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원 된 발렛비…대리 강요에 바가지 논란까지

입력 2023.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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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훌쩍 뛴 대리주차(발렛)비…기본 3,000원 시대?
강제 발렛에 과다 요금, 이용자 선택권 박탈 논란
물가 상승 요인에 안전 사고 시 약관도 불분명


■'무료'->'3,000원', 대리주차비 사실상 물가 인상 요인

일부 특급호텔에서나 있었던 서비스가 시간이 흘러 보편화한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발렛파킹으로 불리는 대리주차입니다. 지금은 특급호텔 등 숙박시설은 물론 백화점, 공항, 골프장, 특히 음식점에서 이런 주차 방식이 점점 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비용도 초기에는 무료이거나 1,000원 정도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2,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 웬만한 식당에서는 3,000원의 발렛 비용이 정가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급격한 외식물가 상승에 대리주차 비용까지 더하면 해당 매장 이용자들의 '비공식적'인 부담은 더 커지게 됩니다. 여기서 '비공식'이라고 표현한 것은 발렛 비용은 공식 물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리주차가 편리한 점도 있고, 정당한 서비스에 대한 지불이라는 해석도 유효하지만,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몇몇 이해 안 되는 정책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가 주차 안 돼요"…최대 3만 원 강제 발렛

아예 손님들의 자가 주차를 못 하게 막아놓은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이 대표적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의 경우 아무리 주차 공간이 많이 비어 있어도 이용객이 직접 주차할 수 없습니다. 4~5천 원의 비용을 내고 무조건 대리주차를 맡겨야 하는 탓에 나중에 출차가 몰리는 시간에는 2~30분 기다려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상식 밖의 대리 비용을 부담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 마포의 한 호텔의 경우 이용객들은 무조건 발렛을 맡겨야 하고 호텔 측은 비용 명목으로 3만 원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에 항의하는 고객에 호텔 측은 "주차장이 매우 협소해서 발렛으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발렛비에 30분당 2,000원 추가 요금까지

식당 등에서 대리주차를 의뢰하면 주차비는 따로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의 경우 발렛비로 4,000원을 받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차요금을 따로 받고 있습니다. 음식점 방문을 빌미로 장시간 주차를 하는 얌체 손님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점심 먹으러 와서 주차비 8천 원을 따로 냈다." 등 손님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식 요금도 비싼 데다 주차요금은 더 비싸다"는 고객의 글도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바엔 아예 주차가 안 된다고 고지하는 게 나을 듯"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별도의 주차요금까지 받는 서울의 한 식당.별도의 주차요금까지 받는 서울의 한 식당.

■직접 주차했는데도 차 키 주며 비용 요구


24시간 운영하는 업소에서 주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종일 영업한다 해도 대리주차 직원은 사각 시간대(주로 심야·새벽 시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시간대에 손님이 오면 빈 주차공간에 차를 직접 대라고 한 뒤에 나중에 차를 찾을 때 발렛비를 요구합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 중인 24시간 스크린골프장의 경우 이른 아침 시간대에 온 손님에게 직접 주차를 요청한 뒤 나중에 출근한 대리주차 요원이 차 키를 건네면서 3,000원의 주차 비용을 받아가기도 합니다. '대리주차'가 아닌 '직접주차'를 했는데도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용객이 직접 주차해도 발렛비를 받는 서울의 한 스크린골프장이용객이 직접 주차해도 발렛비를 받는 서울의 한 스크린골프장

■골프장에서는 대놓고 자가주차 이용객 차별

최근 대리주차가 가장 많이 활성화된 곳 중 하나가 바로 골프장입니다. 5천 원에서 1만 원까지의 비용을 받고 주차를 대신해줍니다.(은근히 입구에서 발렛을 강요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가주차(셀프)를 원하는 내장객들과의 형평성입니다. 차 대기 편한 곳이나 가까운 곳을 발렛용으로 골프장 측에서 선점해 일반 이용객들은 주차하는 데 큰 불편을 겪는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예 일반 주차할 공간을 좁게 만들어 놓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리주차를 택하게 해놓은 골프장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명백한 이용객 차별입니다.

■사고 처리도 불투명한데 선택권까지 박탈 논란
대리주차 자료사진(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대리주차 자료사진(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리주차는 편한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업소 위주로 돼 있는 일부 정책은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고 있습니다. 고가의 강제발렛 강요나 주차요금과의 이중 부담, 자가 주차 손님에 대한 차별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리주차 과정에서의 각종 사고는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리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리주차가 전 업종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요금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표준 약관 마련 등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 급등한 배달비와 마찬가지로 은근슬쩍 물가에도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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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0원 된 발렛비…대리 강요에 바가지 논란까지
    • 입력 2023-01-04 06:00:13
    취재K
훌쩍 뛴 대리주차(발렛)비…기본 3,000원 시대?<br />강제 발렛에 과다 요금, 이용자 선택권 박탈 논란<br />물가 상승 요인에 안전 사고 시 약관도 불분명

■'무료'->'3,000원', 대리주차비 사실상 물가 인상 요인

일부 특급호텔에서나 있었던 서비스가 시간이 흘러 보편화한 경우가 있습니다. 흔히 발렛파킹으로 불리는 대리주차입니다. 지금은 특급호텔 등 숙박시설은 물론 백화점, 공항, 골프장, 특히 음식점에서 이런 주차 방식이 점점 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비용도 초기에는 무료이거나 1,000원 정도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2,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이제 웬만한 식당에서는 3,000원의 발렛 비용이 정가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급격한 외식물가 상승에 대리주차 비용까지 더하면 해당 매장 이용자들의 '비공식적'인 부담은 더 커지게 됩니다. 여기서 '비공식'이라고 표현한 것은 발렛 비용은 공식 물가 통계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대리주차가 편리한 점도 있고, 정당한 서비스에 대한 지불이라는 해석도 유효하지만, 일부 매장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는 몇몇 이해 안 되는 정책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가 주차 안 돼요"…최대 3만 원 강제 발렛

아예 손님들의 자가 주차를 못 하게 막아놓은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호텔 등 숙박시설이 대표적입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의 경우 아무리 주차 공간이 많이 비어 있어도 이용객이 직접 주차할 수 없습니다. 4~5천 원의 비용을 내고 무조건 대리주차를 맡겨야 하는 탓에 나중에 출차가 몰리는 시간에는 2~30분 기다려야 하는 불편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상식 밖의 대리 비용을 부담시키는 곳도 있습니다. 서울 마포의 한 호텔의 경우 이용객들은 무조건 발렛을 맡겨야 하고 호텔 측은 비용 명목으로 3만 원을 부담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정책에 항의하는 고객에 호텔 측은 "주차장이 매우 협소해서 발렛으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발렛비에 30분당 2,000원 추가 요금까지

식당 등에서 대리주차를 의뢰하면 주차비는 따로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의 경우 발렛비로 4,000원을 받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주차요금을 따로 받고 있습니다. 음식점 방문을 빌미로 장시간 주차를 하는 얌체 손님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점심 먹으러 와서 주차비 8천 원을 따로 냈다." 등 손님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식 요금도 비싼 데다 주차요금은 더 비싸다"는 고객의 글도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바엔 아예 주차가 안 된다고 고지하는 게 나을 듯"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습니다.

별도의 주차요금까지 받는 서울의 한 식당.
■직접 주차했는데도 차 키 주며 비용 요구


24시간 운영하는 업소에서 주로 일어나는 이야기입니다. 종일 영업한다 해도 대리주차 직원은 사각 시간대(주로 심야·새벽 시간)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시간대에 손님이 오면 빈 주차공간에 차를 직접 대라고 한 뒤에 나중에 차를 찾을 때 발렛비를 요구합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에서 운영 중인 24시간 스크린골프장의 경우 이른 아침 시간대에 온 손님에게 직접 주차를 요청한 뒤 나중에 출근한 대리주차 요원이 차 키를 건네면서 3,000원의 주차 비용을 받아가기도 합니다. '대리주차'가 아닌 '직접주차'를 했는데도 추가로 돈을 내야 하는 셈입니다.

이용객이 직접 주차해도 발렛비를 받는 서울의 한 스크린골프장
■골프장에서는 대놓고 자가주차 이용객 차별

최근 대리주차가 가장 많이 활성화된 곳 중 하나가 바로 골프장입니다. 5천 원에서 1만 원까지의 비용을 받고 주차를 대신해줍니다.(은근히 입구에서 발렛을 강요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문제는 자가주차(셀프)를 원하는 내장객들과의 형평성입니다. 차 대기 편한 곳이나 가까운 곳을 발렛용으로 골프장 측에서 선점해 일반 이용객들은 주차하는 데 큰 불편을 겪는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예 일반 주차할 공간을 좁게 만들어 놓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대리주차를 택하게 해놓은 골프장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명백한 이용객 차별입니다.

■사고 처리도 불투명한데 선택권까지 박탈 논란
대리주차 자료사진(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리주차는 편한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업소 위주로 돼 있는 일부 정책은 소비자 선택권을 빼앗고 있습니다. 고가의 강제발렛 강요나 주차요금과의 이중 부담, 자가 주차 손님에 대한 차별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리주차 과정에서의 각종 사고는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리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대리주차가 전 업종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요금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표준 약관 마련 등이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 급등한 배달비와 마찬가지로 은근슬쩍 물가에도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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