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영국, 르완다로 ‘난민 밀어내기’ 본격화하나

입력 2022.12.21 (10:52) 수정 2022.12.2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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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럽 국가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 바로 난민 문제죠.

영국 정부가 앞으로는 불법 이주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이송하겠다고 해 논란이 됐는데, 이런 시도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영국 법원이 판결했습니다.

르완다 역시 난민들의 피난처가 돼 주겠다며 이 정책을 반기고 있는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영국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군요?

[기자]

네, 영국 정부의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 정책이 합법적이라고 영국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영국 고등법원은 현지시각 19일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는 정부 방침이 인권법과 유엔난민협약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불법 이주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보리스 전 총리가 수장이던 지난 4월, 영연방인 르완다 정부와 난민 이송 협약을 맺었는데요.

영국이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는 대신, 르완다에 1억 2천만 파운드, 우리 돈 천9백억 원 정도를 지불한다는 내용입니다.

르완다로 옮겨진 사람들이 현지에서 난민 지위를 얻으면 5년 동안 머물며 교육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민 절차를 밟거나 추방됩니다.

[앵커]

사실상 돈을 내고 사람을 거래하는 셈이라서 나라 안팎의 비판이 크겠는데요?

[기자]

네, 영국 정부가 이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비판 여론이 상당한데요.

영국과 르완다가 난민 이송 협약을 맺은 두달 뒤인 지난 6월, 영국은 실제로 불법 이주민들을 르완다행 비행기에 태웠습니다.

다만 이륙 직전 유럽인권재판소가 나서서 계획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면서, 당시 비행기가 영국 공군기지를 떠나지는 못했습니다.

[필리포 그란디/유엔 난민고등판무관 :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확실히 믿게 됐습니다. 이 거래는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유엔난민기구 역시 이 정책에 대해 '대참사'라고 규정했고, 영국 국교회 지도부는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는데요.

목숨을 걸고 살길을 찾아 온 사람들을 6,500km 떨어진 생면부지의 나라로 보내 버리는 이 정책이 비인간적이라는 겁니다.

[앵커]

영국 정부는 난민들을 악용하는 각종 범죄를 없애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죠?

[기자]

네. 불법 이주자들이 위험하게 영국해협을 건너면서 생기는 각종 사고를 막고, 또 이들을 악용하는 인신매매업자 등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늘고 있는 난민을 막아보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텐데요.

지난해만 2만 8천여 명이 프랑스 북부에서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 지위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는 사람들입니다.

영국은 이들을 르완다로 보내기 위해 인권 탄압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르완다에 대한 평가도 180도 바꿨습니다.

르완다가 안전한 법치주의 국가라면서, 난민들의 재정착을 돕는 데 숙련된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프리티 파텔/전 영국 내무장관 : "영국과 르완다는 협력하여 이민 제도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안전하고,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돈과 함께 난민을 받게 되는 르완다 역시 이민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겠다고 호응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현실은 양국 정부가 내세우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면서요?

[기자]

르완다는 이전에도 다른 나라에서 추방된 난민을 받아들인 적이 있는데,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인권과는 거리가 멉니다.

BBC는 지난 6월 '이스라엘이 르완다에 난민을 보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기사를 보면 이스라엘은 2013년~2018년 사이 망명자 약 4천 명을 비공식적으로 르완다와 우간다로 보냈습니다.

당시에 르완다로 보내진 한 망명 신청자는 "르완다에서 환영받지 못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했고, 그 모든 과정에서 돈을 내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인권 단체들도 르완다가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는 목적으로 영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반체제 인물들을 암살한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온 인물입니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한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르완다는 180개국 중 156개국을 차지했고, 이는 전년도보다도 한 계단 떨어진 순위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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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1 10:52:08
    • 수정2022-12-21 13:4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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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국가들의 풀리지 않는 숙제, 바로 난민 문제죠.

영국 정부가 앞으로는 불법 이주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로 강제 이송하겠다고 해 논란이 됐는데, 이런 시도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영국 법원이 판결했습니다.

르완다 역시 난민들의 피난처가 돼 주겠다며 이 정책을 반기고 있는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영국 법원이 정부의 손을 들어줬군요?

[기자]

네, 영국 정부의 이른바 '난민 밀어내기' 정책이 합법적이라고 영국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영국 고등법원은 현지시각 19일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이송하는 정부 방침이 인권법과 유엔난민협약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불법 이주에 잘 대처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판결을 환영했습니다.

영국 정부는 보리스 전 총리가 수장이던 지난 4월, 영연방인 르완다 정부와 난민 이송 협약을 맺었는데요.

영국이 난민 신청자를 르완다로 보내 망명 심사를 받게 하는 대신, 르완다에 1억 2천만 파운드, 우리 돈 천9백억 원 정도를 지불한다는 내용입니다.

르완다로 옮겨진 사람들이 현지에서 난민 지위를 얻으면 5년 동안 머물며 교육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민 절차를 밟거나 추방됩니다.

[앵커]

사실상 돈을 내고 사람을 거래하는 셈이라서 나라 안팎의 비판이 크겠는데요?

[기자]

네, 영국 정부가 이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비판 여론이 상당한데요.

영국과 르완다가 난민 이송 협약을 맺은 두달 뒤인 지난 6월, 영국은 실제로 불법 이주민들을 르완다행 비행기에 태웠습니다.

다만 이륙 직전 유럽인권재판소가 나서서 계획을 중단하라고 명령하면서, 당시 비행기가 영국 공군기지를 떠나지는 못했습니다.

[필리포 그란디/유엔 난민고등판무관 : "지난 몇 주 동안 우리는 이 모든 것이 잘못됐다고 확실히 믿게 됐습니다. 이 거래는 모두 잘못된 것입니다."]

유엔난민기구 역시 이 정책에 대해 '대참사'라고 규정했고, 영국 국교회 지도부는 '부도덕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는데요.

목숨을 걸고 살길을 찾아 온 사람들을 6,500km 떨어진 생면부지의 나라로 보내 버리는 이 정책이 비인간적이라는 겁니다.

[앵커]

영국 정부는 난민들을 악용하는 각종 범죄를 없애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죠?

[기자]

네. 불법 이주자들이 위험하게 영국해협을 건너면서 생기는 각종 사고를 막고, 또 이들을 악용하는 인신매매업자 등을 몰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늘고 있는 난민을 막아보자는 게 가장 큰 이유일 텐데요.

지난해만 2만 8천여 명이 프랑스 북부에서 영국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난민 지위나 일자리를 얻기 위해 오는 사람들입니다.

영국은 이들을 르완다로 보내기 위해 인권 탄압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르완다에 대한 평가도 180도 바꿨습니다.

르완다가 안전한 법치주의 국가라면서, 난민들의 재정착을 돕는 데 숙련된 나라라고 표현했습니다.

[프리티 파텔/전 영국 내무장관 : "영국과 르완다는 협력하여 이민 제도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사람들이 안전하고,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돈과 함께 난민을 받게 되는 르완다 역시 이민자들에게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하겠다고 호응하고 있습니다.

[앵커]

하지만 현실은 양국 정부가 내세우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면서요?

[기자]

르완다는 이전에도 다른 나라에서 추방된 난민을 받아들인 적이 있는데, 당시 상황을 들여다보면 인권과는 거리가 멉니다.

BBC는 지난 6월 '이스라엘이 르완다에 난민을 보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요.

기사를 보면 이스라엘은 2013년~2018년 사이 망명자 약 4천 명을 비공식적으로 르완다와 우간다로 보냈습니다.

당시에 르완다로 보내진 한 망명 신청자는 "르완다에서 환영받지 못해 다른 나라로 떠나야 했고, 그 모든 과정에서 돈을 내야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인권 단체들도 르완다가 '인권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씻으려는 목적으로 영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반체제 인물들을 암살한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아 온 인물입니다.

지난해 국경없는기자회가 집계한 세계 언론자유 지수에서 르완다는 180개국 중 156개국을 차지했고, 이는 전년도보다도 한 계단 떨어진 순위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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