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금 내라”…노조 탈 쓰고 하청업체에 2억 원 갈취

입력 2022.12.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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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 중국 어디서 왔어요?"

건설 현장에 출입하려는 인부들을 막아서며, 다짜고짜 고향을 묻는 이 남성. 건설 현장의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한 '건설 현장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입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의도는 결코 순수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소장 등 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금전이나 노조원 채용을 요구한 뒤, 들어주지 않으면 일종의 업무 방해에 나선 겁니다.

■ 확성기부터 출입 방해까지…하청업체 압박

방해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건설 현장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방송 차량과 확성기로 극심한 소음을 유발했고, 공사 중 발생하는 경미한 안전 위반 사항을 몰래 촬영해 고발하며 업체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노조는 이렇게 어깃장을 부리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 11곳에서, 노조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2억 원 정도를 갈취했습니다.

피해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 사업자, 그 중에서도 원청업체로부터 철근·콘크리트 등의 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는 하청업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의 방해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추가 비용과 과태료를 감당할 수 없단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노조원 11명 공동 공갈 혐의…피해 더 클 것"

경찰은 해당 노조 위원장이 이렇게 갈취한 돈을 정당한 노조 활동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해당 노조는 양대 노총 산하 건설 노조와는 별개의 소규모 노조입니다. 정부에 설립신고는 했지만, 정말 현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뛴 적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해당 노조원 11명을 공동 공갈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위원장을 포함한 주범 2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하청업체들은 해당 노조원들의 보복이 무서워 돈을 뺏기고도 숨기는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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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전기금 내라”…노조 탈 쓰고 하청업체에 2억 원 갈취
    • 입력 2022-12-15 17:59:26
    취재K


"중국 사람? 중국 어디서 왔어요?"

건설 현장에 출입하려는 인부들을 막아서며, 다짜고짜 고향을 묻는 이 남성. 건설 현장의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겠다고 나선 한 '건설 현장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입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의도는 결코 순수하지 않았습니다. 현장 소장 등 공사 관계자를 상대로, 금전이나 노조원 채용을 요구한 뒤, 들어주지 않으면 일종의 업무 방해에 나선 겁니다.

■ 확성기부터 출입 방해까지…하청업체 압박

방해 수법은 다양했습니다. 건설 현장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며 방송 차량과 확성기로 극심한 소음을 유발했고, 공사 중 발생하는 경미한 안전 위반 사항을 몰래 촬영해 고발하며 업체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노조는 이렇게 어깃장을 부리며,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수도권 일대 건설 현장 11곳에서, 노조발전기금 등의 명목으로 2억 원 정도를 갈취했습니다.

피해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 사업자, 그 중에서도 원청업체로부터 철근·콘크리트 등의 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는 하청업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의 방해로 공사 기간이 늘어나면, 추가 비용과 과태료를 감당할 수 없단 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 "노조원 11명 공동 공갈 혐의…피해 더 클 것"

경찰은 해당 노조 위원장이 이렇게 갈취한 돈을 정당한 노조 활동이 아니라, 개인적인 용도로 쓴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해당 노조는 양대 노총 산하 건설 노조와는 별개의 소규모 노조입니다. 정부에 설립신고는 했지만, 정말 현장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뛴 적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습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해당 노조원 11명을 공동 공갈 등의 혐의로 입건했고, 위원장을 포함한 주범 2명을 구속했습니다.

경찰은 "하청업체들은 해당 노조원들의 보복이 무서워 돈을 뺏기고도 숨기는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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