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농구스타-러 무기 거래상 수감자 맞교환 ‘후폭풍’

입력 2022.12.12 (06:20) 수정 2022.12.1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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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 광장은 매주 월요일 전 세계 특파원들을 연결해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사안을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첫 시간인 오늘 소식은 워싱턴에서 준비했습니다.

김기현 특파원,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 국가에 수감된 자국민을 맞교환했습니다.

해당 장면이 꽤 상징적이었다죠?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미국과 구 소련이 대치했던 냉전 시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제3국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측 정보 당국자들이 마치 포로를 교환하듯 수감자를 맞바꾼 겁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인사는 여자 프로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선수입니다.

마약 밀반입 혐의가 적용돼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지 열 달 만에 미국에 돌아왔습니다.

러시아로 돌아간 수감자는 이른바 '죽음의 상인'으로 불렸던 거물급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무기를 불법 판매한 죄로 미국 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대로 형을 다 산다면 2029년에 풀려날 처지였습니다.

[앵커]

마약 밀반입 혐의와 불법 무기 거래는 한 눈에 봐도 죄질이 확연히 다른데, 어떻게 이런 맞교환이 가능했던 거죠?

[기자]

미 국내 여론이 귀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데다 정치적 박해로 간주됐기 때문입니다.

그라이너 선수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에 체포됐습니다.

러시아가 미국인을 볼모로 삼았다는 여론이 불거진 이유였습니다.

여기에 아프리카계 여성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은 강제 노역과 고문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수감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체포 직후 러시아 측과 석방 협상을 시작했고 지난 7월엔 양측 외교장관이 장시간 전화 통화를 갖기도 했습니다.

당초 미국에선 간첩죄로 5년 째 수감 중인 폴 휠런의 석방도 요구했지만 러시아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설명입니다.

[토니 블링컨/미국 국무장관 : "누구를 미국으로 데려올지 선택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 명 또는 아무도 안 되는 것뿐이었습니다."]

[앵커]

스타 농구 선수는 석방됐지만 다른 미국인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반응이 나올만도 한 데,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언론들은 그라이너 선수 석방 소식과 함께 불법 구금된 인사들의 사연을 잇따라 전하고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추가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협상은 언제나 어렵고 어떤 장담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모든 곳에서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제 임무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물론 이란이나 시리아 등 세계 각국에 불법 구금된 미국인은 쉰 명에 가깝다는 게 미 국무부 설명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정작 그라이너 선수가 미국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은 먼 거리에서 촬영한 화면 정도만 공개됐습니다.

[앵커]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건데, 러시아 측 반응은 미국 쪽과는 상당히 다른 거 같아요.

[기자]

러시아는 당장 귀국 장면을 다루는 방식에서 미국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빅토르 부트가 러시아에 입국하는 장면을 현지 TV가 생중계했습니다.

공항에서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은 물론 소회까지 듣는 등 무기 거래상의 석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박해를 벗어난 양심수 귀환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 수감자 추가 교환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모든 게 가능합니다. 타협점을 찾기 위한 협상 결과, 맞교환이 이뤄졌고 앞으로도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앵커]

흡족한 분위기의 러시아와 달리 미국에선 이번 석방 협상에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죠?

[기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건 야당인 공화당입니다.

앞으로 불법 구금된 미국인 석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거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마이크 월츠/미국 하원 의원/공화당 : "전술적 승리입니다. 그라이너 선수가 돌아와 기쁩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손실입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군통수권자는 우리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미 법무부 내에서도 추가적인 불법 무기 거래 위험성 등을 들며 부트의 석방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정치적 판단인 셈인데 이번 맞교환으로 미-러 관계가 개선됐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양의정 김인수/자료조사:박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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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 농구스타-러 무기 거래상 수감자 맞교환 ‘후폭풍’
    • 입력 2022-12-12 06:20:51
    • 수정2022-12-12 08:02:40
    뉴스광장 1부
[앵커]

뉴스 광장은 매주 월요일 전 세계 특파원들을 연결해 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요 사안을 보다 깊이 있게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첫 시간인 오늘 소식은 워싱턴에서 준비했습니다.

김기현 특파원, 최근 미국과 러시아가 상대 국가에 수감된 자국민을 맞교환했습니다.

해당 장면이 꽤 상징적이었다죠?

[기자]

네, 말씀하신대로 미국과 구 소련이 대치했던 냉전 시대를 떠올리게 만드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제3국인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에서 미국과 러시아 양측 정보 당국자들이 마치 포로를 교환하듯 수감자를 맞바꾼 겁니다.

미국으로 돌아온 인사는 여자 프로농구 스타 브리트니 그라이너 선수입니다.

마약 밀반입 혐의가 적용돼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지 열 달 만에 미국에 돌아왔습니다.

러시아로 돌아간 수감자는 이른바 '죽음의 상인'으로 불렸던 거물급 무기 거래상 빅토르 부트였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 무기를 불법 판매한 죄로 미국 법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대로 형을 다 산다면 2029년에 풀려날 처지였습니다.

[앵커]

마약 밀반입 혐의와 불법 무기 거래는 한 눈에 봐도 죄질이 확연히 다른데, 어떻게 이런 맞교환이 가능했던 거죠?

[기자]

미 국내 여론이 귀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데다 정치적 박해로 간주됐기 때문입니다.

그라이너 선수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전에 체포됐습니다.

러시아가 미국인을 볼모로 삼았다는 여론이 불거진 이유였습니다.

여기에 아프리카계 여성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은 강제 노역과 고문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수감 과정에서 심각한 인권 침해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이 때문에 체포 직후 러시아 측과 석방 협상을 시작했고 지난 7월엔 양측 외교장관이 장시간 전화 통화를 갖기도 했습니다.

당초 미국에선 간첩죄로 5년 째 수감 중인 폴 휠런의 석방도 요구했지만 러시아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설명입니다.

[토니 블링컨/미국 국무장관 : "누구를 미국으로 데려올지 선택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한 명 또는 아무도 안 되는 것뿐이었습니다."]

[앵커]

스타 농구 선수는 석방됐지만 다른 미국인들은 어떻게 할 거냐는 반응이 나올만도 한 데, 어떻습니까?

[기자]

미국 언론들은 그라이너 선수 석방 소식과 함께 불법 구금된 인사들의 사연을 잇따라 전하고 있습니다.

여론을 의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추가 귀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협상은 언제나 어렵고 어떤 장담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계 모든 곳에서 미국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미국 대통령으로서 제 임무입니다."]

현재 러시아는 물론 이란이나 시리아 등 세계 각국에 불법 구금된 미국인은 쉰 명에 가깝다는 게 미 국무부 설명입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정작 그라이너 선수가 미국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은 먼 거리에서 촬영한 화면 정도만 공개됐습니다.

[앵커]

협상은 상대방이 있는 건데, 러시아 측 반응은 미국 쪽과는 상당히 다른 거 같아요.

[기자]

러시아는 당장 귀국 장면을 다루는 방식에서 미국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빅토르 부트가 러시아에 입국하는 장면을 현지 TV가 생중계했습니다.

공항에서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은 물론 소회까지 듣는 등 무기 거래상의 석방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박해를 벗어난 양심수 귀환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과 러시아 간 수감자 추가 교환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모든 게 가능합니다. 타협점을 찾기 위한 협상 결과, 맞교환이 이뤄졌고 앞으로도 이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 반대하지 않습니다."]

[앵커]

흡족한 분위기의 러시아와 달리 미국에선 이번 석방 협상에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죠?

[기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건 야당인 공화당입니다.

앞으로 불법 구금된 미국인 석방에 훨씬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할 거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마이크 월츠/미국 하원 의원/공화당 : "전술적 승리입니다. 그라이너 선수가 돌아와 기쁩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는 손실입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군통수권자는 우리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미 법무부 내에서도 추가적인 불법 무기 거래 위험성 등을 들며 부트의 석방에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정치적 판단인 셈인데 이번 맞교환으로 미-러 관계가 개선됐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오범석/영상편집:양의정 김인수/자료조사:박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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