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불법인데, 지하철 ‘승차거부’는 괜찮나

입력 2023.01.04 (14:47) 수정 2023.01.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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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그제(2일) 출근길 시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13일 만이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 이른바 '휴전 제안'을 했습니다. 국회가 장애인 예산 증액을 약속했으니, 예산 처리까지는 시위를 멈춰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전장연은 수용했습니다.

[연관 기사] 오세훈, 전장연에 휴전 제안…“예산 처리까지 시위 멈춰달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722734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예산은 턱없이 적었다는 게 전장연의 판단입니다. 그러니 시위를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 출입문 막으며 '승차거부'

지난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란 많은 이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회원들의 승차 자체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출입문을 에워싸고 막았습니다. 일종의 지하철 승차거부였습니다.

"타겠다" "못 탄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됐습니다. 그제, 어제 모두 대치는 종일 이어졌습니다.

전장연이 시위 장소로 설정한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이 가장 뜨거웠습니다. '아수라장'에 가까웠습니다.

삼각지역장은 경고방송을 반복하며 전장연에 퇴거를 지시했습니다. 전장연 시위가 처음 시작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는 없던 모습이었습니다.


"역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행위, 연설행위,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 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장연은 즉시 시위를 중단하시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거 불응시에는 공사는 부득이 열차탑승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삼각지역장 경고방송 中

계속되는 퇴거 지시에도 전장연은 승강장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장연 회원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위험한 상황도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비슷한 충돌은 어제도 계속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철도 안전법·형법 위배 행위"

전장연 시위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무정차 통과'가 지난달 14일 처음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승차거부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철도 안전법과 형법이 금지하는 행위이며, 법에 따라 공사는 이들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위 목적 탑승은 거부해야"…"집회·시위 자유 침해 우려"

교통공사의 승차거부 조치는 타당할까.

KBS는 법조인들의 의견을 다수 청취했습니다. 5명에게 물었고, 의견은 갈렸습니다.

먼저, 법조인 2명은 '시위 목적의 탑승은 거부할 수 있다, 철도 안전법이 금지하는 행위는 제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장연이 '승객'으로서 타는 걸 막는 건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 목적'으로 다수가 탑승한다면, 교통공사의 승차거부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다른 승객들의 편의를 지나치게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 경우 교통공사가 가만히 있는 게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A 변호사

"철도 안전법에 철도 운행 안전을 위해 특별한 경우에 승차거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규정이 있겠죠. 전장연이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 그걸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승차거부를 할 수 있도록 법이 돼 있지 않습니까. 이 경우 규정에 근거해 승차거부라는 행정 조치를 하는 건 (법률) 해석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다."
- B 변호사

반면, 3명은 '교통공사의 승차 거부는 헌법상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역사 안에 다수가 모여서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행위는 집회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대개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 됩니다. 물론 열차를 못 가게 방해하거나 선로를 점거한다면 교통방해죄나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재가) 헌법상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까지 가면 안 됩니다."
- C 변호사

"철도 안전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집회·시위 자유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으니까 무조건적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법원도 (강제조정안을 통해) 열차 지연이 5분을 넘지 않는 방안으로 제시한 건데, 교통공사가 이조차 차단 시키는 건 심한 조치라고 봅니다."
- D 변호사

■ 전장연 "오는 19일까지 냉각기…서울시장 면담 기다릴 것"

어제까지만 해도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는 게 전장연의 방침입니다.

실제 오늘 아침에도 4호선 혜화역에서 기습 선전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은 "장애인에게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과 혐오는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어제와 달리 승차 시도도 하지 않았고, 자진 해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서울교통공사와 면담을 진행한 뒤,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승차 시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면담에서 교통공사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전장연에 전달했습니다.

다만 양측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달라고 교통공사에 요청했고, 교통공사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전장연은 내일부터 19일까지 '승차 시도 없는'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갑니다. 장소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입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19일까지 냉각기를 가지겠다"며 "오세훈 시장이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 지하철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키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20일 아침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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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시는 불법인데, 지하철 ‘승차거부’는 괜찮나
    • 입력 2023-01-04 14:47:49
    • 수정2023-01-04 18:29:38
    취재K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함께 살아가고 싶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그제(2일) 출근길 시위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13일 만이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0일 이른바 '휴전 제안'을 했습니다. 국회가 장애인 예산 증액을 약속했으니, 예산 처리까지는 시위를 멈춰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전장연은 수용했습니다.

[연관 기사] 오세훈, 전장연에 휴전 제안…“예산 처리까지 시위 멈춰달라”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722734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장애인 예산은 턱없이 적었다는 게 전장연의 판단입니다. 그러니 시위를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 출입문 막으며 '승차거부'

지난해와 비슷한 장면이 연출될 것이란 많은 이들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전장연 회원들의 승차 자체를 원천 봉쇄했습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출입문을 에워싸고 막았습니다. 일종의 지하철 승차거부였습니다.

"타겠다" "못 탄다" 강대강 대치가 계속됐습니다. 그제, 어제 모두 대치는 종일 이어졌습니다.

전장연이 시위 장소로 설정한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이 가장 뜨거웠습니다. '아수라장'에 가까웠습니다.

삼각지역장은 경고방송을 반복하며 전장연에 퇴거를 지시했습니다. 전장연 시위가 처음 시작된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는 없던 모습이었습니다.


"역시설 등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행위, 연설행위, 철도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 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장연은 즉시 시위를 중단하시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 주시기 바랍니다. 퇴거 불응시에는 공사는 부득이 열차탑승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삼각지역장 경고방송 中

계속되는 퇴거 지시에도 전장연은 승강장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전장연 회원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위험한 상황도 곳곳에서 목격됐습니다.

비슷한 충돌은 어제도 계속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 "철도 안전법·형법 위배 행위"

전장연 시위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로 '무정차 통과'가 지난달 14일 처음 시행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승차거부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교통공사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철도 안전법과 형법이 금지하는 행위이며, 법에 따라 공사는 이들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시위 목적 탑승은 거부해야"…"집회·시위 자유 침해 우려"

교통공사의 승차거부 조치는 타당할까.

KBS는 법조인들의 의견을 다수 청취했습니다. 5명에게 물었고, 의견은 갈렸습니다.

먼저, 법조인 2명은 '시위 목적의 탑승은 거부할 수 있다, 철도 안전법이 금지하는 행위는 제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전장연이 '승객'으로서 타는 걸 막는 건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위 목적'으로 다수가 탑승한다면, 교통공사의 승차거부를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주장을 위해 다른 승객들의 편의를 지나치게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 경우 교통공사가 가만히 있는 게 직무유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A 변호사

"철도 안전법에 철도 운행 안전을 위해 특별한 경우에 승차거부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규정이 있겠죠. 전장연이 위험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면 그걸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승차거부를 할 수 있도록 법이 돼 있지 않습니까. 이 경우 규정에 근거해 승차거부라는 행정 조치를 하는 건 (법률) 해석상에도 큰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다."
- B 변호사

반면, 3명은 '교통공사의 승차 거부는 헌법상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역사 안에 다수가 모여서 장애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행위는 집회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대개는 위법성 조각 사유에 해당 됩니다. 물론 열차를 못 가게 방해하거나 선로를 점거한다면 교통방해죄나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재가) 헌법상 집회·시위 자유를 침해하는 정도까지 가면 안 됩니다."
- C 변호사

"철도 안전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집회·시위 자유와 충돌하는 지점이 있으니까 무조건적으로 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법원도 (강제조정안을 통해) 열차 지연이 5분을 넘지 않는 방안으로 제시한 건데, 교통공사가 이조차 차단 시키는 건 심한 조치라고 봅니다."
- D 변호사

■ 전장연 "오는 19일까지 냉각기…서울시장 면담 기다릴 것"

어제까지만 해도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는 게 전장연의 방침입니다.

실제 오늘 아침에도 4호선 혜화역에서 기습 선전전을 이어갔습니다. 이들은 "장애인에게 권리를 보장하고 차별과 혐오는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어제와 달리 승차 시도도 하지 않았고, 자진 해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서울교통공사와 면담을 진행한 뒤, 오는 19일까지 지하철 '승차 시도'를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면담에서 교통공사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전장연에 전달했습니다.

다만 양측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전장연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 일정을 잡아달라고 교통공사에 요청했고, 교통공사도 이를 수용했습니다.

전장연은 내일부터 19일까지 '승차 시도 없는'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갑니다. 장소는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승강장입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19일까지 냉각기를 가지겠다"며 "오세훈 시장이 면담에 응하지 않으면 지하철을 1시간 이상 지연시키는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20일 아침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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