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 겨울이 오고 있다”…최악 시나리오 나오는 까닭

입력 2022.12.11 (10:21) 수정 2022.12.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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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를 준비하고 있는 베이징 병원 의료진 (출처: 연합뉴스)장비를 준비하고 있는 베이징 병원 의료진 (출처: 연합뉴스)

"겨울이 오고 있다. (Winter is coming)"

해외 화제 드라마 속 유명 대사만이 아닙니다. 중국에 곧 닥칠 현실입니다.

물리적인 추위 뿐 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입니다.

■감염자는 급감하는데, 대다수 '집콕'

그토록 봉쇄와 격리에 넌더리가 난 중국인들이 역설적이게도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발적 격리'를 선택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중국 당국이 지난 6일 봉쇄와 격리 위주의 고강도 방역 정책을 '확' 바꿨고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는데 왜 외출 대신 '집콕'을 선택하는 것일까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더는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영화관이나 관광지를 가는 것도 가능해졌는데 말이죠.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

심지어 코로나19 일일 감염자도 줄고 있습니다.

9일 기준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1만 2,272명이었습니다. 하루 전보다 3,091명 줄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이 하루 일일 감염자가 나왔던 11월 27일에 비해 무려 70% 정도 감소한 수치입니다. 한때 하루 일일 감염자가 5천 명 이상 나왔던 베이징시의 경우 하루 감염자가 2,223명 발생했습니다.

"실제 감염자 수, 발표보다 많을 것" 불안 확산

현상만 놓고 보면 안도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바로 방역 완화 이후 PCR 검사가 줄었고, 실제 감염자 수는 당국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예고 없이 문을 닫은 한 PCR 검사소. (촬영: 이랑 기자)예고 없이 문을 닫은 한 PCR 검사소. (촬영: 이랑 기자)

실제 하루건너 한 번씩 하던 PCR 검사를 대다수 사람들이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검사를 포기했기 때문인데요.

베이징시 따싱구에 사는 한 중국인은 "거주지 주변 PCR 검사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며 "이제 어디에 가서 검사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기자가 아는 한 중국인의 경우 3일 연속 PCR 검사는 음성이었지만 신속 항원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돼 감염자로 분류됐습니다.

확진자가 진짜 줄었는지 아니면 핵산검사(PCR 검사)를 안 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다 안다고 지적한 한 누리꾼의 글.확진자가 진짜 줄었는지 아니면 핵산검사(PCR 검사)를 안 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다 안다고 지적한 한 누리꾼의 글.

중국 SNS에도 당국의 발표와 달리 주변에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꼬집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PCR 검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병원에 가도 특별한 처방이 없고, 자가 격리하거나 심한 경우 병원에 격리돼야 하는데 누가 자진해서 매를 벌겠냐"고 말했습니다.

방역을 완화한 이후 지방 정부들이 검사소를 대거 폐쇄하고 PCR 검사를 받지 말라고 권유하면서 검사소 자체가 줄었고, 곳곳에서 검사를 해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일부는 감염 증상이 있지만, 일부러 PCR 검사를 받지 않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발표하는 하루 일일 감염자 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겁니다.

그림 위: “하기 싫어요!” 아래: “우리 진짜 신경 안 써주나요?” (출처: 더우인)그림 위: “하기 싫어요!” 아래: “우리 진짜 신경 안 써주나요?” (출처: 더우인)

이러다 보니 이런 상황을 풍자한 그림까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제발 검사 좀 중단하라'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를 신경 써주지 않는 것이냐며 '제발 검사를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가 됐다는 것인데요.

불신과 혼란만 증폭시킬 바에야 신규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9일 자신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계정에 올린 글에서 "신규 감염자가 감소했다는 당국의 발표에 대해 누구도 그 진실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각지에서 실제 상황에서 벗어난 계산 방식으로 감염 수치를 보고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수치를 밝히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외신들 "중국, 올 겨울 코로나19 대유행할 듯"…"100만 명 사망" 최악 시나리오도

얼마나 감염증이 퍼졌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데, 방역은 완화됐습니다. 이제 당연한 수순은 감염 폭증입니다.

방역 수칙 설명판 앞에 베이징 시민이 앉아 있다. (출처: 연합뉴스)방역 수칙 설명판 앞에 베이징 시민이 앉아 있다. (출처: 연합뉴스)

외신들은 하나같이 올 겨울 중국에 시련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노인 계층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중환자를 치료할 만한 의료 시설이 중국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근거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사설에서, 아시아 거시경제 컨설팅업체인 '위그램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모델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이번 겨울에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1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지금처럼 계속 방역을 완화하는 계획 하에서는 일일 사망자가 내년 3월 중순 2만 명까지 치솟고 3월 말에는 중증환자가 중환자실 수용 인원의 10배인 하루 7만 명으로 정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앞서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진도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Nature Medicine)'에 중국 내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국민이 충분히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면 6개월 내 15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모델 분석 결과를 발표했었습니다.

실제 고위험군인 노인층의 접종률이 대부분 연령층보다 떨어집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80세 이상 인구는 3,600만 명인데 현재 이들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6.6%, 3차 접종률은 40%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완화한 시기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중국 정부가 하필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재앙은 이미 어렴풋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타이밍이 매우 나빠요."
-시첸 미국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부교수, CNN방송 인터뷰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신속 항원 검사 장비를 구하거나 약을 사기 위해 아우성입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면, 이제는 약을 사재기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베이징 시의 경우 약국과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해열 진통제 이부프로펜 등이 아예 동났습니다. 사려면 최소 이틀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우한 시민들이 약을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선 모습 (출처: 바이두)우한 시민들이 약을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선 모습 (출처: 바이두)

중국인들에게는 준비할 새도 없이 '위드 코로나'가 닥쳤습니다. 현재는 얼마나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시달렸던 문제를 중국은 준비도 없이 이제야 겪게 됐습니다. 중국의 올해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고 혹독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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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중국, 겨울이 오고 있다”…최악 시나리오 나오는 까닭
    • 입력 2022-12-11 10:21:58
    • 수정2022-12-11 13:53:37
    특파원 리포트
장비를 준비하고 있는 베이징 병원 의료진 (출처: 연합뉴스)
"겨울이 오고 있다. (Winter is coming)"

해외 화제 드라마 속 유명 대사만이 아닙니다. 중국에 곧 닥칠 현실입니다.

물리적인 추위 뿐 만이 아닙니다.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입니다.

■감염자는 급감하는데, 대다수 '집콕'

그토록 봉쇄와 격리에 넌더리가 난 중국인들이 역설적이게도 집 밖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자발적 격리'를 선택했나 싶을 정도입니다.

중국 당국이 지난 6일 봉쇄와 격리 위주의 고강도 방역 정책을 '확' 바꿨고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는데 왜 외출 대신 '집콕'을 선택하는 것일까요?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더는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없고, 영화관이나 관광지를 가는 것도 가능해졌는데 말이죠.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 베이징 시민들 (출처: 연합뉴스)
심지어 코로나19 일일 감염자도 줄고 있습니다.

9일 기준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1만 2,272명이었습니다. 하루 전보다 3,091명 줄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이 하루 일일 감염자가 나왔던 11월 27일에 비해 무려 70% 정도 감소한 수치입니다. 한때 하루 일일 감염자가 5천 명 이상 나왔던 베이징시의 경우 하루 감염자가 2,223명 발생했습니다.

"실제 감염자 수, 발표보다 많을 것" 불안 확산

현상만 놓고 보면 안도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더 불안해졌습니다.

바로 방역 완화 이후 PCR 검사가 줄었고, 실제 감염자 수는 당국 발표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예고 없이 문을 닫은 한 PCR 검사소. (촬영: 이랑 기자)
실제 하루건너 한 번씩 하던 PCR 검사를 대다수 사람들이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검사를 포기했기 때문인데요.

베이징시 따싱구에 사는 한 중국인은 "거주지 주변 PCR 검사소가 모두 문을 닫았다"며 "이제 어디에 가서 검사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기자가 아는 한 중국인의 경우 3일 연속 PCR 검사는 음성이었지만 신속 항원 검사에서는 양성으로 확인돼 감염자로 분류됐습니다.

확진자가 진짜 줄었는지 아니면 핵산검사(PCR 검사)를 안 해서 그런지 사람들은 다 안다고 지적한 한 누리꾼의 글.
중국 SNS에도 당국의 발표와 달리 주변에 감염자가 늘고 있다고 꼬집는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중국인 누리꾼은 "신속 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지만, PCR 검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병원에 가도 특별한 처방이 없고, 자가 격리하거나 심한 경우 병원에 격리돼야 하는데 누가 자진해서 매를 벌겠냐"고 말했습니다.

방역을 완화한 이후 지방 정부들이 검사소를 대거 폐쇄하고 PCR 검사를 받지 말라고 권유하면서 검사소 자체가 줄었고, 곳곳에서 검사를 해도 결과를 확신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일부는 감염 증상이 있지만, 일부러 PCR 검사를 받지 않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발표하는 하루 일일 감염자 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겁니다.

그림 위: “하기 싫어요!” 아래: “우리 진짜 신경 안 써주나요?” (출처: 더우인)
이러다 보니 이런 상황을 풍자한 그림까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제발 검사 좀 중단하라'고 소리치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리를 신경 써주지 않는 것이냐며 '제발 검사를 해달라'고 애원할 정도가 됐다는 것인데요.

불신과 혼란만 증폭시킬 바에야 신규 감염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게 낫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시진 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9일 자신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계정에 올린 글에서 "신규 감염자가 감소했다는 당국의 발표에 대해 누구도 그 진실성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각지에서 실제 상황에서 벗어난 계산 방식으로 감염 수치를 보고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수치를 밝히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라"고 지적했습니다.

■외신들 "중국, 올 겨울 코로나19 대유행할 듯"…"100만 명 사망" 최악 시나리오도

얼마나 감염증이 퍼졌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데, 방역은 완화됐습니다. 이제 당연한 수순은 감염 폭증입니다.

방역 수칙 설명판 앞에 베이징 시민이 앉아 있다. (출처: 연합뉴스)
외신들은 하나같이 올 겨울 중국에 시련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노인 계층의 낮은 백신 접종률과 중환자를 치료할 만한 의료 시설이 중국에는 부족하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근거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사설에서, 아시아 거시경제 컨설팅업체인 '위그램 캐피털 어드바이저'의 모델 분석 결과를 인용해 이번 겨울에 중국에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1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지금처럼 계속 방역을 완화하는 계획 하에서는 일일 사망자가 내년 3월 중순 2만 명까지 치솟고 3월 말에는 중증환자가 중환자실 수용 인원의 10배인 하루 7만 명으로 정점에 다다르게 됩니다.

앞서 중국 푸단대학교 연구진도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 (Nature Medicine)'에 중국 내 코로나19 규제가 완화된 상황에서 국민이 충분히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면 6개월 내 150만 명 이상이 사망할 수 있다는 모델 분석 결과를 발표했었습니다.

실제 고위험군인 노인층의 접종률이 대부분 연령층보다 떨어집니다. 2020년 기준 중국의 80세 이상 인구는 3,600만 명인데 현재 이들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6.6%, 3차 접종률은 40%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방역을 완화한 시기도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합니다. 중국 정부가 하필 독감이 유행하는 겨울철에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재앙은 이미 어렴풋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타이밍이 매우 나빠요."
-시첸 미국 예일대학교 공중보건대학원 부교수, CNN방송 인터뷰

곳곳에서는 벌써부터 신속 항원 검사 장비를 구하거나 약을 사기 위해 아우성입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PCR 검사를 받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다면, 이제는 약을 사재기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습니다. 베이징 시의 경우 약국과 온라인 판매점에서는 해열 진통제 이부프로펜 등이 아예 동났습니다. 사려면 최소 이틀 이상 기다려야 합니다.

우한 시민들이 약을 사기 위해 약국 앞에 긴 줄을 선 모습 (출처: 바이두)
중국인들에게는 준비할 새도 없이 '위드 코로나'가 닥쳤습니다. 현재는 얼마나 코로나19 감염증이 확산했는지조차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전 세계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시달렸던 문제를 중국은 준비도 없이 이제야 겪게 됐습니다. 중국의 올해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고 혹독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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