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브형 마스크 착용 제한’ 영업 손실 주장…재판부 판단은?

입력 2022.12.14 (08:00) 수정 2022.12.1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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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내린 '밸브형 마스크' 착용 제한 조치 뒤 판로가 막힌 '밸브형 마스크' 제조업체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실금 보상청구를 재판부가 기각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밸브형 마스크' 생산·판매는 업체의 영업적 판단에 의한 것이며 정부 방역 정책과 영업 손실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KF 인증 받은 '밸브형 마스크'…정부, "2020년 11월부터 '착용시 과태료'"

2018년 말, 전북 전주에서 의약외품 제조업 신고를 하고 보건용 마스크 제조·판매업을 해온 A 업체. 황사나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데 쓰는 '밸브형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어 KF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정조치'를 발동했고, 전국의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신속하게 출고할 의무를 부과받았습니다. A 업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A 업체는 하루에 수천 장씩 마스크를 생산해야 했지만, 공적 판매처와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지 못했습니다. 결국 따로 판로를 찾겠다며 식약처에 예외 조치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지만 일은 더 꼬여만 갔습니다.

2020년 8월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식약처가' 들숨은 막고 날숨은 편하게' 하는 작동 원리는 감염원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밸브형 마스크'는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입니다.

2020년 11월, KBS뉴스 보도화면2020년 11월, KBS뉴스 보도화면

그리고 두 달 뒤, 보건복지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 세부방안'을 내놓으면서 '밸브형 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호흡기를 가리는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과태료만 10만 원. 밸브형 마스크가 주력 상품인 A 업체로서는 '사망 선고' 나 다름없는 조치였습니다.

■ 방역 조치 뒤 도산 위기…업체, "손실보상 받아야"

A업체가 제조·판매한 ‘밸브형 마스크’A업체가 제조·판매한 ‘밸브형 마스크’

예상했던 일은 그대로 벌어졌습니다. '밸브형 마스크'는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아 판매 실적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곳곳에서 반품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판매하지 못하거나 반품된 '밸브형 마스크' 재고만 창고에 10만 장 넘게 쌓였습니다. A 업체가 추산하는 손해액은 20억 원에 달합니다.

A 업체는 정부를 상대로 5억 원의 손실금보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정부 조치로 '밸브형 마스크'가 감염병의 매개가 된 것처럼 인식돼 큰 타격을 입었고 이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선 특별한 희생에 해당한다며 손실보상을 주장해왔습니다.

■ 재판부, "방역조치일 뿐 생산·판매 제한은 아냐…손실보상청구 기각"


전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A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방역 지침이 발표된 뒤에 '밸브형 마스크' 판매량이 저조하게 돼 영업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더라도 황사 유입을 차단하는 용도로서 밸브형 마스크의 생산·판매 등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으니 정부가 보상을 해야 하는 직접적 손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정부의 방역지침은 '밸브형 마스크'를 감염원 매개체로 본 것이 아니라 비말 차단 등 감염원 배출·전파의 방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뿐이라고도 했습니다.

A 업체는 즉각 항소해 2심 재판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A 업체 측은 "섬유나 천으로 만들어져 비말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마스크는 착용 제한 조치를 받지 않았는데도, KF 인증까지 받은 '밸브형 마스크'에 대해선 착용을 금지했다"며 "정부의 방역조치로 국내에서 사실상 '밸브형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손실보상이 안 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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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밸브형 마스크 착용 제한’ 영업 손실 주장…재판부 판단은?
    • 입력 2022-12-14 08:00:13
    • 수정2022-12-14 08:06:29
    취재K

보건당국이 내린 '밸브형 마스크' 착용 제한 조치 뒤 판로가 막힌 '밸브형 마스크' 제조업체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실금 보상청구를 재판부가 기각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밸브형 마스크' 생산·판매는 업체의 영업적 판단에 의한 것이며 정부 방역 정책과 영업 손실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다고는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KF 인증 받은 '밸브형 마스크'…정부, "2020년 11월부터 '착용시 과태료'"

2018년 말, 전북 전주에서 의약외품 제조업 신고를 하고 보건용 마스크 제조·판매업을 해온 A 업체. 황사나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는데 쓰는 '밸브형 마스크' 사업에 뛰어들어 KF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2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정조치'를 발동했고, 전국의 마스크 생산업체들은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로 신속하게 출고할 의무를 부과받았습니다. A 업체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A 업체는 하루에 수천 장씩 마스크를 생산해야 했지만, 공적 판매처와 마스크 공급 계약을 맺지 못했습니다. 결국 따로 판로를 찾겠다며 식약처에 예외 조치를 신청해 승인을 받았지만 일은 더 꼬여만 갔습니다.

2020년 8월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식약처가' 들숨은 막고 날숨은 편하게' 하는 작동 원리는 감염원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어 '밸브형 마스크'는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보도자료를 낸 것입니다.

2020년 11월, KBS뉴스 보도화면
그리고 두 달 뒤, 보건복지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 세부방안'을 내놓으면서 '밸브형 마스크'나 스카프 등으로 호흡기를 가리는 행위를 과태료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과태료만 10만 원. 밸브형 마스크가 주력 상품인 A 업체로서는 '사망 선고' 나 다름없는 조치였습니다.

■ 방역 조치 뒤 도산 위기…업체, "손실보상 받아야"

A업체가 제조·판매한 ‘밸브형 마스크’
예상했던 일은 그대로 벌어졌습니다. '밸브형 마스크'는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아 판매 실적이 급속도로 떨어졌고 곳곳에서 반품 요청이 쇄도했습니다. 판매하지 못하거나 반품된 '밸브형 마스크' 재고만 창고에 10만 장 넘게 쌓였습니다. A 업체가 추산하는 손해액은 20억 원에 달합니다.

A 업체는 정부를 상대로 5억 원의 손실금보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 정부 조치로 '밸브형 마스크'가 감염병의 매개가 된 것처럼 인식돼 큰 타격을 입었고 이는 사회적 제약의 한계를 넘어선 특별한 희생에 해당한다며 손실보상을 주장해왔습니다.

■ 재판부, "방역조치일 뿐 생산·판매 제한은 아냐…손실보상청구 기각"


전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A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방역 지침이 발표된 뒤에 '밸브형 마스크' 판매량이 저조하게 돼 영업 손실이 발생하게 되었더라도 황사 유입을 차단하는 용도로서 밸브형 마스크의 생산·판매 등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으니 정부가 보상을 해야 하는 직접적 손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정부의 방역지침은 '밸브형 마스크'를 감염원 매개체로 본 것이 아니라 비말 차단 등 감염원 배출·전파의 방지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뿐이라고도 했습니다.

A 업체는 즉각 항소해 2심 재판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A 업체 측은 "섬유나 천으로 만들어져 비말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마스크는 착용 제한 조치를 받지 않았는데도, KF 인증까지 받은 '밸브형 마스크'에 대해선 착용을 금지했다"며 "정부의 방역조치로 국내에서 사실상 '밸브형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손실보상이 안 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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