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말 특별사면 저울질…이번엔 ‘김경수 사면’이 핵심

입력 2022.12.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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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고유의 권한입니다.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 행위인 겁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 3·1절, 연말·신년 등 특정 시점마다 국민 화합, 국론 통합, 경제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사면에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유죄가 확정된 사람에게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늘 뒤따랐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면 결정이 여론에 좌우되기도 합니다.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때가 그랬습니다. 당시 가장 큰 관심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느냐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밝힌 터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실무 단계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락세였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불발됐습니다. 기대가 컸던지 소위 옛 친이계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여야 정치인 사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이 사면·복권됐습니다.

그리고 넉 달이 지난 지금, 연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다시 특별사면 대상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연말 사면 검토…이명박 전 대통령 '유력'

이번엔 광복절 사면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국민 통합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을 사면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기류입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국정 지지율도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지난번에 한 차례 제외됐으니 이번에는 이 전 대통령이 사면되는 것이 맞다. 보수 대통합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판단됩니다. 사면 시점이 12월 28일로 유력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는 27일 종료됩니다.

그런데 다른 변수 하나가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입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는 '국민 통합'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여야 균형을 맞추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정 진영의 정치인만 사면해 줄 경우, 반대 진영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도 이런 점을 고려해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로 꼽히는 김경수 전 지사를 사면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복권'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김경수 전 지사도 사면 대상…'복권 없는 사면' 가능성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인 김 전 지사에 대한 보수층 여론이 굉장히 나쁘다"며 사면만 하는 것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면만 되고 복권이 안 되면 김 전 지사는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다시 말해 2024년 총선,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복권 없는 사면만 되느냐, 사면·복권이 동시에 이뤄지느냐'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정치적 무게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이는 야권의 권력 구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현재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잇따라 구속됐습니다.

■'사면' 거론 김 전 지사, 민주당 새 구심점 되나?

이런 상황에서 만약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을 통해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다면 이른바 '비명(非 이재명 계)·친문'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민주당 일부에서는 김 전 지사 사면이 '이재명 체제'를 흔들고, 내부 분열을 유도하려는 고도의 전략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물론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되더라도 당장의 활발한 정치적 활동은 쉽지 않은 만큼, '내부 분열' 가능성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활동 공간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의 경쟁력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인 셈입니다.

어쨌든 김 전 지사의 사면은 야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라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다만 복권 없는 사면은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복잡한 고차방정식입니다.


당사자인 김 전 지사는 부인을 통해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가석방 불원서'를 SNS에 올리며 '복권 없는 사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 넣기 사면,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15년(이 전 대통령 잔여 형기)과 5개월의 (김 전 지사 잔여) 형기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두고 사면을 논하면서, '복권 없는 사면' 운운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사면 취지에도, 국민 상식에도 모두 어긋난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게 김 전 지사의 사면과 복권을 동시에 추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김 전 지사를 겨냥해 SNS에 "거참, 무슨 '양심수 코스프레'…정치 근육 키우긴가"라고 썼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독립운동하다 투옥된 독립투사로 착각하겠다'고 논평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국민 여론만 더 나빠질 것이다. 자꾸 여론을 나쁘게 만들면 사면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 "헌법정신·법치주의·여론·상식에 부합해 사면 이뤄질 것"

사면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공식 언급을 자제해왔던 대통령실이 입을 열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14일) 브리핑에서 "사면은 헌법정신, 법치주의, 국민 여론, 상식 등에 부합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는 사면의 기준이나 원칙, 대상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지만 결정되면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테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연말 사면 검토를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 후반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의 시간'입니다. 역시 관건은 '여론'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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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尹, 연말 특별사면 저울질…이번엔 ‘김경수 사면’이 핵심
    • 입력 2022-12-14 18:05:48
    취재K

사면은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 고유의 권한입니다.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고도의 정치 행위인 겁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광복절, 3·1절, 연말·신년 등 특정 시점마다 국민 화합, 국론 통합, 경제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사면을 단행했습니다.

사면에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유죄가 확정된 사람에게 형의 집행을 면제하는, 일종의 '면죄부'를 준다는 점에서 '법치주의 훼손' 논란이 늘 뒤따랐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면 결정이 여론에 좌우되기도 합니다.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때가 그랬습니다. 당시 가장 큰 관심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되느냐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 사면 필요성을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밝힌 터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실제 이 전 대통령은 실무 단계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락세였던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도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결국,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불발됐습니다. 기대가 컸던지 소위 옛 친이계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토로할 정도였습니다.

여야 정치인 사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대신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벌 총수들이 사면·복권됐습니다.

그리고 넉 달이 지난 지금, 연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은 다시 특별사면 대상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 연말 사면 검토…이명박 전 대통령 '유력'

이번엔 광복절 사면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국민 통합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을 사면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는 게 대통령실 내부 기류입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이는 국정 지지율도 운신의 폭을 넓혀주고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도 '지난번에 한 차례 제외됐으니 이번에는 이 전 대통령이 사면되는 것이 맞다. 보수 대통합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이 전 대통령 사면은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로 판단됩니다. 사면 시점이 12월 28일로 유력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는 27일 종료됩니다.

그런데 다른 변수 하나가 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입니다.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할 때는 '국민 통합' 취지를 살리기 위해 여야 균형을 맞추는 게 일반적입니다. 특정 진영의 정치인만 사면해 줄 경우, 반대 진영의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실도 이런 점을 고려해 진보 진영의 거물급 인사로 꼽히는 김경수 전 지사를 사면 대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복권'은 어렵다는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김경수 전 지사도 사면 대상…'복권 없는 사면' 가능성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복역 중인 김 전 지사에 대한 보수층 여론이 굉장히 나쁘다"며 사면만 하는 것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면만 되고 복권이 안 되면 김 전 지사는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됩니다. 다시 말해 2024년 총선,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됩니다.

'복권 없는 사면만 되느냐, 사면·복권이 동시에 이뤄지느냐'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정치적 무게감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겁니다. 이는 야권의 권력 구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현재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습니다. 최측근으로 꼽히던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잇따라 구속됐습니다.

■'사면' 거론 김 전 지사, 민주당 새 구심점 되나?

이런 상황에서 만약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을 통해 '정치적 재기'에 성공한다면 이른바 '비명(非 이재명 계)·친문'의 새로운 구심점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민주당 일부에서는 김 전 지사 사면이 '이재명 체제'를 흔들고, 내부 분열을 유도하려는 고도의 전략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습니다.

물론 김 전 지사가 사면·복권되더라도 당장의 활발한 정치적 활동은 쉽지 않은 만큼, '내부 분열' 가능성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량감 있는 정치인의 활동 공간이 열리는 것만으로도 민주당의 경쟁력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인 셈입니다.

어쨌든 김 전 지사의 사면은 야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카드라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다만 복권 없는 사면은 의미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통령실 입장에서도 복잡한 고차방정식입니다.


당사자인 김 전 지사는 부인을 통해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자필 '가석방 불원서'를 SNS에 올리며 '복권 없는 사면'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 넣기 사면,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도 전했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15년(이 전 대통령 잔여 형기)과 5개월의 (김 전 지사 잔여) 형기를 같은 저울 위에 올려두고 사면을 논하면서, '복권 없는 사면' 운운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사면 취지에도, 국민 상식에도 모두 어긋난다"며 "공정성과 형평성에 맞게 김 전 지사의 사면과 복권을 동시에 추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성토가 쏟아졌습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김 전 지사를 겨냥해 SNS에 "거참, 무슨 '양심수 코스프레'…정치 근육 키우긴가"라고 썼고,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독립운동하다 투옥된 독립투사로 착각하겠다'고 논평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KBS와의 통화에서 "오히려 국민 여론만 더 나빠질 것이다. 자꾸 여론을 나쁘게 만들면 사면하고 싶어도 못 한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김 전 지사 사면에 대해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통령실 "헌법정신·법치주의·여론·상식에 부합해 사면 이뤄질 것"

사면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공식 언급을 자제해왔던 대통령실이 입을 열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14일) 브리핑에서 "사면은 헌법정신, 법치주의, 국민 여론, 상식 등에 부합해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는 사면의 기준이나 원칙, 대상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지만 결정되면 설명드릴 기회가 있을 테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연말 사면 검토를 사실상 공식화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 후반에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는 '대통령의 시간'입니다. 역시 관건은 '여론'이 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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