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폐지값 폭락에 ‘생계 막막’…분리수거 정책 수술 시급

입력 2022.12.29 (12:51) 수정 2022.12.2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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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에는 '금(金)판지'로 불렸던 폐지 가격이, 올해는 폐지 수집을 하는 분들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폭락했습니다.

정부가 공공 비축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폐지 가격 폭락은 되풀이되고 있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고 대안은 무엇인지, KBS 기후위기대응팀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파에 쌓인 눈까지 얼어붙은 거리, 10분이 지나서야 빈 수레에 폐지를 담습니다.

테이프를 뜯고, 다시 펼치고...

쉬지 않고 꼬박 세 시간을 모아 겨우 한 수레를 채웠습니다.

["115kg 곱하기 60원, 6,900원. 6,900원인데 아저씨는 10원 더 드려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다시 빈 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길 여러 번, 하루 세 수레를 모아 손에 쥐는 돈은 만 5천 원 정도입니다.

[폐지 수집인 : "여기 하나 가득 실어야 5,000~6,000원 벌어요. 그래도 할 수 없이 해야 하니까..."]

지난해 말, Kg 당 153원까지 치솟았던 폐지 가격이 지난달 84원까지 폭락했습니다.

수요 예측 실패가 핵심 원인입니다.

제지 회사 재고가 2020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제지 회사들이 코로나19로 택배 상자 수요가 폭증할 거로 보고 폐지를 쌓아뒀는데,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공공비축으로 공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운영하는 공공 비축 창고입니다.

지난 10월부터 쌓인 8천 9백여 톤의 폐지가 이 공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정부가 전국에 비축해 놓은 폐지만 창고 6곳에 2만 8천 톤.

그동안 수요 조절을 해주던 동남아 수출길까지 좁아졌습니다.

질 좋고 값싼 유럽산 폐지에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정용/강원대 제지공학과 교수 : "무턱대고 쌓아놓은 것이 과연 최선일까, 이 부분은 저희가 조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의 종이 분리수거 방식이 걸림돌입니다.

대부분 골판지 상자만 따로 버릴 뿐, 흰 종이와 신문지, 전단지까지 마대 자루에 함께 섞입니다.

폐지 압축 더미에서는 CD와 비닐봉지 등 쓰레기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이러다 보니 화장지나 신문지로는 다시 재활용되지 못하고, 국내 폐지는 노란 골판지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신문지와 골판지 등 품종별로 따로따로 회수해 다양하게 재활용하는데, 품질이 좋아 수출 실적이 우리보다 7배 넘게 많습니다.

환경부는 종이 분리수거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내년 초에 개선 대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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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폐지값 폭락에 ‘생계 막막’…분리수거 정책 수술 시급
    • 입력 2022-12-29 12:51:22
    • 수정2022-12-29 12:57:03
    뉴스 12
[앵커]

지난해에는 '금(金)판지'로 불렸던 폐지 가격이, 올해는 폐지 수집을 하는 분들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폭락했습니다.

정부가 공공 비축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폐지 가격 폭락은 되풀이되고 있는데요.

어떤 문제가 있고 대안은 무엇인지, KBS 기후위기대응팀 이정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파에 쌓인 눈까지 얼어붙은 거리, 10분이 지나서야 빈 수레에 폐지를 담습니다.

테이프를 뜯고, 다시 펼치고...

쉬지 않고 꼬박 세 시간을 모아 겨우 한 수레를 채웠습니다.

["115kg 곱하기 60원, 6,900원. 6,900원인데 아저씨는 10원 더 드려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다시 빈 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길 여러 번, 하루 세 수레를 모아 손에 쥐는 돈은 만 5천 원 정도입니다.

[폐지 수집인 : "여기 하나 가득 실어야 5,000~6,000원 벌어요. 그래도 할 수 없이 해야 하니까..."]

지난해 말, Kg 당 153원까지 치솟았던 폐지 가격이 지난달 84원까지 폭락했습니다.

수요 예측 실패가 핵심 원인입니다.

제지 회사 재고가 2020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제지 회사들이 코로나19로 택배 상자 수요가 폭증할 거로 보고 폐지를 쌓아뒀는데, 거리두기 해제로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정부가 부랴부랴 공공비축으로 공급을 조절하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운영하는 공공 비축 창고입니다.

지난 10월부터 쌓인 8천 9백여 톤의 폐지가 이 공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정부가 전국에 비축해 놓은 폐지만 창고 6곳에 2만 8천 톤.

그동안 수요 조절을 해주던 동남아 수출길까지 좁아졌습니다.

질 좋고 값싼 유럽산 폐지에 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류정용/강원대 제지공학과 교수 : "무턱대고 쌓아놓은 것이 과연 최선일까, 이 부분은 저희가 조금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의 종이 분리수거 방식이 걸림돌입니다.

대부분 골판지 상자만 따로 버릴 뿐, 흰 종이와 신문지, 전단지까지 마대 자루에 함께 섞입니다.

폐지 압축 더미에서는 CD와 비닐봉지 등 쓰레기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됩니다.

이러다 보니 화장지나 신문지로는 다시 재활용되지 못하고, 국내 폐지는 노란 골판지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신문지와 골판지 등 품종별로 따로따로 회수해 다양하게 재활용하는데, 품질이 좋아 수출 실적이 우리보다 7배 넘게 많습니다.

환경부는 종이 분리수거 실태조사에 들어갔고, 내년 초에 개선 대책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촬영기자:최석규/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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