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모를 ‘한우 가격’ 추락…소비자 체감은 “글쎄”

입력 2022.12.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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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안 오른 걸 찾아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식품' 가격은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데, 유독 최근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품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급 식자재로 여겨지는 '한우'입니다.

■ '한우 가격' 왜 계속 떨어지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공개하는 일별 경락가격(경매를 통해 결정되는 가격)을 비교해봤습니다.

이달 13일 기준 한우 지육 1kg당 도매 가격은 16,99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6% 하락했습니다. 1kg당 한우 가격이 1만 7천 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3년여 만의 일입니다.

① 공급 측면: 사육 마릿수 최대 수준 갱신, 재고량 ↑


한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공급 과잉'이 꼽힙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발간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매년 한우 사육 마릿수가 증가해 올해 355만 7천 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도축 마릿수도 증가하면서 올해는 전년 대비 7.5% 이상 증가한 85만 마리 내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계속 늘고 있는 겁니다.

반면 공급만큼 소비되지 않으면서 재고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기준 재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3% 증가했습니다. 특히 정육류의 경우 같은 기간과 비교해 재고량이 89.6% 증가하며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 과잉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는 100만 마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에 따라 한우고기 도매 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② 소비 측면: 물가상승·경기둔화로 한우 소비 위축

전문가들은 향후 한우 도매가격은 '수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3분기 기준 비교)에서 '식료품 지출 비중'을 보면 전년 대비 올해 5.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생활 필수품목이 아닌데서부터 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걸 감안할 때 한우를 찾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 '코로나' 반사이익 본 한우 소비…'엔데믹'에 직격탄?

한우업계는 코로나 기간 반사 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 되면서 가정 내 육류 소비가 늘었고, 해외여행 수요가 준 것도 한우 소비를 늘리는데 영향을 줬습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역시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며 이 기간 한우 소비를 늘렸던 요인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추석 무렵 지급이 시작됐던 '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업종별 사용 비중을 보면 마트나 식료품 28.6%, 음식점 22.4%로 나타났습니다.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됐던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마트나 식료품, 음식점에서 사용했다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실제로 이 기간 수요가 증가하며 한우 가격은 강세를 보였고 오히려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이같은 반사이익 요인이 사라진 것 역시 앞으로 한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한우고기 수요층이 이탈할 경우 한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여전히 비싸다"…소비자 체감은 '미미'

한우 가격 폭락에 축산 농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한우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유통 단계에서 붙는 수수료 거품이 빠지지 않다보니 산지에서 도매 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한우값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도축과 경매, 가공, 도소매 등을 포함해 6~8단계의 유통구조를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마진이 붙어나 소비자 판매 가격이 높아집니다.

축산 농가의 선제적인 수급 조절이 우선 필요하겠지만, 고질적인 한우 유통 구조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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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 모를 ‘한우 가격’ 추락…소비자 체감은 “글쎄”
    • 입력 2022-12-15 06:00:35
    취재K

고물가 시대,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안 오른 걸 찾아보기 힘든 요즘입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식품' 가격은 줄줄이 인상되고 있는데, 유독 최근 가격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품목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고급 식자재로 여겨지는 '한우'입니다.

■ '한우 가격' 왜 계속 떨어지나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공개하는 일별 경락가격(경매를 통해 결정되는 가격)을 비교해봤습니다.

이달 13일 기준 한우 지육 1kg당 도매 가격은 16,99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7.6% 하락했습니다. 1kg당 한우 가격이 1만 7천 원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3년여 만의 일입니다.

① 공급 측면: 사육 마릿수 최대 수준 갱신, 재고량 ↑


한우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로 '공급 과잉'이 꼽힙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일 발간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매년 한우 사육 마릿수가 증가해 올해 355만 7천 마리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도축 마릿수도 증가하면서 올해는 전년 대비 7.5% 이상 증가한 85만 마리 내외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시장에 출하되는 물량이 계속 늘고 있는 겁니다.

반면 공급만큼 소비되지 않으면서 재고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올해 10월 기준 재고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3% 증가했습니다. 특히 정육류의 경우 같은 기간과 비교해 재고량이 89.6% 증가하며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공급 과잉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점입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24년까지 도축 마릿수는 100만 마리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에 따라 한우고기 도매 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② 소비 측면: 물가상승·경기둔화로 한우 소비 위축

전문가들은 향후 한우 도매가격은 '수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며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실제 통계청 가계동향조사(3분기 기준 비교)에서 '식료품 지출 비중'을 보면 전년 대비 올해 5.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생활 필수품목이 아닌데서부터 지출을 우선적으로 줄이는 걸 감안할 때 한우를 찾는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 '코로나' 반사이익 본 한우 소비…'엔데믹'에 직격탄?

한우업계는 코로나 기간 반사 이익을 누린 측면이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확산 되면서 가정 내 육류 소비가 늘었고, 해외여행 수요가 준 것도 한우 소비를 늘리는데 영향을 줬습니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 역시 소비 여력을 끌어올리며 이 기간 한우 소비를 늘렸던 요인으로 꼽히는데요.

지난해 추석 무렵 지급이 시작됐던 '5차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업종별 사용 비중을 보면 마트나 식료품 28.6%, 음식점 22.4%로 나타났습니다.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됐던 2020년 1차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마트나 식료품, 음식점에서 사용했다는 비중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실제로 이 기간 수요가 증가하며 한우 가격은 강세를 보였고 오히려 돼지고기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는 통계도 나와 있습니다.

이같은 반사이익 요인이 사라진 것 역시 앞으로 한우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다시 증가하면서 한우고기 수요층이 이탈할 경우 한우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 "여전히 비싸다"…소비자 체감은 '미미'

한우 가격 폭락에 축산 농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한우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입니다.

유통 단계에서 붙는 수수료 거품이 빠지지 않다보니 산지에서 도매 가격이 아무리 하락해도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한우값은 그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도축과 경매, 가공, 도소매 등을 포함해 6~8단계의 유통구조를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마진이 붙어나 소비자 판매 가격이 높아집니다.

축산 농가의 선제적인 수급 조절이 우선 필요하겠지만, 고질적인 한우 유통 구조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자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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