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상 보류 전례 없다…우리도 충격”

입력 2022.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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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추천했던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입니다. 13살이었던 1944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에 강제동원돼 고된 노동에 시달렸고, 그 억울함을 풀고자 30년 동안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에 사죄를 촉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지난 6일 개최됐던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가 관계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언론에서도 보도됐는데요.

외교부외교부

사죄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수십 년을 싸워오고 있는 양 할머니는 한국 정부의 행태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권위의 양 할머니 추천은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도 협의가 다 끝난 사안이었습니다.

아래는 인권위가 할머니의 투쟁을 돕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에 11월 24일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할머니가 '2022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내용입니다.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관련 안내] (11월 24일 오후 8시)
안녕하십니까, 국가인권위원회 운영지원과 0000 000입니다.

귀하(양금덕 할머니)께서 '2022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훈격: 국민훈장모란장 예정)로 결정되셨음을 알려드리오며,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만 국민훈장의 경우, 현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어, 공문 송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곧 세부사항 안내드리겠으나, 먼저 시상식 관련하여 일시 및 장소를 아래와 같이 안내드립니다.
-일시: 2022.12.9.(금), 오전10:00~11:30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서울 중구 세종대로124)

더불어 한 가지 요청사항이 있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시상식 참석 명단을 확인하시어 회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권위의 수상자 선정 '통보'에 따라 94살의 양금덕 할머니는 시상식에 참석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인권위가 요청한 사진, 수상 소감 등을 모두 준비했고, 리허설 시간에 맞춰 가족과 함께 타고 갈 KTX 표도 끊어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을 사흘 앞두고 인권위로부터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갑자기 할머니의 수상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인권위와 시민모임의 통화 내용을 옮겨봅니다.

중단되거나 드리지 않겠다. 그런 상황은 아닌데, 차관회의랑 국무회의가 있는데, 최종 결정이 원래 지난주나 그쯤까지 거의 보통 나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포상물을 가져와서 이번 주 금요일 행사 때 할머니 모시고 또 이런 여러 가지 행사를 하는데, 이번에 좀 약간 행안부로부터 좀 뒤늦게...

저희도 지금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인데, 일단은 절차, 그러니까 심의가 좀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고 유보 지연 통보를 했습니다. 저희도 현재 상황을 좀 확인 중이고요, 국가기관 대 국가기관으로서 확인 중이고.

12월 9일에 행사인 걸 행안부도 다 알고 있는데 지금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공문으로든 아니면 그리고 또 통화든 직접 방문을 하든지 지금 알아보고는 있는데, 일단은 금요일 행사 때 훈장 수요가 지금 거의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6일)

해마다 인권상 수상자를 결정해 온 인권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수상이 확실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시민모임) 통보를 오늘 받은 거예요?

아닙니다. 어제 받았고 그게 저희도 지금 상황을 다급하게 좀 알아보고는 있습니다.

(시민모임)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지연 또는 유보라고 하는 것인지?

지연이라 하면 이제 포상 결정이 지금 지연된 상황입니다. 저희가 사실은 행안부와의 어떤 실무 협의나 그런 거는 지금 사실 다 완료가 된 상황이었고, 전례로도 이런 일은 사실 거의 없었고, 사실상 없었고 해서 이제 저희도 지금 사정을 좀 확인하고 있습니다.

(시민모임) 아이고 참.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 인권상 이번 결정 이건 수상자가 맞습니까?

지금 사실상 실무 협의 다 완료된 사안이고 지금 원래는 드리는 게 확실한 상황인데, 지금 차관회의와 국무회의가 지금 안건 상정이 안 된 상황이라서... 그게 거기에 올라가면 이제 그냥 바로 결정이 되는 상황이죠. 사실 이제 최종 통보만 남은 상황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포상을 주냐 마냐를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에서 양금덕 할머니께서 어떤 이제 부적당하다 그런 걸 내리는 자리는 아니고요.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6일)

인권위는 또 훈장 수상자로서 할머니의 적격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양금덕 할머니양금덕 할머니

(시민모임) 양금덕 할머니 혹시 대상자 적격성에 문제가 있거나 이게 바뀌거나 그럴...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 만약에 그런 게 문제였다면 실무선에서 정리가 됐을 거고요.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그거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지금 3일 남은 시점에서 금요일 3일이 남았는데 지금 이렇게 전화로 먼저 드려서 저도 상당히 죄송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6일)

시상식을 이틀 앞둔 7일에도 인권위는 양 할머니의 수상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모임) 그러니까 어떤 안건으로 상정해야 되는 시점인데, 안 했다라고 하면 안 한 이유가 있을텐데?

저희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지금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고요 국가기관이기는 합니다만 지금 저희도 어떻게 보면 약간 좀 배신감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저희도 지금 계속 방문, 전화, 공문도 보내서 지금 요청하고 있고요.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7일).

외교부는 8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특정인에 대한 서훈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는 절차상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한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고, 결국 양 할머니의 훈장 수상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이번 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 부처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강제동원 피해자가 한국의 인권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외무성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보는 없다"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스탠스(입장)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참고가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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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권상 보류 전례 없다…우리도 충격”
    • 입력 2022-12-09 07:00:27
    세계는 지금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로 추천했던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입니다. 13살이었던 1944년,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에 강제동원돼 고된 노동에 시달렸고, 그 억울함을 풀고자 30년 동안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에 사죄를 촉구하며 싸우고 있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서훈 안건은 지난 6일 개최됐던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외교부가 관계부처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언론에서도 보도됐는데요.

외교부
사죄 한 마디를 듣기 위해 수십 년을 싸워오고 있는 양 할머니는 한국 정부의 행태에 또 한번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권위의 양 할머니 추천은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도 협의가 다 끝난 사안이었습니다.

아래는 인권위가 할머니의 투쟁을 돕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에 11월 24일 보낸 문자메시지입니다.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다는 얘기가 있지만 할머니가 '2022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내용입니다.

[2022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관련 안내] (11월 24일 오후 8시)
안녕하십니까, 국가인권위원회 운영지원과 0000 000입니다.

귀하(양금덕 할머니)께서 '2022 대한민국인권상' 수상자(훈격: 국민훈장모란장 예정)로 결정되셨음을 알려드리오며,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다만 국민훈장의 경우, 현재 국무회의 의결이라는 절차가 남아있어, 공문 송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곧 세부사항 안내드리겠으나, 먼저 시상식 관련하여 일시 및 장소를 아래와 같이 안내드립니다.
-일시: 2022.12.9.(금), 오전10:00~11:30
-장소: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서울 중구 세종대로124)

더불어 한 가지 요청사항이 있습니다.
행사 준비를 위해, 시상식 참석 명단을 확인하시어 회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인권위의 수상자 선정 '통보'에 따라 94살의 양금덕 할머니는 시상식에 참석할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인권위가 요청한 사진, 수상 소감 등을 모두 준비했고, 리허설 시간에 맞춰 가족과 함께 타고 갈 KTX 표도 끊어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시상식을 사흘 앞두고 인권위로부터 황당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갑자기 할머니의 수상이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인권위와 시민모임의 통화 내용을 옮겨봅니다.

중단되거나 드리지 않겠다. 그런 상황은 아닌데, 차관회의랑 국무회의가 있는데, 최종 결정이 원래 지난주나 그쯤까지 거의 보통 나거든요. 그러면 저희가 포상물을 가져와서 이번 주 금요일 행사 때 할머니 모시고 또 이런 여러 가지 행사를 하는데, 이번에 좀 약간 행안부로부터 좀 뒤늦게...

저희도 지금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인데, 일단은 절차, 그러니까 심의가 좀 절차가 길어지고 있다고 유보 지연 통보를 했습니다. 저희도 현재 상황을 좀 확인 중이고요, 국가기관 대 국가기관으로서 확인 중이고.

12월 9일에 행사인 걸 행안부도 다 알고 있는데 지금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여러 가지 공문으로든 아니면 그리고 또 통화든 직접 방문을 하든지 지금 알아보고는 있는데, 일단은 금요일 행사 때 훈장 수요가 지금 거의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6일)

해마다 인권상 수상자를 결정해 온 인권위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수상이 확실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시민모임) 통보를 오늘 받은 거예요?

아닙니다. 어제 받았고 그게 저희도 지금 상황을 다급하게 좀 알아보고는 있습니다.

(시민모임)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지연 또는 유보라고 하는 것인지?

지연이라 하면 이제 포상 결정이 지금 지연된 상황입니다. 저희가 사실은 행안부와의 어떤 실무 협의나 그런 거는 지금 사실 다 완료가 된 상황이었고, 전례로도 이런 일은 사실 거의 없었고, 사실상 없었고 해서 이제 저희도 지금 사정을 좀 확인하고 있습니다.

(시민모임) 아이고 참.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 인권상 이번 결정 이건 수상자가 맞습니까?

지금 사실상 실무 협의 다 완료된 사안이고 지금 원래는 드리는 게 확실한 상황인데, 지금 차관회의와 국무회의가 지금 안건 상정이 안 된 상황이라서... 그게 거기에 올라가면 이제 그냥 바로 결정이 되는 상황이죠. 사실 이제 최종 통보만 남은 상황이...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 포상을 주냐 마냐를 결정하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쪽에서 양금덕 할머니께서 어떤 이제 부적당하다 그런 걸 내리는 자리는 아니고요.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6일)

인권위는 또 훈장 수상자로서 할머니의 적격성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양금덕 할머니
(시민모임) 양금덕 할머니 혹시 대상자 적격성에 문제가 있거나 이게 바뀌거나 그럴...

그런 건 아닙니다. 그래 만약에 그런 게 문제였다면 실무선에서 정리가 됐을 거고요.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그거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가 지금 3일 남은 시점에서 금요일 3일이 남았는데 지금 이렇게 전화로 먼저 드려서 저도 상당히 죄송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6일)

시상식을 이틀 앞둔 7일에도 인권위는 양 할머니의 수상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민모임) 그러니까 어떤 안건으로 상정해야 되는 시점인데, 안 했다라고 하면 안 한 이유가 있을텐데?

저희도 그걸 모르겠습니다. 저희도 지금 어떻게 보면 피해자이고요 국가기관이기는 합니다만 지금 저희도 어떻게 보면 약간 좀 배신감까지는 아니지만 아무튼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저희도 지금 계속 방문, 전화, 공문도 보내서 지금 요청하고 있고요.


(국가인권위원회-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통화 / 12월 7일).

외교부는 8일 대변인 정례브리핑에서 "특정인에 대한 서훈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 보다는 절차상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한 협의를 거쳐야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고, 결국 양 할머니의 훈장 수상은 없던 일이 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이번 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한국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일본 정부 부처의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강제동원 피해자가 한국의 인권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을 외무성이 파악하고 있었다는 정보는 없다"면서 "한일관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스탠스(입장)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참고가 되는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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