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2022 국제뉴스

입력 2022.12.31 (08:10) 수정 2022.12.3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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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마지막 날, 한해를 돌아봅니다. 올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국제 뉴스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아직도 진행 중이라 뉴스에서 이슈가 된 사건들이 2023년에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전 세계 11개 지역, 17명의 KBS 특파원들이 보도했던 올 한해 국제 뉴스 가운데 의미 있었던 뉴스, 8가지를 선정했습니다.


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선택'…2023년에도 종전은 안갯속

'푸틴의 선택'은 전쟁이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합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승기를 잡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과 달리 전쟁은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지원이 있었고, 우크라이나 역시 항전 의지가 거셌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여파는 심각했습니다. 러시아는 각종 제재에 맞서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한 유럽의 피해 규모는 1조 달러(한화 약 1,300조 원)에 달할 거라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 뱃길이 막혀 있는 동안, 곡물 가격도 크게 올라 전 세계 약 5천만 명이 기아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푸틴은 한결같이 말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가입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나토의 핵자산과 미사일 시스템 등이 러시아 국경지대에 주둔하는 걸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세계의 지성인들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가화로 푸틴에게 퇴로를 열어줘야만 핵전쟁의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협상 조건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대리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신냉전 체제가, 새해에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② 물가 잡겠다는 '파월의 마음'…3년여 만에 막 내린 '저금리 시대'

3년 3개월 만에 전격 단행한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2022년 3월 16일(미국 동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연준은 4차례 연속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습니다.

올 한해만 모두 7차례에 걸쳐, 총 4.25%p가 인상된 기준 금리. 세계 경제는 요동쳤습니다. 세계 주식과 채권,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커져 외국자본이 유출될 걸 우려한 세계 주요국들이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섰고, 신흥국들은 물가 급등에 글로벌 자금 유출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까지….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맞서야 했습니다. '파월(연준 의장)의 마음'도 오로지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의 고통보다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훨씬 더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파월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입니다.


③ 아베 피격 사망…'국장' 놓고 갈라진 일본 내 여론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망했습니다. 일본 우익의 상징이기도 한 그가,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에 40대 남성이 쏜 총탄에 스러졌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모두 8년 9개월, 일본에서 가장 오래 총리직을 유지한 인물로 향년 67세였습니다.

아베 전 총리에게는 일본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이 평생의 숙원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꿈꿨던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며 양적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와 같은 '아베노믹스(Abenomics)' 정책을 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일본 내 여론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국장 결정의 절차적, 재정적 문제였지만, 평화정책을 정면으로 거슬렀던 그의 정치적 행보와 아베노믹스의 실패 등이 그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신문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그를 '가장 양극화된 일본 정치인'으로 평가했습니다.


④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한 시대가 저물다

2022년 9월 8일, 입헌군주제의 상징적인 인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향년 96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습니다. 15개국의 군주였고 53개국으로 이뤄진 영연방 수장이었습니다. 25세 나이에 즉위해 70여 년 재위하며 처칠부터 리즈 트러스까지 모두 15명의 영국 총리를 맞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재건, 유럽연합(EU)의 탄생,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냉전의 붕괴, 홍콩의 중국 반환, 영국의 브렉시트….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여왕의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영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이 애도했습니다. 9월 19일(현지시각)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열린 국장은 세기의 장례식이 됐습니다.

여왕의 서거와 함께 장남인 찰스 3세가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왕세자 책봉 64년만입니다. 찰스 3세는 "여왕이 변함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나도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충성심과 존경, 사랑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이애나비와의 불화와 불륜 등으로 여왕보다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영국에서는 또다시 군주제 폐지 여론이 불거졌고, 이는 영국 왕실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⑤ 시진핑 3연임 시대 막 오르다…방역·경제 시험대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2년 10월 23일 3연임을 확정합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을 이끌었던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5년 더 연장됐습니다. 중국 건국의 주역이라고 하는 마오쩌둥 이후에 다시 등장한 장기 집권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시 주석은 최고 지도부를 모두 측근들로 채우며 사실상 '일인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집권 3기 시작과 함께 시 주석은 고강도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이른바 '백지시위'를 맞닥뜨립니다. 시위확산을 막기 위해 유효한 백신 접종과 완충적 방역조치 없이 급하게 봉쇄를 풀어버립니다.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는 폭증했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간의 봉쇄로 주요 경제 지표는 줄줄이 악화 됐습니다. 방역과 경제라는 거대한 이슈는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의 당면과제가 됐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가능할지 주목됩니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에 불이익을 주는 IRA와 반중 정서에 어떻게 대응해 나아갈지도 관심사입니다. 또 무력통일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타이완과의 관계 해결에도 국제사회의 눈이 쏠려있습니다.


⑥ '기후재앙' 역사적 첫 걸음…여전히 산적한 과제

인류가 처한 기후재앙, 이를 극복해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 미약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첫 걸음을 올해 내딛었습니다. 2022년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이집트에서 열렸던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섭니다. 이른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조성이 합의된 것입니다.

'손실과 피해'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수백 년간 화석 연료로 산업 발전을 이룬 선진국들이 지금의 기후 재앙에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가뭄과 홍수, 폭염과 폭설로 고통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가입국이 모여 기후 위기에 관해 논의하는 COP(Conference Of the Parties)가 1995년 시작된 이후로 처음 맺은 결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금조성에만 합의했을 뿐, 어떤 국가가 얼마의 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성해, 어떤 국가를 지원할지 등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겼습니다.


⑦ 달을 향한 인간의 도전 다시 시작되다…'아르테미스 Ⅰ' 프로젝트 성공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는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 입니다. 이 여신의 이름을 따 만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1단계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만에 달을 향한 인간의 도전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2022년 11월 16일 오전 1시 48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 (SLS)이 달을 향해 쏘아 올려졌습니다. '오리온'은 달 표면 약 130㎞ 상공까지 근접해 비행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5일 만인 2022년 12월 12일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리온'은 유인우주선이었지만, 이번에는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을 태웠습니다. 1단계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2024년에는 달궤도 유인 비행에, 2025년에는 여성과 비(非)백인이 탑승한 우주선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시킬 계획입니다.


⑧ 제2의 중국발 코로나19…오미크론에 세계, 다시 빗장을 걸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면서 진화합니다. 그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진화해, 지금 인류는 오미크론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등장했을 때, 바이러스 학자들은 코로나19의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를 기대했습니다. 앞선 변이 '델타'보다 독성은 약해지고, 전파력은 빨랐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독감과 같은 예측 가능한 감염병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겁니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던 중국이 2022년 12월 <"위드 코로나"> 감염병 대응 전략을 급히 바꾸면서, 인류는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섰습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이번엔 오미크론의 수많은 하위 변이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파악하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만 500가지가 넘습니다. 일본, 타이완, 이탈리아, 인도, 미국 등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다시 빗장을 걸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와 같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중국의 '위드 코로나'가 다시금 새해 인류의 코로나19 출구 전략을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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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돌아보는 2022 국제뉴스
    • 입력 2022-12-31 08:10:26
    • 수정2022-12-31 08:16:00
    세계는 지금
2022년의 마지막 날, 한해를 돌아봅니다. 올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국제 뉴스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요. 아직도 진행 중이라 뉴스에서 이슈가 된 사건들이 2023년에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전 세계 11개 지역, 17명의 KBS 특파원들이 보도했던 올 한해 국제 뉴스 가운데 의미 있었던 뉴스, 8가지를 선정했습니다.


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의 선택'…2023년에도 종전은 안갯속

'푸틴의 선택'은 전쟁이었습니다. 2022년 2월 24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합니다. 러시아는 전쟁 초기에 승기를 잡을 것으로 봤지만, 예상과 달리 전쟁은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막대한 지원이 있었고, 우크라이나 역시 항전 의지가 거셌기 때문입니다.

전쟁의 여파는 심각했습니다. 러시아는 각종 제재에 맞서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고, 이로 인한 유럽의 피해 규모는 1조 달러(한화 약 1,300조 원)에 달할 거라는 추산이 나왔습니다.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통로인 흑해 뱃길이 막혀 있는 동안, 곡물 가격도 크게 올라 전 세계 약 5천만 명이 기아위기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푸틴은 한결같이 말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에 가입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나토의 핵자산과 미사일 시스템 등이 러시아 국경지대에 주둔하는 걸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겁니다. 세계의 지성인들 중에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가화로 푸틴에게 퇴로를 열어줘야만 핵전쟁의 위협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의 협상 조건과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서방의 대리전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져온 신냉전 체제가, 새해에도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② 물가 잡겠다는 '파월의 마음'…3년여 만에 막 내린 '저금리 시대'

3년 3개월 만에 전격 단행한 금리 인상이었습니다. 2022년 3월 16일(미국 동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면서 '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이후 연준은 4차례 연속으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p씩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습니다.

올 한해만 모두 7차례에 걸쳐, 총 4.25%p가 인상된 기준 금리. 세계 경제는 요동쳤습니다. 세계 주식과 채권, 부동산의 자산 가치가 급락했습니다. 미국과 금리 격차가 커져 외국자본이 유출될 걸 우려한 세계 주요국들이 줄줄이 금리 인상에 나섰고, 신흥국들은 물가 급등에 글로벌 자금 유출로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풀린 막대한 유동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까지…. 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에 맞서야 했습니다. '파월(연준 의장)의 마음'도 오로지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금리 인상의 고통보다 인플레이션의 고통은 훨씬 더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파월은 내년에도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입니다.


③ 아베 피격 사망…'국장' 놓고 갈라진 일본 내 여론

2022년 7월 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사망했습니다. 일본 우익의 상징이기도 한 그가, 참의원 선거 유세 도중에 40대 남성이 쏜 총탄에 스러졌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모두 8년 9개월, 일본에서 가장 오래 총리직을 유지한 인물로 향년 67세였습니다.

아베 전 총리에게는 일본의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이 평생의 숙원이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를 꿈꿨던 것입니다. 경제적으로는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겠다며 양적 완화와 재정 지출 확대와 같은 '아베노믹스(Abenomics)' 정책을 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르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일본 내 여론은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국장 결정의 절차적, 재정적 문제였지만, 평화정책을 정면으로 거슬렀던 그의 정치적 행보와 아베노믹스의 실패 등이 그 배경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신문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그를 '가장 양극화된 일본 정치인'으로 평가했습니다.


④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서거…한 시대가 저물다

2022년 9월 8일, 입헌군주제의 상징적인 인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향년 96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습니다. 15개국의 군주였고 53개국으로 이뤄진 영연방 수장이었습니다. 25세 나이에 즉위해 70여 년 재위하며 처칠부터 리즈 트러스까지 모두 15명의 영국 총리를 맞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재건, 유럽연합(EU)의 탄생,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냉전의 붕괴, 홍콩의 중국 반환, 영국의 브렉시트….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여왕의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습니다. 영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이들이 애도했습니다. 9월 19일(현지시각)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열린 국장은 세기의 장례식이 됐습니다.

여왕의 서거와 함께 장남인 찰스 3세가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왕세자 책봉 64년만입니다. 찰스 3세는 "여왕이 변함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나도 내게 허락된 시간 동안 충성심과 존경, 사랑으로 국민을 섬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다이애나비와의 불화와 불륜 등으로 여왕보다 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영국에서는 또다시 군주제 폐지 여론이 불거졌고, 이는 영국 왕실의 부담이 될 것입니다.


⑤ 시진핑 3연임 시대 막 오르다…방역·경제 시험대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2022년 10월 23일 3연임을 확정합니다. 지난 10년간 중국을 이끌었던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5년 더 연장됐습니다. 중국 건국의 주역이라고 하는 마오쩌둥 이후에 다시 등장한 장기 집권 지도자가 된 것입니다. 시 주석은 최고 지도부를 모두 측근들로 채우며 사실상 '일인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집권 3기 시작과 함께 시 주석은 고강도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이른바 '백지시위'를 맞닥뜨립니다. 시위확산을 막기 위해 유효한 백신 접종과 완충적 방역조치 없이 급하게 봉쇄를 풀어버립니다. 이후 확진자와 사망자는 폭증했습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장기간의 봉쇄로 주요 경제 지표는 줄줄이 악화 됐습니다. 방역과 경제라는 거대한 이슈는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의 당면과제가 됐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관계 회복이 가능할지 주목됩니다.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전기차에 불이익을 주는 IRA와 반중 정서에 어떻게 대응해 나아갈지도 관심사입니다. 또 무력통일까지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타이완과의 관계 해결에도 국제사회의 눈이 쏠려있습니다.


⑥ '기후재앙' 역사적 첫 걸음…여전히 산적한 과제

인류가 처한 기후재앙, 이를 극복해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 미약하지만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첫 걸음을 올해 내딛었습니다. 2022년 11월 6일부터 20일까지 이집트에서 열렸던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섭니다. 이른바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 조성이 합의된 것입니다.

'손실과 피해'의 개념은 이렇습니다. 수백 년간 화석 연료로 산업 발전을 이룬 선진국들이 지금의 기후 재앙에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그로 인한 해수면 상승, 가뭄과 홍수, 폭염과 폭설로 고통받고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가입국이 모여 기후 위기에 관해 논의하는 COP(Conference Of the Parties)가 1995년 시작된 이후로 처음 맺은 결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금조성에만 합의했을 뿐, 어떤 국가가 얼마의 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조성해, 어떤 국가를 지원할지 등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많은 과제를 남겼습니다.


⑦ 달을 향한 인간의 도전 다시 시작되다…'아르테미스 Ⅰ' 프로젝트 성공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르테미스'는 '아폴로'의 쌍둥이 누이이자 '달의 여신' 입니다. 이 여신의 이름을 따 만든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1단계 과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습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반세기 만에 달을 향한 인간의 도전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

2022년 11월 16일 오전 1시 48분(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탑재한 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 (SLS)이 달을 향해 쏘아 올려졌습니다. '오리온'은 달 표면 약 130㎞ 상공까지 근접해 비행하는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25일 만인 2022년 12월 12일 지구로 돌아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오리온'은 유인우주선이었지만, 이번에는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을 태웠습니다. 1단계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2024년에는 달궤도 유인 비행에, 2025년에는 여성과 비(非)백인이 탑승한 우주선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시킬 계획입니다.


⑧ 제2의 중국발 코로나19…오미크론에 세계, 다시 빗장을 걸다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키면서 진화합니다. 그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진화해, 지금 인류는 오미크론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이 등장했을 때, 바이러스 학자들은 코로나19의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를 기대했습니다. 앞선 변이 '델타'보다 독성은 약해지고, 전파력은 빨랐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독감과 같은 예측 가능한 감염병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 겁니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특히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던 중국이 2022년 12월 <"위드 코로나"> 감염병 대응 전략을 급히 바꾸면서, 인류는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앞에 섰습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이번엔 오미크론의 수많은 하위 변이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파악하고 있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만 500가지가 넘습니다. 일본, 타이완, 이탈리아, 인도, 미국 등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다시 빗장을 걸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과 치료제와 같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된 중국의 '위드 코로나'가 다시금 새해 인류의 코로나19 출구 전략을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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