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대안학교의 특별한 2022년

입력 2022.12.24 (08:37) 수정 2022.12.2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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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엔 탈북민 2세들을 위한 여러 대안학교들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특화된 교육을 하는 학교들인데요.

<통일로 미래로> 이 코너에서도 몇 차례 소개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네, 오늘 소개해 드릴 학교는 ‘남북사랑 초등학교’ 인데요.

이곳에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초등학생들 만나고 오셨네요?

그런데, 이 대안학교는 이전에 한 번 소개가 됐던 곳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봐요?

[기자]

네, 지난해 3월에 다녀왔었는데요.

올해 학교에 특별한 변화가 생겼다고 해서 다시 갔다 왔습니다.

원래는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였는데 올해 초등과정이 개설됐고요.

특히 처음으로 탈북민 선생님이 오시는 등 올 1년 동안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앵커]

내일이면 바로 크리스마스기도 한데 학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있던가요?

[기자]

네, 물론입니다.

초등생들이 크리스마스 축하 무대를 꾸민다고 한 달 전부터 합창 연습을 열심히 해왔다는데요.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친구들과 함께 하기까지 하니 더없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북사랑 초등학교>의 연말 풍경, 함께 보실까요?

[리포트]

중국어 수업이 한창인 강의실,

["이게 무슨 뜻이죠? (아빠) 아빠라는 뜻이에요, 그죠."]

학생들이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해봅니다.

앳된 어린이부터 덩치 큰 형까지 여러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데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함께 모여 중국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듣고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님이 중국인과 탈북민인 다문화 가정, 탈북민 2세 아이들인데, 엄마아빠와 막힘없이 얘기하려면 중국어가 꼭 필요한 겁니다.

개교 7년째인 올해 이 학교에는 큰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초등과정이 처음 생겼을 뿐만이 아니라 탈북민 선생님도 맞게 됐다는데요.

여기엔 어떤 사연이 녹아 있을까요.

남북사랑학교는 2016년 탈북민 대안학교로 첫발을 내디뎠는데요.

탈북 청소년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중고등 과정으로 시작했고, 검정고시반과 대입반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 가정의 자녀들을 어릴 때부터 세심하게 돌보기 위해 올해 초등과정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부터는 한국 어린이도 입학했습니다.

[이현주/남북사랑학교 초등과정 교감 : "중·고등 과정의 탈북 청소년들을 한 2년 정도 가르쳐 보니까 얘네들이 정체성 혼란이 있는 경우도 많고 부모와 갈등이 있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남북통합교육을 하려면 어린나이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게 좋겠다."]

현재 초등학생은 모두 11명으로, 중국인 부모를 둔 아이와 남한 가정의 아이, 그리고 엄마는 탈북민, 아빠는 중국인인 아이가 한데 어울려 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원이 다채롭다 보니 국어 시간 풍경도 여느 교실과 다른데요.

["지혜야, 우리 중국어 말고 한국어로 읽으면서 써 주세요."]

아이들한텐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습니다.

[천예진/8세 : "처음엔 친구가 중국어로 말해서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편해요."]

그리고 이 학교가 맞이한 또 하나의 변화, 바로 선생님입니다.

올해 시작한 초등학교의 담임을 맡은 심은화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남북사랑학교’의 첫 탈북민 교사입니다.

[심양섭/남북사랑학교 교장 : "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고 또 정서에 맞고 친근하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필요했어요. 저도 추천을 했고 다른 분들도 추천을 해서 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가 탄생했습니다."]

2013년 한국에 온 뒤 사회복지를 전공한 심은화 씨는 마음에 늘 품어왔던 꿈인 교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북한에서는 꽃제비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에는 그 아이들을 품어 줄 수 있는 고아의 엄마가 되는 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고아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심 선생님의 바람은 2009년 탈북 뒤 중국에서 겪은 가슴 아픈 사연에서 비롯됐습니다.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저도 인신매매로 농촌에 팔려갔고요. 거기서 2년 반 동안 살게 됐던 거 같아요.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있고요. 지금 중국에 있고 13살이 됐어요."]

중국에 두고 온 세 살배기 딸은 어느덧 10대 소녀가 됐지만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 해줬다는 회한은 10년 가까이 안쓰러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겠죠. 딸과 같은 나이인 올해 13살인 은광이한테 더 마음이 쓰이는데요.

은광이에겐 북한에 살고 있는 형이 한 명 있습니다.

엄마가 중국에 간 뒤 태어나 북한의 형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만히 이름만 떠올려도 그립습니다.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만약 형 만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형이 어떻게 변했을 것 같아?"]

[염은광/13세 : "형 되게 잘 생겼겠죠. 사진을 봤었는데 의외로 되게 잘 생겼더라고요."]

요리사를 꿈꾸는 은광이는 엄마 고향에서 음식점을 여는 게 장래 희망입니다.

[염은광/13세 : "북한에 가서 북한에서 식당을 차리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북한의 친구들은 얼마나 못 먹을까 하면서 뭔가 많이 불쌍하다는 얘기가 많이 생각났어요."]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 조금씩 행동하고 있는 남북사랑학교. 특별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학교 학생들은 설레는 발걸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함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크리스마스 축하 공연을 위해 전 학년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때만큼은 서로 다른 언어도, 성장 배경도, 벽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아이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따뜻하기만 한데요.

[천예진/8세 : "친구들과 다 같이 해서 좋아요."]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졌을 때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참 아름다워요. 이번 크리스마스가."]

이런 훈훈한 자리엔 또, 선물이 빠질 수 없겠죠.

["자, 크리스마스 선물, 유니티, 축하해요."]

들뜬 마음으로 연 상자엔 맛난 간식이 한가득 들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해요!"]

밖은 춥지만 교실엔 온기가 가득한데요, 아이들의 새해 소원은 뭘까요?

[박유니티/10세 : "다음해에는 꼭 통일이 되게. (왜 통일이에요?) 저는 어머니의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

[이주하/10세 : "통일돼서 할머니 먼저 만나고 싶어요. (할머니. 할머니 어디 계세요?) 북한이요. (직접 보면 하고 싶은 말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할머니 사랑해요."]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여기 안에서 작은 통일을 이미 경험하면서 실천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누군가를 품으려는 그 마음이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이 아이들이야 말로 미래에 좀 더 편견 없이 포용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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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대안학교의 특별한 2022년
    • 입력 2022-12-24 08:37:55
    • 수정2022-12-24 09: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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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엔 탈북민 2세들을 위한 여러 대안학교들이 있습니다.

이 땅에서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특화된 교육을 하는 학교들인데요.

<통일로 미래로> 이 코너에서도 몇 차례 소개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네, 오늘 소개해 드릴 학교는 ‘남북사랑 초등학교’ 인데요.

이곳에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초등학생들 만나고 오셨네요?

그런데, 이 대안학교는 이전에 한 번 소개가 됐던 곳인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봐요?

[기자]

네, 지난해 3월에 다녀왔었는데요.

올해 학교에 특별한 변화가 생겼다고 해서 다시 갔다 왔습니다.

원래는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였는데 올해 초등과정이 개설됐고요.

특히 처음으로 탈북민 선생님이 오시는 등 올 1년 동안 적잖은 변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앵커]

내일이면 바로 크리스마스기도 한데 학교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있던가요?

[기자]

네, 물론입니다.

초등생들이 크리스마스 축하 무대를 꾸민다고 한 달 전부터 합창 연습을 열심히 해왔다는데요.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친구들과 함께 하기까지 하니 더없이 좋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남북사랑 초등학교>의 연말 풍경, 함께 보실까요?

[리포트]

중국어 수업이 한창인 강의실,

["이게 무슨 뜻이죠? (아빠) 아빠라는 뜻이에요, 그죠."]

학생들이 중국어로 자기소개를 해봅니다.

앳된 어린이부터 덩치 큰 형까지 여러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는데요.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함께 모여 중국어를 정식 교과목으로 듣고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님이 중국인과 탈북민인 다문화 가정, 탈북민 2세 아이들인데, 엄마아빠와 막힘없이 얘기하려면 중국어가 꼭 필요한 겁니다.

개교 7년째인 올해 이 학교에는 큰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초등과정이 처음 생겼을 뿐만이 아니라 탈북민 선생님도 맞게 됐다는데요.

여기엔 어떤 사연이 녹아 있을까요.

남북사랑학교는 2016년 탈북민 대안학교로 첫발을 내디뎠는데요.

탈북 청소년의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해 중고등 과정으로 시작했고, 검정고시반과 대입반 등을 운영해 왔습니다.

이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탈북 가정의 자녀들을 어릴 때부터 세심하게 돌보기 위해 올해 초등과정을 새롭게 개설했습니다.

여기에다 올해부터는 한국 어린이도 입학했습니다.

[이현주/남북사랑학교 초등과정 교감 : "중·고등 과정의 탈북 청소년들을 한 2년 정도 가르쳐 보니까 얘네들이 정체성 혼란이 있는 경우도 많고 부모와 갈등이 있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남북통합교육을 하려면 어린나이에서부터 시작을 하는 게 좋겠다."]

현재 초등학생은 모두 11명으로, 중국인 부모를 둔 아이와 남한 가정의 아이, 그리고 엄마는 탈북민, 아빠는 중국인인 아이가 한데 어울려 놀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구성원이 다채롭다 보니 국어 시간 풍경도 여느 교실과 다른데요.

["지혜야, 우리 중국어 말고 한국어로 읽으면서 써 주세요."]

아이들한텐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습니다.

[천예진/8세 : "처음엔 친구가 중국어로 말해서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편해요."]

그리고 이 학교가 맞이한 또 하나의 변화, 바로 선생님입니다.

올해 시작한 초등학교의 담임을 맡은 심은화 씨가 그 주인공인데요.

‘남북사랑학교’의 첫 탈북민 교사입니다.

[심양섭/남북사랑학교 교장 : "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고 또 정서에 맞고 친근하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필요했어요. 저도 추천을 했고 다른 분들도 추천을 해서 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가 탄생했습니다."]

2013년 한국에 온 뒤 사회복지를 전공한 심은화 씨는 마음에 늘 품어왔던 꿈인 교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북한에서는 꽃제비라고 얘기하는데 나중에는 그 아이들을 품어 줄 수 있는 고아의 엄마가 되는 게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고아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심 선생님의 바람은 2009년 탈북 뒤 중국에서 겪은 가슴 아픈 사연에서 비롯됐습니다.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저도 인신매매로 농촌에 팔려갔고요. 거기서 2년 반 동안 살게 됐던 거 같아요. 그 사이에 태어난 아이도 있고요. 지금 중국에 있고 13살이 됐어요."]

중국에 두고 온 세 살배기 딸은 어느덧 10대 소녀가 됐지만 엄마 역할을 제대로 못 해줬다는 회한은 10년 가까이 안쓰러움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겠죠. 딸과 같은 나이인 올해 13살인 은광이한테 더 마음이 쓰이는데요.

은광이에겐 북한에 살고 있는 형이 한 명 있습니다.

엄마가 중국에 간 뒤 태어나 북한의 형을 직접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가만히 이름만 떠올려도 그립습니다.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만약 형 만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형이 어떻게 변했을 것 같아?"]

[염은광/13세 : "형 되게 잘 생겼겠죠. 사진을 봤었는데 의외로 되게 잘 생겼더라고요."]

요리사를 꿈꾸는 은광이는 엄마 고향에서 음식점을 여는 게 장래 희망입니다.

[염은광/13세 : "북한에 가서 북한에서 식당을 차리는 그런 일을 하고 싶어요. 북한의 친구들은 얼마나 못 먹을까 하면서 뭔가 많이 불쌍하다는 얘기가 많이 생각났어요."]

편견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 조금씩 행동하고 있는 남북사랑학교. 특별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학교 학생들은 설레는 발걸음으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저도 그 현장에 함께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크리스마스 축하 공연을 위해 전 학년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때만큼은 서로 다른 언어도, 성장 배경도, 벽이 되지 않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아이에게도 선생님에게도 따뜻하기만 한데요.

[천예진/8세 : "친구들과 다 같이 해서 좋아요."]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다양한 목소리가 어우러졌을 때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참 아름다워요. 이번 크리스마스가."]

이런 훈훈한 자리엔 또, 선물이 빠질 수 없겠죠.

["자, 크리스마스 선물, 유니티, 축하해요."]

들뜬 마음으로 연 상자엔 맛난 간식이 한가득 들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감사해요!"]

밖은 춥지만 교실엔 온기가 가득한데요, 아이들의 새해 소원은 뭘까요?

[박유니티/10세 : "다음해에는 꼭 통일이 되게. (왜 통일이에요?) 저는 어머니의 고향에 가고 싶습니다."]

[이주하/10세 : "통일돼서 할머니 먼저 만나고 싶어요. (할머니. 할머니 어디 계세요?) 북한이요. (직접 보면 하고 싶은 말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할머니 사랑해요."]

[심은화/남북사랑학교 제1호 탈북민 교사 : "여기 안에서 작은 통일을 이미 경험하면서 실천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거든요. 누군가를 품으려는 그 마음이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런 거 같아요. 이 아이들이야 말로 미래에 좀 더 편견 없이 포용 할 수 있는 아이들이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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