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발 승객 “절반이 코로나19 양성”…‘세계적 유행’ 도돌이표?

입력 2022.12.30 (07:03) 수정 2022.12.30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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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공항에서 이동중인 여행객들 (출처: 중국 중앙(CC)TV)중국 내 공항에서 이동중인 여행객들 (출처: 중국 중앙(CC)TV)

"왜 중국인 입국 금지 안 하나요?"
"딴 나라는 (코로나19 감염증 유행이) 잠잠해지는데, 또 시작인가요?"
"해외에서 또 동양인 혐오가 생길까 걱정이네요."

중국이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리고 내년 1월 8일부터 국경을 열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인터넷 여론은 온통 비난과 우려 일색입니다.

■중국에서 오는 사람, 왜 우려?…중국발 밀라노 승객 "2명 중 1명 양성"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유는 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고 그 결과 코로나19 재유행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국의 한 공항에 여행객들이 대기중이다. (출처: AP=연합뉴스)중국의 한 공항에 여행객들이 대기중이다. (출처: AP=연합뉴스)

지난 26일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발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더니, 한 비행편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양성이었습니다. 승객 120명 중 62명, 무려 52%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겁니다.

또 다른 항공편은 92명 중 35명, 38%가 양성이었습니다. 양성 반응을 보인 승객 대부분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은 감염자들이 지역 보건당국이 마련한 시설에서 격리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당초 밀라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중국발 입국객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기로 했지만, 이번 일로 조치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 이탈리아에 오는 모든 승객은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바꿨는데요.

2020년 3월, 이탈리아 한 천막에 임시로 사망자 관이 안치된 모습 (출처: 연합뉴스)2020년 3월, 이탈리아 한 천막에 임시로 사망자 관이 안치된 모습 (출처: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대규모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오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던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구보다 코로나19 감염증 재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무조건 막자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를 의무화했을까요? 그보다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라치오 스킬라치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도 같은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까지 보냈습니다.

중국발 입국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그래픽: KBS 이경민)중국발 입국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그래픽: KBS 이경민)

일본도 이미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신속 항원 검사를 의무화했고, 여기에 인도, 미국 등도 중국에 대한 문턱을 높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다음 달 5일부터 중국과 마카오, 홍콩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비행기 탑승 이틀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근거 있는 각국의 '우려'

미국 역시 이 같은 조치를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 정부가 적절하고 투명한 역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또 다른 미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변이 출연 우려와 관련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환자들이 몰리면서 병원 복도에도 대기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중국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환자들이 몰리면서 병원 복도에도 대기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중국 정부가 적절하고 투명한 역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5일부터 코로나19 일일 통계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중단 소식은 공지문을 통해 공개됐는데 중단하는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앞으로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통해 코로나 관련 정보를 공개해 연구 등에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만 썼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국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우려되는 소식은 또 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거점을 둔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에 코로나19 유전체(게놈) 배열 분석을 당분간 하지 말라고 통보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감염 확산이 제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중국 내 새로운 변이주 확인이 미묘한 문제가 되면서 관리가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보건당국이나 공적 연구기관은 분석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발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변이주가 나타난 사실을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민간의 자체적인 분석에 제한이 가해지면서 코로나19 변이를 조기 발견할 가능성, 새로운 백신 개발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발끈'…다음 달 주목하는 이유

상황이 이런데도 다른 나라들이 다시 중국발 입국자에게 '입국 장벽'을 세우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못마땅한 눈치입니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27일부터 3일 연속으로 "항상 각국의 전염병 예방 조치가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정상적인 인적 교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늘어가는 각국의 입국 제한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우리가 '위드 코로나'로 가니, 막아서지 말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중국이 입국자에 대한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하자 세계 유명 관광지 여행에 대한 중국인의 검색이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 바이두)중국이 입국자에 대한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하자 세계 유명 관광지 여행에 대한 중국인의 검색이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 바이두)

세계는 이제 내년 1월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1월 8일부터 중국은 공식적으로 호텔 5일 + 자가 3일 격리를 폐지하는 등 외국발 입국자에 대한 장벽을 걷어냅니다. 중국인의 일반 여권 발급도 점차 정상화될 예정입니다.

1월 21일부터는 중국의 긴 연휴인 '춘제'가 시작됩니다. 일주일 연휴 동안 어디를 갈지, 벌써부터 중국 내 해외 여행 문의와 검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 중국 여행 플랫폼에 따르면 일본과 우리나라, 태국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염자 대거 입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이제 중국이 스스로 내뱉은 말은 먼저 지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방역 조치는 과학적이고 적정하며 비차별적이어야 한다." 참고로 한국에서 중국에 입국하려면 아직 48시간 내 PCR 음성 결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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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30 07:03:17
    • 수정2022-12-30 07:04:46
    특파원 리포트
중국 내 공항에서 이동중인 여행객들 (출처: 중국 중앙(CC)TV)
"왜 중국인 입국 금지 안 하나요?"
"딴 나라는 (코로나19 감염증 유행이) 잠잠해지는데, 또 시작인가요?"
"해외에서 또 동양인 혐오가 생길까 걱정이네요."

중국이 3년간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버리고 내년 1월 8일부터 국경을 열겠다고 발표하자마자 인터넷 여론은 온통 비난과 우려 일색입니다.

■중국에서 오는 사람, 왜 우려?…중국발 밀라노 승객 "2명 중 1명 양성"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이유는 이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수 있고 그 결과 코로나19 재유행을 불러올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에서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중국의 한 공항에 여행객들이 대기중이다. (출처: AP=연합뉴스)
지난 26일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발 승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더니, 한 비행편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양성이었습니다. 승객 120명 중 62명, 무려 52%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겁니다.

또 다른 항공편은 92명 중 35명, 38%가 양성이었습니다. 양성 반응을 보인 승객 대부분은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은 감염자들이 지역 보건당국이 마련한 시설에서 격리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당초 밀라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중국발 입국객 전원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하기로 했지만, 이번 일로 조치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 이탈리아에 오는 모든 승객은 의무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지침을 바꿨는데요.

2020년 3월, 이탈리아 한 천막에 임시로 사망자 관이 안치된 모습 (출처: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대규모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오면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던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누구보다 코로나19 감염증 재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을 무조건 막자고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PCR 검사를 의무화했을까요? 그보다는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오라치오 스킬라치 이탈리아 보건부 장관은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도 같은 조처를 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까지 보냈습니다.

중국발 입국자를 규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그래픽: KBS 이경민)
일본도 이미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신속 항원 검사를 의무화했고, 여기에 인도, 미국 등도 중국에 대한 문턱을 높였습니다. 미국의 경우 다음 달 5일부터 중국과 마카오, 홍콩에서 미국에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비행기 탑승 이틀 이내에 실시한 코로나19 검사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근거 있는 각국의 '우려'

미국 역시 이 같은 조치를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에도 중국 정부가 적절하고 투명한 역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내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또 다른 미 정부 관계자는 "새로운 변이 출연 우려와 관련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한 병원에 코로나19 환자들이 몰리면서 병원 복도에도 대기하고 있다. (출처: 바이두)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중국 정부가 적절하고 투명한 역학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중국은 지난 25일부터 코로나19 일일 통계를 발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 중단 소식은 공지문을 통해 공개됐는데 중단하는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앞으로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를 통해 코로나 관련 정보를 공개해 연구 등에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만 썼습니다. 이러다 보니 중국 전역에서 얼마나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우려되는 소식은 또 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자국 내 거점을 둔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에 코로나19 유전체(게놈) 배열 분석을 당분간 하지 말라고 통보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감염 확산이 제어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중국 내 새로운 변이주 확인이 미묘한 문제가 되면서 관리가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보건당국이나 공적 연구기관은 분석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발표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변이주가 나타난 사실을 알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또 민간의 자체적인 분석에 제한이 가해지면서 코로나19 변이를 조기 발견할 가능성, 새로운 백신 개발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중국 당국은 '발끈'…다음 달 주목하는 이유

상황이 이런데도 다른 나라들이 다시 중국발 입국자에게 '입국 장벽'을 세우는 것이 중국으로서는 못마땅한 눈치입니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27일부터 3일 연속으로 "항상 각국의 전염병 예방 조치가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정상적인 인적 교류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며 늘어가는 각국의 입국 제한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우리가 '위드 코로나'로 가니, 막아서지 말라는 뜻으로 읽힙니다.

중국이 입국자에 대한 방역 완화 조치를 발표하자 세계 유명 관광지 여행에 대한 중국인의 검색이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 바이두)
세계는 이제 내년 1월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1월 8일부터 중국은 공식적으로 호텔 5일 + 자가 3일 격리를 폐지하는 등 외국발 입국자에 대한 장벽을 걷어냅니다. 중국인의 일반 여권 발급도 점차 정상화될 예정입니다.

1월 21일부터는 중국의 긴 연휴인 '춘제'가 시작됩니다. 일주일 연휴 동안 어디를 갈지, 벌써부터 중국 내 해외 여행 문의와 검색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 중국 여행 플랫폼에 따르면 일본과 우리나라, 태국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염자 대거 입국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각국은 이제 중국이 스스로 내뱉은 말은 먼저 지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방역 조치는 과학적이고 적정하며 비차별적이어야 한다." 참고로 한국에서 중국에 입국하려면 아직 48시간 내 PCR 음성 결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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