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도쿄 올림픽, 구세대 정치인들의 집착(타산지석 일본①)

입력 2022.12.31 (09:0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시사기획 창 ‘바겐세일 재팬’ 中에서〉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1980년대) 일본 경제는 세계를 석권하고 있었습니다. 시가 총액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상위 50개 회사 중 32개 회사가 일본기업이었습니다. / (0803) 1980년대 말에는 일본인은 아시아에서도 돈이 많은 사람들 부자나라의 국민이라고 여겨졌고,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1988년 9월 월스트리트 저널 1988년 9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NTT, 일본 전신전화공사는 2위였던 미국 IBM보다 시가 총액이
3배 이상이었습니다.

1987년 제작한 음료 광고엔 여유와 자신감, 활력이 넘쳤던 버블 시기 일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의 삶은 풍족했습니다.

에즈라 보겔 미국 하버드 교수는 ‘Japan as No.1’ 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 경제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상황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요네쿠라 세이이치로 호세이 경영대학원 교수 (22-0500)
"1945년 두 개의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태평양 전쟁에서) 엄청난 패전을 했는데 국가 부의 25%를 잃어버렸고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이제 일본은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패전국이 되면서 가난했던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신칸센과 고속도로가 건설됐고, 군부대 터에는 올림픽 경기장을, 도로 아래에는 지하철, 지상에는 모노레일을 새로 깔면서 일본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교대 교수
"올림픽이 내거는 구호처럼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성장하는 것. 1960년대는 고도 경제 성장, 즉 모든 일본인들이 경제 성장이라는 것에 의식을 집중시켜 나가는 시대였어요."

이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이 만든 세계적 게임 캐릭터, 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다시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이 올림픽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리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2030년 동계 올림픽 삿포로 유치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이렇게 사건, 사고, 문제점, 반대가 많았던 올림픽은 없었습니다. 1964년 올림픽은 크게 성공했으니까 한 번 더 올림픽을 하자...도쿄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 비전이 없는 겁니다. 원래 의미를 잃어버리고 올림픽 개최 자체가 목적이 되었기 때문에."

“어게인 1964 도쿄올림픽”에 집착했던 건 기성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모리 요시로, 스가 요시히데, 아베 신조 이 밖에도 아주 많을 겁니다. 정치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1964년 올림픽을 아주 큰 성공 체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왜 그걸 한 번 더 못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정치를 세습하는 일본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세대를 거듭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로 세습되는 일본 정치에 대한 한계와 거부는 최근 표심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열린 선거에서 당선된 사토코 구청장은 기존 정치 문법을 모두 뒤엎고 구민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정치 신인에, 여성인 그가 3선을 지낸 현직 남성 정치인을 누르고 새로운 구청장으로 당선된 겁니다.

기시모토 사토코 도쿄도 시기나미구 구청장
"정치인으로서의 성과, 행정에 대한 실적이 전혀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게 표를 주셨던 건,
뭔가 다른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다르다. 여성이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누락되어 있었던 목소리, 기대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고요. 그것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정치 세습과 가업 대물림 같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지시가 전달되는 일본 특유의 수직형 구조는 오랫동안 일본사회를 지탱해 왔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수직적 통합의 사회입니다./ (3326) 사회 시스템도 철저히 종적 관계를
만드니까 관청에도 자신들의 담당 분야, 자신들의 직무는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체적인 것은 바꾸려 하지 않아요. 종적관계가 아주 세밀하게 조직된 사회인 거예요."

수직 통합형 사회 구성이 과거 일본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산업구조가 대변혁을 맞은 시점부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글로벌라이제이션, 디지털화는 한마디로 하면,
철저한 수평적 분업을 이루는 사회 구조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3420) 디지털화를 통해 수평적으로
세계가 이어지는데 / (3447) 어떻게든 수직 통합적 사회 구조를 남겨둔 채 디지털화에 적응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일본이 이 고생을 30년 동안 해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도체가 핵심 산업으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 산업 구조는 수직통합형에서 수평분업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재편됐지만, 일본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고조 마사유키 ‘칩 원 스톱’ 대표
"전 세계에서는 수평분업형 모델이 보급되었고 기술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반도체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제조업이 많이 생겼고, 팹리스가 생산전문기업인 ‘파운드리’에 위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전자기기 제조사가 반도체 제조사도 갖춘 통합형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 시기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던 수평분업화 추세에 뒤쳐졌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혁신을 놓쳤고 과거 세계 산업을 주도해 나갔던 주전 선수 자리에서 탈락했습니다.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
"일본 산업은 혁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산업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조하는 데 있어 10년을 잃었습니다. 그 사이 세계적으로 IT산업, IT프로그램 산업이 번성했습니다. 이제는 제조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새로운 산업이 중요한데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이런 점에서 뒤처져 있어요."

#일본 #잃어버린30년 #바겐세일재팬 #TSMC반도체 #라피더스 #Rapidus #2나노 #한일평균임금 #1인당명목GDP #소니아이보 #japan #日本

방송일시: KBS 1TV 2022.12.27.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창+] 도쿄 올림픽, 구세대 정치인들의 집착(타산지석 일본①)
    • 입력 2022-12-31 09:05:34
    세계는 지금
▲ 〈시사기획 창 ‘바겐세일 재팬’ 中에서〉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1980년대) 일본 경제는 세계를 석권하고 있었습니다. 시가 총액으로 보면 전 세계에서 상위 50개 회사 중 32개 회사가 일본기업이었습니다. / (0803) 1980년대 말에는 일본인은 아시아에서도 돈이 많은 사람들 부자나라의 국민이라고 여겨졌고, 실제로 그런 면이 있었습니다."

1988년 9월 월스트리트 저널 1988년 9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발표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0대 기업 중, 1위를 차지한 NTT, 일본 전신전화공사는 2위였던 미국 IBM보다 시가 총액이
3배 이상이었습니다.

1987년 제작한 음료 광고엔 여유와 자신감, 활력이 넘쳤던 버블 시기 일본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의 삶은 풍족했습니다.

에즈라 보겔 미국 하버드 교수는 ‘Japan as No.1’ 이라는 책을 통해 일본 경제의 경쟁력과 효율성을 극찬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상황은 녹녹치 않았습니다.

요네쿠라 세이이치로 호세이 경영대학원 교수 (22-0500)
"1945년 두 개의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태평양 전쟁에서) 엄청난 패전을 했는데 국가 부의 25%를 잃어버렸고 약 300만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당시 사람들은 이제 일본은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패전국이 되면서 가난했던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신칸센과 고속도로가 건설됐고, 군부대 터에는 올림픽 경기장을, 도로 아래에는 지하철, 지상에는 모노레일을 새로 깔면서 일본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교대 교수
"올림픽이 내거는 구호처럼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강하게’ 성장하는 것. 1960년대는 고도 경제 성장, 즉 모든 일본인들이 경제 성장이라는 것에 의식을 집중시켜 나가는 시대였어요."

이런 기억 때문이었을까?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이 만든 세계적 게임 캐릭터, 마리오 분장을 하고 나타났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다시 영광의 시대를 재현하겠다는 의지를 전 세계에 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이 올림픽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의 뇌물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비리 올림픽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고, 2030년 동계 올림픽 삿포로 유치에도 검은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이렇게 사건, 사고, 문제점, 반대가 많았던 올림픽은 없었습니다. 1964년 올림픽은 크게 성공했으니까 한 번 더 올림픽을 하자...도쿄를 어떤 도시로 만들 것인지 비전이 없는 겁니다. 원래 의미를 잃어버리고 올림픽 개최 자체가 목적이 되었기 때문에."

“어게인 1964 도쿄올림픽”에 집착했던 건 기성 정치인들이었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모리 요시로, 스가 요시히데, 아베 신조 이 밖에도 아주 많을 겁니다. 정치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은 1964년 올림픽을 아주 큰 성공 체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왜 그걸 한 번 더 못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정치를 세습하는 일본에서 기존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은 세대를 거듭해도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그들만의 리그로 세습되는 일본 정치에 대한 한계와 거부는 최근 표심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열린 선거에서 당선된 사토코 구청장은 기존 정치 문법을 모두 뒤엎고 구민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정치 신인에, 여성인 그가 3선을 지낸 현직 남성 정치인을 누르고 새로운 구청장으로 당선된 겁니다.

기시모토 사토코 도쿄도 시기나미구 구청장
"정치인으로서의 성과, 행정에 대한 실적이 전혀 아무 것도 없는 사람에게 표를 주셨던 건,
뭔가 다른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다르다. 여성이 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누락되어 있었던 목소리, 기대가 있다는 걸 느끼고 있고요. 그것에 부응해야만
한다는 책임감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정치 세습과 가업 대물림 같이, 위에서 아래로 일방적으로 지시가 전달되는 일본 특유의 수직형 구조는 오랫동안 일본사회를 지탱해 왔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수직적 통합의 사회입니다./ (3326) 사회 시스템도 철저히 종적 관계를
만드니까 관청에도 자신들의 담당 분야, 자신들의 직무는 성실하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데 전체적인 것은 바꾸려 하지 않아요. 종적관계가 아주 세밀하게 조직된 사회인 거예요."

수직 통합형 사회 구성이 과거 일본의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었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산업구조가 대변혁을 맞은 시점부턴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요시미 슌야 도쿄대 교수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글로벌라이제이션, 디지털화는 한마디로 하면,
철저한 수평적 분업을 이루는 사회 구조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3420) 디지털화를 통해 수평적으로
세계가 이어지는데 / (3447) 어떻게든 수직 통합적 사회 구조를 남겨둔 채 디지털화에 적응하려
했지만 잘되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일본이 이 고생을 30년 동안 해온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반도체가 핵심 산업으로 등장하면서 전 세계 산업 구조는 수직통합형에서 수평분업형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재편됐지만, 일본은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고조 마사유키 ‘칩 원 스톱’ 대표
"전 세계에서는 수평분업형 모델이 보급되었고 기술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빠르게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반도체 설계만 전문적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제조업이 많이 생겼고, 팹리스가 생산전문기업인 ‘파운드리’에 위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일본에서는 전자기기 제조사가 반도체 제조사도 갖춘 통합형 사업을 했기 때문에 그 시기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졌던 수평분업화 추세에 뒤쳐졌다는 게 제 의견입니다."

그러는 사이, 일본은 혁신을 놓쳤고 과거 세계 산업을 주도해 나갔던 주전 선수 자리에서 탈락했습니다.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
"일본 산업은 혁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산업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조하는 데 있어 10년을 잃었습니다. 그 사이 세계적으로 IT산업, IT프로그램 산업이 번성했습니다. 이제는 제조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새로운 산업이 중요한데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도 이런 점에서 뒤처져 있어요."

#일본 #잃어버린30년 #바겐세일재팬 #TSMC반도체 #라피더스 #Rapidus #2나노 #한일평균임금 #1인당명목GDP #소니아이보 #japan #日本

방송일시: KBS 1TV 2022.12.27.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changkbs
WAVVE '시사기획 창' 검색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