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찾아온 익명 나눔 천사…5년 동안 남몰래 5억 4천만 원 기부

입력 2022.12.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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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사흘 앞둔 어제(22일) 아침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발신 번호는 뜨지 않았습니다.

수화기 너머 한 남성이 전해온 내용은 "1년 동안 모은 적금을 보낸다. 중증 질환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병원비로 사용되길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모금회 관계자는 곧장 사무실 문 앞에 있는 모금함으로 달려갔습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 설치된 모금함.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 설치된 모금함.

모금함 뒤쪽에는 두꺼운 신문지 뭉치가 놓여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열어본 뭉치 안에는 동전과 지폐 등을 합쳐 4천749만 4천810원과 손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손편지 내용은 이렇습니다.

병원비로 힘겨워하는 가정의 중증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 이하 아동들의 의료비로 사용되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의 어린이들이 아픔이 뭔지 모르길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2022년 12월 어느 날.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모금회 관계자들은 수년간 여러 차례 손편지와 성금을 두고 간 '나눔 천사' A 씨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22일 A 씨가 놓고 간 현금과 손편지/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22일 A 씨가 놓고 간 현금과 손편지/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A 씨는 2017년 연말 캠페인을 시작으로 익명 기부를 해왔습니다. 당시 연말 이웃돕기 성금 2억 3천900만 원으로 시작된 기부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연말뿐이 아닙니다. 경북·강원 산불과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경남 진주 안인득 방화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전했습니다. A 씨가 5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기부한 금액만 5억 4천500여만 원입니다.

수억 원을 기부해온 A 씨의 신원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기부금을 보낼 때마다 발신 번호를 가린 채 연락한 뒤 몰래 돈을 놓고 가기 때문입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았을 때 A 씨라는 걸 직감하고 만나자는 의사도 전달했지만 거절했다"며 "해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웃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시는 기부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어제 모금회 관계자와의 통화 끝에서 "내년에 또 연락드리겠다. 행복한 성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전하면서 내년에도 또다시 기부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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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도 찾아온 익명 나눔 천사…5년 동안 남몰래 5억 4천만 원 기부
    • 입력 2022-12-23 14:24:39
    취재K

성탄절을 사흘 앞둔 어제(22일) 아침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발신 번호는 뜨지 않았습니다.

수화기 너머 한 남성이 전해온 내용은 "1년 동안 모은 적금을 보낸다. 중증 질환을 겪고 있는 아동·청소년들의 병원비로 사용되길 바란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은 모금회 관계자는 곧장 사무실 문 앞에 있는 모금함으로 달려갔습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 앞에 설치된 모금함.
모금함 뒤쪽에는 두꺼운 신문지 뭉치가 놓여있었습니다. 조심스레 열어본 뭉치 안에는 동전과 지폐 등을 합쳐 4천749만 4천810원과 손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손편지 내용은 이렇습니다.

병원비로 힘겨워하는 가정의 중증병을 앓고 있는 청소년 이하 아동들의 의료비로 사용되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우리 이웃들의 어린이들이 아픔이 뭔지 모르길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2022년 12월 어느 날.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지만, 모금회 관계자들은 수년간 여러 차례 손편지와 성금을 두고 간 '나눔 천사' A 씨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22일 A 씨가 놓고 간 현금과 손편지/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A 씨는 2017년 연말 캠페인을 시작으로 익명 기부를 해왔습니다. 당시 연말 이웃돕기 성금 2억 3천900만 원으로 시작된 기부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연말뿐이 아닙니다. 경북·강원 산불과 이태원 참사,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경남 진주 안인득 방화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성금을 전했습니다. A 씨가 5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기부한 금액만 5억 4천500여만 원입니다.

수억 원을 기부해온 A 씨의 신원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기부금을 보낼 때마다 발신 번호를 가린 채 연락한 뒤 몰래 돈을 놓고 가기 때문입니다.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발신번호 표시제한 전화를 받았을 때 A 씨라는 걸 직감하고 만나자는 의사도 전달했지만 거절했다"며 "해마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웃을 위해 성금을 보내주시는 기부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어제 모금회 관계자와의 통화 끝에서 "내년에 또 연락드리겠다. 행복한 성탄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전하면서 내년에도 또다시 기부할 것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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