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2023 경제철학 전투의 최전선

입력 2022.12.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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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법인세를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2023년 예산안 국면의 최전선이다. 양 쪽의 진심에 공정하게 귀기울여 보자는 것이 이 기사의 목표다.


■ 경제부총리의 호소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였다. 자청해 열었던 간담회를 마친 뒤 떠나려던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회의장을 나서다 말고 돌아 들어왔다. 그리고 선 채로 기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늦은 시간 참석에 감사드립니다. 여론을 이겨내지 못하면 계속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여러분들이 좀 도와주십시오. 다시 한번 국회의 전향적 협조를 당부드립니다."고 했다. 표정은 어두웠다. 일종의 절박한 호소였던 셈이다. 지난 9일 저녁, 정부 청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두 가지 사실이 분명했다. 추 부총리에게 이번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의 통과가 매우 중요하다. 새 정부 철학 차원에서도 내년 이후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그렇다. 동시에 이 사활을 건 예산안과 부수 법안의 관철이 쉽지 않다. 견해차가 크다.

우선은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에서 '얼마를 감액할 것인가'에 큰 이견이 있다. 정부는 최대로 양보하면 3조 원까지 감액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평소 감액 수준을 감안하면 최소 5조는 되어야 한단 입장이다. 작지 않은 차이다.

다만 여야가 모두 수정치를 제시하고 있고, 또 접점을 만들기 위한 협의도 지속하고 있다. 합의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문제는 예산안과 함께 통과시켜야 할 세법 부수 법안에 있다. 종합부동산세나 상속세 및 증여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았다. 법인세가 문제였다.


추 부총리는 '거대 야당과 협의해야 하니, 만족스럽진 않지만 대폭 양보했다'는 표현을 자주 썼지만, 법인세는 달랐다. '철학'을 강조했다. "정부가 바뀌었다. 그런데 과거 집권한 분들이 똑같은 가치와 이념으로 정부를 운영하라 한다. 새 정부가 철학과 지향점을 가지고 경제를 운영해보겠다는데, 거대 야당이 동의 못 한단다."면서 "일단 새 정부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몇 년 뒤에 잘잘못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 법인세 감세가 새 정부 경제 철학의 상징인 다섯 이유

실제로 정부는 수많은 논거를 댔다. 우선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다, 세금은 더 늘 수 있다'고 했다. 논리는 이렇다. 법인세를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혁신을 이룬다. 그러면 더 많은 이윤을 낸다. (법인세는 이윤에 매기는 것이므로) 이렇게만 되면 세율을 낮추더라도 거둬들이는 세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①'래퍼 곡선' 이야기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1974년, 워니스키, 도널드 럼즈펠드, 딕 체니와의 점심식사에서 냅킨 위에 종 모양의 곡선을 그리면서 말했다. "세율은 낮지만(가로축), 총 조세수입은 더 많은 최적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감세의 마법을 설명하는 전설적 일화다.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니컬러스 웝숏)

또, 감세하면 기업이 투자는 물론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연관 산업도 함께 좋아진다. 감세의 효과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민 경제 전체로 그 효과가 퍼진다는 얘기다. 모두가 알고 있는 ② '낙수효과'이론이다.

③글로벌 스탠다드도 빠지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유일하게 법인세 올린 것이 문재인 정부다. 세계 흐름에 맞지 않다. 게다가 한국 법인세처럼 '이윤이 많다고 세율을 높이는' 다단계 세율 구조를 가지는 세법 구조는 선진국에선 흔치 않다.

9일 추 부총리는 또 다른 이야기도 들고 나왔다. 법인은 사람이 아니다. 법인세 감세는 초부자 감세 아니다. 삼성전자 주주가 600만 명이다. 국민연금이 대주주이기도 하다. ④국민기업이지 특정 개인 소유가 아니다. 카카오 주주는 190만, 현대차 주주는 120만이다. 이 국민 기업들을 특정 개인이 주인인 초부자 치부하면 안된다 했다.

⑤세계 경제 트렌드도 강조했다. 타이완과 싱가폴, 미국, 일본 할 것 없이 세계는 지금 기업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이 초부자 유치하려고 혈안이겠나? 기업 경쟁력이 조금 더 생기게 제도를 고쳐서, 일자리가 생기고 수출도 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경제 운영의 정도'다.

뜻 밖에 힘을 보탠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야당 출신 의장인데 법인세율 인하안을 통과시키되 2년 유예하면 되지 않느냐 했다. "국가 먹거리 다 타이완에 뺏길 것이냐?"는 직설적 표현까지 썼다. '미·중 경쟁으로 인해 이제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를 찾는데, 마땅한 곳은 타이완과 한국 둘뿐이다. 법인세율 20%인 타이완에 다 뺏기지 않으려면 25%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다.

부총리는 바로 이 관점에서 진심을 담아 호소했고, 그럼에도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이 많은 논거에도 불구하고, 동의하지 않는 야당은 억지를 부리는 걸까?


■ 그 철학, 반론도 만만치 않소이다

=① ,②에 대해
법인세 감세의 조세 효과(래퍼곡선의 진위)나 경제 효과(낙수효과의 존재 여부)는 경제학계의 오랜 화두다.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이른바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은 래퍼곡선이란 예측은 틀린 것으로 실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감세를 강조한 미국 공화당 정권에서 세수는 대체로 감소했다.

낙수효과야말로 논쟁이 백가쟁명이다.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은 없다. 최근의 연구 경향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 되는 경제 구조에서 낙수효과는 점점 기대하기 힘들다'는 방향이다. 기재부는 '감세하면 투자가 는다'는 실증 연구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사실 기재부는 지난 정부 당시 법인세 증세할 때는 '감세의 경제효과는 없으며, 기업 성과는 세율보다는 대내외 경제여건에 좌우된다'는 자료를 냈었다.

다시 말하면, 감세의 효과가 분명하다고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실증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오해하면 안 된다. 증세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근거도 없다. 다시 말해 감세를 놓고 싸우는 양쪽 가운데 누군가 옳다고 확언할 근거는 아직 없다. 실제로 '실증'을 중시한 빈곤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와 아비지트 배너지 부부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레이건의 조세 감면이나, 클린턴의 최고 세율 인상이나, 부시의 세금 감면이나, 장기적인 성장률에 그다지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온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③, ⑤에 대해
국가 간 비교를 해도 세율 변화와 성장률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를 발견한 연구는 별로 없다. 소득과 관련한 연구에서 상위 고소득자 10%에 혜택을 줄 때보다는, 하위 90%에 혜택 줄 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p303)

글로벌 기준과 관련해서는 수치를 제시하는 반론도 적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지난 6월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법인세 명목 세율이 높아 보이기는 하나 법인세와 지방세를 합한 세율을 보면 독일이나 일본, 프랑스보다 낮다.

특히 '총조세 및 부담률' 통계에선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법인세와 사회 보험료 성격 등의 의무 기여금(준조세)을 포함한 기업의 소득 대비 세금부담이 차지하는 비율 통계다.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조세 성격 비용의 부담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인데,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 및 부담률은 33.2%에 해당한다. 높아보이지만 OECD 국가 평균 41.6%와 세계 평균 40.4%와 비교하면 각각 8.4%p, 7.2%p 낮다. 심지어 트럼프 집권 시 법인세를 크게 낮추었던 미국의 36.6%와 비교해도 3.4%p 낮은 수치라는 게 나라살림 연구소 보고서의 결론이다.

자료 : 나라살림연구소자료 : 나라살림연구소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감세 혹은 낮은 법인세율이라는 주장의 사실성이다. 올해 국제 조세 협약의 핵심은 '글로벌 법인세'다. 최저세율을 정하자는 논의가 결실 직전 단계에 있다. 이 협약의 본질은 분명하다. 기업이 사회에 더 기여하도록, 세금을 더 내게 하자는 것이다. 2천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법인세가 낮아졌다는 얘기가 전반적으론 사실에 부합할지는 몰라도, 최신의 트렌드는 그 반대방향이다.

또한, 아무리 세율을 낮춘들 한 자릿수 실효세율인 싱가포르 같은 나라보다 낮출 수 있느냐, 아니라면 상대적 경쟁력 강화에 도움 안 되는 감세를 할 이유가 있냐는 반론이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기업이 지금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세율' 때문이냐, 한국이 세율을 낮춘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겠느냐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 사실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팽팽하다. 지금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할 기준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그건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 모두 논리적인 근거가 있고, 실증적으로는 둘 다 약점이 있다.

법인세 인하를 철학적 구심점으로 내세우는 쪽은 '정말 감세가 성장을 이끌 수 있는가'라는 질문, 혹은 '최신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감세인가'라는 질문 앞에 모두가 동의할 답을 내놓지 못한다. 동시에 '감세는 절대 반대'라는 진영 역시 '그럼 성장의 한계 앞에서 기업 혁신과 수출 증대 이외의 해법이 있는가?' 의 측면에서 건설적 답을 가지고 있진 못하다.

동시에 이 논의에는 한국적 특수성까지 결부되어 있다.

■ 남은 ④번 : 재벌의 시선에 대한 시민들의 의심

자료:Jtbc자료: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화제성은 재벌에 대한 시민 집단의 인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재벌이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을 바라는 주체'라고 바라보지 않는 다수 시민이 있다. 그들은 재벌이 고용의 승계나 사회적 의미보다 이윤 동기를 중시한다고 믿는다. 특히, 한 집안의 사적 영속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승계를 위해서라면 불법과 탈법도 서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시각을 편견에 기반한 '반기업 정서'라고 부를 수 있지만, 주인공의 재벌 무너트리기에서 '쾌감을 느끼는' 시민이 있는 한 부정하기도 쉽지 않다.

법인세 감세 철학을 구현할 기회를 달라고 부총리는 여론에 호소했다. 전투의 최전선에 선 셈이다. 문제는 이 전투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절실함과 진심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그 진심에 반대하는 철학의 크기 또한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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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인세, 2023 경제철학 전투의 최전선
    • 입력 2022-12-13 08:00:16
    취재K
법인세를 둘러싼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2023년 예산안 국면의 최전선이다. 양 쪽의 진심에 공정하게 귀기울여 보자는 것이 이 기사의 목표다.<br />

■ 경제부총리의 호소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간담회였다. 자청해 열었던 간담회를 마친 뒤 떠나려던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회의장을 나서다 말고 돌아 들어왔다. 그리고 선 채로 기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늦은 시간 참석에 감사드립니다. 여론을 이겨내지 못하면 계속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여러분들이 좀 도와주십시오. 다시 한번 국회의 전향적 협조를 당부드립니다."고 했다. 표정은 어두웠다. 일종의 절박한 호소였던 셈이다. 지난 9일 저녁, 정부 청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두 가지 사실이 분명했다. 추 부총리에게 이번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의 통과가 매우 중요하다. 새 정부 철학 차원에서도 내년 이후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그렇다. 동시에 이 사활을 건 예산안과 부수 법안의 관철이 쉽지 않다. 견해차가 크다.

우선은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에서 '얼마를 감액할 것인가'에 큰 이견이 있다. 정부는 최대로 양보하면 3조 원까지 감액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야당은 평소 감액 수준을 감안하면 최소 5조는 되어야 한단 입장이다. 작지 않은 차이다.

다만 여야가 모두 수정치를 제시하고 있고, 또 접점을 만들기 위한 협의도 지속하고 있다. 합의는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

문제는 예산안과 함께 통과시켜야 할 세법 부수 법안에 있다. 종합부동산세나 상속세 및 증여세, 금융투자소득세 등에서는 이견이 크지 않았다. 법인세가 문제였다.


추 부총리는 '거대 야당과 협의해야 하니, 만족스럽진 않지만 대폭 양보했다'는 표현을 자주 썼지만, 법인세는 달랐다. '철학'을 강조했다. "정부가 바뀌었다. 그런데 과거 집권한 분들이 똑같은 가치와 이념으로 정부를 운영하라 한다. 새 정부가 철학과 지향점을 가지고 경제를 운영해보겠다는데, 거대 야당이 동의 못 한단다."면서 "일단 새 정부를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몇 년 뒤에 잘잘못을 평가해달라."고 했다.

■ 법인세 감세가 새 정부 경제 철학의 상징인 다섯 이유

실제로 정부는 수많은 논거를 댔다. 우선 '세금을 깎아주는 게 아니다, 세금은 더 늘 수 있다'고 했다. 논리는 이렇다. 법인세를 깎아주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혁신을 이룬다. 그러면 더 많은 이윤을 낸다. (법인세는 이윤에 매기는 것이므로) 이렇게만 되면 세율을 낮추더라도 거둬들이는 세금은 더 늘어날 수 있다.

①'래퍼 곡선' 이야기다. 미국의 경제학자 아서 래퍼는 1974년, 워니스키, 도널드 럼즈펠드, 딕 체니와의 점심식사에서 냅킨 위에 종 모양의 곡선을 그리면서 말했다. "세율은 낮지만(가로축), 총 조세수입은 더 많은 최적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 감세의 마법을 설명하는 전설적 일화다. (새뮤얼슨 vs. 프리드먼, 니컬러스 웝숏)

또, 감세하면 기업이 투자는 물론 고용도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연관 산업도 함께 좋아진다. 감세의 효과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민 경제 전체로 그 효과가 퍼진다는 얘기다. 모두가 알고 있는 ② '낙수효과'이론이다.

③글로벌 스탠다드도 빠지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유일하게 법인세 올린 것이 문재인 정부다. 세계 흐름에 맞지 않다. 게다가 한국 법인세처럼 '이윤이 많다고 세율을 높이는' 다단계 세율 구조를 가지는 세법 구조는 선진국에선 흔치 않다.

9일 추 부총리는 또 다른 이야기도 들고 나왔다. 법인은 사람이 아니다. 법인세 감세는 초부자 감세 아니다. 삼성전자 주주가 600만 명이다. 국민연금이 대주주이기도 하다. ④국민기업이지 특정 개인 소유가 아니다. 카카오 주주는 190만, 현대차 주주는 120만이다. 이 국민 기업들을 특정 개인이 주인인 초부자 치부하면 안된다 했다.

⑤세계 경제 트렌드도 강조했다. 타이완과 싱가폴, 미국, 일본 할 것 없이 세계는 지금 기업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들이 초부자 유치하려고 혈안이겠나? 기업 경쟁력이 조금 더 생기게 제도를 고쳐서, 일자리가 생기고 수출도 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 '경제 운영의 정도'다.

뜻 밖에 힘을 보탠 것은 김진표 국회의장이다. 야당 출신 의장인데 법인세율 인하안을 통과시키되 2년 유예하면 되지 않느냐 했다. "국가 먹거리 다 타이완에 뺏길 것이냐?"는 직설적 표현까지 썼다. '미·중 경쟁으로 인해 이제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를 찾는데, 마땅한 곳은 타이완과 한국 둘뿐이다. 법인세율 20%인 타이완에 다 뺏기지 않으려면 25%인 최고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다.

부총리는 바로 이 관점에서 진심을 담아 호소했고, 그럼에도 야당은 요지부동이다. 이 많은 논거에도 불구하고, 동의하지 않는 야당은 억지를 부리는 걸까?


■ 그 철학, 반론도 만만치 않소이다

=① ,②에 대해
법인세 감세의 조세 효과(래퍼곡선의 진위)나 경제 효과(낙수효과의 존재 여부)는 경제학계의 오랜 화두다. 정부 역할을 강조하는 이른바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은 래퍼곡선이란 예측은 틀린 것으로 실증되었다고 주장한다. 역사적으로 감세를 강조한 미국 공화당 정권에서 세수는 대체로 감소했다.

낙수효과야말로 논쟁이 백가쟁명이다. 수많은 연구가 있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은 없다. 최근의 연구 경향은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 되는 경제 구조에서 낙수효과는 점점 기대하기 힘들다'는 방향이다. 기재부는 '감세하면 투자가 는다'는 실증 연구를 언급하고는 있지만, 사실 기재부는 지난 정부 당시 법인세 증세할 때는 '감세의 경제효과는 없으며, 기업 성과는 세율보다는 대내외 경제여건에 좌우된다'는 자료를 냈었다.

다시 말하면, 감세의 효과가 분명하다고 모두를 납득시킬만한 실증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오해하면 안 된다. 증세해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근거도 없다. 다시 말해 감세를 놓고 싸우는 양쪽 가운데 누군가 옳다고 확언할 근거는 아직 없다. 실제로 '실증'을 중시한 빈곤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와 아비지트 배너지 부부는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에서 "레이건의 조세 감면이나, 클린턴의 최고 세율 인상이나, 부시의 세금 감면이나, 장기적인 성장률에 그다지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온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③, ⑤에 대해
국가 간 비교를 해도 세율 변화와 성장률 사이에 분명한 상관관계를 발견한 연구는 별로 없다. 소득과 관련한 연구에서 상위 고소득자 10%에 혜택을 줄 때보다는, 하위 90%에 혜택 줄 때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p303)

글로벌 기준과 관련해서는 수치를 제시하는 반론도 적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의 지난 6월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법인세 명목 세율이 높아 보이기는 하나 법인세와 지방세를 합한 세율을 보면 독일이나 일본, 프랑스보다 낮다.

특히 '총조세 및 부담률' 통계에선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인다. 법인세와 사회 보험료 성격 등의 의무 기여금(준조세)을 포함한 기업의 소득 대비 세금부담이 차지하는 비율 통계다.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고 있는 조세 성격 비용의 부담률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인데,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총조세 및 부담률은 33.2%에 해당한다. 높아보이지만 OECD 국가 평균 41.6%와 세계 평균 40.4%와 비교하면 각각 8.4%p, 7.2%p 낮다. 심지어 트럼프 집권 시 법인세를 크게 낮추었던 미국의 36.6%와 비교해도 3.4%p 낮은 수치라는 게 나라살림 연구소 보고서의 결론이다.

자료 : 나라살림연구소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감세 혹은 낮은 법인세율이라는 주장의 사실성이다. 올해 국제 조세 협약의 핵심은 '글로벌 법인세'다. 최저세율을 정하자는 논의가 결실 직전 단계에 있다. 이 협약의 본질은 분명하다. 기업이 사회에 더 기여하도록, 세금을 더 내게 하자는 것이다. 2천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법인세가 낮아졌다는 얘기가 전반적으론 사실에 부합할지는 몰라도, 최신의 트렌드는 그 반대방향이다.

또한, 아무리 세율을 낮춘들 한 자릿수 실효세율인 싱가포르 같은 나라보다 낮출 수 있느냐, 아니라면 상대적 경쟁력 강화에 도움 안 되는 감세를 할 이유가 있냐는 반론이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 기업이 지금 미국에 투자하는 것이 '세율' 때문이냐, 한국이 세율을 낮춘다고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오겠느냐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지 않다.

■ 사실 결론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팽팽하다. 지금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사실은 '모두가 동의할 기준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그건 도움이 안된다는 입장 모두 논리적인 근거가 있고, 실증적으로는 둘 다 약점이 있다.

법인세 인하를 철학적 구심점으로 내세우는 쪽은 '정말 감세가 성장을 이끌 수 있는가'라는 질문, 혹은 '최신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감세인가'라는 질문 앞에 모두가 동의할 답을 내놓지 못한다. 동시에 '감세는 절대 반대'라는 진영 역시 '그럼 성장의 한계 앞에서 기업 혁신과 수출 증대 이외의 해법이 있는가?' 의 측면에서 건설적 답을 가지고 있진 못하다.

동시에 이 논의에는 한국적 특수성까지 결부되어 있다.

■ 남은 ④번 : 재벌의 시선에 대한 시민들의 의심

자료: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화제성은 재벌에 대한 시민 집단의 인식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재벌이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을 바라는 주체'라고 바라보지 않는 다수 시민이 있다. 그들은 재벌이 고용의 승계나 사회적 의미보다 이윤 동기를 중시한다고 믿는다. 특히, 한 집안의 사적 영속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승계를 위해서라면 불법과 탈법도 서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시각을 편견에 기반한 '반기업 정서'라고 부를 수 있지만, 주인공의 재벌 무너트리기에서 '쾌감을 느끼는' 시민이 있는 한 부정하기도 쉽지 않다.

법인세 감세 철학을 구현할 기회를 달라고 부총리는 여론에 호소했다. 전투의 최전선에 선 셈이다. 문제는 이 전투가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절실함과 진심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그 진심에 반대하는 철학의 크기 또한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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