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요즘 누가 종이책 읽나요”…종이의 쓸모는?

입력 2022.12.16 (10:52) 수정 2022.12.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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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셜미디어를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열리고, 무거운 종이책보다는 웹툰과 전자책이 익숙해진 시대인데요.

그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서점도 사라지고, 나아가 종이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종이의 쓸모는 없어지는 걸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출판 대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요?

[기자]

우리나라도 요즘 서점 찾기 힘들죠.

출판사도 독자도 많아서 '출판 대국'으로 알려진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전국 기초지자체 4곳 중 1곳은 서점이 아예 없다고 하는데요.

교도통신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일본의 기초지자체 천7백여 곳 가운데 450곳은 서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출판인프라센터의 조사를 보면, 일본의 서점수는 지난 10년 동안 30%가량 줄었습니다.

지난해만 봐도 새로 문을 연 서점은 100곳 정도인데, 문을 닫은 곳은 5백곳이 넘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종이책을 덜 찾기 때문이겠죠?

[기자]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온갖 영상 콘텐츠를, 심지어 똑똑한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춰 골라준 것들만 즐길 수 있는 시대죠.

활자만 빼곡한 책과 그런 책들로 가득한 서점은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비슷한 현실입니다.

[프랑스 서점 주인 : "우리 서점은 파리의 관광지에 있어요. 미국인들이 우리 서점에 들어와서 '요즘에는 서점을 거의 못 봤다'고 얘기해요. 심지어 독립서점은 여전히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해요."]

또 책을 읽는다고 해도 휴대와 보관이 간편한 전자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한 출판산업 데이터 분석 업체의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팔린 책 6권 중 1권 이상은 전자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종이책이 잘 안 팔리다 보니 서점 뿐 아니라 제지 산업 전반으로 타격이 번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종이책은 물론이고 웬만한 문서가 다 디지털화 되다 보니 제지 산업 자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지 산업을 실태를 보면 체감할 수 있는데요.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지 생산, 소비 국가인데도, 관련 산업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 조사를 보면, 2018년에는 790억 달러를 넘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약 74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전망이 갈수록 좋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인데요.

앞으로 5년 동안 제지 시장 규모는 더욱 감소해 2026년에는 700억 달러 규모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제지 생산 업체 수도 2027년까지 해마다 2.6%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제지 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고요?

[기자]

제지 수요가 줄었는데, 전쟁이 터지면서 종이를 만드는 원료의 수급까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종이 원료인 펄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펄프 가격은 사상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전쟁 전에는 1톤에 670달러 정도였던 미국산 펄프가 올해 6월에는 97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년 만에 50% 가까이 뛴 겁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에 목재 수출을 금지하면서 공급난은 더 커졌습니다.

러시아의 목재 생산성은 세계 5위 수준으로, 임업 자원 보유량은 전 세계 30%가량을 차지합니다.

[호주 목재 업체 관계자 : "LVL이라는 목재가 러시아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이 시장이 즉각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실사를 하고 품질 좋은 공급품을 찾아야 했습니다."]

제지 업계로서는 사 주는 사람도 줄고 만드는 데는 돈이 더 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겁니다.

[앵커]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물결에 휩쓸려서 결국 종이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기자]

제지 업계는 또 다른 시대적 흐름을 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엔 택배 하나를 시켜도 종이 포장지와 테이프를 쓰는 곳이 많아졌잖아요?

전자 상거래의 증가가 '친환경'이라는 화두가 맞물리면서 제지 업계가 이곳에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인쇄 업체 관계자 : "이 상자들은 90일에서 180일 사이에 분해됩니다. 자체적으로 조립할 수 있고 식물성 잉크로 제조됩니다. 이 상자의 목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제지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동안에도 포장용 종이상자 시장만큼은 꾸준히 성장했는데요.

특히 팬데믹 기간 택배 수요가 크게 늘면서, 2017년~2021년 종이상자 시장 매출은 연평균 15%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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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6 10:52:56
    • 수정2022-12-16 11: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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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셜미디어를 넘어 메타버스 세상이 열리고, 무거운 종이책보다는 웹툰과 전자책이 익숙해진 시대인데요.

그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서점도 사라지고, 나아가 종이 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종이의 쓸모는 없어지는 걸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출판 대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요?

[기자]

우리나라도 요즘 서점 찾기 힘들죠.

출판사도 독자도 많아서 '출판 대국'으로 알려진 일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일본 전국 기초지자체 4곳 중 1곳은 서점이 아예 없다고 하는데요.

교도통신은 지난 9월 기준으로 일본의 기초지자체 천7백여 곳 가운데 450곳은 서점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출판인프라센터의 조사를 보면, 일본의 서점수는 지난 10년 동안 30%가량 줄었습니다.

지난해만 봐도 새로 문을 연 서점은 100곳 정도인데, 문을 닫은 곳은 5백곳이 넘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종이책을 덜 찾기 때문이겠죠?

[기자]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온갖 영상 콘텐츠를, 심지어 똑똑한 알고리즘이 내 취향에 맞춰 골라준 것들만 즐길 수 있는 시대죠.

활자만 빼곡한 책과 그런 책들로 가득한 서점은 살아남기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가 비슷한 현실입니다.

[프랑스 서점 주인 : "우리 서점은 파리의 관광지에 있어요. 미국인들이 우리 서점에 들어와서 '요즘에는 서점을 거의 못 봤다'고 얘기해요. 심지어 독립서점은 여전히 존재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해요."]

또 책을 읽는다고 해도 휴대와 보관이 간편한 전자책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미국의 한 출판산업 데이터 분석 업체의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미국에서 팔린 책 6권 중 1권 이상은 전자책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종이책이 잘 안 팔리다 보니 서점 뿐 아니라 제지 산업 전반으로 타격이 번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종이책은 물론이고 웬만한 문서가 다 디지털화 되다 보니 제지 산업 자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지 산업을 실태를 보면 체감할 수 있는데요.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제지 생산, 소비 국가인데도, 관련 산업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시장조사 전문기관 조사를 보면, 2018년에는 790억 달러를 넘었던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약 740억 달러로 줄었습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전망이 갈수록 좋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인데요.

앞으로 5년 동안 제지 시장 규모는 더욱 감소해 2026년에는 700억 달러 규모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제지 생산 업체 수도 2027년까지 해마다 2.6%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앵커]

이런 와중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제지 산업에 악영향을 끼쳤다고요?

[기자]

제지 수요가 줄었는데, 전쟁이 터지면서 종이를 만드는 원료의 수급까지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종이 원료인 펄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펄프 가격은 사상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전쟁 전에는 1톤에 670달러 정도였던 미국산 펄프가 올해 6월에는 97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반년 만에 50% 가까이 뛴 겁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에 목재 수출을 금지하면서 공급난은 더 커졌습니다.

러시아의 목재 생산성은 세계 5위 수준으로, 임업 자원 보유량은 전 세계 30%가량을 차지합니다.

[호주 목재 업체 관계자 : "LVL이라는 목재가 러시아에서 수입되기 때문에 이 시장이 즉각 영향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실사를 하고 품질 좋은 공급품을 찾아야 했습니다."]

제지 업계로서는 사 주는 사람도 줄고 만드는 데는 돈이 더 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겁니다.

[앵커]

디지털화라는 거대한 시대적 물결에 휩쓸려서 결국 종이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기자]

제지 업계는 또 다른 시대적 흐름을 타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엔 택배 하나를 시켜도 종이 포장지와 테이프를 쓰는 곳이 많아졌잖아요?

전자 상거래의 증가가 '친환경'이라는 화두가 맞물리면서 제지 업계가 이곳에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인쇄 업체 관계자 : "이 상자들은 90일에서 180일 사이에 분해됩니다. 자체적으로 조립할 수 있고 식물성 잉크로 제조됩니다. 이 상자의 목표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제지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동안에도 포장용 종이상자 시장만큼은 꾸준히 성장했는데요.

특히 팬데믹 기간 택배 수요가 크게 늘면서, 2017년~2021년 종이상자 시장 매출은 연평균 15%씩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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