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기권] ‘주 69시간 허용’ 저녁 없는 삶?

입력 2022.12.17 (21:23) 수정 2022.12.1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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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이 시간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저희가 새롭게 만든 '박대기 기자의 경제 대기권'.

경제 소식을 알기 쉽게, 다각도로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개편안, 물론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특히 노동시간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박대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경제 대기권'은 박대기 기자 이름에 따온 건가요.

[기자]

그런 면도 있고, 대기권이 우리를 감싸는 것처럼 경제가 삶에서 중요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앵커]

오늘(17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본다고요.

어떤 얘기부터 할까요.

[기자]

네. 첫번째 키워드, '저녁 없는 삶?'입니다.

권고안 기준으로 최대로 일할 경우, 시간표를 짜봤습니다.

아침 9시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월화수목금토 주6일 일할 수 있습니다.

식사는 빼니까 딱 69시간입니다.

9시 출근하려면 8시에는 집에서 나와야죠?

밤 10시에 일이 끝나면 집에 가면 11시겠죠?

이걸 허용하겠다는 권고안인데, '저녁 없는 삶'이 되겠죠.

[앵커]

물론 최대로 했을 때 그렇다는 거고, 그렇게 많이 일하면 다른 주에는 많이 쉬자, 이런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은 1주일 단위로 따지는데 이걸 월이나 분기 평균으로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 달 평균 주 52시간 이내는 맞춰준다는 겁니다.

바쁠때는 많이 일하고 나중에 휴가 가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문화에서 나중에 휴가 갈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일은 일대로 하고, 쉴 때는 또 눈치가 보이거나 이런저런 잔업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얘긴가요.

그런데 이게 권고안이에요.

정부에 권고한다는 거잖아요.

정부는 그 권고를 받아서 추진한다는 거고요.

누가 권고한 겁니까.

[기자]

바로 두번째 키워드입니다.

'모두 교수님들?'입니다.

이 안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라는 곳이 정부에 낸 권고안입니다.

연구회의 12명 모두 정부가 임명한 대학 교수들입니다.

실제 일할 노동자는 빠졌습니다.

물론 중립적인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줄이자고 하고, 중소기업 사장들은 일감 들어올 때 일해야 한다며 대립 중입니다.

연구회는 앞으로 의견수렴을 하면 된다는데, 정부는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해서 과연 의견수렴이 될지 의문입니다.

[앵커]

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낸 권고안을 박 기자가 자세히 들여다봤죠.

좀 의아한 대목이 있었다고요.

[기자]

세번째 키워드를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블라인드에서 조사?'입니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 월급이 오르는 걸 '연공제'라고 하는데, 연구회가 개혁하자고 했는데요.

근거로, 노동자 대부분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를 어디에서 했냐면,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서 했습니다.

익명게시판을 근거로 정부 권고안을 만드는게 맞나 하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노동시간 등에 대해서는 연구회가 제대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결과가 '노동시간 줄이자'가 많았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뭐랄까요.

조사가 좀 더 면밀하고 공식적인 형태였어야 했다, 그런 이야기겠네요.

[기자]

말이 나온 김에 블라인드에서 인기를 얻은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52시간도 힘든데 웃음만 나온다는 의견부터 과연 휴가 챙겨주나 의심까지.

반면에, 어차피 초과근무 시킬 텐데 돈이라도 받게 되니 다행이라는 냉소적인 글도 있습니다.

주 30시간도 가능하다면서, 정부를 옹호하는 글도 보입니다.

[앵커]

고민들이 묻어나는군요.

정부는 주 69시간 노동에 대해 반발 목소리가 나오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 같더군요.

일방적으로 하지 못한다, 노사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노조가 강한 대기업은 그럴 수 있겠지만, 노조 조직률이 3% 이하인 100인 이하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과연 제 목소리를 낼까 의문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노동계에선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다른 선진국보다 더 길다는 걸 강조하지 않습니까.

사실 확인을 해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 노동시간, 선진국의 '45년 전 수준?'입니다.

우리 나라 노동시간은 OECD 38개국 중 5번째로 길어서, 평균보다 200시간 더 일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것은 표 제일 오른 쪽, 1977년도의 OECD 평균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의 45년 전 수준이라는 거죠.

권고안 중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를 줄이자는 내용은, 공감하는 분들 많을 거고,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도 바꿔야겠죠.

하지만 노동시간 줄일 대책과 활발한 토론도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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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대기권] ‘주 69시간 허용’ 저녁 없는 삶?
    • 입력 2022-12-17 21:23:53
    • 수정2022-12-19 08: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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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주 이 시간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저희가 새롭게 만든 '박대기 기자의 경제 대기권'.

경제 소식을 알기 쉽게, 다각도로 짚어보는 순서입니다.

오늘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노동개편안, 물론 찬반 논란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오늘은 특히 노동시간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박대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경제 대기권'은 박대기 기자 이름에 따온 건가요.

[기자]

그런 면도 있고, 대기권이 우리를 감싸는 것처럼 경제가 삶에서 중요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앵커]

오늘(17일)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해본다고요.

어떤 얘기부터 할까요.

[기자]

네. 첫번째 키워드, '저녁 없는 삶?'입니다.

권고안 기준으로 최대로 일할 경우, 시간표를 짜봤습니다.

아침 9시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월화수목금토 주6일 일할 수 있습니다.

식사는 빼니까 딱 69시간입니다.

9시 출근하려면 8시에는 집에서 나와야죠?

밤 10시에 일이 끝나면 집에 가면 11시겠죠?

이걸 허용하겠다는 권고안인데, '저녁 없는 삶'이 되겠죠.

[앵커]

물론 최대로 했을 때 그렇다는 거고, 그렇게 많이 일하면 다른 주에는 많이 쉬자, 이런 얘기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은 1주일 단위로 따지는데 이걸 월이나 분기 평균으로 따져보자는 것입니다.

예컨대 한 달 평균 주 52시간 이내는 맞춰준다는 겁니다.

바쁠때는 많이 일하고 나중에 휴가 가라는 취지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문화에서 나중에 휴가 갈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앵커]

일은 일대로 하고, 쉴 때는 또 눈치가 보이거나 이런저런 잔업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얘긴가요.

그런데 이게 권고안이에요.

정부에 권고한다는 거잖아요.

정부는 그 권고를 받아서 추진한다는 거고요.

누가 권고한 겁니까.

[기자]

바로 두번째 키워드입니다.

'모두 교수님들?'입니다.

이 안은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라는 곳이 정부에 낸 권고안입니다.

연구회의 12명 모두 정부가 임명한 대학 교수들입니다.

실제 일할 노동자는 빠졌습니다.

물론 중립적인 연구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줄이자고 하고, 중소기업 사장들은 일감 들어올 때 일해야 한다며 대립 중입니다.

연구회는 앞으로 의견수렴을 하면 된다는데, 정부는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해서 과연 의견수렴이 될지 의문입니다.

[앵커]

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낸 권고안을 박 기자가 자세히 들여다봤죠.

좀 의아한 대목이 있었다고요.

[기자]

세번째 키워드를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블라인드에서 조사?'입니다.

회사에 오래 다니면 월급이 오르는 걸 '연공제'라고 하는데, 연구회가 개혁하자고 했는데요.

근거로, 노동자 대부분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사를 어디에서 했냐면,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서 했습니다.

익명게시판을 근거로 정부 권고안을 만드는게 맞나 하는 지적이 나옵니다.

물론 노동시간 등에 대해서는 연구회가 제대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결과가 '노동시간 줄이자'가 많았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뭐랄까요.

조사가 좀 더 면밀하고 공식적인 형태였어야 했다, 그런 이야기겠네요.

[기자]

말이 나온 김에 블라인드에서 인기를 얻은 글을 소개하겠습니다.

52시간도 힘든데 웃음만 나온다는 의견부터 과연 휴가 챙겨주나 의심까지.

반면에, 어차피 초과근무 시킬 텐데 돈이라도 받게 되니 다행이라는 냉소적인 글도 있습니다.

주 30시간도 가능하다면서, 정부를 옹호하는 글도 보입니다.

[앵커]

고민들이 묻어나는군요.

정부는 주 69시간 노동에 대해 반발 목소리가 나오니까, 그렇게 말하는 거 같더군요.

일방적으로 하지 못한다, 노사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말이죠.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노조가 강한 대기업은 그럴 수 있겠지만, 노조 조직률이 3% 이하인 100인 이하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과연 제 목소리를 낼까 의문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노동계에선 여전히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다른 선진국보다 더 길다는 걸 강조하지 않습니까.

사실 확인을 해보면 어떻습니까.

[기자]

우리 노동시간, 선진국의 '45년 전 수준?'입니다.

우리 나라 노동시간은 OECD 38개국 중 5번째로 길어서, 평균보다 200시간 더 일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것은 표 제일 오른 쪽, 1977년도의 OECD 평균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의 45년 전 수준이라는 거죠.

권고안 중에 있는 정규직 비정규직 격차를 줄이자는 내용은, 공감하는 분들 많을 거고, 지나치게 경직된 규제도 바꿔야겠죠.

하지만 노동시간 줄일 대책과 활발한 토론도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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