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정리될까?…대구·경북 진실규명 결정 단 4건

입력 2022.12.13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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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한 장면영화 ‘살인의 추억’ 한 장면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입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사건 발생 30여 년이 지난 2019년 10월, 이춘재의 자백으로 진범이 밝혀졌고요.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한 윤성여 씨는 이듬해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 진실화해위, '이춘재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지난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도 윤성여 씨 등 '이춘재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용의자로 지목돼 고문, 허위자백 등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가 알려진 것보다 스무 명 더 있다고 밝혔고요. 또, 피해자 중 한 명인 김 모 양 사건을 경찰이 단순 가출인 것처럼 은폐했다고도 전했습니다.


■ 2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신청 마감…1기 접수 건수 1.6배

진실규명을 결정한 진실화해위는 1기가 2006년부터 4년 7개월간 활동한 뒤 2010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이후 2020년 6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10년 만에 2기가 재출범했는데요.

2기 위원회는 지난 9일까지 진실규명 신청을 2년간 다시 받았습니다. 정확한 건수는 중복 신청 정리 등 정확히 집계돼야 하지만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만 7천여 건이 접수됐습니다. 이는 1기 접수 건수인 만 860건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1,348건이 신청됐는데 경주, 영덕, 문경에서만 526건으로 39%를 차지합니다.


■ 대구·경북 진실규명 결정 사건 '단 4건'

그런데 지금까지 대구·경북 지역에서 진실규명이 결정된 사건은 단 4건에 불과합니다. 경북 경산, 고령, 경주에서 각각 있었던 '국민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과 '경산 박사리의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입니다.

경산의 국민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은 경산 주민 12명이 좌익에 협조하거나 국민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군경에 의해 평산동 코발트 광산에서 집단 희생된 사건입니다. 코발트 광산에서는 이번에 추가로 밝혀진 이 12명 외에도 대구형무소 재소자 등 3천5백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령 사건 역시 1950년 7~8월쯤 고령 주민 34명이 국민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군경에 집단 희생된 사건입니다. 희생자 대부분은 20~30대의 농업 종사자였고,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경주 사건도 1950년 7월부터 9월 초 사이 경주 주민 29명이 희생됐는데, 이 역시 20~30대의 농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었고요. 가해 주체는 경주경찰서 소속 경찰과 육군정보국 소속 CIC 경주 지구 파견대 등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산 박사리의 사건은 경산 박사리와 음양리, 대동리 마을 주민 34명이 1949년 11월 박사리를 습격한 빨치산에 의해 희생되거나 상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들에 대해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유해 발굴과 추모제, 위령비 건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사건들의 진실을 역사기록에 반영하고 평화 인권 교육도 시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유해발굴 계속…예산·인력 부족과 주민 설득은 '과제'

진실화해위원회는 올해 전국 6개 지역, 7개소에서 유해 발굴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대구·경북에서는 보도연맹과 10월 항쟁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인 대구 달성군 가창면 산이 포함됐습니다.

내년에도 위원회는 유해 발굴을 추진하는데요. 경북권에서는 유해 발굴 가능지 4곳과 잠재적 발굴 가능지 4곳 등 모두 8곳이 포함됐습니다. 유해발굴 가능지는 유해발굴 가능성이 커 우선 발굴 대상지로 선정된 곳이고, 잠재적 발굴 가능지는 땅 주인과의 협의 등 장애요소가 있어 현안이 해결되면 발굴이 가능한 곳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예산이 11억 원에 불과하고 조사관 등 인력도 부족합니다 . 특히 유해 발굴지가 사유지인 경우 땅 주인을 설득해야 하고요. 위령비나 추모시설을 건립하는데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커 자치단체도 사업에 미온적입니다.

더욱이 제주 4.3을 폭동이라 주장한 김광동 상임위원이 지난주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관련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사 정리는 평화와 통합의 시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피해자와 유족 대부분이 이제는 고령이 된 만큼, 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하루빨리 진상 규명에 나서고 국가적 보상도 늦지 않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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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3 17:41:40
    취재K
영화 ‘살인의 추억’ 한 장면
2003년 개봉한 영화 살인의 추억입니다. 이 영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경기도 화성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사건 발생 30여 년이 지난 2019년 10월, 이춘재의 자백으로 진범이 밝혀졌고요.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옥살이한 윤성여 씨는 이듬해 재심으로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 진실화해위, '이춘재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

지난주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도 윤성여 씨 등 '이춘재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쓴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결정했습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용의자로 지목돼 고문, 허위자백 등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가 알려진 것보다 스무 명 더 있다고 밝혔고요. 또, 피해자 중 한 명인 김 모 양 사건을 경찰이 단순 가출인 것처럼 은폐했다고도 전했습니다.


■ 2기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신청 마감…1기 접수 건수 1.6배

진실규명을 결정한 진실화해위는 1기가 2006년부터 4년 7개월간 활동한 뒤 2010년 활동을 종료했습니다. 이후 2020년 6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10년 만에 2기가 재출범했는데요.

2기 위원회는 지난 9일까지 진실규명 신청을 2년간 다시 받았습니다. 정확한 건수는 중복 신청 정리 등 정확히 집계돼야 하지만 지난달 10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만 7천여 건이 접수됐습니다. 이는 1기 접수 건수인 만 860건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치입니다.

이 가운데 대구·경북에서는 1,348건이 신청됐는데 경주, 영덕, 문경에서만 526건으로 39%를 차지합니다.


■ 대구·경북 진실규명 결정 사건 '단 4건'

그런데 지금까지 대구·경북 지역에서 진실규명이 결정된 사건은 단 4건에 불과합니다. 경북 경산, 고령, 경주에서 각각 있었던 '국민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과 '경산 박사리의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입니다.

경산의 국민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은 경산 주민 12명이 좌익에 협조하거나 국민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1950년 군경에 의해 평산동 코발트 광산에서 집단 희생된 사건입니다. 코발트 광산에서는 이번에 추가로 밝혀진 이 12명 외에도 대구형무소 재소자 등 3천5백여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령 사건 역시 1950년 7~8월쯤 고령 주민 34명이 국민 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 등으로 군경에 집단 희생된 사건입니다. 희생자 대부분은 20~30대의 농업 종사자였고,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경주 사건도 1950년 7월부터 9월 초 사이 경주 주민 29명이 희생됐는데, 이 역시 20~30대의 농업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었고요. 가해 주체는 경주경찰서 소속 경찰과 육군정보국 소속 CIC 경주 지구 파견대 등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산 박사리의 사건은 경산 박사리와 음양리, 대동리 마을 주민 34명이 1949년 11월 박사리를 습격한 빨치산에 의해 희생되거나 상해를 입은 사건입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들에 대해 국가가 희생자와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유해 발굴과 추모제, 위령비 건립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사건들의 진실을 역사기록에 반영하고 평화 인권 교육도 시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 유해발굴 계속…예산·인력 부족과 주민 설득은 '과제'

진실화해위원회는 올해 전국 6개 지역, 7개소에서 유해 발굴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 대구·경북에서는 보도연맹과 10월 항쟁 관련 유해 매장 추정지인 대구 달성군 가창면 산이 포함됐습니다.

내년에도 위원회는 유해 발굴을 추진하는데요. 경북권에서는 유해 발굴 가능지 4곳과 잠재적 발굴 가능지 4곳 등 모두 8곳이 포함됐습니다. 유해발굴 가능지는 유해발굴 가능성이 커 우선 발굴 대상지로 선정된 곳이고, 잠재적 발굴 가능지는 땅 주인과의 협의 등 장애요소가 있어 현안이 해결되면 발굴이 가능한 곳입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예산이 11억 원에 불과하고 조사관 등 인력도 부족합니다 . 특히 유해 발굴지가 사유지인 경우 땅 주인을 설득해야 하고요. 위령비나 추모시설을 건립하는데도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커 자치단체도 사업에 미온적입니다.

더욱이 제주 4.3을 폭동이라 주장한 김광동 상임위원이 지난주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관련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사 정리는 평화와 통합의 시대로 가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피해자와 유족 대부분이 이제는 고령이 된 만큼, 정부와 자치단체 모두 하루빨리 진상 규명에 나서고 국가적 보상도 늦지 않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 이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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