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든 가짜의사…30년간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23.01.05 (15:08) 수정 2023.01.0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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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00대학교 의학석사, 00의대 정형외과 외래교수 역임...

줄줄이 나열된 이력, 화려합니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한 A 씨의 이력입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습니다.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실제 소개 글입니다.


그런데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의사면허증부터 명함, 위촉장까지 전부 가짜였습니다.

놀라운 건, 가짜 의사로 살아온 시간입니다. 무려 27년을 감쪽같이 의사로 둔갑해 살았습니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는 전국 60곳 넘는 병원에서 27년간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의사 행세를 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로 60살 A 씨를 지난 2일 구속기소 했습니다.

면허를 취득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A 씨를 고용한 뒤 병원장 등 명의로 의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를 받는 종합·개인 병원장 8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 의대 졸업은 사실, 딱 그것만 진짜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은 이렇습니다.

A 씨는 1993년 의대를 졸업한 뒤 국가고시에 불합격했습니다. 그러자 3년 뒤 의사 면허증을 위조해, 전국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의사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는 '이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정리가 안 됐다.', '채용 관련 서류를 곧 주겠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주로 단기·대진 의사를 뽑을 때 검증이 다소 허술한 점을 노렸고, 의대 출신으로서의 인맥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A 씨가 받은 급여는 검찰이 확인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억 원이 넘습니다.

■ 60곳 넘는 병원서 진료…확인 안했나 못했나

거짓 면허증만 믿고 A 씨를 채용한 병원 관계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채용 시 A 씨의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의료행위를 할 때 병원장 명의를 빌려준 게 문제가 됐습니다. 진료하거나 처방전을 발행할 때 병원장 명의로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발급받아 빌려준 겁니다.

A 씨는 실제로 다른 사람 명의로 '유령 수술'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와 합의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가짜 의사 행세는 A 씨를 의심한 한 병원 직원의 신고로 비로소 드러났습니다.

■ 아직도 '종이 면허증'…검찰 "개선 시급"

A 씨의 범행이 치밀한 측면도 있지만, 제도적 허점도 있었습니다.

수원지검은 "의사의 경우 일반인들이 면허 유효 여부를 손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사 면허증은 아직도 종이 형태입니다. 검찰은 이를 IC칩 등이 내장된 카드형 면허증으로 교체하고, 이를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검찰의 영역이 아닙니다. 검찰은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제2, 제3의 A 씨 같은 가짜 의사가 없는지 전수 조사도 요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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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스 든 가짜의사…30년간 아무도 몰랐다
    • 입력 2023-01-05 15:08:06
    • 수정2023-01-05 15:09:30
    취재K

00병원 정형외과 전공의, 00대학교 의학석사, 00의대 정형외과 외래교수 역임...

줄줄이 나열된 이력, 화려합니다.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한 A 씨의 이력입니다. 병원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습니다.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인공관절치환술 등을 전문 분야로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실제 소개 글입니다.


그런데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의사면허증부터 명함, 위촉장까지 전부 가짜였습니다.

놀라운 건, 가짜 의사로 살아온 시간입니다. 무려 27년을 감쪽같이 의사로 둔갑해 살았습니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2부(양선순 부장검사)는 전국 60곳 넘는 병원에서 27년간 의사면허증을 위조해 의사 행세를 한 혐의(보건범죄단속법 위반 등)로 60살 A 씨를 지난 2일 구속기소 했습니다.

면허를 취득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A 씨를 고용한 뒤 병원장 등 명의로 의료행위를 하게 한 혐의를 받는 종합·개인 병원장 8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습니다.

■ 의대 졸업은 사실, 딱 그것만 진짜

검찰 수사로 드러난 사실은 이렇습니다.

A 씨는 1993년 의대를 졸업한 뒤 국가고시에 불합격했습니다. 그러자 3년 뒤 의사 면허증을 위조해, 전국 병원들을 돌아다니며 의사 행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는 '이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정리가 안 됐다.', '채용 관련 서류를 곧 주겠다'는 식으로 둘러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주로 단기·대진 의사를 뽑을 때 검증이 다소 허술한 점을 노렸고, 의대 출신으로서의 인맥도 활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A 씨가 받은 급여는 검찰이 확인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억 원이 넘습니다.

■ 60곳 넘는 병원서 진료…확인 안했나 못했나

거짓 면허증만 믿고 A 씨를 채용한 병원 관계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채용 시 A 씨의 이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의료행위를 할 때 병원장 명의를 빌려준 게 문제가 됐습니다. 진료하거나 처방전을 발행할 때 병원장 명의로 전자의무기록 코드를 발급받아 빌려준 겁니다.

A 씨는 실제로 다른 사람 명의로 '유령 수술'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 과정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 피해자와 합의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가짜 의사 행세는 A 씨를 의심한 한 병원 직원의 신고로 비로소 드러났습니다.

■ 아직도 '종이 면허증'…검찰 "개선 시급"

A 씨의 범행이 치밀한 측면도 있지만, 제도적 허점도 있었습니다.

수원지검은 "의사의 경우 일반인들이 면허 유효 여부를 손쉽게 확인하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사 면허증은 아직도 종이 형태입니다. 검찰은 이를 IC칩 등이 내장된 카드형 면허증으로 교체하고, 이를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검찰의 영역이 아닙니다. 검찰은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제2, 제3의 A 씨 같은 가짜 의사가 없는지 전수 조사도 요청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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