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다녀오니 바뀐 도어락…침대엔 낯선 남성 ‘쿨쿨’

입력 2022.12.13 (11:26) 수정 2022.12.1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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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열쇠 업체를 불러 강제 개방한 피해자 오피스텔 현관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경찰이 열쇠 업체를 불러 강제 개방한 피해자 오피스텔 현관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황당한 상상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4박 5일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갔다 막 집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이 끝난 뒤의 나른한 피로를 느끼며 오피스텔 앞에 섭니다. 얼른 짐을 풀고 쉬고 싶은 생각에 성급하게 도어락을 열려고 다가서는 순간, 처음 보는 낯선 도어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층에 잘못 내렸나?' 하지만 그런 의심도 잠시, 오피스텔 호수를 다시 확인하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곳은 명백한 당신의 집입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온 내 집에, 깜쪽같이 새 도어락이 달려 있고, 누군가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공포영화 같은 상황이 내게 현실로…

영화 같은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4박 5일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온 후 집 앞에 도착해 깜짝 놀랐습니다. 집 앞에 있어야 할 택배가 없었고 현관문 '도어락'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열쇠 업체를 불러 1시간 반 만에 강제로 문을 연 뒤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 안에서는 더 놀라운 모습이 목격됐는데요. 40대 남성 B 씨가 잠에서 막 깨어난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 열쇠업자 불러 무단 침입…"지인 이야기 듣고 들어가"

이 남성은 A 씨가 여행에서 돌아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먼저 이 집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열쇠업자를 불러 35만 원을 주고 도어락을 교체한 뒤 들어가 이 집에서 1박 2일을 지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 주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 남성은 "춥고 배가 고팠는데 노숙을 하며 알게 된 지인이 이 집이 비어있다고 해 들어갔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노숙 중인 건 맞지만, 통장 등에 몇백만 원의 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왜 숙박업소에 가지 않았느냐는 경찰 질문에 황당하게도 "돈이 아까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타인에 대한 불신감 생겨…정신과 진료까지"

A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피해 사실을 공유했습니다. A 씨는 "제가 만족하며 생활하던 공간은 사건 이후 불안과 공포의 공간이 됐다"며 "보증금을 받기도 전에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이 있고 보름도 안 돼 이사를 하게 된 겁니다.

또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건 이후 불안감으로 수면장애도 생겼고, 정신과 진료도 받고 있다"며 "타인에 대한 불신도 생겨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도어락을 교체해준 열쇠업체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B 씨를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다만 지인 이야기를 듣고 A 씨 집에 들어갔다는 범행 동기에 의문점이 많아 공범 여부를 확인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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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다녀오니 바뀐 도어락…침대엔 낯선 남성 ‘쿨쿨’
    • 입력 2022-12-13 11:26:56
    • 수정2022-12-13 13:59:57
    취재K
경찰이 열쇠 업체를 불러 강제 개방한 피해자 오피스텔 현관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지금부터 여러분과 함께 황당한 상상을 하나 해보겠습니다.

당신은 지금 4박 5일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갔다 막 집에 도착했습니다. 여행이 끝난 뒤의 나른한 피로를 느끼며 오피스텔 앞에 섭니다. 얼른 짐을 풀고 쉬고 싶은 생각에 성급하게 도어락을 열려고 다가서는 순간, 처음 보는 낯선 도어락이 눈에 들어옵니다. 당신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층에 잘못 내렸나?' 하지만 그런 의심도 잠시, 오피스텔 호수를 다시 확인하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이곳은 명백한 당신의 집입니다. 하지만 며칠 만에 온 내 집에, 깜쪽같이 새 도어락이 달려 있고, 누군가가 내 침대에서 자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공포영화 같은 상황이 내게 현실로…

영화 같은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18일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의 한 오피스텔에 사는 30대 여성 A 씨는 4박 5일 일정으로 해외 여행을 다녀온 후 집 앞에 도착해 깜짝 놀랐습니다. 집 앞에 있어야 할 택배가 없었고 현관문 '도어락'도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던 겁니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과 함께 열쇠 업체를 불러 1시간 반 만에 강제로 문을 연 뒤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집 안에서는 더 놀라운 모습이 목격됐는데요. 40대 남성 B 씨가 잠에서 막 깨어난 모습이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 열쇠업자 불러 무단 침입…"지인 이야기 듣고 들어가"

이 남성은 A 씨가 여행에서 돌아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오피스텔 관리사무소에 먼저 이 집 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거절당했습니다. 이후 열쇠업자를 불러 35만 원을 주고 도어락을 교체한 뒤 들어가 이 집에서 1박 2일을 지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 주소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 남성은 "춥고 배가 고팠는데 노숙을 하며 알게 된 지인이 이 집이 비어있다고 해 들어갔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또 경찰 조사 결과 노숙 중인 건 맞지만, 통장 등에 몇백만 원의 돈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왜 숙박업소에 가지 않았느냐는 경찰 질문에 황당하게도 "돈이 아까워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타인에 대한 불신감 생겨…정신과 진료까지"

A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피해 사실을 공유했습니다. A 씨는 "제가 만족하며 생활하던 공간은 사건 이후 불안과 공포의 공간이 됐다"며 "보증금을 받기도 전에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이 있고 보름도 안 돼 이사를 하게 된 겁니다.

또 "낙천적인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사건 이후 불안감으로 수면장애도 생겼고, 정신과 진료도 받고 있다"며 "타인에 대한 불신도 생겨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습니다. 특히 신분을 확인하지 않고 도어락을 교체해준 열쇠업체에 대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B 씨를 주거침입과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다만 지인 이야기를 듣고 A 씨 집에 들어갔다는 범행 동기에 의문점이 많아 공범 여부를 확인하는 등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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