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밀 경찰서 의혹’에 입장 낸 중식당 가보니…식당 대표 “정상적 영업장소”

입력 2022.12.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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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아온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촬영한 식당 외경. 전광판에 식당 측 입장이 한국어, 중국어로 번갈아 나오고 있었다. (사진=신승민 기자)이른바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아온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촬영한 식당 외경. 전광판에 식당 측 입장이 한국어, 중국어로 번갈아 나오고 있었다. (사진=신승민 기자)

※ 29일 해당 중식당 업주의 공식 기자회견 및 기존 언론 보도를 통해 '상호명'과 '업주 성명' '식당 외관' 등이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독자들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본 기사에서도 익명 처리 및 외경(外景) 사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보도합니다. 단, 식당 내부 사진의 경우 '영업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 "31일 상세 발표"…'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에, 중식당 대표 왕하이쥔(王海軍)씨 기자회견으로 '입장 발표'

"비밀 경찰서 보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 동방명주는 정상적으로 영업해 왔으나, 해당 사건 이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초조함을 이해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관용하며 상호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31일, 제가 약속된 대로 나오지 못하더라도 저의 동료에게 위탁해 (사건 관계 내용을) 발표하겠습니다.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 29일 오후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은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씨 기자회견 내용 요약·정리

지난 29일(어제)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의 대표 왕하이쥔씨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제기돼온 이른바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과 관련해, 일부 입장을 밝히고 상세 발표 일정(31일 예정)을 예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이 중식당은 전광판을 통해 "부패 기업이 돈으로 여론을 통제하고 한국 국민을 희롱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조종하여 한중 우호를 파괴하고 있다"며 "진심을 은폐하는 추악한 세력을 폭로한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요.

진갈색 코트 차림의 왕 대표는 이날 동방명주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역사를 대동, 자신을 "1978년 2월 5일 생으로 동방명주 실소유자(실 지배인)" 및 각종 한중(韓中) 교류 단체, 미디어 회사 임원으로 소개했습니다. 이어 회견 이후부터 언론 보도에서 자신의 성명·직책·사진 등을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정보를 왜곡하거나 자신의 가족을 보도할 경우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실 지배인) 왕하이쥔씨(오른쪽 마이크 쥐고 있는 사람)가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사.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실 지배인) 왕하이쥔씨(오른쪽 마이크 쥐고 있는 사람)가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사.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또한 왕 대표는 동방명주와 관련해 각종 의혹을 제기한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며, 자신이 각 매체 주요 인사들과 우호 관계를 맺고 일부 행사도 개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혹 관련 대외 발표 일정은 오는 31일(내일)로 정하고, 취재 인원과 발표 공간 등을 고려해 1인당 3만 원짜리 입장권을 판매해서 100명만 초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왕 대표가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본격 발표 기일로 밝힌 31일은 동방명주의 '마지막 영업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의문에 휩싸인 이 식당 내부를 기자회견 전날인 28일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 전망 좋은 잠실 한강변 '水上 중식당'…1층 홀 손님 없고, 2층 연회장 '중국인 모임' 추정 행사 열려

동방명주는 잠실종합운동장 위쪽 송파둘레길한강길 강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한강 낚시 포인트'인 탄천 합수부 부근으로,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수상(水上) 중식당이었는데요.

기자가 방문한 28일 오후 5시경 식당 전광판에는 '부패 세력 폭로' 등을 언급했던 문구가 사라지고, 다음 날인 29일 오후 '입장 발표'를 알리는 내용의 글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갈아 띄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아직 '29일 오후 2시 30분'이라는 정확한 기자회견 시각을 알리지 않고 있었고, '29일 왕해군 대외 개인 공식 발표, 시간 미정, 전광판 지속 주목 바람' 등의 문구만 노출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전경.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전경. (사진=신승민 기자)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외벽에 걸린 전광판.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외벽에 걸린 전광판. (사진=신승민 기자)

이어 전광판에는 "본인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모든 발언 내용은 중국어 기준이다. 모든 왜곡, 오류 및 거짓 보도는 기필코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기사에 참여한 매체는 가급적 영상 취재로 보도하는 것이 좋고 영상 취재를 우선한다"는 왕 대표 명의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에 대기하던 직원은 기자를 2층으로 안내했습니다. 신분을 묻거나 진입을 막는 등 별다른 통제는 없었습니다. 임박한 기자회견 및 폐점 준비로 업장을 봉쇄할 것 같았지만, 아직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2층 연회장. 중국인 모임으로 보이는 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영업권 보장 차원에서 식당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2층 연회장. 중국인 모임으로 보이는 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영업권 보장 차원에서 식당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널찍한 연회장에서 중국인 모임으로 보이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직원에게 "일반 한국 손님도 식사가 가능한가"라고 묻자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고, 1층 테이블에 앉아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하며 실내를 둘러봤습니다. 화려한 중국풍 인테리어에 탁 트인 한강 전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자가 머무른 30여 분간 1층 홀에는 다른 일반 손님은 없었고, 화교 또는 조선족 모임으로 추정되는 소규모 연회가 한편에 마련된 룸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1층 홀. 화려한 중국풍 인테리어와 탁 트인 한강 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영업권 보장 차원에서 식당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1층 홀. 화려한 중국풍 인테리어와 탁 트인 한강 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영업권 보장 차원에서 식당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 "한국말 잘 몰라요" 직원 대부분 중국인 추정…일부 혹평 받기도 한 음식, 직접 맛보니

1층 홀에는 네댓 명의 직원들이 있었는데,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들로 보였습니다. 가끔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등, 언론 보도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심각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주문 후 10분 정도 지나자 기자가 시킨 짬뽕이 조리돼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얼큰한 보통 짬뽕이라기보다는, 진한 고깃국물의 우육면(牛肉面·소고기와 사골, 각종 향신료를 넣고 오래 끓인 중국의 대표적 면 요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이 식당은 이번 의혹 제기로 재조명된 몇몇 온라인 리뷰에서 '음식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취재 당일 기자가 느낀 짬뽕 맛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한 부분이기에 따로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주변에 걸려 있던 비판성 벽보. (사진=신승민 기자)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주변에 걸려 있던 비판성 벽보. (사진=신승민 기자)

식사를 마친 후 계산하는 직원에게 식당과 관련한 의혹 등에 대해 물어봤지만 대부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직원은 "한국말 잘 모른다"면서도 "(식당이) 이달(12월)까지만 영업하는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식당을 나와 다리 끝쪽으로 이동하자, 난간 아래 철판에 부착된 A4 용지 크기의 벽보(壁報) 세 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벽보에는 한자로 '자유홍콩,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습니다.

■ 국제인권단체, 국내 '中 비밀 경찰서' 확인…동방명주와 중국 외교부 '부인', 우리 정부 '실태 파악' 중

지난 29일 오후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실 지배인 왕씨가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중 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지난 29일 오후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실 지배인 왕씨가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중 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앞서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21개국에 54개의 비밀 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포함, 48곳에서도 추가 시설을 확인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몇몇 언론에서 국내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는 업장으로 서울 송파구의 한 중식당, 즉 동방명주를 간접 지목했고 관련 의혹이 증폭되면서 동방명주 측에서 전광판 문구 등으로 항의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국내 비밀 경찰서 운영이 만약 사실이라면, 타국에서의 활동에 관한 관행이나 국제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있습니다. 일례로 주재국의 승인이 없음에도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하는 것은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반합니다.

중국 외교 당국은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 비밀 경찰서를 설치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각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해왔다"며 "소위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군경(軍警) 방첩 조직을 통해 실태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교부는 아직 "현 시점에서 특별하게 언급할 사항이 없다"며 "외국 기관의 국내 활동과 관련해서는 우리 국내 법령과 국제 규범에 따라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나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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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비밀 경찰서 의혹’에 입장 낸 중식당 가보니…식당 대표 “정상적 영업장소”
    • 입력 2022-12-30 06:00:15
    취재K
이른바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아온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사진은 지난 28일 오후 촬영한 식당 외경. 전광판에 식당 측 입장이 한국어, 중국어로 번갈아 나오고 있었다. (사진=신승민 기자)
※ 29일 해당 중식당 업주의 공식 기자회견 및 기존 언론 보도를 통해 '상호명'과 '업주 성명' '식당 외관' 등이 이미 공개됐기 때문에, '독자들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본 기사에서도 익명 처리 및 외경(外景) 사진 모자이크 처리 없이 보도합니다. 단, 식당 내부 사진의 경우 '영업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 "31일 상세 발표"…'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에, 중식당 대표 왕하이쥔(王海軍)씨 기자회견으로 '입장 발표'

"비밀 경찰서 보도 사건이 발생하기 전, 동방명주는 정상적으로 영업해 왔으나, 해당 사건 이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모든 당사자들이 자제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초조함을 이해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관용하며 상호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31일, 제가 약속된 대로 나오지 못하더라도 저의 동료에게 위탁해 (사건 관계 내용을) 발표하겠습니다. 안심하시길 바랍니다."

- 29일 오후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은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 왕하이쥔씨 기자회견 내용 요약·정리

지난 29일(어제)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의 대표 왕하이쥔씨가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제기돼온 이른바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과 관련해, 일부 입장을 밝히고 상세 발표 일정(31일 예정)을 예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이 중식당은 전광판을 통해 "부패 기업이 돈으로 여론을 통제하고 한국 국민을 희롱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조종하여 한중 우호를 파괴하고 있다"며 "진심을 은폐하는 추악한 세력을 폭로한다"고 밝힌 바 있었는데요.

진갈색 코트 차림의 왕 대표는 이날 동방명주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역사를 대동, 자신을 "1978년 2월 5일 생으로 동방명주 실소유자(실 지배인)" 및 각종 한중(韓中) 교류 단체, 미디어 회사 임원으로 소개했습니다. 이어 회견 이후부터 언론 보도에서 자신의 성명·직책·사진 등을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정보를 왜곡하거나 자신의 가족을 보도할 경우에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경고했습니다.

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경 서울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 대표(실 지배인) 왕하이쥔씨(오른쪽 마이크 쥐고 있는 사람)가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사. (사진 출처=KBS 뉴스 영상 갈무리)
또한 왕 대표는 동방명주와 관련해 각종 의혹을 제기한 한국 언론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며, 자신이 각 매체 주요 인사들과 우호 관계를 맺고 일부 행사도 개최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의혹 관련 대외 발표 일정은 오는 31일(내일)로 정하고, 취재 인원과 발표 공간 등을 고려해 1인당 3만 원짜리 입장권을 판매해서 100명만 초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왕 대표가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본격 발표 기일로 밝힌 31일은 동방명주의 '마지막 영업일'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의문에 휩싸인 이 식당 내부를 기자회견 전날인 28일 직접 들어가봤습니다.

■ 전망 좋은 잠실 한강변 '水上 중식당'…1층 홀 손님 없고, 2층 연회장 '중국인 모임' 추정 행사 열려

동방명주는 잠실종합운동장 위쪽 송파둘레길한강길 강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한강 낚시 포인트'인 탄천 합수부 부근으로,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수상(水上) 중식당이었는데요.

기자가 방문한 28일 오후 5시경 식당 전광판에는 '부패 세력 폭로' 등을 언급했던 문구가 사라지고, 다음 날인 29일 오후 '입장 발표'를 알리는 내용의 글이 한국어와 중국어로 번갈아 띄워지고 있었습니다. 이때까지는 아직 '29일 오후 2시 30분'이라는 정확한 기자회견 시각을 알리지 않고 있었고, '29일 왕해군 대외 개인 공식 발표, 시간 미정, 전광판 지속 주목 바람' 등의 문구만 노출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전경. (사진=신승민 기자)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서울 잠실 한강변 중식당 ‘동방명주’ 외벽에 걸린 전광판. (사진=신승민 기자)
이어 전광판에는 "본인은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모든 발언 내용은 중국어 기준이다. 모든 왜곡, 오류 및 거짓 보도는 기필코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기사에 참여한 매체는 가급적 영상 취재로 보도하는 것이 좋고 영상 취재를 우선한다"는 왕 대표 명의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에 대기하던 직원은 기자를 2층으로 안내했습니다. 신분을 묻거나 진입을 막는 등 별다른 통제는 없었습니다. 임박한 기자회견 및 폐점 준비로 업장을 봉쇄할 것 같았지만, 아직 '정상 영업'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2층 연회장. 중국인 모임으로 보이는 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영업권 보장 차원에서 식당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2층으로 올라가 보니 널찍한 연회장에서 중국인 모임으로 보이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직원에게 "일반 한국 손님도 식사가 가능한가"라고 묻자 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왔고, 1층 테이블에 앉아 짬뽕 한 그릇을 주문하며 실내를 둘러봤습니다. 화려한 중국풍 인테리어에 탁 트인 한강 전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자가 머무른 30여 분간 1층 홀에는 다른 일반 손님은 없었고, 화교 또는 조선족 모임으로 추정되는 소규모 연회가 한편에 마련된 룸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1층 홀. 화려한 중국풍 인테리어와 탁 트인 한강 전망이 눈에 들어왔다. (영업권 보장 차원에서 식당 내부는 모자이크 처리, 사진=신승민 기자)
■ "한국말 잘 몰라요" 직원 대부분 중국인 추정…일부 혹평 받기도 한 음식, 직접 맛보니

1층 홀에는 네댓 명의 직원들이 있었는데,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중국인들로 보였습니다. 가끔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하는 등, 언론 보도로 제기된 각종 의혹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심각한 편이 아니었습니다.

주문 후 10분 정도 지나자 기자가 시킨 짬뽕이 조리돼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얼큰한 보통 짬뽕이라기보다는, 진한 고깃국물의 우육면(牛肉面·소고기와 사골, 각종 향신료를 넣고 오래 끓인 중국의 대표적 면 요리)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이 식당은 이번 의혹 제기로 재조명된 몇몇 온라인 리뷰에서 '음식 질이 낮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 것으로 보도됐는데, 취재 당일 기자가 느낀 짬뽕 맛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한 부분이기에 따로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찾아간 중식당 ‘동방명주’ 주변에 걸려 있던 비판성 벽보. (사진=신승민 기자)
식사를 마친 후 계산하는 직원에게 식당과 관련한 의혹 등에 대해 물어봤지만 대부분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직원은 "한국말 잘 모른다"면서도 "(식당이) 이달(12월)까지만 영업하는 건 맞다"고 말했습니다.

식당을 나와 다리 끝쪽으로 이동하자, 난간 아래 철판에 부착된 A4 용지 크기의 벽보(壁報) 세 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벽보에는 한자로 '자유홍콩,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문구가 크게 적혀 있었습니다.

■ 국제인권단체, 국내 '中 비밀 경찰서' 확인…동방명주와 중국 외교부 '부인', 우리 정부 '실태 파악' 중

지난 29일 오후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 잠실 한강변에 위치한 중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실 지배인 왕씨가 의혹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 중 뒤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앞서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는 지난 9월 중국이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21개국에 54개의 비밀 경찰서를 개설했다고 폭로한 바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포함, 48곳에서도 추가 시설을 확인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따라 몇몇 언론에서 국내 '중국 비밀 경찰서' 의혹을 받는 업장으로 서울 송파구의 한 중식당, 즉 동방명주를 간접 지목했고 관련 의혹이 증폭되면서 동방명주 측에서 전광판 문구 등으로 항의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국내 비밀 경찰서 운영이 만약 사실이라면, 타국에서의 활동에 관한 관행이나 국제 규범에 위반될 소지가 있습니다. 일례로 주재국의 승인이 없음에도 공식 외교공관이 아닌 곳에서 영사 업무를 하는 것은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반합니다.

중국 외교 당국은 한국을 비롯해 각국에 비밀 경찰서를 설치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국제법을 엄격히 준수하며, 각국의 사법 주권을 존중해왔다"며 "소위 중국의 해외 경찰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군경(軍警) 방첩 조직을 통해 실태 파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교부는 아직 "현 시점에서 특별하게 언급할 사항이 없다"며 "외국 기관의 국내 활동과 관련해서는 우리 국내 법령과 국제 규범에 따라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나라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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