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울리는 결혼 정보업체

입력 2004.05.18 (20:57) 수정 2004.09.20 (15: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옛말에 중매는 잘 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 하면 뺨이 세 대라고 했는데요, 요즘 뺨 맞을 결혼정보업체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소개받은 파트너가 사진과는 영 딴판인 경우도 있고요, 아예 업체가 사라져 버리는 그런 황당한 일도 있다고 합니다.
결혼정보업체의 횡포를 김병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인터뷰: 우리 일가에서 아가씨가 있다고 해서 우리 어머니가 선을 보고 왔어, 직접.
무조건 한다 이거예요.
나는 만나보지도 않고 사진만 보고 그냥 했어요, 결혼을.
⊙기자: 결혼시즌인 요즘 주말마다 여기저기 아는 분들 결혼식 참석하시느라 주말 하루 집에서 쉬기도 어려우실 텐데요.
요즘 결혼식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앞서 들으신 한 할아버지의 얘기가 상상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먼 옛날의 얘기처럼 들리실 겁니다.
각종 미팅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결혼,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결혼정보업체가 있습니다.
⊙인터뷰: 친구들 보면 속칭 의사나 판사 등만 소개시켜 준다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A등급, B등급으로 나눠지 않습니까?
사람을 등급별로 나눈다는 것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인터뷰: 저는 회사에서 만난 결혼했어요.
⊙기자: 이처럼 전통적인 결혼풍속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결혼정보업체들인데요.
요즘 결혼정보업체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젊은 미혼 남녀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80여 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송 모씨.
3개월의 기간 동안 단 세 번의 만남을 가졌던 송 씨는 얼마 전 활동 중단 요청을 했습니다.
가입 전과 가입 후 회사의 태도가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송 모씨: 경우에 따라서는 한 명도 못 만날 수 있다라고 사실대로 얘기를 해 준다기 보다는 대개는 무진장 모여를 거다라고 해서 기대를 하게 만들죠.
근데 이런 일들이 굉장히 밝히기 힘든 부분이잖아요.
사실은 민망하잖요.
⊙기자: 이런 경우 흔히 업체들은 회원 자신이 못나서 상대방이 싫어한다는 면피용 해명하기 바쁘죠.
⊙인터뷰: 자기가 못났다는 게...
근데 알아보니까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기자: 지난해 10월에 계약해 단 4번의 만남을 가진 김 모씨.
담당 매니저는 서울에 사는 김 씨에게 경기도 용인에 사는 여성 회원을 추천했습니다.
⊙김 모씨: (직장인이) 평일에 만날 수도 없고, 일요일에 만나야 하는데 사실 용인까지 내려 가려면 2시간 넘게 걸리지 않습니까?
차를 타고 2시간 동안 용인가서 1, 2시간 만나고 다시 2시간 동안 와야겠냐고요.
⊙기자: 심지어는 프로필 사진을 바꾸게 해 민망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한 여자분은 저에게 그래요.
미안하다고... 제가 커피숍에서 그 분을 못 알아봤어요.
프로필 사진이 5년 전 사진이래요.
담당 매니저가 자꾸 거절 당하니까 사진을 교체하라고...
⊙기자: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 여성회원은 몇 번의 실망 뒤 탈퇴를 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중도 포기를 하려고 많이 시도를 했는데, 이제 그만하겠다고...
⊙기자: 1번, 2번, 회사의 설득에 응하다 보면 금세 횟수가 다 채워집니다.
⊙인터뷰: 집에서 선을 보거나, 친구들이 해주는 소개팅보다 못한 만남을 ...
금전적인 것을 내고도 그 정도도 못하니까, 자꾸 본전 생각이이 나고...
주위에서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고 싶어요.
⊙기자: 서울에 사는 이 남성 회원은 수십여 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불과 2번의 매칭을 받았지만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회사가 망했습니다.
⊙인터뷰: 회사 세운는 건 순식간이지만, 이렇게 없어지는 것도 순식간인지는 저는 처음 알았어요.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이래서 문 닫습니다.
이런 말도 없고 미안하다는 공지도 없이 자기네들 힘들다고 그냥 회사를 없애버린 거죠.
⊙기자: 어떠셨습니까?
물론 앞서 보셨던 사례들이 모든 결혼정보업체에 해당되는 것들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의 얘기에서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입 전후가 너무 다르고 아예 만나기조차 힘든 사람을 소개하거나 만남이 잘 안 되면 무조건 회원 탓으로 돌리는, 한마디로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회원들의 또 다른 불만은 만만치 않은 고가의 회비와 탈퇴에 따른 환불금 문제입니다.
보통 100여 만원에서 수백만원의 회비를 내지만 탈퇴할 경우 환불금은 뚝 떨어집니다.
한 피해자의 환불금을 분석해 보면 78만원의 회비 가운데 입회비가 54만원, 6개월 회비 24만원에 나머지 6개월은 속칭 회사의 보너스입니다.
따라서 가입 후 단 한 달 뒤에 탈퇴를 해도 환불금은 입회비와 한 달 활동비 4만원까지 뺀 20만원이 됩니다.
여기에다 유령회원들까지 있습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떠도는 얘기가 바로 얼굴마담.
⊙송 모씨: 잘난 회원, 돈 많이 낸 여성회원들을 만나게 해 주는 건데, 거기 온 사람들은 실제로 회원이 아닌 경우가 많아아요.
한 번은 그냥 의사인데, 우루루 와서 술 한 잔 먹고 가십시오.
그러는 거예요.
⊙기자: 여기에서 말하는 속칭 좋은 직업의 남녀가 바로 업체들의 상품격인 얼굴마담에 해당됩니다.
⊙한의사(미혼): 집안이 부유하거나 학벌이 좋은 여성을 소개시켜 주는데, 무료로 가입시켜 주고 특별회원으로 취급해 준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기자: 회사의 무성의함에 지쳐버린 회원들, 자체적으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만남의 장을 갖고 있습니다.
⊙결혼정보업체 피해자 모임 회원: 이런 모임 자체에서 회비라고 해봐야 기껏 3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건전한 만남의 장이 좋은 구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처럼 회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소비자보호원에는 결혼정보업체와 관련된 상담과 피해 구제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순일(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팀장): 일부는 소비자들의 요구대로 제대로 처리되지만 그 중에서 소비자들과 합의되지 않아서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되고 조정 결정까지 가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기자: 업체 수만 수백여 개에 연간 5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결혼정보.
광고만 믿고 목돈 들여 덜컥 가입하는 것보다 각 회사에서 제시하는 약관과 자신이 제공받을 서비스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KBS뉴스 김병용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회원 울리는 결혼 정보업체
    • 입력 2004-05-18 20:13:26
    • 수정2004-09-20 15:48:12
    뉴스타임
⊙앵커: 옛말에 중매는 잘 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 하면 뺨이 세 대라고 했는데요, 요즘 뺨 맞을 결혼정보업체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소개받은 파트너가 사진과는 영 딴판인 경우도 있고요, 아예 업체가 사라져 버리는 그런 황당한 일도 있다고 합니다. 결혼정보업체의 횡포를 김병용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인터뷰: 우리 일가에서 아가씨가 있다고 해서 우리 어머니가 선을 보고 왔어, 직접. 무조건 한다 이거예요. 나는 만나보지도 않고 사진만 보고 그냥 했어요, 결혼을. ⊙기자: 결혼시즌인 요즘 주말마다 여기저기 아는 분들 결혼식 참석하시느라 주말 하루 집에서 쉬기도 어려우실 텐데요. 요즘 결혼식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앞서 들으신 한 할아버지의 얘기가 상상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먼 옛날의 얘기처럼 들리실 겁니다. 각종 미팅에 익숙한 신세대들의 결혼, 그 변화의 중심에 바로 결혼정보업체가 있습니다. ⊙인터뷰: 친구들 보면 속칭 의사나 판사 등만 소개시켜 준다고 그러더라고요. ⊙인터뷰: A등급, B등급으로 나눠지 않습니까? 사람을 등급별로 나눈다는 것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인터뷰: 저는 회사에서 만난 결혼했어요. ⊙기자: 이처럼 전통적인 결혼풍속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 바로 결혼정보업체들인데요. 요즘 결혼정보업체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젊은 미혼 남녀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12월 80여 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한 송 모씨. 3개월의 기간 동안 단 세 번의 만남을 가졌던 송 씨는 얼마 전 활동 중단 요청을 했습니다. 가입 전과 가입 후 회사의 태도가 너무 달랐기 때문입니다. ⊙송 모씨: 경우에 따라서는 한 명도 못 만날 수 있다라고 사실대로 얘기를 해 준다기 보다는 대개는 무진장 모여를 거다라고 해서 기대를 하게 만들죠. 근데 이런 일들이 굉장히 밝히기 힘든 부분이잖아요. 사실은 민망하잖요. ⊙기자: 이런 경우 흔히 업체들은 회원 자신이 못나서 상대방이 싫어한다는 면피용 해명하기 바쁘죠. ⊙인터뷰: 자기가 못났다는 게... 근데 알아보니까 이런 사람들이 굉장히 많더라고요. ⊙기자: 지난해 10월에 계약해 단 4번의 만남을 가진 김 모씨. 담당 매니저는 서울에 사는 김 씨에게 경기도 용인에 사는 여성 회원을 추천했습니다. ⊙김 모씨: (직장인이) 평일에 만날 수도 없고, 일요일에 만나야 하는데 사실 용인까지 내려 가려면 2시간 넘게 걸리지 않습니까? 차를 타고 2시간 동안 용인가서 1, 2시간 만나고 다시 2시간 동안 와야겠냐고요. ⊙기자: 심지어는 프로필 사진을 바꾸게 해 민망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한 여자분은 저에게 그래요. 미안하다고... 제가 커피숍에서 그 분을 못 알아봤어요. 프로필 사진이 5년 전 사진이래요. 담당 매니저가 자꾸 거절 당하니까 사진을 교체하라고... ⊙기자: 경기도 성남에 사는 이 여성회원은 몇 번의 실망 뒤 탈퇴를 원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중도 포기를 하려고 많이 시도를 했는데, 이제 그만하겠다고... ⊙기자: 1번, 2번, 회사의 설득에 응하다 보면 금세 횟수가 다 채워집니다. ⊙인터뷰: 집에서 선을 보거나, 친구들이 해주는 소개팅보다 못한 만남을 ... 금전적인 것을 내고도 그 정도도 못하니까, 자꾸 본전 생각이이 나고... 주위에서 한다고 하면 뜯어 말리고 싶어요. ⊙기자: 서울에 사는 이 남성 회원은 수십여 만원의 가입비를 내고 불과 2번의 매칭을 받았지만 황당한 일을 당했습니다. 회사가 망했습니다. ⊙인터뷰: 회사 세운는 건 순식간이지만, 이렇게 없어지는 것도 순식간인지는 저는 처음 알았어요. 소리 소문도 없이 우리 이래서 문 닫습니다. 이런 말도 없고 미안하다는 공지도 없이 자기네들 힘들다고 그냥 회사를 없애버린 거죠. ⊙기자: 어떠셨습니까? 물론 앞서 보셨던 사례들이 모든 결혼정보업체에 해당되는 것들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의 얘기에서는 어느 정도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가입 전후가 너무 다르고 아예 만나기조차 힘든 사람을 소개하거나 만남이 잘 안 되면 무조건 회원 탓으로 돌리는, 한마디로 무책임하다는 것입니다. 회원들의 또 다른 불만은 만만치 않은 고가의 회비와 탈퇴에 따른 환불금 문제입니다. 보통 100여 만원에서 수백만원의 회비를 내지만 탈퇴할 경우 환불금은 뚝 떨어집니다. 한 피해자의 환불금을 분석해 보면 78만원의 회비 가운데 입회비가 54만원, 6개월 회비 24만원에 나머지 6개월은 속칭 회사의 보너스입니다. 따라서 가입 후 단 한 달 뒤에 탈퇴를 해도 환불금은 입회비와 한 달 활동비 4만원까지 뺀 20만원이 됩니다. 여기에다 유령회원들까지 있습니다. 피해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떠도는 얘기가 바로 얼굴마담. ⊙송 모씨: 잘난 회원, 돈 많이 낸 여성회원들을 만나게 해 주는 건데, 거기 온 사람들은 실제로 회원이 아닌 경우가 많아아요. 한 번은 그냥 의사인데, 우루루 와서 술 한 잔 먹고 가십시오. 그러는 거예요. ⊙기자: 여기에서 말하는 속칭 좋은 직업의 남녀가 바로 업체들의 상품격인 얼굴마담에 해당됩니다. ⊙한의사(미혼): 집안이 부유하거나 학벌이 좋은 여성을 소개시켜 주는데, 무료로 가입시켜 주고 특별회원으로 취급해 준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기자: 회사의 무성의함에 지쳐버린 회원들, 자체적으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만남의 장을 갖고 있습니다. ⊙결혼정보업체 피해자 모임 회원: 이런 모임 자체에서 회비라고 해봐야 기껏 3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건전한 만남의 장이 좋은 구실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처럼 회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소비자보호원에는 결혼정보업체와 관련된 상담과 피해 구제가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정순일(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국 팀장): 일부는 소비자들의 요구대로 제대로 처리되지만 그 중에서 소비자들과 합의되지 않아서 분쟁조정위원회에 상정되고 조정 결정까지 가는 사례가 굉장히 많습니다. ⊙기자: 업체 수만 수백여 개에 연간 5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결혼정보. 광고만 믿고 목돈 들여 덜컥 가입하는 것보다 각 회사에서 제시하는 약관과 자신이 제공받을 서비스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길입니다. KBS뉴스 김병용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