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유명 식당 대표 강도살인…“식당 운영권·재산 가로채려”

입력 2022.12.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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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한 유명 식당 대표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들이 식당 운영권 등 전 재산을 빼앗으려, 올해 여름부터 반년간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당초 살인교사 혐의를 받았던 주범 박 모 씨 등 피의자 3명에 대해 모두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오늘 검찰에 넘겼습니다.

■ 박 씨 "나는 식당 공동 투자자"…대외적으로 '관리이사' 행세

박 씨는 모 음식점 대표인 피해자와 2018년 우연히 알게 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박 씨가 피해자에게 빌린 억대의 돈을 갚지 않으며,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자신의 토지를 비롯해 피해자의 건물과 토지를 묶어, 공동 담보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았고, 이를 들어 자신이 업체 공동 투자자이자 '관리 이사'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식당은 실제로는 1인 주주 회사인 데다 '관리 이사'라는 직책도 없었지만, 박 씨는 허위로 '주주 명부'를 만들어 주변에 보여주기도 하면서 자신의 지분이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토지 담보를 해제하게 되면, 피해자 측에서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대출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할 것이라며 '식당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 점을 볼 때, 식당 대표인 피해자의 부재를 틈타 업체 운영권과 재산 등을 가로채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짚었습니다.

■ "범행 대가로 빚 2억 청산, 식당 분점 운영권 등 제안"

피해자의 식당 등 재산을 노린 박 씨가 김 씨 부부와 범행을 공모한 것은 올해 여름쯤부터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박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 부부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알고 접근해, 금전적 대가를 약속하고 범행에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경찰은 박 씨가 이들 부부에게 범행 이후 2억 원 규모 채무 청산과 식당 분점 운영권, 피해자 명의의 재개발 예정 아파트 1채 등을 제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 부부가 박 씨로부터 현금과 계좌 송금으로 2,000만 원을 받고, 범행 이전에 제주를 여러 차례 오가며 호텔비와 교통비 등 3,500만 원 상당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고의로 교통사고 시도…귀갓길 피해자 폭행 '미수'에 그쳐

제주동부경찰서는 피의자들이 지난 9월부터 7차례에 걸쳐, 계획한 범행을 실행에 옮겼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9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다치게 하려 했지만, 도로 상황 등으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당시 범행 지시 내용도 "내가 운전하고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울 테니, 차량이 유턴할 때 조수석 쪽으로 들이받아라"와 같이 구체적이었다고 경찰은 덧붙였습니다.

고의 교통사고 계획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들은 지난달 10일 귀갓길 피해자를 폭행하려 했으나, 당시 인근을 돌던 순찰차를 보고 범행을 접기도 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강도살인 피의자 김 씨가 갈아입을 옷 등을 담은 손가방을 들고, 지난 16일 범행을 위해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하는 모습.강도살인 피의자 김 씨가 갈아입을 옷 등을 담은 손가방을 들고, 지난 16일 범행을 위해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하는 모습.

이어 김 씨는 지난달 29일, 박 씨가 알려준 피해자 주거지 현관 비밀번호로 집에 침입해 범행하려고 했지만, 비밀번호가 틀려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후 지난 5일, 김 씨는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주거지 현관을 비추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 네 자리 중 세 자리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박 씨는 이 비밀번호 3자리가 피해자와 관련된 기념일 중 일부라는 것을 확인한 뒤, 비밀번호 4자리 전체를 파악해 김 씨에게 다시 전달했습니다. 김 씨는 결국 지난 16일 오후,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있다가, 귀가한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김 씨의 아내 이 씨는 실시간으로 피해자의 위치와 동선을 남편에게 알리며 범행을 도왔습니다.


■ 지인 신분증으로 승선권 구매·탑승…범행 전 '사전연습'까지

피의자들은 또 살해 범행 후 도피 과정에서, 선박 탑승 시 신원 확인 등 보안 검색이 허술하다는 점도 악용했습니다.

김 씨 부부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승선권을 구매해 신분을 숨겼고, 이를 사전에 연습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처음 배를 탈 땐 본인 신분증을,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했다. 직접 해보고 나서 별문제가 없으니, 3번째 실제 범행 때는 자신의 지인 신분증을 도용해서 여객선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공동현관문 비밀번호 공유·'기념일' 비밀번호 설정 주의"

경찰은 "편의를 위해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공유하거나, 집 비밀번호를 개인 기념일로 설정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또, 이번 사건으로 선박 이용 시 신원 확인 절차가 허술한 점을 악용한 점이 확인돼, 항만 여객터미널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해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박 모 씨 등 피의자 3명을 모두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당초 박 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김 씨 부부에 대해선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살해 뒤 피해자 주거지에서 휴대전화와 명품 가방, 현금 등을 훔친 사실을 확인해, 형량이 더 무거운 '강도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박 씨는 수사 초기, 경찰에 태연히 출석해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공범들에게는 '(너희들이) 다 안고 가면 길어야 5년 이내에 나오게 해 주겠다'고 회유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죽을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고, 아내 이 씨도 "죄송하다"며 울먹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 이번 범행을 계획하고, 김 씨 부부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는 박 씨는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사주는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여전히 부인했습니다.

형법상 강도살인의 형량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인 살인죄보다 무겁습니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결과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데, "범행이 계획적이고 피해가 중대하지만, 현재 수사 중이고 공공의 이익 유무를 고려해 피의자 3명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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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한 유명 식당 대표 강도살인…“식당 운영권·재산 가로채려”
    • 입력 2022-12-28 19:29:29
    취재K

제주의 한 유명 식당 대표인 5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들이 식당 운영권 등 전 재산을 빼앗으려, 올해 여름부터 반년간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당초 살인교사 혐의를 받았던 주범 박 모 씨 등 피의자 3명에 대해 모두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해, 오늘 검찰에 넘겼습니다.

■ 박 씨 "나는 식당 공동 투자자"…대외적으로 '관리이사' 행세

박 씨는 모 음식점 대표인 피해자와 2018년 우연히 알게 돼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박 씨가 피해자에게 빌린 억대의 돈을 갚지 않으며, 사이가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자신의 토지를 비롯해 피해자의 건물과 토지를 묶어, 공동 담보로 수십억 원을 대출받았고, 이를 들어 자신이 업체 공동 투자자이자 '관리 이사'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 식당은 실제로는 1인 주주 회사인 데다 '관리 이사'라는 직책도 없었지만, 박 씨는 허위로 '주주 명부'를 만들어 주변에 보여주기도 하면서 자신의 지분이 있음을 과시하기도 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토지 담보를 해제하게 되면, 피해자 측에서 수십억 원대에 이르는 대출금을 한 번에 갚아야 할 것이라며 '식당이 공중분해 될 수 있다'고 주변에 말하고 다닌 점을 볼 때, 식당 대표인 피해자의 부재를 틈타 업체 운영권과 재산 등을 가로채려 했던 것으로 경찰은 짚었습니다.

■ "범행 대가로 빚 2억 청산, 식당 분점 운영권 등 제안"

피해자의 식당 등 재산을 노린 박 씨가 김 씨 부부와 범행을 공모한 것은 올해 여름쯤부터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박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 부부가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점을 알고 접근해, 금전적 대가를 약속하고 범행에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경찰은 박 씨가 이들 부부에게 범행 이후 2억 원 규모 채무 청산과 식당 분점 운영권, 피해자 명의의 재개발 예정 아파트 1채 등을 제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경찰은 김 씨 부부가 박 씨로부터 현금과 계좌 송금으로 2,000만 원을 받고, 범행 이전에 제주를 여러 차례 오가며 호텔비와 교통비 등 3,500만 원 상당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고의로 교통사고 시도…귀갓길 피해자 폭행 '미수'에 그쳐

제주동부경찰서는 피의자들이 지난 9월부터 7차례에 걸쳐, 계획한 범행을 실행에 옮겼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등은 9월부터 10월까지 3차례에 걸쳐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다치게 하려 했지만, 도로 상황 등으로 실행에 옮기진 못했습니다.

당시 범행 지시 내용도 "내가 운전하고 피해자를 조수석에 태울 테니, 차량이 유턴할 때 조수석 쪽으로 들이받아라"와 같이 구체적이었다고 경찰은 덧붙였습니다.

고의 교통사고 계획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들은 지난달 10일 귀갓길 피해자를 폭행하려 했으나, 당시 인근을 돌던 순찰차를 보고 범행을 접기도 했던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강도살인 피의자 김 씨가 갈아입을 옷 등을 담은 손가방을 들고, 지난 16일 범행을 위해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하는 모습.
이어 김 씨는 지난달 29일, 박 씨가 알려준 피해자 주거지 현관 비밀번호로 집에 침입해 범행하려고 했지만, 비밀번호가 틀려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후 지난 5일, 김 씨는 택배기사로 위장해 피해자 주거지 현관을 비추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 네 자리 중 세 자리를 알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박 씨는 이 비밀번호 3자리가 피해자와 관련된 기념일 중 일부라는 것을 확인한 뒤, 비밀번호 4자리 전체를 파악해 김 씨에게 다시 전달했습니다. 김 씨는 결국 지난 16일 오후, 피해자의 집에 몰래 들어가 있다가, 귀가한 피해자를 살해했습니다.

김 씨의 아내 이 씨는 실시간으로 피해자의 위치와 동선을 남편에게 알리며 범행을 도왔습니다.


■ 지인 신분증으로 승선권 구매·탑승…범행 전 '사전연습'까지

피의자들은 또 살해 범행 후 도피 과정에서, 선박 탑승 시 신원 확인 등 보안 검색이 허술하다는 점도 악용했습니다.

김 씨 부부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으로 승선권을 구매해 신분을 숨겼고, 이를 사전에 연습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가) 처음 배를 탈 땐 본인 신분증을, 두 번째는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이용했다. 직접 해보고 나서 별문제가 없으니, 3번째 실제 범행 때는 자신의 지인 신분증을 도용해서 여객선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공동현관문 비밀번호 공유·'기념일' 비밀번호 설정 주의"

경찰은 "편의를 위해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를 공유하거나, 집 비밀번호를 개인 기념일로 설정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면서 "또, 이번 사건으로 선박 이용 시 신원 확인 절차가 허술한 점을 악용한 점이 확인돼, 항만 여객터미널 신원 확인 절차를 강화해줄 것을 관계기관에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오늘 오후, 박 모 씨 등 피의자 3명을 모두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당초 박 씨에 대해 살인교사 혐의를, 김 씨 부부에 대해선 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이들이 살해 뒤 피해자 주거지에서 휴대전화와 명품 가방, 현금 등을 훔친 사실을 확인해, 형량이 더 무거운 '강도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박 씨는 수사 초기, 경찰에 태연히 출석해 알리바이를 주장하면서, 공범들에게는 '(너희들이) 다 안고 가면 길어야 5년 이내에 나오게 해 주겠다'고 회유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는 이날 취재진 앞에서 "죽을 죄를 지었다. 죄송하다"며 혐의를 인정했고, 아내 이 씨도 "죄송하다"며 울먹였습니다.

그러나 경찰에서 이번 범행을 계획하고, 김 씨 부부에게 범행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는 박 씨는 "피해자 가족에게 죄송하다"면서도 "사주는 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사실을 여전히 부인했습니다.

형법상 강도살인의 형량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 5년 이상의 징역형인 살인죄보다 무겁습니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 결과 비공개 결정을 내렸는데, "범행이 계획적이고 피해가 중대하지만, 현재 수사 중이고 공공의 이익 유무를 고려해 피의자 3명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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