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첫째아들’의 이혼소송…‘SK그룹 주식’의 미래는?

입력 2023.01.06 (07:00) 수정 2023.01.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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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5년에 걸친 이혼 소송이 지난해 12월 첫 막을 내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 두 사람이 이혼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정도의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는 사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최 회장이 혼인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를 두둑이 치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 관장은 최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조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분할 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고,

최 회장 측은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새해에도 계속될 '재벌집 첫째아들'과 '대통령 딸'의 이혼 소송, 그 쟁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3조 원대 'SK그룹 주식' 놓고 갈등…1심 "특유재산"

갈등의 원인은 최 회장이 약 18.4%의 지분을 보유한 'SK그룹 주식' 에 있습니다.

노 관장은 당초 이혼의 대가로 약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 주식의 절반을 요구했지만, 1심에선 단 한 푼도 나눠 받지 못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이 주식과 관련해 "특유재산이어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 사람이 ①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이거나 ②혼인 중이더라도 각자의 부모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합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당연히 서로 나눠 가져야 하지만, '특유재산'은 나누지 않아도 된다고 '민법'에 나와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인수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이후 인수와 합병 등 과정을 거쳐 현재의 SK그룹 주식이 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쟁점 ① : 혼인 기간 가치가 올라간 상속 재산, '특유재산'으로 볼 수 있나?

하지만 법조계에선 상속받은 형태 그대로가 아니라 혼인 기간 여러 과정을 거쳐 가치가 올라간 재산을 고스란히 특유재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남편의 경영 활동 등에 의해 주식 가치가 올라갔다면, 그 안에 아내의 내조와 가사노동의 가치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증여받은 돈이나 주식이 그대로 시간이 지나 현재의 가치가 된 것이 아니라 30년에 걸쳐 경영활동의 결과로 현재의 가치가 형성된 것"이라며 "변형된 형태의 재산도 가치 그대로 특유재산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혼소송을 많이 대리한 한 변호사도 "증여받은 원형 그대로의 재산이 아니라 혼인 기간 중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며 가치가 불어났다면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한쪽 소유의 재산이라도 혼인 기간이나 취득 시기 등을 고려해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연구논문, '재산분할의 기준 정립을 위한 방안 연구'에서도 이런 판례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선 "최근 재판 실무에서 여성의 부양적 요소를 높게 고려하는 추세"라며 "상속·증여 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범위에 특유재산을 넓게 포함 시킬 수 있다는 논리"라며 "재산의 취득 시기와 부부의 동거 기간, 다른 공동재산이 충분한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재판부가 과연 받아들일지 여부가 항소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쟁점 ② : 모든 재산에 동일한 분배비율을 적용해야 하나?

통상 이혼 소송에서 재산 분할 액수와 방법은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재판부는 분할 대상 재산을 구분하고 그 가액을 확정한 뒤 재산분할 비율과 액수를 정하는데, 이때 비율에 대한 기준이나 지급 방법 등은 법률에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한 가지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분할대상 재산별로 각각의 분담비율을 다르게 정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대법원 (2001므718)]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SK그룹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에 대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각각 6 : 4의 비율로 나누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SK그룹 주식이 '특유재산'이 아니라고 재판부가 판단한다면 이 또한 6 : 4로 나눠야 하고, 약 1조 원이 넘는 주식이 노 관장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재산의 형태가 다양해졌는데 모두 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도권 법원의 부장판사는 "지나치게 분할 금액이 클 때는 재산별로 비율을 다르게 할 필요성도 있는데 그게 또다른 논란과 시빗거리를 만들 수도 있어 고민이 된다"고 했습니다.

여성인권 관련 변호를 주로 맡아 온 한 변호사도 "재산분할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모두 합친 다음 분할 비율을 정하는데, 재산 규모가 큰 경우 재산마다 기여도가 다를 수 있다"며 "특히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재산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분할 비율과 지급 방법 등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대법원도 이런 필요성에 따라 지난 2014년 공무원 퇴직연금에 대해선 다른 재산과 구분해 별도의 분할비율을 정할 수 있다는 '예외적 판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가야 결론 날 수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법정 공방을 이어가게 되면서, 두 사람의 법적 부부 관계는 당분간 유지됩니다.

하지만 'SK그룹 주식' 분할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1심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SK그룹 주식'이 특유재산인지, 부부가 모든 재산을 동일한 비율로 나눠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결론이, 대법관들이 모두 모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가서야 내려질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1심에 걸린 기간만 5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지는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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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집 첫째아들’의 이혼소송…‘SK그룹 주식’의 미래는?
    • 입력 2023-01-06 07:00:03
    • 수정2023-01-06 10:32:52
    취재K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5년에 걸친 이혼 소송이 지난해 12월 첫 막을 내렸습니다.

1심 재판부는 " 두 사람이 이혼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 정도의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는 사실 일반인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입니다. 최 회장이 혼인의 의무를 저버린 대가를 두둑이 치렀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노 관장은 최근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5조 가까이 되는 남편 재산에서 분할 받은 비율이 1.2%가 안 된다" "저의 삶의 가치가 완전히 외면당한 것 같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고,

최 회장 측은 '법적 조치'까지 거론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새해에도 계속될 '재벌집 첫째아들'과 '대통령 딸'의 이혼 소송, 그 쟁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3조 원대 'SK그룹 주식' 놓고 갈등…1심 "특유재산"

갈등의 원인은 최 회장이 약 18.4%의 지분을 보유한 'SK그룹 주식' 에 있습니다.

노 관장은 당초 이혼의 대가로 약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는 이 주식의 절반을 요구했지만, 1심에선 단 한 푼도 나눠 받지 못했습니다.

1심 재판부가 이 주식과 관련해 "특유재산이어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기 때문입니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중 한 사람이 ①결혼 전부터 갖고 있던 재산이거나 ②혼인 중이더라도 각자의 부모에게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재산을 말합니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은 당연히 서로 나눠 가져야 하지만, '특유재산'은 나누지 않아도 된다고 '민법'에 나와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돈으로 인수한 대한텔레콤 주식이 이후 인수와 합병 등 과정을 거쳐 현재의 SK그룹 주식이 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쟁점 ① : 혼인 기간 가치가 올라간 상속 재산, '특유재산'으로 볼 수 있나?

하지만 법조계에선 상속받은 형태 그대로가 아니라 혼인 기간 여러 과정을 거쳐 가치가 올라간 재산을 고스란히 특유재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남편의 경영 활동 등에 의해 주식 가치가 올라갔다면, 그 안에 아내의 내조와 가사노동의 가치도 포함됐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증여받은 돈이나 주식이 그대로 시간이 지나 현재의 가치가 된 것이 아니라 30년에 걸쳐 경영활동의 결과로 현재의 가치가 형성된 것"이라며 "변형된 형태의 재산도 가치 그대로 특유재산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혼소송을 많이 대리한 한 변호사도 "증여받은 원형 그대로의 재산이 아니라 혼인 기간 중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며 가치가 불어났다면 부부 공동재산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한쪽 소유의 재산이라도 혼인 기간이나 취득 시기 등을 고려해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이 2016년 발간한 연구논문, '재산분할의 기준 정립을 위한 방안 연구'에서도 이런 판례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선 "최근 재판 실무에서 여성의 부양적 요소를 높게 고려하는 추세"라며 "상속·증여 재산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범위에 특유재산을 넓게 포함 시킬 수 있다는 논리"라며 "재산의 취득 시기와 부부의 동거 기간, 다른 공동재산이 충분한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을 재판부가 과연 받아들일지 여부가 항소심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쟁점 ② : 모든 재산에 동일한 분배비율을 적용해야 하나?

통상 이혼 소송에서 재산 분할 액수와 방법은 재판부의 재량에 따라 결정됩니다.

재판부는 분할 대상 재산을 구분하고 그 가액을 확정한 뒤 재산분할 비율과 액수를 정하는데, 이때 비율에 대한 기준이나 지급 방법 등은 법률에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한 가지 원칙을 정하고 있습니다.

법원이 분할대상 재산별로 각각의 분담비율을 다르게 정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대법원 (2001므718)]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구별하여 분담비율을 달리 정한다거나,
분할대상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하여 분할비율을 달리 정할 수 없다.

1심 재판부는 'SK그룹 주식'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에 대해 최 회장과 노 관장이 각각 6 : 4의 비율로 나누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만약 SK그룹 주식이 '특유재산'이 아니라고 재판부가 판단한다면 이 또한 6 : 4로 나눠야 하고, 약 1조 원이 넘는 주식이 노 관장에게 돌아가는 겁니다.

하지만 재산의 형태가 다양해졌는데 모두 같은 비율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도권 법원의 부장판사는 "지나치게 분할 금액이 클 때는 재산별로 비율을 다르게 할 필요성도 있는데 그게 또다른 논란과 시빗거리를 만들 수도 있어 고민이 된다"고 했습니다.

여성인권 관련 변호를 주로 맡아 온 한 변호사도 "재산분할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을 모두 합친 다음 분할 비율을 정하는데, 재산 규모가 큰 경우 재산마다 기여도가 다를 수 있다"며 "특히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재산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분할 비율과 지급 방법 등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대법원도 이런 필요성에 따라 지난 2014년 공무원 퇴직연금에 대해선 다른 재산과 구분해 별도의 분할비율을 정할 수 있다는 '예외적 판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가야 결론 날 수도"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법정 공방을 이어가게 되면서, 두 사람의 법적 부부 관계는 당분간 유지됩니다.

하지만 'SK그룹 주식' 분할을 둘러싼 법정 다툼은 1심보다 더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선 'SK그룹 주식'이 특유재산인지, 부부가 모든 재산을 동일한 비율로 나눠야 하는지 등에 대한 결론이, 대법관들이 모두 모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가서야 내려질 것이라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습니다.

1심에 걸린 기간만 5년,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지는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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