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1명, 왕은 6명”…‘전세 사기’ 수사 정리해드립니다

입력 2023.0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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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데없이 '왕'과 '신'들이 주요 뉴스를 차지하고 있죠. 화근은 '전세 사기'입니다.

당초 1~2건인 줄 알았던 대형 전세 사기 사건들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피의자마다 별명이 붙고 있는데, 너도나도 '왕' 또는 '신'으로 불립니다.

수법도 비슷비슷, 별명도 비슷비슷. 너무 헷갈리실 겁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전세 사기 계통의 '왕'과 '신' 현황, 한방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왕'과 '신' 도합 7명…3명은 숨졌다

언론 보도 등 입길에 오르내린 '빌라왕' '빌라신' 등은 모두 7명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중 3명은 숨졌습니다. 그리고 6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주택 매입 규모나 활동 지역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6명만 추리면 아래의 지도와 같습니다.


1. 먼저, '빌라왕' 김 모 씨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김 씨가 보유한 빌라는 수도권 일대 1,139채. 피해 금액만 현재 170억 원가량입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김 씨 사망과 관련해 타살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 씨는 이미 숨졌지만, 김 씨와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5명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 또 다른 '빌라왕'도 있습니다. 이 사람도 지난해 7월 숨졌습니다. 서울 일대 부동산 2백여 채 보유한 '빌라왕' 정 모 씨입니다.

특이한 점은 정 씨가 숨진 이후인 지난해 8월까지도 잔금을 치르는 등 거래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실입니다. 공범과 배후세력이 존재한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수사 주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3. '청년 빌라왕' 송 모 씨도 있습니다. 20대인데 인천 일대에 빌라 58채를 소유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역시 숨졌습니다.

아직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습니다.

4. '빌라의 신' 권 모 씨 일당 3명은 범행 규모로 치면 1위입니다. 이들이 사들인 주택은 수도권 일대에 무려 3천 4백여 채입니다. '신'이라는 한 수 높은 별명이 붙을 만합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9월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권 씨 일당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전세 사기에 가담한 브로커와 공인중개사 등 48명도 검거됐습니다.

5. 숨지지 않고 구속된 '빌라왕'도 있습니다. 수도권 일대에 413채를 보유한 '빌라왕' 이 모 씨, 현재까지 118명의 피해자가 드러났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6. 인천 일대 부동산 2,709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도 있습니다. 다른 빌라왕이 임대업자였다면, 건축왕은 자신이 직접 주택을 지은 건축업자였습니다.

현재 인천경찰청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7. 구속된 광주 '빌라왕' 정 모 씨도 있는데, 현재까지 광주 일대 주택 4백여 채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뒤에도, 광주경찰청에서 공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한 푼도 안 들인다…수법 판박이

이들의 매입 수법은 거의 동일합니다.

매매가와 같거나 높은 가격에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일명 '동시 진행'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주택을 무한정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일당이 같은 수법을 썼다면? 서로 공모를 했거나, 최소한 정보를 교환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을 서로 연결한 이른바 '배후 세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사가 더 필요합니다.

각 시도 관할 경찰이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나가고 있는 만큼 '왕'이나 '신'들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 "전세 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 바뀌는지 확인해야"


이들이 같은 수법을 썼다면, 역으로 이들을 피하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을 최대한 피하는 겁니다.

동시 진행은 전세 계약 체결과 동시에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 매입이 이뤄집니다. 전세 계약 직후에 집주인이 바뀌기 마련입니다.

즉, 내가 들어갈 전셋집의 집주인이 곧 바뀔 예정이라면, 뭔가 일단 이상한 낌새가 있다고 의심해야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 당시 건축주에, 제3 자에게 주택 매매가 예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예정되어 있다면 그런 것들은 전세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또 "매매 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에는,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향후 전세 사기가 발생했을 건축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불안한 세입자들이 많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전세보증보험도 아직은 결함이 많습니다. 최선은 본인이 조심하는 수뿐입니다.

'왕'과 '신'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전세 보증금은 대부분 '전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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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이 1명, 왕은 6명”…‘전세 사기’ 수사 정리해드립니다
    • 입력 2023-01-03 06:00:15
    취재K

최근 난데없이 '왕'과 '신'들이 주요 뉴스를 차지하고 있죠. 화근은 '전세 사기'입니다.

당초 1~2건인 줄 알았던 대형 전세 사기 사건들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습니다. 피의자마다 별명이 붙고 있는데, 너도나도 '왕' 또는 '신'으로 불립니다.

수법도 비슷비슷, 별명도 비슷비슷. 너무 헷갈리실 겁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전세 사기 계통의 '왕'과 '신' 현황, 한방에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 '왕'과 '신' 도합 7명…3명은 숨졌다

언론 보도 등 입길에 오르내린 '빌라왕' '빌라신' 등은 모두 7명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중 3명은 숨졌습니다. 그리고 6명이 경찰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습니다.

주택 매입 규모나 활동 지역에 약간씩 차이가 있습니다.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된 6명만 추리면 아래의 지도와 같습니다.


1. 먼저, '빌라왕' 김 모 씨가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김 씨가 보유한 빌라는 수도권 일대 1,139채. 피해 금액만 현재 170억 원가량입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김 씨 사망과 관련해 타살 정황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 씨는 이미 숨졌지만, 김 씨와 공모한 것으로 보이는 5명을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 또 다른 '빌라왕'도 있습니다. 이 사람도 지난해 7월 숨졌습니다. 서울 일대 부동산 2백여 채 보유한 '빌라왕' 정 모 씨입니다.

특이한 점은 정 씨가 숨진 이후인 지난해 8월까지도 잔금을 치르는 등 거래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실입니다. 공범과 배후세력이 존재한다는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겁니다.

경찰은 정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수사 주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3. '청년 빌라왕' 송 모 씨도 있습니다. 20대인데 인천 일대에 빌라 58채를 소유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 역시 숨졌습니다.

아직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았습니다.

4. '빌라의 신' 권 모 씨 일당 3명은 범행 규모로 치면 1위입니다. 이들이 사들인 주택은 수도권 일대에 무려 3천 4백여 채입니다. '신'이라는 한 수 높은 별명이 붙을 만합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9월 사기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권 씨 일당으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전세 사기에 가담한 브로커와 공인중개사 등 48명도 검거됐습니다.

5. 숨지지 않고 구속된 '빌라왕'도 있습니다. 수도권 일대에 413채를 보유한 '빌라왕' 이 모 씨, 현재까지 118명의 피해자가 드러났습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수사하고 있습니다.

6. 인천 일대 부동산 2,709채를 보유한 이른바 '건축왕'도 있습니다. 다른 빌라왕이 임대업자였다면, 건축왕은 자신이 직접 주택을 지은 건축업자였습니다.

현재 인천경찰청이 해당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7. 구속된 광주 '빌라왕' 정 모 씨도 있는데, 현재까지 광주 일대 주택 4백여 채를 보유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뒤에도, 광주경찰청에서 공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한 푼도 안 들인다…수법 판박이

이들의 매입 수법은 거의 동일합니다.

매매가와 같거나 높은 가격에 세입자와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동시에,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일명 '동시 진행'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주택을 무한정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일당이 같은 수법을 썼다면? 서로 공모를 했거나, 최소한 정보를 교환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이들을 서로 연결한 이른바 '배후 세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사가 더 필요합니다.

각 시도 관할 경찰이 전세 사기 사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나가고 있는 만큼 '왕'이나 '신'들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 "전세 계약 체결 직후, 집주인 바뀌는지 확인해야"


이들이 같은 수법을 썼다면, 역으로 이들을 피하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이른바 '동시 진행' 수법을 최대한 피하는 겁니다.

동시 진행은 전세 계약 체결과 동시에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 매입이 이뤄집니다. 전세 계약 직후에 집주인이 바뀌기 마련입니다.

즉, 내가 들어갈 전셋집의 집주인이 곧 바뀔 예정이라면, 뭔가 일단 이상한 낌새가 있다고 의심해야 합니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 당시 건축주에, 제3 자에게 주택 매매가 예정되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만약 예정되어 있다면 그런 것들은 전세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또 "매매 계획이 없다고 답하는 경우에는, 해당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해 향후 전세 사기가 발생했을 건축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규모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불안한 세입자들이 많다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전세보증보험도 아직은 결함이 많습니다. 최선은 본인이 조심하는 수뿐입니다.

'왕'과 '신'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을 꼭 유념해야 합니다. 전세 보증금은 대부분 '전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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