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 스노체인 채웠다가 대형사고 날 뻔…업체는 ‘잠수’

입력 2022.12.29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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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차량이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서 시내 도로를 내달리는 모습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차량이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서 시내 도로를 내달리는 모습

골목에서 우회전한 승용차가 갑자기 내리막길을 내달립니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속도가 줄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스노체인을 장착한 뒤 발생한 현상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공포의 질주는 700m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평지가 나오면서 속도가 줄었고, 풋브레이크를 이용한 뒤에야 겨우 멈춰선 겁니다.

다행히 차량과 보행자가 없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 A 씨는 처음 산 스노체인을 장착하고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

A 씨는 "어떠한 제동장치도 작동하지 않았고, 이 상태로 차를 어디 박아서 세워야 할까, 사람을 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에 너무나 두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KBS가 사고 차량의 바퀴를 빼서 확인한 결과, 브레이크 유압 호스가 절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체인을 단 앞바퀴 양쪽 호스 모두 잘려나갔습니다.

체인도 6개 가운데 4개가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파손됐습니다.

절단된 브레이크 유압호스절단된 브레이크 유압호스

유압호스는 브레이크 페달의 압력을 전달하는 부품입니다. 한쪽이라도 잘리면 안에서 기름이 새 브레이크가 먹통이 됩니다.

공업사 관계자는 "브레이크 호스는 강력한 충격이 없는 이상 한 번에 잘리지 않는다"며 "조금만 터졌다면 제동이 됐을 텐데, 이렇게 한 번에 잘리면 작동이 되지 않아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취재진이 사고 차량을 리프트 위에 올리고 바퀴에 같은 체인을 달아 돌려봤습니다. 체인과 호스가 거의 닿을 듯 합니다.


해당 차량을 정비한 서귀포시의 한 공업사 대표 안경호 씨는 "차량이 주행하고 있었다면, 양쪽이 맞닿아 유압호스가 끊어졌을 것"이라며 "호스가 절단되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스펀지 밟듯 쑥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사고 이후 판매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업체 측은 처음에 조치하지 않다가, A 씨가 소비자원과 언론 등에 제보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뒤늦게 금액을 환불했습니다.

하지만 수리비와 차량 고장으로 일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 업체는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연락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의 인터넷 광고 내용해당 업체의 인터넷 광고 내용



취재진은 업체 측에 이번 사고에 대한 입장과 판매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각종 커뮤니티에는 해당 제품으로 피해를 봤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구매자는 블로그를 통해 '리뷰가 엄청 좋은 스노체인을 선택해 구매해 사용하게 됐다'며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왔고, 출동 불러서 정비소에 갔는데 체인으로 브레이크 호스가 절단됐다'는 내용의 피해 글을 올렸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스노체인 피해 글블로그에 올라온 스노체인 피해 글

이 사례도 운전자 A 씨의 사례처럼 체인이 심각하게 파손됐습니다.

또 다른 구매자는 '정말 죽을 뻔했다, 1km도 가지 않았는데 우당탕 난리가 나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모른다'는 내용의 피해 글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구매자는 SNS에 '12월 23일 강원도에서 처음 사용하자마자 박살이 났다. 적은 돈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망가지다니. 문의와 반품 요청하고 싶은데 판매중지라고 돼 있어 어떻게 처리할 수 있냐'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SNS에 올라온 스노체인 피해 글SNS에 올라온 스노체인 피해 글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스노체인은 바닥에 깔아서 전체를 덮을 수 있도록 해야 가장 안전하다"며 "이 제품은 편의성을 극대화하려고 바퀴 일부만 묶게 돼 있는데,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체인은 써서도 안 되고, 나와서도 안 되는 제품"이라며 "제대로 된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다시 없어지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어제(29일) KBS 9시 뉴스 보도 이후 댓글과 시청자 상담실 등에도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연관 기사] [제보] 눈길에 체인 채웠다가 사고 날 뻔…관련 피해 속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6245621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은 국번 없이 ☎1372로 전화해 신고를 접수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은 소관품목 피해구제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고, 피해 다발 분야의 감시와 거래 적정성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인터넷(http://www.ccn.go.kr)으로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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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길에 스노체인 채웠다가 대형사고 날 뻔…업체는 ‘잠수’
    • 입력 2022-12-29 17:09:49
    취재K
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차량이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서 시내 도로를 내달리는 모습
골목에서 우회전한 승용차가 갑자기 내리막길을 내달립니다. 당황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보지만, 속도가 줄지 않습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스노체인을 장착한 뒤 발생한 현상입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발생한 공포의 질주는 700m가 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평지가 나오면서 속도가 줄었고, 풋브레이크를 이용한 뒤에야 겨우 멈춰선 겁니다.

다행히 차량과 보행자가 없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운전자 A 씨는 처음 산 스노체인을 장착하고 운행을 시작하자마자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3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스노체인을 채운 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차량
A 씨는 "어떠한 제동장치도 작동하지 않았고, 이 상태로 차를 어디 박아서 세워야 할까, 사람을 칠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에 너무나 두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KBS가 사고 차량의 바퀴를 빼서 확인한 결과, 브레이크 유압 호스가 절단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체인을 단 앞바퀴 양쪽 호스 모두 잘려나갔습니다.

체인도 6개 가운데 4개가 사용이 어려울 정도로 심하게 파손됐습니다.

절단된 브레이크 유압호스
유압호스는 브레이크 페달의 압력을 전달하는 부품입니다. 한쪽이라도 잘리면 안에서 기름이 새 브레이크가 먹통이 됩니다.

공업사 관계자는 "브레이크 호스는 강력한 충격이 없는 이상 한 번에 잘리지 않는다"며 "조금만 터졌다면 제동이 됐을 텐데, 이렇게 한 번에 잘리면 작동이 되지 않아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취재진이 사고 차량을 리프트 위에 올리고 바퀴에 같은 체인을 달아 돌려봤습니다. 체인과 호스가 거의 닿을 듯 합니다.


해당 차량을 정비한 서귀포시의 한 공업사 대표 안경호 씨는 "차량이 주행하고 있었다면, 양쪽이 맞닿아 유압호스가 끊어졌을 것"이라며 "호스가 절단되면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스펀지 밟듯 쑥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사고 이후 판매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업체 측은 처음에 조치하지 않다가, A 씨가 소비자원과 언론 등에 제보하겠다고 말한 뒤에야 뒤늦게 금액을 환불했습니다.

하지만 수리비와 차량 고장으로 일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후 업체는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했고, 연락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의 인터넷 광고 내용


취재진은 업체 측에 이번 사고에 대한 입장과 판매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수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각종 커뮤니티에는 해당 제품으로 피해를 봤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한 구매자는 블로그를 통해 '리뷰가 엄청 좋은 스노체인을 선택해 구매해 사용하게 됐다'며 '브레이크 경고등이 들어왔고, 출동 불러서 정비소에 갔는데 체인으로 브레이크 호스가 절단됐다'는 내용의 피해 글을 올렸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온 스노체인 피해 글
이 사례도 운전자 A 씨의 사례처럼 체인이 심각하게 파손됐습니다.

또 다른 구매자는 '정말 죽을 뻔했다, 1km도 가지 않았는데 우당탕 난리가 나 얼마나 공포에 떨었는지 모른다'는 내용의 피해 글을 올렸습니다.

또 다른 구매자는 SNS에 '12월 23일 강원도에서 처음 사용하자마자 박살이 났다. 적은 돈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망가지다니. 문의와 반품 요청하고 싶은데 판매중지라고 돼 있어 어떻게 처리할 수 있냐'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SNS에 올라온 스노체인 피해 글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스노체인은 바닥에 깔아서 전체를 덮을 수 있도록 해야 가장 안전하다"며 "이 제품은 편의성을 극대화하려고 바퀴 일부만 묶게 돼 있는데, 안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체인은 써서도 안 되고, 나와서도 안 되는 제품"이라며 "제대로 된 인증 기준이 없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시장에 나오고, 다시 없어지는,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덧붙였습니다.

어제(29일) KBS 9시 뉴스 보도 이후 댓글과 시청자 상담실 등에도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연관 기사] [제보] 눈길에 체인 채웠다가 사고 날 뻔…관련 피해 속출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6245621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은 국번 없이 ☎1372로 전화해 신고를 접수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은 소관품목 피해구제 정보를 분석해 제공하고, 피해 다발 분야의 감시와 거래 적정성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상담은 인터넷(http://www.ccn.go.kr)으로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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