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필수의료]② 미용의료로 몰리는 의사들…의료 불균형 어쩌나?

입력 2022.1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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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중증 질환을 고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필수의료'는 국민 건강 안전망입니다. 필수의료가 무너지면 결국, 우리 생명이 위협받게 됩니다. 보통 필수의료 진료과로는 내과,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있는데요. 이들 진료과의 의료 행위 중에서도 골든타임이 있는 중증 외상이나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의 급성심뇌혈관 질환, 분만과 소아진료 분야는 치료의 시급성과 중대성이 특히 큽니다. 위기의 필수의료, 각 과별 상황에 이어 오늘은 필수의료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 그 이유와 소생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한 배경에는 '의료 수가 왜곡'이 있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이야기입니다. 의료 수가란 진료·검사· 수술 ·처치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결정합니다. 필수의료,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어렵고,힘들고, 업무량 부담도 크지만 고생에 비해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쌍꺼풀 수술은 수술 방법에 따라, 수가가 9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도 합니다. 반면, 맹장수술은 수술 가산율 20%를 더해도 수가가 30만 원 정도입니다. 미국의 맹장수술 기본 수가는 88만 원, 일본은 67만 원이어서 필수의료 현장에선 수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엇박자가 심하다 보니,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인력이 이탈하고, 전공의 지원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이탈한 상당수 의사들이 비급여 미용 의료 분야로 몰리면서, 의료 인력 구조의 불균형적 분포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부족하고, 미용의료 분야 의사는 넘쳐나고 있습니다.

■ 수가 현실화 위한 재원 마련은 어떻게?

재원 조달 방향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의료 수가를 올리면 건강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는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적용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필수의료 분야 비율을 늘리고, 감기 같은 단순 경증 질환의 비율을 줄이는 건데, 각 쪽의 입장이 있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건강보험 이외 국고 지원이나 기타 기금 형식을 활용해 마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과거 응급의료센터를 구축할 때 교통범칙금 같은 외부 기금을 마련해서 지원했던 것처럼 술, 담배 등 우리 건강을 해치는 분야의 외부 기금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 수가 조정하면 해결되나?

유인책인 수가 현실화와 함께 기존 전문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해 보입니다. 입원 환자를 담당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 활성화를 통해 본인 전문 과목과 전혀 관계 없는 진료를 하고 있는 전문의 인력을 다시 종합병원급 이상의 기관으로 흡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피과 전공의들에 대한 급여 인상, 군복무대체제도나 국가장학금지원 같은 실제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단 의견도 있습니다.

고위험·고난이도 의료를 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사망 관련 의료사고 배상 액수가 수억 원에 달하기도 하는데요. 의료계는 무과실 사고에 대한 배상을 정부가 하는 공적 보상제도 시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100% 보상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의결됐습니다.

의사 수를 늘리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의료계와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를 통해 해당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 재개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공공보건인력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나 연구가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반응은?

지난 8일, 정부가 건보재정을 효율화해서 우선 야간과 휴일의 중증·응급 수술 등에 대해 보상을 더 하겠다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의료계는 방향성은 맞지만, 현안을 개선할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합니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이번 대책은 중증외상, 급성심뇌혈관질환, 분만, 소아 분야로 한정이 됐는데, 야간과 휴일 수술의 70%를 차지하는 맹장이나 장 마비 수술같은 매우 중증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수술이나 의료행위들에 대한 후속 대책도 있어야 한다"면서, "중증·응급 분야의 이송체계 개편이 미흡하게 다뤄진 점도 아쉽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응급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의 케어를 담당하는 내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은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고령의 중증 내과 환자가 늘어나면 내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지원대책을 시작으로, 추진 과제들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에 대한 세밀한 논의를 이어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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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5 09:00:30
    취재K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중증 질환을 고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필수의료'는 국민 건강 안전망입니다. 필수의료가 무너지면 결국, 우리 생명이 위협받게 됩니다. 보통 필수의료 진료과로는 내과, 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있는데요. 이들 진료과의 의료 행위 중에서도 골든타임이 있는 중증 외상이나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등의 급성심뇌혈관 질환, 분만과 소아진료 분야는 치료의 시급성과 중대성이 특히 큽니다. 위기의 필수의료, 각 과별 상황에 이어 오늘은 필수의료 붕괴가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 그 이유와 소생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짚어봅니다.

■ 필수의료 의사가 부족한 이유는?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부족한 배경에는 '의료 수가 왜곡'이 있다는 게 의료계 안팎의 이야기입니다. 의료 수가란 진료·검사· 수술 ·처치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결정합니다. 필수의료,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어렵고,힘들고, 업무량 부담도 크지만 고생에 비해 수가가 낮게 책정돼 있습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쌍꺼풀 수술은 수술 방법에 따라, 수가가 90만 원에서 200만 원까지도 합니다. 반면, 맹장수술은 수술 가산율 20%를 더해도 수가가 30만 원 정도입니다. 미국의 맹장수술 기본 수가는 88만 원, 일본은 67만 원이어서 필수의료 현장에선 수가 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엇박자가 심하다 보니,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 인력이 이탈하고, 전공의 지원도 감소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이탈한 상당수 의사들이 비급여 미용 의료 분야로 몰리면서, 의료 인력 구조의 불균형적 분포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는 부족하고, 미용의료 분야 의사는 넘쳐나고 있습니다.

■ 수가 현실화 위한 재원 마련은 어떻게?

재원 조달 방향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의료 수가를 올리면 건강보험료가 올라갈 수 있는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건강보험 적용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필수의료 분야 비율을 늘리고, 감기 같은 단순 경증 질환의 비율을 줄이는 건데, 각 쪽의 입장이 있다 보니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건강보험 이외 국고 지원이나 기타 기금 형식을 활용해 마련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과거 응급의료센터를 구축할 때 교통범칙금 같은 외부 기금을 마련해서 지원했던 것처럼 술, 담배 등 우리 건강을 해치는 분야의 외부 기금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 수가 조정하면 해결되나?

유인책인 수가 현실화와 함께 기존 전문의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우선 필요해 보입니다. 입원 환자를 담당하는 '입원전담전문의제도' 활성화를 통해 본인 전문 과목과 전혀 관계 없는 진료를 하고 있는 전문의 인력을 다시 종합병원급 이상의 기관으로 흡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피과 전공의들에 대한 급여 인상, 군복무대체제도나 국가장학금지원 같은 실제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단 의견도 있습니다.

고위험·고난이도 의료를 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부담은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사망 관련 의료사고 배상 액수가 수억 원에 달하기도 하는데요. 의료계는 무과실 사고에 대한 배상을 정부가 하는 공적 보상제도 시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정부가 100% 보상하는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의결됐습니다.

의사 수를 늘리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의료계와 지난 2020년 9·4 의정합의를 통해 해당 논의를 코로나19 안정화 이후에 재개하기로 한 상황입니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공공보건인력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나 연구가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대한 반응은?

지난 8일, 정부가 건보재정을 효율화해서 우선 야간과 휴일의 중증·응급 수술 등에 대해 보상을 더 하겠다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내놨습니다. 의료계는 방향성은 맞지만, 현안을 개선할 실효성은 떨어진다고 평가합니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은 "이번 대책은 중증외상, 급성심뇌혈관질환, 분만, 소아 분야로 한정이 됐는데, 야간과 휴일 수술의 70%를 차지하는 맹장이나 장 마비 수술같은 매우 중증은 아니지만 꼭 필요한 수술이나 의료행위들에 대한 후속 대책도 있어야 한다"면서, "중증·응급 분야의 이송체계 개편이 미흡하게 다뤄진 점도 아쉽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응급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의 케어를 담당하는 내과에 대한 고려도 필요합니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은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 고령의 중증 내과 환자가 늘어나면 내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지원대책을 시작으로, 추진 과제들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후속 대책에 대한 세밀한 논의를 이어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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