계급이 없습니다. 때문에 계급이 없는 달관이가 특진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대신 영웅 군견 달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공놀이인데요.

공놀이와 훈련용 보조 사료인 육포를 포상으로 지급했다고 합니다.

취재 현장에서 달관이가 마지막 군견병인 김민수 일병과 공놀이를 하는 시간이 공개됐는데요.

오랫만에 달관이가 좋아하는 공놀이 시간이 즐거웠는지 운동장 저 멀리서 공을 던지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기다리고 있던 달관이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조은누리 양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 ...'영웅 군견' 달관이에게 전하는 마음

조한신/조은누리양 아버지
"사랑스러운 딸 은누리의 생명의 은인 견인 달관이가 그동안 수많은 작전을 수행하며 많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되어 퇴역 후에는 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기를..."

"나를 찾아줘서 고마웠어"
조은누리 양이 달관이에게 특별한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8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에서 10년동안 정찰견 업무를 맡아온 달관이의 은퇴식이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는 32사단 사병과 조은누리양, 가족이 함께 참여해 자리를 빛냈습니다.

군견 은퇴식은 보통 군견훈련소에서 통합해 열리지만, 이번 은퇴식은 달관이의 공로와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사단 장병들이 직접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한 장병은 달관이의 활약을 기억하기 위해 달관이의 모습을 담은 그림을 직접 그려 전달했고, 장병 모두가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기록한 편지를 엮은 목걸이도 달관이에게 전달됐습니다.

달관이와 8년째 동고동락 박상진 주임원사, 마지막 파트너 군견병 김민수 일병
"달관이가 은퇴 후에라도 편안하기를"

3년 전 실종됐던 조은누리양을 달관이와 함께 구조한 박상진 주임 원사는 달관이와 8년동안 함께 지내온 전우입니다.

달관이의 은퇴식을 바라보는 마음도 절절합니다.


박상진/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 주임원사
"전우로서 감정이 동화되고 (험난한 수색작업을)함께 헤쳐나왔던 달관이 이기에
10년간 생활을 해왔던 달관이가 너무 열심히 잘해줘서 존경하고, 은퇴를 한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고 싶고"

달관이와 4개월 전에 만나 마지막 군견병으로 책임을 다했던 김민수 일병도 달관이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며 마지막 은퇴식까지 함께 했습니다.


김민수/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 일병(군견병)
"달관이가 순찰할 때마다 워낙 후각이 좋기 때문에 어떤 지형, 지물에서라도
냄새를 맡으면서 딱 찾는 모습을 보고 저도 감명 깊었습니다."

달관이는 현재 수색능력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람 나이로 치면 70살인 노령이라 체력적 한계를 보이고 있고 오랜 수색 훈련에 관절이 불편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군은 은퇴를 결정했고 달관이가 편안한 노후를 보내길 바라고 있습니다.

■ 은퇴견 달관이는 어디로?...대부분 은퇴견 군견훈련소나 민간입양행


현재 달관이 소속 부대인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는 은퇴견 달관이가 10년동안 생활해온 익숙한 환경인 이곳에서 여생을 함께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군에서 함께 생활하며 경계보조견 역할을 담당하고 육군 제32보병사단 기동대대의 명예 마스코트로 활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육군본부에 요청했는데요.

아직 육군의 승인이 난 상황이 아니라 달관이가 제2의 여생을 어떻게 보내게 될 지 확정된 바는 없습니다.

보통 은퇴견은 군견훈련소로 되돌아가거나 무상 분양 대상견으로 민간에 분양됩니다.

최근엔 군견의 민간 입양도 코로나19로 부대 방문과 입양이 제한돼 줄었는데요.

국회 국방위원회 송갑석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 동안 군견 민간 입양 현황에 따르면 2017년 101마리에서 2018년 81마리, 2019년 73마리, 2020년 55마리, 2021년 35마리로 매년 줄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2년 동안 부대 방문과 입양이 제한되면서 아직까지 입양되지 못한 군견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10년동안 정찰견 업무를 맡아온 달관이와 전국 군부대에서 군견으로 제 역할을 담당한 은퇴견들이 은퇴 이후 제2의 시간은 편안하게 보낼 수 있는 정책과 대안이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