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미 하원 당선인, 역대급 거짓말 들통…의원직은?

입력 2022.12.31 (09:56) 수정 2022.12.3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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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미 하원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소속 조지 샌토스 당선인. 학력과 경력 등 수많은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거센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지난달 미 하원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소속 조지 샌토스 당선인. 학력과 경력 등 수많은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거센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차기 의회 개원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 한 초선 당선인의 역대급 허위 이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미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해 승리한 공화당 소속 34살 조지 샌토스 당선인이 그 당사자입니다.

■ 학력·경력·종교·성 정체성…쌓여가는 거짓 이력

샌토스 당선인은 당초 자신이 미국 뉴욕대(NYU)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유명 금융기업인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등에서 일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에 가족은 유대인 혈통으로 자신은 10년 넘게 동성애자라고 성 정체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은 13개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갈 곳 없는 개와 고양이를 보호하는 동물구조 자선단체도 운영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차기 하원 개원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샌토스 당선인의 거짓 이력을 앞다퉈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뉴욕대 대학원은 물론 샌토스 당선인이 졸업했다고 주장했던 바루크 칼리지에서도 '그런 학생은 없었다'고 했고, 씨티은행과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회사들에서도 근무했던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게다가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규정했던 가족사는 물론 3년 전까지 여성과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수자라고 공언했던 성 정체성까지 의심받고 있다는 겁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확산되자 샌토스 당선인은 직접 언론인터뷰에 나서 일부 '거짓말'을 시인했습니다. "이력서를 장식했다(embellish)"며 죄송하다고 사과한 겁니다. 하지만 유대인 혈통이라고 했던 건 유대인 같은 (jew-ish) 가족사라고 수정하면서 자신의 종교는 유대교가 아니라 가톨릭이라고 말했으며 동성애자라고 공언하고 다녔던 부분도 "사람들은 변한다"며 뚜렷한 답을 피했습니다.

샌토스 당선인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미국 뉴욕 제3선거구에 출마했습니다. 2020년 이후 두번 째 출마였습니다. 해당 지역은 뉴욕의 롱아일랜드 북부와 북서부 퀸즈 지역이 포함됩니다. 샌토스 의원의 당선은 기존 민주당 의석을 빼앗은 것으로 공화당에선 상당한 성과로 자평하는 분위깁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들은 샌토스 당선인이 '유대인' 으로 정체성을 부각하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표 결집에 상당한 효과를 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성 정체성 역시 당선인 스스로 '10년 넘게 공개적 동성애자로 살았지만, 공화당에서 차별받은 적 없다'고 선전하는 등 공화당의 개방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모든 게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 재산 관련 거짓말·불투명한 회계 … 수사 착수

더욱 심각한 건, 돈 문젭니다. 당선인 스스로도 가족들의 부동산 소유는 사실이 아니라고 시인했던 데다 선거 자금 모금 과정에 불투명성이 드러난 겁니다. 실제, 샌토스 당선인은 지난 중간선거를 위해 70만 달러 우리 돈 8억여 원을 빌렸다고 밝혔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미국 연방은 물론 지방 검찰에서 수사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주 나소 카운티의 앤 도널리 검사장은 별도 성명에서 샌토스 당선인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라며 “우리 카운티에서 범죄가 저질러졌다면 우리는 당연히 기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수사 범위와 함께 구체적 혐의에 대해선 우선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져야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 같은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졌지만 샌토스 당선인은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하원의원 활동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게 '판단이 정확했음'을 확인시키겠다며 의정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출했습니다.

■ 유죄라도 의원직은 유지?

샌토스 당선인은 실제 여러 의혹에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본인 의지가 있고 하원이 표결을 거쳐 자격박탈을 결의하지 않는다면 2년 임기 동안 계속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와 관련된 논문(이부하 (2021). 미국 연방헌법상 연방의회 의원의 피선거권 자격요건과 자격박탈. 법학논고, 72, 1- 20..pdf) 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특정한 반역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연방 헌법상 연방 의회 의원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
- 첨부 논문 12쪽 -

여론이 강력한 사퇴 압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단 법적으로 취임 선서를 한 하원 의원의 경우엔 반역 행위로 처벌받지 않는 한 사법부가 의원직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물론, 샌토스 의원의 경우 본인이 사퇴 의사가 없다고 해도 미 하원 윤리위에서 관련 조사를 거쳐 본회의에 제명안을 상정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우 미 하원 재적 2/3에 해당하는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차기 미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과반을 불과 4석 넘긴 박빙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지 샌토스 의원은 이른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로 불리는 공화당 내 친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되고 있죠. 차기 하원 의장을 노리는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로선 이 문제를 공공연히 꺼내 들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거짓말 의혹이 불거지고 당선인 스스로 시인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관련 내용의 처리 방향을 놓고 '침묵'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공원, 내셔널 몰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공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 상하원이 위치한 동쪽 끝은 '캐피톨 힐(Capitol Hill)'로 불립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인 의사당이 위치한 곳으로 내셔널 몰은 물론 백악관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던 초기 도시 설계자들이 그만큼 미 '의회'를 삼권 분립의 기초로 여겼다는 뜻이겠죠.

조지 샌토스 당선인이 실제 임기를 시작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역시 미 의회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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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미 하원 당선인, 역대급 거짓말 들통…의원직은?
    • 입력 2022-12-31 09:56:40
    • 수정2022-12-31 20:25:52
    특파원 리포트
지난달 미 하원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소속 조지 샌토스 당선인. 학력과 경력 등 수많은 ‘거짓말’이 드러나면서 거센 자격 시비에 휘말렸다.
차기 의회 개원을 앞둔 미국 정치권에 한 초선 당선인의 역대급 허위 이력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미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 의원 후보로 출마해 승리한 공화당 소속 34살 조지 샌토스 당선인이 그 당사자입니다.

■ 학력·경력·종교·성 정체성…쌓여가는 거짓 이력

샌토스 당선인은 당초 자신이 미국 뉴욕대(NYU)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유명 금융기업인 씨티그룹과 골드만 삭스 등에서 일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여기에 가족은 유대인 혈통으로 자신은 10년 넘게 동성애자라고 성 정체성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가족은 13개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갈 곳 없는 개와 고양이를 보호하는 동물구조 자선단체도 운영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차기 하원 개원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샌토스 당선인의 거짓 이력을 앞다퉈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뉴욕대 대학원은 물론 샌토스 당선인이 졸업했다고 주장했던 바루크 칼리지에서도 '그런 학생은 없었다'고 했고, 씨티은행과 골드만삭스 같은 금융회사들에서도 근무했던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는 겁니다. 게다가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규정했던 가족사는 물론 3년 전까지 여성과 결혼생활을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수자라고 공언했던 성 정체성까지 의심받고 있다는 겁니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확산되자 샌토스 당선인은 직접 언론인터뷰에 나서 일부 '거짓말'을 시인했습니다. "이력서를 장식했다(embellish)"며 죄송하다고 사과한 겁니다. 하지만 유대인 혈통이라고 했던 건 유대인 같은 (jew-ish) 가족사라고 수정하면서 자신의 종교는 유대교가 아니라 가톨릭이라고 말했으며 동성애자라고 공언하고 다녔던 부분도 "사람들은 변한다"며 뚜렷한 답을 피했습니다.

샌토스 당선인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미국 뉴욕 제3선거구에 출마했습니다. 2020년 이후 두번 째 출마였습니다. 해당 지역은 뉴욕의 롱아일랜드 북부와 북서부 퀸즈 지역이 포함됩니다. 샌토스 의원의 당선은 기존 민주당 의석을 빼앗은 것으로 공화당에선 상당한 성과로 자평하는 분위깁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들은 샌토스 당선인이 '유대인' 으로 정체성을 부각하면서 지역 유권자들의 표 결집에 상당한 효과를 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성 정체성 역시 당선인 스스로 '10년 넘게 공개적 동성애자로 살았지만, 공화당에서 차별받은 적 없다'고 선전하는 등 공화당의 개방적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모든 게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 재산 관련 거짓말·불투명한 회계 … 수사 착수

더욱 심각한 건, 돈 문젭니다. 당선인 스스로도 가족들의 부동산 소유는 사실이 아니라고 시인했던 데다 선거 자금 모금 과정에 불투명성이 드러난 겁니다. 실제, 샌토스 당선인은 지난 중간선거를 위해 70만 달러 우리 돈 8억여 원을 빌렸다고 밝혔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미국 연방은 물론 지방 검찰에서 수사 개시를 선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뉴욕주 나소 카운티의 앤 도널리 검사장은 별도 성명에서 샌토스 당선인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 “놀라울 따름”이라며 “우리 카운티에서 범죄가 저질러졌다면 우리는 당연히 기소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수사 범위와 함께 구체적 혐의에 대해선 우선 사실관계 확인이 이뤄져야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이 같은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졌지만 샌토스 당선인은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하원의원 활동을 통해 자신을 지지해 준 유권자들에게 '판단이 정확했음'을 확인시키겠다며 의정활동에 대한 강한 의지도 표출했습니다.

■ 유죄라도 의원직은 유지?

샌토스 당선인은 실제 여러 의혹에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본인 의지가 있고 하원이 표결을 거쳐 자격박탈을 결의하지 않는다면 2년 임기 동안 계속 의정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현지 언론 분석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와 관련된 논문(이부하 (2021). 미국 연방헌법상 연방의회 의원의 피선거권 자격요건과 자격박탈. 법학논고, 72, 1- 20..pdf) 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수정헌법 제14조에 따라 특정한 반역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연방 헌법상 연방 의회 의원 자격이 박탈되지 않는다."
- 첨부 논문 12쪽 -

여론이 강력한 사퇴 압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일단 법적으로 취임 선서를 한 하원 의원의 경우엔 반역 행위로 처벌받지 않는 한 사법부가 의원직을 박탈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물론, 샌토스 의원의 경우 본인이 사퇴 의사가 없다고 해도 미 하원 윤리위에서 관련 조사를 거쳐 본회의에 제명안을 상정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우 미 하원 재적 2/3에 해당하는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차기 미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과반을 불과 4석 넘긴 박빙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조지 샌토스 의원은 이른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로 불리는 공화당 내 친트럼프 진영으로 분류되고 있죠. 차기 하원 의장을 노리는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로선 이 문제를 공공연히 꺼내 들기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제, 거짓말 의혹이 불거지고 당선인 스스로 시인을 거듭했음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도부는 관련 내용의 처리 방향을 놓고 '침묵'하고 있습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는 동서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공원, 내셔널 몰을 중심으로 수많은 관공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 상하원이 위치한 동쪽 끝은 '캐피톨 힐(Capitol Hill)'로 불립니다. 언덕 위의 하얀 집인 의사당이 위치한 곳으로 내셔널 몰은 물론 백악관을 비롯한 여러 관공서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건축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던 초기 도시 설계자들이 그만큼 미 '의회'를 삼권 분립의 기초로 여겼다는 뜻이겠죠.

조지 샌토스 당선인이 실제 임기를 시작하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역시 미 의회 몫으로 남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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