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리용호 처형설…변화무쌍한 북한 고위직 인사 이유는?

입력 2023.01.04 (15:00) 수정 2023.01.0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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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처형된 거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리용호는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입니다. 보도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 처형된 이래 북한의 고위직 처형은 아직 확인된 바 없어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입니다. 과거에도 처형설이 제기됐다가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처형설 나온 리용호, 2019년 말부터 직위서 해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오늘(4일) 리용호 전 외무상이 지난해 여름~가을 무렵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숙청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리용호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대사관 관련 문제가 배경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입니다. 한 전문가는 요미우리 보도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리용호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널만큼 조심스러운 사람이어서 그런 성품상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리용호가 영국 대사로 간 게 2000년대 초반"이라며 "그때 일로 지금 와서 문제가 됐다는 보도는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보도에 대해 "확인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리용호가 2019년 말부터 각종 직위에서 물러난 사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리용호가 2019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외무상에서 해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듬해(2020년) 1월, 대남라인에 있던 군부 출신 강경론자인 리선권이 후임 외무상으로 발탁됐습니다. 석 달 뒤인 2020년 4월 리용호는 국무위원회 위원직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 북한군 1인자 박정천도 갑작스럽게 해임

리용호의 처형설과 함께 최근 주목을 받은 북한 고위 인사는 박정천 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북한군부 서열 1위)입니다.

박정천은 지난해 11월만 해도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 등에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무력시위를 주도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연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 비서직에서 전격 해임됐습니다.

박정천은 2012년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포병 전문가로 김정은 집권 이후 큰 신임을 얻어 2019년 대장, 2020년 차수에 이어 원수로 초고속 승진했던 인물입니다.

지난해말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박정천이 조직 문제에 대해 거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북한은 이달 1일 박정천을 해임하고 리영길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지난해말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박정천이 조직 문제에 대해 거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북한은 이달 1일 박정천을 해임하고 리영길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박정천은 과거에도 좌천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6월 문책성 인사로 원수에서 한 단계 아래인 차수로 강등됐습니다. 당시 2인자 위상을 과시하던 리병철도 함께 좌천돼 한동안 공개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선 모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리병철은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에 복귀했으며, 박정천도 전 직책이었던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직을 다시 맡았습니다.

그랬던 박정천이 또다시 물러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복귀한 박정천(왼쪽)과 리병철(오른쪽 붉은 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 옆에 서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2022년 4월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복귀한 박정천(왼쪽)과 리병철(오른쪽 붉은 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 옆에 서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정천의 빈 자리는 리영길 국방상이 채웠습니다. 리영길 역시 2016년 '처형설'이 나돌았을 정도로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군 총참모장, 국방상, 작전총국장 등 주요 보직을 오가고 있습니다.

■ 채찍·당근 병행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

김정은 위원장은 고위급 인사에 대해 수시로 좌천과 승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북한 엘리트 조직에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집권기에는 이른바 선물 정치를 폈는데, 김정은은 계급장을 붙였다 뗐다 하는 '견장 정치'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고위직 인사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좌천과 승진이 빈번한데, 자리를 맡는 인물들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잦은 겁니다.

불과 6개월 전 주민 통제 책임자인 사회안전상에 임명됐던 박수일은 이번 인사에서 군 참모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반면, 사회안전상으로 있다가 군 총참모장을 맡았던 리태섭은 박수일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다시 사회안전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를 두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많은 보직 변경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아주 새로운 인물이 무력기관 간부직을 맡게 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간부들끼리 주요 직책을 바꾸어 가진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특히 " 사회안전상을 맡던 인사가 총참모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예"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회전문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건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소수 엘리트 그룹이 집권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인사가 워낙 회전문식이다 보니 잘 나가던 인사가 사라지면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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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4 15:00:47
    • 수정2023-01-04 15:16:49
    취재K

리용호 전 북한 외무상이 처형된 거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리용호는 북한의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입니다. 보도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2015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이 공개 처형된 이래 북한의 고위직 처형은 아직 확인된 바 없어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일단 '지켜보자'는 반응입니다. 과거에도 처형설이 제기됐다가 건재한 모습으로 등장한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처형설 나온 리용호, 2019년 말부터 직위서 해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오늘(4일) 리용호 전 외무상이 지난해 여름~가을 무렵 처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숙청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리용호가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며 대사관 관련 문제가 배경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국내 북한 전문가들은 신중한 반응입니다. 한 전문가는 요미우리 보도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으로부터 "리용호는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널만큼 조심스러운 사람이어서 그런 성품상 사실이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리용호가 영국 대사로 간 게 2000년대 초반"이라며 "그때 일로 지금 와서 문제가 됐다는 보도는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보도에 대해 "확인이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리용호가 2019년 말부터 각종 직위에서 물러난 사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통일부는 리용호가 2019년 12월 노동당 정치국 위원과 외무상에서 해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듬해(2020년) 1월, 대남라인에 있던 군부 출신 강경론자인 리선권이 후임 외무상으로 발탁됐습니다. 석 달 뒤인 2020년 4월 리용호는 국무위원회 위원직에서도 해임된 것으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 북한군 1인자 박정천도 갑작스럽게 해임

리용호의 처형설과 함께 최근 주목을 받은 북한 고위 인사는 박정천 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북한군부 서열 1위)입니다.

박정천은 지난해 11월만 해도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 '비질런트 스톰' 등에 반발하는 담화를 발표하며 무력시위를 주도해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연말 열린 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과 당 중앙위 비서직에서 전격 해임됐습니다.

박정천은 2012년 포병사령부 사령관을 지낸 포병 전문가로 김정은 집권 이후 큰 신임을 얻어 2019년 대장, 2020년 차수에 이어 원수로 초고속 승진했던 인물입니다.

지난해말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박정천이 조직 문제에 대해 거수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북한은 이달 1일 박정천을 해임하고 리영길을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보선했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중앙TV 캡처-연합뉴스)
박정천은 과거에도 좌천된 적이 있습니다. 2021년 6월 문책성 인사로 원수에서 한 단계 아래인 차수로 강등됐습니다. 당시 2인자 위상을 과시하던 리병철도 함께 좌천돼 한동안 공개 행사에 얼굴을 비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던 두 사람은 지난해 4월 열병식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나란히 주석단에 선 모습으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리병철은 당 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에 복귀했으며, 박정천도 전 직책이었던 당 중앙 군사위 부위원장직을 다시 맡았습니다.

그랬던 박정천이 또다시 물러나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22년 4월 인민군 창건 90주년 열병식에서 복귀한 박정천(왼쪽)과 리병철(오른쪽 붉은 원)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양 옆에 서 있다 (출처 :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정천의 빈 자리는 리영길 국방상이 채웠습니다. 리영길 역시 2016년 '처형설'이 나돌았을 정도로 부침을 겪었지만 최근 군 총참모장, 국방상, 작전총국장 등 주요 보직을 오가고 있습니다.

■ 채찍·당근 병행 김정은식 회전문 인사

김정은 위원장은 고위급 인사에 대해 수시로 좌천과 승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북한 엘리트 조직에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집권기에는 이른바 선물 정치를 폈는데, 김정은은 계급장을 붙였다 뗐다 하는 '견장 정치'를 하고 있다"며 "북한의 고위직 인사들이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좌천과 승진이 빈번한데, 자리를 맡는 인물들은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른바 '회전문 인사'가 잦은 겁니다.

불과 6개월 전 주민 통제 책임자인 사회안전상에 임명됐던 박수일은 이번 인사에서 군 참모장으로 승진했습니다. 반면, 사회안전상으로 있다가 군 총참모장을 맡았던 리태섭은 박수일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다시 사회안전상으로 내려왔습니다.

이를 두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많은 보직 변경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아주 새로운 인물이 무력기관 간부직을 맡게 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간부들끼리 주요 직책을 바꾸어 가진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특히 " 사회안전상을 맡던 인사가 총참모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예"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회전문 인사를 할 수밖에 없는 건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소수 엘리트 그룹이 집권층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전문가는 "북한의 인사가 워낙 회전문식이다 보니 잘 나가던 인사가 사라지면 궁금증을 유발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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