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을 열다] “궤도설계 위해 7개월 매달려…결국 해냈죠”

입력 2022.12.11 (10:00) 수정 2022.1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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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인터뷰
다누리 BLT 비행 궤도 설계 참여
"앞으로 도전적인 우주 탐사 임무 많이 나왔으면"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달탐사사업단에서 심우주 항행을 맡고 있습니다. 다누리의 심우주 궤도를 설계하고, 실제 궤도대로 날아가는지 확인 및 보정하는 일입니다. 일종의 달 탐사 ‘길라잡이’입니다.

애초 다누리는 지구 궤도를 여러 차례 돌다 달로 향하는 ‘위상 전이’ 궤도를 사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미 나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다누리의 무게를 고려해, 현 궤도인 ‘탄도형 달 전이(WSB/BLT)’ 궤도로 변경됐습니다. BLT 궤도는 연료를 위상 전이 방식보다 25%정도 적게 사용하지만, 궤도 설계의 난도가 높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BLT 궤도를 설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BLT) 궤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존재를 알기만 하는 것과, 그걸 실제로 적용해서 탐사선을 보내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궤도 설계를 시작한 2021년 초까지만 해도 BLT 궤도를 적용한 달 탐사 미션은 1990년 일본의 히텐, 2011년 미국의 그레일 뿐이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궤도였고 참고할 만한 사례도 드물었습니다.

■“궤도는 우주탐사 처음이자 마지막”

항우연에선 송 연구원을 포함한 6명이 궤도 설계에 매달렸습니다.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동안 밤을 새워가며 해외 연구논문과 보고서를 뒤졌습니다. BLT 궤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있었지만, 정작 핵심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우주탐사는 말은 협력이지만, 보안상 이유로 실제 기술 이전이 이뤄지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해결해야 했습니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마지막에 미국 나사의 '그레일' 미션 팀에게서 BLT 궤도 검토를 받았고, 수정할 부분이 없다는 회신을 받은 뒤에야 안도했습니다." 나사의 그레일 팀은 2011년 BLT 궤도를 이용해 그레일 탐사선을 달로 발사한 곳입니다.

궤도 설계 후 발사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어두컴컴한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다누리는 항행 데이터를 24시간 항우연으로 전송합니다. 송 연구원을 비롯한 심우주 항행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다누리의 현재 방향과 속도, 위치정보 등을 분석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이 애초 설계했던 궤도 대비 현재 얼마만큼 차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궤도가 계획했던 것보다 달라졌다면 중간중간 궤적수정기동(TCM)을 수행해 틀어진 궤도를 맞춰줍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임무 기간 1년 동안에도 상공 100km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정 기동을 해야 합니다.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 6종이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계획한 임무 기간이 종료된 후에 다누리 궤도를 어떻게 설정할 지도 고민거리입니다. 다누리 궤도를 달 표면 상공 100km로 유지할지, 아니면 궤도를 변경해 새로운 탐사 업무를 수행할지 정해야 합니다. 송 연구원이 "우주 탐사는 궤도에서 시작해 궤도로 끝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인력 갖춘 미 나사 인상 깊어”

우주탐사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미 나사와의 협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들이 가진 많은 인적 자원과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력은 이제 막 달로 궤도선을 보낸 우리나라 연구진에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많은 인력이 부러웠습니다. 한 번은 '궤도 설계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는데, 웃으면서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세고 있느냐'고 하더군요."

다누리의 심우주 항행은 우리나라가 계획하는 2032년 달 착륙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실제 달로 날아가는 궤도를 설계하고 운영해 본 경험은 달 착륙선 개발 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잠시 미국에 거주했던 송 연구원은 부모님이 데려간 워싱턴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을 계기로 우주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우주왕복선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하면 재밌겠다 했는데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송 연구원은 "앞으로 우리도 새롭고 도전적인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무산된) 아포피스 탐사 같은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포피스 탐사 : 우리나라 최초의 소행성 탐사 계획이었지만, 2022년 4월 예비타당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사실상 무산됐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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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ON을 열다] “궤도설계 위해 7개월 매달려…결국 해냈죠”
    • 입력 2022-12-11 10:00:23
    • 수정2022-12-11 10:00:32
    취재K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인터뷰<br />다누리 BLT 비행 궤도 설계 참여<br />"앞으로 도전적인 우주 탐사 임무 많이 나왔으면"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달탐사사업단에서 심우주 항행을 맡고 있습니다. 다누리의 심우주 궤도를 설계하고, 실제 궤도대로 날아가는지 확인 및 보정하는 일입니다. 일종의 달 탐사 ‘길라잡이’입니다.

애초 다누리는 지구 궤도를 여러 차례 돌다 달로 향하는 ‘위상 전이’ 궤도를 사용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미 나사와의 협의 과정에서 다누리의 무게를 고려해, 현 궤도인 ‘탄도형 달 전이(WSB/BLT)’ 궤도로 변경됐습니다. BLT 궤도는 연료를 위상 전이 방식보다 25%정도 적게 사용하지만, 궤도 설계의 난도가 높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BLT 궤도를 설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BLT) 궤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존재를 알기만 하는 것과, 그걸 실제로 적용해서 탐사선을 보내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궤도 설계를 시작한 2021년 초까지만 해도 BLT 궤도를 적용한 달 탐사 미션은 1990년 일본의 히텐, 2011년 미국의 그레일 뿐이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궤도였고 참고할 만한 사례도 드물었습니다.

■“궤도는 우주탐사 처음이자 마지막”

항우연에선 송 연구원을 포함한 6명이 궤도 설계에 매달렸습니다.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동안 밤을 새워가며 해외 연구논문과 보고서를 뒤졌습니다. BLT 궤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있었지만, 정작 핵심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우주탐사는 말은 협력이지만, 보안상 이유로 실제 기술 이전이 이뤄지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해결해야 했습니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
"마지막에 미국 나사의 '그레일' 미션 팀에게서 BLT 궤도 검토를 받았고, 수정할 부분이 없다는 회신을 받은 뒤에야 안도했습니다." 나사의 그레일 팀은 2011년 BLT 궤도를 이용해 그레일 탐사선을 달로 발사한 곳입니다.

궤도 설계 후 발사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어두컴컴한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다누리는 항행 데이터를 24시간 항우연으로 전송합니다. 송 연구원을 비롯한 심우주 항행 연구진은 이 데이터를 이용해 다누리의 현재 방향과 속도, 위치정보 등을 분석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하게 살펴보는 것이 애초 설계했던 궤도 대비 현재 얼마만큼 차이가 있는지 여부입니다. 궤도가 계획했던 것보다 달라졌다면 중간중간 궤적수정기동(TCM)을 수행해 틀어진 궤도를 맞춰줍니다.

"내년 1월 1일부터 임무 기간 1년 동안에도 상공 100km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정 기동을 해야 합니다.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 6종이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입니다."

계획한 임무 기간이 종료된 후에 다누리 궤도를 어떻게 설정할 지도 고민거리입니다. 다누리 궤도를 달 표면 상공 100km로 유지할지, 아니면 궤도를 변경해 새로운 탐사 업무를 수행할지 정해야 합니다. 송 연구원이 "우주 탐사는 궤도에서 시작해 궤도로 끝난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인력 갖춘 미 나사 인상 깊어”

우주탐사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미 나사와의 협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입니다. 그들이 가진 많은 인적 자원과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력은 이제 막 달로 궤도선을 보낸 우리나라 연구진에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많은 인력이 부러웠습니다. 한 번은 '궤도 설계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는데, 웃으면서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세고 있느냐'고 하더군요."

다누리의 심우주 항행은 우리나라가 계획하는 2032년 달 착륙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실제 달로 날아가는 궤도를 설계하고 운영해 본 경험은 달 착륙선 개발 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잠시 미국에 거주했던 송 연구원은 부모님이 데려간 워싱턴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을 계기로 우주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습니다. "우주왕복선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하면 재밌겠다 했는데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송 연구원은 "앞으로 우리도 새롭고 도전적인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무산된) 아포피스 탐사 같은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포피스 탐사 : 우리나라 최초의 소행성 탐사 계획이었지만, 2022년 4월 예비타당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사실상 무산됐다.)

(다누리와 함께 우주 탐사의 개척자가 된 과학자들에 관한 더 많은 기사는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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