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민자 유치 고속도로 ‘뻥튀기’ 수요 예측

입력 2004.11.16 (22:09)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년부터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고속도로를 많이 건설할 계획입니다마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또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일만 생기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자고속도로의 허와 실, 이준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에서 대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호남 쪽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든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입니다.
개통된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통행량은 많지 않습니다.
개통 당시 예상 교통량은 하루 4만 6000여 대였지만 실제로 지난해 이용차량은 2만 2000여 대에 그쳤습니다.
⊙우경희(고속도로 이용자): 요금이 많이 비싸다고 생각을 하고요.
특히 급하지 않은 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돌아오죠.
원래 호남고속도로로...
⊙기자: 이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7300원, 다른 고속도로의 2배 정도입니다.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투자이익을 모두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차량들이 이처럼 예상수준의 절반을 밑돌자 정부는 지난해에만 이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에게 494억원의 운영적자를 국고로 지원했습니다.
역시 민자로 건설된 인천공항고속도로도 지난해만 1050억원이 국고에서 보조됐고 광주 제2순환로에는 68억원이 지원됐습니다.
민자사업자의 운영수입을 정부가 2, 30년 동안 8, 90%를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도로의 수익성과 정부 지원금 산정에 기초가 되는 교통량 예측이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착공된 서울-춘천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민간 사업자는 하루 5만 2000대를 예상했지만 감사원과 국토연구원 조사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사업자와 건교부가 우선 사업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계산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도 있습니다.
⊙박완기(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사업이 타당성있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 교통수요를 과대포장해서 예측을 하도록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서 정부가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기자: 건설교통부는 내년에 경제살리기 대책의 하나로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최대 9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철저한 교통량 예측과 타당성 검토 없이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한다면 국가의 재정부담은 늘리면서도 이용자에게는 비싼 사용료를 떠안기는 셈입니다.
KBS뉴스 이준희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민자 유치 고속도로 ‘뻥튀기’ 수요 예측
    • 입력 2004-11-16 21:28:36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정부가 내수경기를 살리기 위해 내년부터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고속도로를 많이 건설할 계획입니다마는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또 세금으로 적자를 메워주는 일만 생기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민자고속도로의 허와 실, 이준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에서 대전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호남 쪽으로 갈 수 있도록 만든 천안-논산간 민자고속도로입니다. 개통된 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통행량은 많지 않습니다. 개통 당시 예상 교통량은 하루 4만 6000여 대였지만 실제로 지난해 이용차량은 2만 2000여 대에 그쳤습니다. ⊙우경희(고속도로 이용자): 요금이 많이 비싸다고 생각을 하고요. 특히 급하지 않은 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돌아오죠. 원래 호남고속도로로... ⊙기자: 이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7300원, 다른 고속도로의 2배 정도입니다.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정해진 기간 안에 투자이익을 모두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이용차량들이 이처럼 예상수준의 절반을 밑돌자 정부는 지난해에만 이 민자 고속도로 사업자에게 494억원의 운영적자를 국고로 지원했습니다. 역시 민자로 건설된 인천공항고속도로도 지난해만 1050억원이 국고에서 보조됐고 광주 제2순환로에는 68억원이 지원됐습니다. 민자사업자의 운영수입을 정부가 2, 30년 동안 8, 90%를 보장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도로의 수익성과 정부 지원금 산정에 기초가 되는 교통량 예측이 엉터리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착공된 서울-춘천간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민간 사업자는 하루 5만 2000대를 예상했지만 감사원과 국토연구원 조사로는 절반 정도에 불과합니다. 사업자와 건교부가 우선 사업을 성사시킬 목적으로 계산을 부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도 있습니다. ⊙박완기(경실련 시민감시국장): 사업이 타당성있는 것처럼 하기 위해서 교통수요를 과대포장해서 예측을 하도록 되어 있고 거기에 대해서 정부가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기자: 건설교통부는 내년에 경제살리기 대책의 하나로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최대 9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철저한 교통량 예측과 타당성 검토 없이 민자고속도로를 건설한다면 국가의 재정부담은 늘리면서도 이용자에게는 비싼 사용료를 떠안기는 셈입니다. KBS뉴스 이준희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