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가 때린 한국 현실…“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입력 2022.12.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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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中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中

■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는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배우 송중기(진도준 역)가 현재 2022년 한국을 관통하는 의미 있는 대사를 합니다. 드라마 속 송중기의 고모가 순양백화점 사장으로 있으면서 회삿돈으로 주식투자를 해 거액을 탕진합니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에 물품대금까지 제때 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당장 받아야 할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죠. 협력업체 직원들이 백화점 앞에 모여 밀린 대금을 빨리 달라며 시위를 하는데, 송중기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저 사람들한테 두 달은 고모(백화점 사장) 두 달과 달라요.
고모한테는 겨우 옷차림이나 바뀔 시간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 두 달 동안 매일 매일 더 끔찍한 속도로 가난해질 겁니다.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대사 中

드라마 속 송중기는 이미 가난을 뼛속까지 겪어봤기에 이런 말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가난한 사람은 복리 대출 이자가 붙는 것처럼 더 큰 가난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누구는 태어났을 때부터, 또 누구는 한순간의 실패로 아니면 게으름으로 가난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과는 전혀 다른 출발선상에서 삶을 헤쳐가야 합니다.

벌어들이는 소득이 적어 치료를 미뤘다가 더 큰 병을 얻기도 하고, 아이들 사교육을 시킬 돈도 없고, 월세도 내야하고...이러다 보면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정말 힘들어지죠. 그러다 한순간 돈이 모자라 대출이라도 받게 되면 이때부터 더 큰 가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대출금리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고, 한두 번 연체를 하게 되면 그 이율은 복리 이자보다 더 빨리 올라가게 되죠. 특히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위험성이 더 커집니다. 자칫하단 빚으로 빚을 막는 '빚 돌려막기'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 금융 취약계층 얼마나 되나?

금융권에선 '취약차주'라고 부릅니다. 단순하게 가난한 사람을 취약차주라고 부르지 않고, 소득이 적거나 혹은 저신용자이면서 동시에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취약차주라고 부릅니다. 저소득, 저신용이면서 여러 군데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에 쉽게 빚을 다 갚아버리기 어려운 사람들인 거죠.


우리나라 취약차주는 인원수 기준으로 지난해 말 전체 대출자 가운데 6%였다가 석 달 뒤인 지난 3월 6.3%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3월 이후에 0.5%p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 두 번, 0.25%p 금리 인상 네 번이 각각 있었기 때문에 이 후에 더 높아진 대출 이자를 감당 못 하고 취약차주로 전락한 사람들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힘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취약차주들의 대부분은 생계형인지라 달리 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계속해서 대출에 의지한단 얘깁니다. 혹자는 "왜 돈을 빌려? 돈을 빌렸으면 빨리 갚으면 되잖아. 본인이 게을러서 계속 가난한 거야"라고 말하지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주장입니다.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대출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가난한 사람 대부분은 고금리 대출의 덫에 걸리면 소득이 늘지 않는 이상 그 덫에서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물론 주식·코인 투자나 부동산 갭투자 등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을 대변해 줄 마음은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생계형 취약차주라고 불러선 안 되죠.

■ 얼마나 버티기 힘들길래?

앞서 말한대로 취약차주일수록 더 높은 금리를 내야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42%인 반면,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는 최저 8.5%, 많게는 11.34% 높은 금리를 줘야만 신용대출이 가능합니다.

그나마 이는 시중은행이고 취약차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으로 가면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신용대출 상품에 따라 최고 19.99% 대출상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고금리입니다.


한국신용평가 조사결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18.6%,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비중은 50%에 달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개인들의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2.1%에서 올 6월 3.1%로 1%p 올라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시중은행의 개인 연체율보다 몇 배 더 높은 수준입니다.

저축은행 대출 만큼이나 취약차주들이 돈을 쉽게 빌리는 카드 대출의 경우에도 전체 카드론 가운데 61.8%가 다중채무자들에게 대출됐습니다. 취약차주는 아니지만, 잠재적 취약차주인 다중채무자가 이렇게 많이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이들의 연체율은 관심의 대상입니다.


카드사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경우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대체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상승으로 돌아서 지난 9월 각각 1.87%와 2.83%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15%가 넘는 카드론 수수료를 받는 전업카드사가 있는가 하면, 저신용자에게 최고 19.9%의 카드론 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법정 최고 금리 20%에 육박하는 고금리이기 때문에 연체율은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체를 우려하는 건 연체가 길어지면 각종 금융 불이익을 받다가 결국 채권추심과 압류로 이어져 생활이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금리인상 시기에 취약차주들의 연체가 늘어나는 건 그냥 생각해도 알 수 있지만, 한국은행 연구조사 결과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2016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직전 금리 상승기에 신용도별 연체율을 조사해봤더니,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신용자를 포함한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6.4%에서 8.4%로 2%p 올랐습니다. 이 기간 연 1.25%에서 연 1.75%로 고작 0.5%p 기준금리가 올랐을 뿐인데 연체율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겁니다. 반면 비취약차주 연체율은 0.3%로 비슷하게 유지됐습니다. 코로나 위기 정부 지원으로 연체를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다고 치더라도 올들어 기준금리가 2.25%p 인상된 걸 감안하면 연체율 급증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습니다.

■ 정부 취약차주 대책 효과 볼까?

결국 이같은 연체율 상승에 따른 개인들의 고통을 방치할 경우 대출자들의 고통도 심각해 지지만 사회적 비용도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대출금을 계약된 만기보다 일찍 갚았을 때 물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섭니다.

높은 변동금리 대출상품에서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본 겁니다. 정부는 5대 시중은행이 최대 1년간 한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주면 600억 원의 면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약차주가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은 이번 수수료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당장 취약차주가 필요한 곳에선 지원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금융전문가들은 시중은행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5대 은행의 연 8% 이상 신용대출 취급 비중은 평균 13%로 10명 중 1명만 해당됩니다. 게다가 저신용자가 모두 취약차주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 대상인 취약차주의 숫자는 훨씬 적겠죠. 또한 수수료를 면제받고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다고 하더라도 고정금리 역시 금리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단순한 고정금리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아닌 정부의 정책지원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외에도 취약차주들을 위해 3개월 이상 연체자 대상 대환대출 프로그램이나 대출금리 10.5% 이내의 서민금융상품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융지원도 필요하지만 이젠 근본적 대책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고금리를 감당하기 힘든 취약차주들에게 연명 치료만 계속 해주는 거로는 고통의 시기만 늘리는 것밖에 안된다는 거죠.

한국금융연구원 오태록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금공급 확대와 상환유예 같은 방법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시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가중하고 부실을 누적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취약차주의 개별 상황에 따라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는 금융지원을 지속하되, 그렇지 못한 차주는 신용회복지원 또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연계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한번 짚고 갈 것은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갭투자자나 코인투자자 같은 투기나 투자실패로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을 당장 지원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생계형 취약차주를 선별적으로 찾아내고 이들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픽: 김현갑,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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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8 11:00:40
    취재K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中
■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는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배우 송중기(진도준 역)가 현재 2022년 한국을 관통하는 의미 있는 대사를 합니다. 드라마 속 송중기의 고모가 순양백화점 사장으로 있으면서 회삿돈으로 주식투자를 해 거액을 탕진합니다. 이 때문에 협력업체에 물품대금까지 제때 주지 않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당장 받아야 할 대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중소기업은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죠. 협력업체 직원들이 백화점 앞에 모여 밀린 대금을 빨리 달라며 시위를 하는데, 송중기가 이런 대사를 합니다.

"저 사람들한테 두 달은 고모(백화점 사장) 두 달과 달라요.
고모한테는 겨우 옷차림이나 바뀔 시간이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그 두 달 동안 매일 매일 더 끔찍한 속도로 가난해질 겁니다.
가난엔 복리 이자가 붙으니까."
-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송중기 대사 中

드라마 속 송중기는 이미 가난을 뼛속까지 겪어봤기에 이런 말을 했을 겁니다. 실제로 가난한 사람은 복리 대출 이자가 붙는 것처럼 더 큰 가난에 빠질 위험이 큽니다. 누구는 태어났을 때부터, 또 누구는 한순간의 실패로 아니면 게으름으로 가난에 빠지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중산층이나 고소득층과는 전혀 다른 출발선상에서 삶을 헤쳐가야 합니다.

벌어들이는 소득이 적어 치료를 미뤘다가 더 큰 병을 얻기도 하고, 아이들 사교육을 시킬 돈도 없고, 월세도 내야하고...이러다 보면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정말 힘들어지죠. 그러다 한순간 돈이 모자라 대출이라도 받게 되면 이때부터 더 큰 가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대출금리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높고, 한두 번 연체를 하게 되면 그 이율은 복리 이자보다 더 빨리 올라가게 되죠. 특히 요즘과 같은 금리 상승기엔 위험성이 더 커집니다. 자칫하단 빚으로 빚을 막는 '빚 돌려막기'의 덫에 빠지게 됩니다.

■ 금융 취약계층 얼마나 되나?

금융권에선 '취약차주'라고 부릅니다. 단순하게 가난한 사람을 취약차주라고 부르지 않고, 소득이 적거나 혹은 저신용자이면서 동시에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을 취약차주라고 부릅니다. 저소득, 저신용이면서 여러 군데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에 쉽게 빚을 다 갚아버리기 어려운 사람들인 거죠.


우리나라 취약차주는 인원수 기준으로 지난해 말 전체 대출자 가운데 6%였다가 석 달 뒤인 지난 3월 6.3%로 상승 전환했습니다. 3월 이후에 0.5%p 빅스텝 기준금리 인상 두 번, 0.25%p 금리 인상 네 번이 각각 있었기 때문에 이 후에 더 높아진 대출 이자를 감당 못 하고 취약차주로 전락한 사람들은 훨씬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높은 금리를 감당하기 힘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취약차주들의 대부분은 생계형인지라 달리 찾을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계속해서 대출에 의지한단 얘깁니다. 혹자는 "왜 돈을 빌려? 돈을 빌렸으면 빨리 갚으면 되잖아. 본인이 게을러서 계속 가난한 거야"라고 말하지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주장입니다.

정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대출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가난한 사람 대부분은 고금리 대출의 덫에 걸리면 소득이 늘지 않는 이상 그 덫에서 빠져나오기 힘듭니다. 물론 주식·코인 투자나 부동산 갭투자 등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가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을 대변해 줄 마음은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생계형 취약차주라고 불러선 안 되죠.

■ 얼마나 버티기 힘들길래?

앞서 말한대로 취약차주일수록 더 높은 금리를 내야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11월 마지막 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6.42%인 반면,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는 최저 8.5%, 많게는 11.34% 높은 금리를 줘야만 신용대출이 가능합니다.

그나마 이는 시중은행이고 취약차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으로 가면 상황은 더 안 좋습니다. 신용대출 상품에 따라 최고 19.99% 대출상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육박하는 고금리입니다.


한국신용평가 조사결과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 가운데 취약차주 비중은 18.6%,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 비중은 50%에 달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개인들의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2.1%에서 올 6월 3.1%로 1%p 올라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습니다. 시중은행의 개인 연체율보다 몇 배 더 높은 수준입니다.

저축은행 대출 만큼이나 취약차주들이 돈을 쉽게 빌리는 카드 대출의 경우에도 전체 카드론 가운데 61.8%가 다중채무자들에게 대출됐습니다. 취약차주는 아니지만, 잠재적 취약차주인 다중채무자가 이렇게 많이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이들의 연체율은 관심의 대상입니다.


카드사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경우 다중채무자의 연체율은 대체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 6월을 기점으로 상승으로 돌아서 지난 9월 각각 1.87%와 2.83%를 기록했습니다. 평균 15%가 넘는 카드론 수수료를 받는 전업카드사가 있는가 하면, 저신용자에게 최고 19.9%의 카드론 수수료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법정 최고 금리 20%에 육박하는 고금리이기 때문에 연체율은 앞으로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체를 우려하는 건 연체가 길어지면 각종 금융 불이익을 받다가 결국 채권추심과 압류로 이어져 생활이 고통스러워지기 때문입니다.

금리인상 시기에 취약차주들의 연체가 늘어나는 건 그냥 생각해도 알 수 있지만, 한국은행 연구조사 결과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2016년 4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직전 금리 상승기에 신용도별 연체율을 조사해봤더니, 신용점수 664점 이하 저신용자를 포함한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6.4%에서 8.4%로 2%p 올랐습니다. 이 기간 연 1.25%에서 연 1.75%로 고작 0.5%p 기준금리가 올랐을 뿐인데 연체율이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겁니다. 반면 비취약차주 연체율은 0.3%로 비슷하게 유지됐습니다. 코로나 위기 정부 지원으로 연체를 최대한 뒤로 미루고 있다고 치더라도 올들어 기준금리가 2.25%p 인상된 걸 감안하면 연체율 급증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 있습니다.

■ 정부 취약차주 대책 효과 볼까?

결국 이같은 연체율 상승에 따른 개인들의 고통을 방치할 경우 대출자들의 고통도 심각해 지지만 사회적 비용도 더 커지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대출금을 계약된 만기보다 일찍 갚았을 때 물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취약계층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섭니다.

높은 변동금리 대출상품에서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하는데, 수수료 부담이 크다고 본 겁니다. 정부는 5대 시중은행이 최대 1년간 한시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 주면 600억 원의 면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취약차주가 많이 이용하는 저축은행은 이번 수수료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당장 취약차주가 필요한 곳에선 지원이 안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금융전문가들은 시중은행만 대상으로 하더라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5대 은행의 연 8% 이상 신용대출 취급 비중은 평균 13%로 10명 중 1명만 해당됩니다. 게다가 저신용자가 모두 취약차주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 대상인 취약차주의 숫자는 훨씬 적겠죠. 또한 수수료를 면제받고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탄다고 하더라도 고정금리 역시 금리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이 때문에 단순한 고정금리 대출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아닌 정부의 정책지원 대출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이외에도 취약차주들을 위해 3개월 이상 연체자 대상 대환대출 프로그램이나 대출금리 10.5% 이내의 서민금융상품 대출 한도를 늘려주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융지원도 필요하지만 이젠 근본적 대책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합니다. 고금리를 감당하기 힘든 취약차주들에게 연명 치료만 계속 해주는 거로는 고통의 시기만 늘리는 것밖에 안된다는 거죠.

한국금융연구원 오태록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금공급 확대와 상환유예 같은 방법은 고금리 기조 장기화 시 취약차주의 상환부담을 가중하고 부실을 누적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취약차주의 개별 상황에 따라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차주는 금융지원을 지속하되, 그렇지 못한 차주는 신용회복지원 또는 복지 프로그램으로 연계시키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시 한번 짚고 갈 것은 그렇다고 해서 부동산 갭투자자나 코인투자자 같은 투기나 투자실패로 다중채무자가 된 사람들을 당장 지원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생계형 취약차주를 선별적으로 찾아내고 이들을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래픽: 김현갑,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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