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육장에 남겨진 개 30여 마리…“입양해 주세요”

입력 2022.12.15 (07: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매곡동 불법 개 사육장에 남겨진 믹스견 ‘사랑’이.광주광역시 매곡동 불법 개 사육장에 남겨진 믹스견 ‘사랑’이.

생후 5개월 된 강아지 '사랑'이는 애교가 많습니다. 낯선 이가 다가가도 짖거나 경계하지 않고, 사람이 손을 내밀면 자신의 코를 가져다 대는 순한 성격입니다. 40kg이 넘는 도사견 '복실'이는 덩치와 달리 소심합니다. 가까이 가면 먼발치서 희미하게 꼬리를 흔듭니다. 같은 도사견인 한 살 '은비'도 겁이 많습니다. 덩치만 컸지 누구보다도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인 개 62마리가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달 초, 이 개들이 길러진 불법 개 사육장의 철거가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오는 20일부터 본격 철거...개 30여 마리 갈 곳 잃어

불법 개 사육장의 모습. 바닥을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떨어지도록 만든 ‘뜬 장’ 안에 개들이 갇혀 있다.불법 개 사육장의 모습. 바닥을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떨어지도록 만든 ‘뜬 장’ 안에 개들이 갇혀 있다.

이 개 사육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의 비엔날레 공원과 바로 인접해 있습니다. 자리 잡은 터가 공원 부지여서 사육장 허가가 날 수 없는 데다, 불법 도살이 이뤄진다는 신고와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철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사육장 시설은 열악했습니다. 곳곳이 오물로 범벅돼 악취가 심했습니다. 개들은 ' 뜬 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뜬 장'은 바닥이 철조망으로 돼 있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 우리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발이 빠지고, 편히 눕거나 앉아있기가 힘들어 개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공간입니다.

■시 보호소는 포화상태...답은 입양과 임시보호뿐

도사견 ‘은비’의 모습.도사견 ‘은비’의 모습.

구청과 동물보호단체가 사육장 주인으로부터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아 도살되는 건 막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관내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광주시 동물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수용할 수 있는 개는 단 15마리뿐입니다. 광주시 동물보호소 김빛모음 소장은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철거 직전에 입양과 임시보호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할 구청과 동물보호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남겨진 개들의 사육환경과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관할 구청과 동물보호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남겨진 개들의 사육환경과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처음에 남겨졌던 개 62마리 가운데 시 보호소로 간 개들과 폐사, 입양된 개들을 제외하고 30여 마리가 남아있습니다. 시 보호소로 갈 수 없으니 답은 입양과 임시보호뿐인데, 시간은 촉박합니다. 철거 직전인 오는 19일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광주시와 구청은 전국의 동물보호소와 동물단체들을 통해 입양과 임시보호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소식을 듣고 사육장을 찾아온 시민 오하늬 씨는 " 용기 내서 왔다"고 말합니다. 오 씨는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기도 하고 먹이고, 재우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키우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광주 광역시 우치동물원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불법 무허가 사육장에 남겨진 사랑이와 복실이, 은비 등 30여 마리의 개들도 어서 빨리 새 주인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19일까지... 시간은 나흘 남았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불법 사육장에 남겨진 개 30여 마리…“입양해 주세요”
    • 입력 2022-12-15 07:00:29
    취재K
광주광역시 매곡동 불법 개 사육장에 남겨진 믹스견 ‘사랑’이.
생후 5개월 된 강아지 '사랑'이는 애교가 많습니다. 낯선 이가 다가가도 짖거나 경계하지 않고, 사람이 손을 내밀면 자신의 코를 가져다 대는 순한 성격입니다. 40kg이 넘는 도사견 '복실'이는 덩치와 달리 소심합니다. 가까이 가면 먼발치서 희미하게 꼬리를 흔듭니다. 같은 도사견인 한 살 '은비'도 겁이 많습니다. 덩치만 컸지 누구보다도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생김새도 성격도 제각각인 개 62마리가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습니다. 이달 초, 이 개들이 길러진 불법 개 사육장의 철거가 결정됐기 때문입니다.

오는 20일부터 본격 철거...개 30여 마리 갈 곳 잃어

불법 개 사육장의 모습. 바닥을 철조망으로 엮어 배설물이 떨어지도록 만든 ‘뜬 장’ 안에 개들이 갇혀 있다.
이 개 사육장은 광주광역시 북구 매곡동의 비엔날레 공원과 바로 인접해 있습니다. 자리 잡은 터가 공원 부지여서 사육장 허가가 날 수 없는 데다, 불법 도살이 이뤄진다는 신고와 민원이 잇따르자 최근 철거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사육장 시설은 열악했습니다. 곳곳이 오물로 범벅돼 악취가 심했습니다. 개들은 ' 뜬 장'에 갇혀 있었습니다. '뜬 장'은 바닥이 철조망으로 돼 있어 배설물이 그 사이로 떨어지도록 만든 개 우리입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발이 빠지고, 편히 눕거나 앉아있기가 힘들어 개들이 고통스러워하는 공간입니다.

■시 보호소는 포화상태...답은 입양과 임시보호뿐

도사견 ‘은비’의 모습.
구청과 동물보호단체가 사육장 주인으로부터 소유권 포기각서를 받아 도살되는 건 막았지만, 갈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관내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광주시 동물보호소는 이미 포화상태입니다. 수용할 수 있는 개는 단 15마리뿐입니다. 광주시 동물보호소 김빛모음 소장은 "아이들을 다 데리고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철거 직전에 입양과 임시보호를 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관할 구청과 동물보호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남겨진 개들의 사육환경과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처음에 남겨졌던 개 62마리 가운데 시 보호소로 간 개들과 폐사, 입양된 개들을 제외하고 30여 마리가 남아있습니다. 시 보호소로 갈 수 없으니 답은 입양과 임시보호뿐인데, 시간은 촉박합니다. 철거 직전인 오는 19일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하면 결국 안락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광주시와 구청은 전국의 동물보호소와 동물단체들을 통해 입양과 임시보호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소식을 듣고 사육장을 찾아온 시민 오하늬 씨는 " 용기 내서 왔다"고 말합니다. 오 씨는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일이기도 하고 먹이고, 재우는 일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얼마 전 문재인 전 대통령이 키우던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가 광주 광역시 우치동물원에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불법 무허가 사육장에 남겨진 사랑이와 복실이, 은비 등 30여 마리의 개들도 어서 빨리 새 주인을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19일까지... 시간은 나흘 남았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