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K] “도시가스 없는 마을에 산다는 건…”

입력 2023.01.05 (19:26) 수정 2023.01.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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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그 어느 해 보다도 추위가 매서운데요.

도시가스마저 공급되지 않아 난방비 폭탄을 걱정해 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게는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정도를 난방비로 지출하는 실정이라고 하는 데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광주의 한 동네.

7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의 주민 대부분은 어르신들입니다.

도심에 비해 기온이 낮은 탓에 10월 중순이면 일찌감치 난방을 시작한다는데요.

화목보일러에 의지해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이의순/주민 : "하루에 세 번 정도 (장작을) 때야 되는데 할아버지도 아프고 연세가 많으셔서 나무를 못 해오시니까 아침에 조금 때고 나면 금방 방이 식어버려요."]

난방비를 아낄 생각에 버려지는 나무를 구해 보일러를 때는데요.

마음고생도 크답니다.

[이의순/주민 : "장작을 땐다고 해서 동네 눈치는 다 보고 불티가 나네 연기가 나네 때지 마라 말이 많으니까 마음이 항상 조이고 겁나고 나도 이제 그러네요."]

주민들 중에는 연탄보일러와 석유보일러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형금/주민 : “한 가지만 때면 추우니까 기름은 또 비싸서 (보일러를) 많이 못 돌리고 조금 돌리고... 도시가스가 못 들어오니까 연탄을 때고 기름을 때지. 도시가스가 들어오면 그 도시가스 쓰죠.”]

미끄러운 눈길을 오가는 것도 위험천만합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해마다 겨울이면 난방비 걱정에 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훈기 아쉬운 집안에서 이불에 의지해 추위를 견딥니다.

[양형금/주민 : "(어머니 지금 추워서 이렇게 계신 거예요?) 네, 추운게 이불을 몇 개를 폈어. 하나도 아니고 하나 둘 셋 네 개 네 개 다섯 개나 되구만. (한 달에) 연료비가 한 돈 백만 원 들어가. 연탄 때지. 기름이 비싸니까 기름 한 드럼 때면 방이 넓은 게 금방 써버리고..."]

유난히 춥다는 올겨울을 어찌 날지.

한숨만 깊어집니다.

옆 동네인 칠전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3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 역시 다수의 주민이 어르신들로 도시가스 없이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데요.

녹동과 칠전, 두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데는 지리적 요인이 크다고 합니다.

[임욱희/녹동마을 통장 : "(이 하천이 있는 곳으로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와야 하는거예요?) 그렇죠, 지하 2미터 깊이로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와야 한다는데 광주시에서는 여기 암반도 있고 하천을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렵다고 얘기들을 하시거든요."]

비용 문제로 도시가스가 들어오기 쉽지 않은 상황.

주민들은 절박한 사정을 토로합니다.

[박복자/주민 : "저희집 같은 경우는 (한 달 난방비가)100만 원이 넘어요. 정말 절박해요. 저는 LPG를 쓰니까 도시가스 보다 약 5배 정도 비싼 연료를 지금 쓰고 있어요. 심지어는 그 돈이 아까워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설거지 할 정도로 그렇게 살고 있어요."]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부담에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는 주민들.

새해에는 오랜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데요.

[신숙경/주민 : "옆에 같이 사는 (이웃)지역들이 (도시가스 공급이)안 됐다면 약간 이해가 되겠죠. 그런데 저희만 안 돼 있고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저희는 계속 도시가스 설치를 원했고 요청했는데 저희들은 항상 제외됐거든요."]

[임욱희/녹동마을 통장 : "우리가 광주시에 요청을 해 봤어요. 근데 우리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광주시 에서는 아직 (도시가스 취약지역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타 시도는 보니까 이 조례가 있어요."]

광주시가 도시가스 취약지역 지원을 위한 조례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광주시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문형표/광주광역시 에너지산업과 에너지관리팀장 : "(의회에서 조례를 준비 중으로) 지금 현재 아직 발의되지 않은 사항이지 않습니까? 특별히 저희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저희도 미공급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서 매년 일정 금액의 약 35억 원의 돈을 들여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지금 현재 당장 시급함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례제정이 시급한데요.

그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주민들은 소망합니다.

[신숙경/주민 : "손주들 보고 싶어도 손주들이 와서 춥다고 가버리고 너무 좀 속상하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도시가스가 들어와서 다 같이 좀 따뜻한 겨울도 나고 가족들끼리 따뜻한 시간도 좀 보내고 했던 게 저희의 새해 소망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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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찾아가는K] “도시가스 없는 마을에 산다는 건…”
    • 입력 2023-01-05 19:26:04
    • 수정2023-01-08 10:17:50
    뉴스7(광주)
올겨울은 그 어느 해 보다도 추위가 매서운데요.

도시가스마저 공급되지 않아 난방비 폭탄을 걱정해 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게는 한 달 생활비의 절반 정도를 난방비로 지출하는 실정이라고 하는 데요.

에너지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의 사정을 들어봤습니다.

산으로 둘러싸인 광주의 한 동네.

7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의 주민 대부분은 어르신들입니다.

도심에 비해 기온이 낮은 탓에 10월 중순이면 일찌감치 난방을 시작한다는데요.

화목보일러에 의지해 추운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이의순/주민 : "하루에 세 번 정도 (장작을) 때야 되는데 할아버지도 아프고 연세가 많으셔서 나무를 못 해오시니까 아침에 조금 때고 나면 금방 방이 식어버려요."]

난방비를 아낄 생각에 버려지는 나무를 구해 보일러를 때는데요.

마음고생도 크답니다.

[이의순/주민 : "장작을 땐다고 해서 동네 눈치는 다 보고 불티가 나네 연기가 나네 때지 마라 말이 많으니까 마음이 항상 조이고 겁나고 나도 이제 그러네요."]

주민들 중에는 연탄보일러와 석유보일러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양형금/주민 : “한 가지만 때면 추우니까 기름은 또 비싸서 (보일러를) 많이 못 돌리고 조금 돌리고... 도시가스가 못 들어오니까 연탄을 때고 기름을 때지. 도시가스가 들어오면 그 도시가스 쓰죠.”]

미끄러운 눈길을 오가는 것도 위험천만합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아 해마다 겨울이면 난방비 걱정에 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훈기 아쉬운 집안에서 이불에 의지해 추위를 견딥니다.

[양형금/주민 : "(어머니 지금 추워서 이렇게 계신 거예요?) 네, 추운게 이불을 몇 개를 폈어. 하나도 아니고 하나 둘 셋 네 개 네 개 다섯 개나 되구만. (한 달에) 연료비가 한 돈 백만 원 들어가. 연탄 때지. 기름이 비싸니까 기름 한 드럼 때면 방이 넓은 게 금방 써버리고..."]

유난히 춥다는 올겨울을 어찌 날지.

한숨만 깊어집니다.

옆 동네인 칠전마을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30가구가 모여 사는 이곳 역시 다수의 주민이 어르신들로 도시가스 없이 힘겹게 겨울을 나고 있는데요.

녹동과 칠전, 두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데는 지리적 요인이 크다고 합니다.

[임욱희/녹동마을 통장 : "(이 하천이 있는 곳으로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와야 하는거예요?) 그렇죠, 지하 2미터 깊이로 도시가스 배관이 들어와야 한다는데 광주시에서는 여기 암반도 있고 하천을 깊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너무 많이 나온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렵다고 얘기들을 하시거든요."]

비용 문제로 도시가스가 들어오기 쉽지 않은 상황.

주민들은 절박한 사정을 토로합니다.

[박복자/주민 : "저희집 같은 경우는 (한 달 난방비가)100만 원이 넘어요. 정말 절박해요. 저는 LPG를 쓰니까 도시가스 보다 약 5배 정도 비싼 연료를 지금 쓰고 있어요. 심지어는 그 돈이 아까워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서 설거지 할 정도로 그렇게 살고 있어요."]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 부담에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는 주민들.

새해에는 오랜 염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데요.

[신숙경/주민 : "옆에 같이 사는 (이웃)지역들이 (도시가스 공급이)안 됐다면 약간 이해가 되겠죠. 그런데 저희만 안 돼 있고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저희는 계속 도시가스 설치를 원했고 요청했는데 저희들은 항상 제외됐거든요."]

[임욱희/녹동마을 통장 : "우리가 광주시에 요청을 해 봤어요. 근데 우리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광주시 에서는 아직 (도시가스 취약지역을) 지원할 수 있는 조례가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타 시도는 보니까 이 조례가 있어요."]

광주시가 도시가스 취약지역 지원을 위한 조례를 마련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광주시의 입장을 들어봤습니다.

[문형표/광주광역시 에너지산업과 에너지관리팀장 : "(의회에서 조례를 준비 중으로) 지금 현재 아직 발의되지 않은 사항이지 않습니까? 특별히 저희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저희도 미공급 지역에 도시가스 공급을 위해서 매년 일정 금액의 약 35억 원의 돈을 들여서 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러 가지를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마는 지금 현재 당장 시급함을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두 마을에 도시가스가 들어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례제정이 시급한데요.

그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기를 주민들은 소망합니다.

[신숙경/주민 : "손주들 보고 싶어도 손주들이 와서 춥다고 가버리고 너무 좀 속상하잖아요. 그러니까 빨리 도시가스가 들어와서 다 같이 좀 따뜻한 겨울도 나고 가족들끼리 따뜻한 시간도 좀 보내고 했던 게 저희의 새해 소망입니다."]

찾아가는 K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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