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2023년 팬데믹 끝내는 해…‘시작과 끝’ 중국이 변수

입력 2022.12.29 (09:08) 수정 2022.12.29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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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코로나19 봉쇄 당시 프랑스 에펠탑 앞2020년 3월 코로나19 봉쇄 당시 프랑스 에펠탑 앞

무지의 공포. 프랑스인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코로나19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1차 전면 봉쇄 당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수백 명이 병원에도 못 가보고 숨지는 일이 벌어지던 시기. 식당과 카페 등은 모두 문을 닫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사유서를 쓰고 다녀야 했던 때였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파리 시내는 사람의 자취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황량해졌다.

코로나19 데이터를 다시 찾아보니 이 당시 확진자 수는 하루에 약 2~3천 명 정도. 코로나 3년차를 맞은 현재 프랑스의 모습은 어떨까. 아직도 하루 확진자 수는 5만 명 전후로 나오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코로나19의 공포감은 찾아 볼 수 없다(일부 취약자들은 예외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드문드문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볼 수 있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조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가 뭐라고 하든 이제 일반 시민들이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인식하다 보니, 오히려 방역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시민들이 따라줄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유럽 나라들은 이미 코로나19를 졸업한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샤리테 병원 바이러스 과장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샤리테 병원 바이러스 과장

이제 바이러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이제 풍토병(엔데믹)이라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방역 자문을 해온 바이러스 권위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베를린 샤리테 병원 교수는 “이번 겨울 우리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엔데믹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팬데믹은 종식됐다고 밝혔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이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국은 새해부터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덕에 감염재생산지수 등 모델링 지표를 더는 발표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내년 1월 6일부터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팬데믹의 공식 종료를 결정할 세계보건기구 WHO는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월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8천 명 넘게 나왔다며 아직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그러나 세계 인구의 90%가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건 맞다고 인정한다. 코로나19 초기 팬데믹 선언이 늦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는 WHO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2023년 세계 경제가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WHO가 내년 '경기 활성화에 힘을 실어줄' 팬데믹 종료를 선언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제적으로 편차가 큰 방역체계가 걸림돌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야 '위드코로나' 정책을 쓰기 시작한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속도와 심각성이 팬데믹 종료 선언의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 19 청정국 수준의 방역에 성공했던 중국. 그러나 취약한 보건체계와 낮은 백신 접종률은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코로나 19 확산 정도를 짐작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중국에서 백만 명 이상의 코로나 19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결국 위드코로나 이후 14억 명 인구의 중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보건체계가 취약한 또 다른 인구 대국 인도 등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목격되는 현실과는 달리 세계 인구의 절반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져 나올 경우 WHO의 '팬데믹 종료 선언'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며 코로나 19의 진원지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19 종식에서도, 또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데에서도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으로 불리는 국제사회의 갈등,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반중 정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독일과 중국이 '백신 보급'에 공조를 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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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2023년 팬데믹 끝내는 해…‘시작과 끝’ 중국이 변수
    • 입력 2022-12-29 09:08:26
    • 수정2022-12-29 09:23:18
    특파원 리포트
2020년 3월 코로나19 봉쇄 당시 프랑스 에펠탑 앞
무지의 공포. 프랑스인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코로나19로 가장 힘들었을 때’는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1차 전면 봉쇄 당시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로 수백 명이 병원에도 못 가보고 숨지는 일이 벌어지던 시기. 식당과 카페 등은 모두 문을 닫았고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사유서를 쓰고 다녀야 했던 때였다.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 파리 시내는 사람의 자취를 찾기 힘들 정도로 황량해졌다.

코로나19 데이터를 다시 찾아보니 이 당시 확진자 수는 하루에 약 2~3천 명 정도. 코로나 3년차를 맞은 현재 프랑스의 모습은 어떨까. 아직도 하루 확진자 수는 5만 명 전후로 나오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코로나19의 공포감은 찾아 볼 수 없다(일부 취약자들은 예외겠지만).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드문드문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볼 수 있긴 하지만 프랑스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조치는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가 뭐라고 하든 이제 일반 시민들이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인식하다 보니, 오히려 방역조치를 시행하더라도 시민들이 따라줄 것 같지도 않은 분위기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팬데믹 종료 선언을 하지 않았을 뿐 유럽 나라들은 이미 코로나19를 졸업한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독일 샤리테 병원 바이러스 과장
이제 바이러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사실상 끝났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는 이제 풍토병(엔데믹)이라는 것이다. 독일 정부의 방역 자문을 해온 바이러스 권위자 크리스티안 드로스텐 베를린 샤리테 병원 교수는 “이번 겨울 우리는 처음으로 코로나19 엔데믹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팬데믹은 종식됐다고 밝혔다. 이번 겨울이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이 면역력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내년 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영국은 새해부터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영국 보건안전청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덕에 감염재생산지수 등 모델링 지표를 더는 발표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내년 1월 6일부터 공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팬데믹의 공식 종료를 결정할 세계보건기구 WHO는 아직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테워드로스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월 말까지만 해도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8천 명 넘게 나왔다며 아직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말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그러나 세계 인구의 90%가 일정 수준의 면역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로나19 공중보건 비상사태 종료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건 맞다고 인정한다. 코로나19 초기 팬데믹 선언이 늦었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는 WHO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는 건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2023년 세계 경제가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어 WHO가 내년 '경기 활성화에 힘을 실어줄' 팬데믹 종료를 선언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제적으로 편차가 큰 방역체계가 걸림돌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야 '위드코로나' 정책을 쓰기 시작한 중국의 코로나19 감염 속도와 심각성이 팬데믹 종료 선언의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코로나 19 청정국 수준의 방역에 성공했던 중국. 그러나 취약한 보건체계와 낮은 백신 접종률은 '위드코로나' 전환 이후 코로나 19 확산 정도를 짐작하기 힘들게 하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 중국에서 백만 명 이상의 코로나 19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결국 위드코로나 이후 14억 명 인구의 중국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사태를 관리하느냐가 관건이다. 보건체계가 취약한 또 다른 인구 대국 인도 등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 목격되는 현실과는 달리 세계 인구의 절반에서 감염자와 사망자가 쏟아져 나올 경우 WHO의 '팬데믹 종료 선언'은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때 '우한 폐렴'이라고 불리며 코로나 19의 진원지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중국이 코로나19 종식에서도, 또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방어하는 데에서도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냉전으로 불리는 국제사회의 갈등, 날로 높아지고 있는 반중 정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인 감염병을 막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독일과 중국이 '백신 보급'에 공조를 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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