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역대 최대라는데 ‘금달걀’…가격 왜 오를까

입력 2022.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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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 가격이 불안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달걀 한 판(특란 30개) 소비자 가격은 6,727원이다. 1년 전(5,978원)보다 12.3%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친환경·동물복지' 달걀을 사려면 10~15개에 9,000원에 육박한다. 그래도 달걀 한 판에 1만 원에 달했고, 1인당 판매 제한까지 걸었던 지난해 초 '달걀 대란'까지 걱정되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 다만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가격이 이례적인 면은 있다.


■ 7,500만 마리 닭이 매일 달걀 4,500만 개 낳는다

공급은 역대 최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올해 3/4분기 기준 7,586만 마리로, 일 평균 달걀 4,578만 개가 생산되고 있다. 정부가 추정하는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수요량(4,500만 개)을 수십만 개 웃돈다.


그럼에도 가격이 뛰는 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을 우선 의심해볼 수 있다. 10월 17일 고병원성 AI가 올 가을 가금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현재(8일 기준)까지 산란계 농장 9곳에서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산란계 116만 마리가 처분됐는데, 전체 사육 마릿수에 1.5% 남짓한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면 공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초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달걀 대란'이 발생했을 때는 총 109건의 농장 확진 사례 중 46건이 산란계 농장이었다. 당시 다섯달 간 1,696만 마리가 처분됐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4마리 중 1마리(당시 기준 25.8%)가 처분된 것으로, 공급에 직격탄을 날렸다.

■ "유통량 80% 담당 중간상, 불안심리에 미리 물량 확보"

다만 유통업계 가수요가 가격을 조금씩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판단이다. 달걀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경매를 거치지 않는다.(전국에 공판장이 두 곳 있지만, 거래량은 미미하다) 2021년 축산물 유통정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달걀 유통량의 18%는 농가-소매처 간 직계약이지만, 나머지 82%는 중간 수집상(식용란수집판매업체·식용란선별포장업체)을 거친다.


달걀의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중간 수집상은 전국적으로 3,700개 정도 된다. CJ나 풀무원, 초록마을 등 이른바 '대기업 달걀'도 이들에게 제품 제조를 위탁(OEM)해서 유통한다. 이들이 재고 확보를 통상 2~3일치씩 해 왔지만, 이번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물량을 일주일치로 늘렸다는 것이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가정 내 달걀 소비가 조금 늘어났지만 실제 대형마트 유통량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최근 관측됐는데, 중간 유통단계에서 작용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27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늙은 닭 많아 AI에 더 취약

수집상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산란계 농장이 고병원성 AI에 더 취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육계는 병아리 입식 후 30일이 되면 출하한다. 감염병에 걸리기도 전에 농장을 빠져나가 도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란계는 농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계속 알을 낳는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많은 개체들이 많은데, 질병에 취약한 감염 매개체가 된다. 또 대기업 계열화 비중이 93%에 달하는 육계 농장에 비해, 산란계 농장은 자가운영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시설이 열악한 점도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분이다.

■ 늘어난 생산비…화물 파업도 부담

다만 현재 높게 형성된 가격은 부쩍 늘어난 생산비 탓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10월 기준 양계용 배합사료 가격은 ㎏당 661원으로, 1년 전(㎏당 508원)보다 30% 넘게 늘었다.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옥수수·밀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올해 초부터 크게 뛰면서다. 2주 넘게 지속되는 화물연대 파업도 농가에 부담이다. 경기도에서 양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사료 공급이 지연될 경우 외부 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단가가 비싸 생산비가 평소보다 높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달걀 [연합뉴스]지난달 2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달걀 [연합뉴스]

12월은 달걀 수요가 눈에 띄게 많은 시기는 아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케이크에 들어가는 달걀 수요가 늘어난다. 평소보다 이른 설 명절에 전을 부치는 가정에선 달걀을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농식품부가 선제적 조치로 추진하는 신선란 수입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병원성 AI 확산 속도를 우선 살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필요한 조치로 생각된다"라면서 "지난번 '달걀 파동' 때는 미국에서 주로 수입을 했지만, 이번엔 공급처를 다양화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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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급 역대 최대라는데 ‘금달걀’…가격 왜 오를까
    • 입력 2022-12-09 07:00:27
    취재K

달걀 가격이 불안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달걀 한 판(특란 30개) 소비자 가격은 6,727원이다. 1년 전(5,978원)보다 12.3%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친환경·동물복지' 달걀을 사려면 10~15개에 9,000원에 육박한다. 그래도 달걀 한 판에 1만 원에 달했고, 1인당 판매 제한까지 걸었던 지난해 초 '달걀 대란'까지 걱정되는 상황은 아직 아니다. 다만 수급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가격이 이례적인 면은 있다.


■ 7,500만 마리 닭이 매일 달걀 4,500만 개 낳는다

공급은 역대 최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산란계 사육 마릿수는 올해 3/4분기 기준 7,586만 마리로, 일 평균 달걀 4,578만 개가 생산되고 있다. 정부가 추정하는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수요량(4,500만 개)을 수십만 개 웃돈다.


그럼에도 가격이 뛰는 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영향을 우선 의심해볼 수 있다. 10월 17일 고병원성 AI가 올 가을 가금농장에서 첫 발생한 이후 현재(8일 기준)까지 산란계 농장 9곳에서 확진 사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산란계 116만 마리가 처분됐는데, 전체 사육 마릿수에 1.5% 남짓한 수준이다.

이 정도 규모면 공급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초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달걀 대란'이 발생했을 때는 총 109건의 농장 확진 사례 중 46건이 산란계 농장이었다. 당시 다섯달 간 1,696만 마리가 처분됐다. 알을 낳을 수 있는 산란계 4마리 중 1마리(당시 기준 25.8%)가 처분된 것으로, 공급에 직격탄을 날렸다.

■ "유통량 80% 담당 중간상, 불안심리에 미리 물량 확보"

다만 유통업계 가수요가 가격을 조금씩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게 농림축산식품부 판단이다. 달걀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경매를 거치지 않는다.(전국에 공판장이 두 곳 있지만, 거래량은 미미하다) 2021년 축산물 유통정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달걀 유통량의 18%는 농가-소매처 간 직계약이지만, 나머지 82%는 중간 수집상(식용란수집판매업체·식용란선별포장업체)을 거친다.


달걀의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중간 수집상은 전국적으로 3,700개 정도 된다. CJ나 풀무원, 초록마을 등 이른바 '대기업 달걀'도 이들에게 제품 제조를 위탁(OEM)해서 유통한다. 이들이 재고 확보를 통상 2~3일치씩 해 왔지만, 이번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물량을 일주일치로 늘렸다는 것이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가정 내 달걀 소비가 조금 늘어났지만 실제 대형마트 유통량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최근 관측됐는데, 중간 유통단계에서 작용을 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한 산란계 농장에서 차량 소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늙은 닭 많아 AI에 더 취약

수집상들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산란계 농장이 고병원성 AI에 더 취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육계는 병아리 입식 후 30일이 되면 출하한다. 감염병에 걸리기도 전에 농장을 빠져나가 도축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산란계는 농장에 오래 머무르면서 계속 알을 낳는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많은 개체들이 많은데, 질병에 취약한 감염 매개체가 된다. 또 대기업 계열화 비중이 93%에 달하는 육계 농장에 비해, 산란계 농장은 자가운영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시설이 열악한 점도 감염 위험을 높이는 부분이다.

■ 늘어난 생산비…화물 파업도 부담

다만 현재 높게 형성된 가격은 부쩍 늘어난 생산비 탓도 고려해야 한다. 올해 10월 기준 양계용 배합사료 가격은 ㎏당 661원으로, 1년 전(㎏당 508원)보다 30% 넘게 늘었다.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옥수수·밀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올해 초부터 크게 뛰면서다. 2주 넘게 지속되는 화물연대 파업도 농가에 부담이다. 경기도에서 양계 농장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사료 공급이 지연될 경우 외부 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 단가가 비싸 생산비가 평소보다 높아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달걀 [연합뉴스]
12월은 달걀 수요가 눈에 띄게 많은 시기는 아니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케이크에 들어가는 달걀 수요가 늘어난다. 평소보다 이른 설 명절에 전을 부치는 가정에선 달걀을 미리 사두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농식품부가 선제적 조치로 추진하는 신선란 수입도 실무 준비에 들어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병원성 AI 확산 속도를 우선 살펴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필요한 조치로 생각된다"라면서 "지난번 '달걀 파동' 때는 미국에서 주로 수입을 했지만, 이번엔 공급처를 다양화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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