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노조법 개정하라”…하청노동자 국회 앞 2600배

입력 2023.01.04 (12:46) 수정 2023.01.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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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앞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2,600번 절을 이어갔습니다.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자들도 사용자 측과 교섭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건데요.

쟁점이 뭔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노조법이 만들어진지 26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노동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 할 노조법은 수십 년 째 그대롭니다.

이 법을 바꾸고자 어제 국회 앞엔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종교·시민단체 대표 등 26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100번씩 모두 2600번의 절을 올렸는데요.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합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더 넓혀달라는 겁니다.

현행법은 근로 계약의 직접적인 체결 당사자만 사용자로 보고 있어,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실제 업무에 관여하는 '진짜 사용자'와 교섭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이 사실상의 지배력을 지닌 사용자인데도 협상 테이블 뒤에 숨어있다고 말하는데요.

[김형수/금속노조 거제통영조선하청지회장 :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관리를 하는 곳은 대우조선 원청입니다. 모든 것들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특수고용자인 방문학습 교사들은 전국학습지노조를 조직했지만 사측은 교섭 상대가 안 된다며 몇 년째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희/전국학습지노조 구몬지회장 : "교섭에 나서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며 노동 3권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다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자는 겁니다.

또, 개인사업자로 보이지만, 실제론 타인의 사업을 위해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간접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이른바 '노란 봉투법'이죠.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내용의 노조법 3조 개정안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계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사용자 개념을 '원청'으로 확대하는 판단을 최근 잇따라 내렸습니다.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원청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섭에 나서게 됐을 때 주변 노동시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이 개선된다라는 그런 기대 효과를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죠."]

노동계는 이렇게 하청노동자 같은 노동 약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정부가 우려하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반면, 대통령실은 노동시장 양극화의 배경에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이 있다고 봅니다.

거대 노조가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 약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지원 중단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을 기존 노조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입니다.

원청-하청 사이 불공정 거래 문제와 수출 중심 대기업과 내수 중심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 또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게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노조 측면에선 개별기업 단위를 넘어 업종 전체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산업별 교섭 노력이 부진했던 점도 지적됩니다.

[조성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제와 산업 구조 자체가 먼저 이중화되었다라고 하는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고요. (한국은) 기업별 노조 체제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지불 능력 자체가 그대로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직결되는 그러한 구조가 형성이 되었던 거죠."]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단체 등이 강력 반대하면서, 국회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해를 넘긴 상황인데요.

노-노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풀어갈 건설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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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4 12:46:06
    • 수정2023-01-04 1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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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 앞에서 노동조합법 개정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2,600번 절을 이어갔습니다.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자들도 사용자 측과 교섭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건데요.

쟁점이 뭔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노조법이 만들어진지 26년이 지났습니다.

그간 노동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이를 뒷받침 할 노조법은 수십 년 째 그대롭니다.

이 법을 바꾸고자 어제 국회 앞엔 하청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종교·시민단체 대표 등 26명이 모였습니다.

이들은 국회 앞에서 100번씩 모두 2600번의 절을 올렸는데요.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합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더 넓혀달라는 겁니다.

현행법은 근로 계약의 직접적인 체결 당사자만 사용자로 보고 있어, 하청노동자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실제 업무에 관여하는 '진짜 사용자'와 교섭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이 사실상의 지배력을 지닌 사용자인데도 협상 테이블 뒤에 숨어있다고 말하는데요.

[김형수/금속노조 거제통영조선하청지회장 :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관리를 하는 곳은 대우조선 원청입니다. 모든 것들을 관리·감독하는 사람이 사용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특수고용자인 방문학습 교사들은 전국학습지노조를 조직했지만 사측은 교섭 상대가 안 된다며 몇 년째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성희/전국학습지노조 구몬지회장 : "교섭에 나서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붙이며 노동 3권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노조법 2조 개정안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정의를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합니다.

사실상의 영향력이 있다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자는 겁니다.

또, 개인사업자로 보이지만, 실제론 타인의 사업을 위해 일을 하고 보수를 받는 간접노동자와 특수고용 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취지입니다.

여기에 이른바 '노란 봉투법'이죠.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자는 내용의 노조법 3조 개정안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동계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는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사용자 개념을 '원청'으로 확대하는 판단을 최근 잇따라 내렸습니다.

[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원청이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교섭에 나서게 됐을 때 주변 노동시장에 있는 근로자들의 근로 조건이 개선된다라는 그런 기대 효과를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죠."]

노동계는 이렇게 하청노동자 같은 노동 약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해야 정부가 우려하는 노동시장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반면, 대통령실은 노동시장 양극화의 배경에 대기업·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이 있다고 봅니다.

거대 노조가 조직화되지 않은 노동 약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지원 중단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원인을 기존 노조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입니다.

원청-하청 사이 불공정 거래 문제와 수출 중심 대기업과 내수 중심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 또 고용 형태가 다양해지는 게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노조 측면에선 개별기업 단위를 넘어 업종 전체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산업별 교섭 노력이 부진했던 점도 지적됩니다.

[조성재/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제와 산업 구조 자체가 먼저 이중화되었다라고 하는 부분들이 중요한 것 같고요. (한국은) 기업별 노조 체제로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의 지불 능력 자체가 그대로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직결되는 그러한 구조가 형성이 되었던 거죠."]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단체 등이 강력 반대하면서, 국회 상임위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해를 넘긴 상황인데요.

노-노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풀어갈 건설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김신형/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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