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11번째 투표도 불발’ 난장판 미 하원의장 선거…민주당 ‘팝콘각’

입력 2023.01.06 (08:49) 수정 2023.01.0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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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에 이어 승계서열 2위인 미 하원의장 선출을 두고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의회가 개원해야 하는 날이 사흘이나 지났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내분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본인의 꿈이라는 하원의장을 향해 도전, 재도전을 거듭해 11차 투표까지 갔지만, 의장 선출은 여전히 불발됐습니다.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 하원의장으로 유력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미 하원의장으로 유력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정확히 백 년 전인 1923년 하원의장을 뽑기 위해 9번의 투표를 해야 했었는데, 그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기록을 깼다고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 매카시를 향한 표 수(208표→ 11차 투표 때 200표 )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초 매카시를 지지했던 공화당원도 등을 돌리고 있단 겁니다.

■ 네 편, 내 편 면전에서 가르는 호명 투표제

미국 하원의장 선출 방식은 돌아가면서 이름을 부르는 호명투표(roll call)입니다. 알파벳 순서대로 하원 서기가 해당 의원을 부르면 그 사람이 자기가 지지하는 하원의장 이름을 대는 겁니다. 과반을 책정하는 방식도 전체 출석한 의원 수가 아니라 투표에 참여해 이름을 부르는 의원 수로 정해집니다. 예컨대 매카시도 싫고 다른 사람도 싫어서 기권하게 되면 전체 모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전체 하원의원 수가 434명인데(한 명은 사망으로 유고), 기권표가 나오면 과반에 필요한 득표 수도 줄어들게 되는 방식입니다. 4백 명이 넘는 이들이 하나하나씩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니 하루에 많이 투표를 해봐야 3, 4번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대놓고 편을 가르는 방식입니다.

현재 민주당은 똘똘 뭉쳐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212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매카시는 첫 투표에서 208표였다가 200표까지 줄었는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의원들이 힘들다고 자리를 박차고 기권하면, 누가 하원의장이 될지 알 수 없으니 기를 쓰고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 "케빈 찍을게... "너 말고 다른 케빈" 매카시의 굴욕

혼돈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반란표의 중심은 당내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조직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입니다. 이들은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기 위해서는 온건한 매카시로는 안된다는 겁니다. 당초 5명의 반란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세가 늘어나 15명까지 불어났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남부 국경에 요새를 설치해야 한다, 2020년 대선은 도둑맞았다는 내용입니다. 대부분 친(親) 트럼프 인사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트럼프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혼란에 "매카시에 투표해야"라고 지령을 내렸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반란을 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이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이들의 명성(?)은 높아지고 있고, 이들이 추구하는 위대한 미국에 "잘한다"고 응원하는 트윗도 늘고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센 발언을 하면 사이다라고 느끼는 정서를 백분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강경파 중 한 명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은 7·8차 투표에서 후보도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호명했고, 9차 투표에선 케빈 헤른 의원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빅토리아 스파르츠 의원(인디애나)은 계속해서 기권표를 행사하다가 8차 투표에서 갑자기 "케빈에게 투표하겠다"고 하더니 케빈 매카시가 아닌 케빈 헤른을 호명했습니다.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 팝콘 들고 본회의장 들어가는 민주당 의원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은 '팝콘각'입니다. 민주당 테드 리우, 잰 스카코스키, 로빈 켈리 의원은 커다란 팝콘 통을 들고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습니다. 담요도 등장했습니다.

민주당 테드 리우, 잰 스카코스키, 로빈 켈리 의원(왼쪽부터)민주당 테드 리우, 잰 스카코스키, 로빈 켈리 의원(왼쪽부터)

다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내는 불편한 기색입니다. 하원의장이 선출되지 못하면 의회는 아무것도 시작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당선된 하원의원 당선인들의 선서도, 상임위 구성도 올 스톱된 상탭니다. 행정부에선 일거리가 쌓여있는데 의회가 공전하면 법안 통과 자체가 안되니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공화당 강경파들의 위세가 점차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 확인되고 있으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 우파들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는 것은 민주당에도 위기 경보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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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11번째 투표도 불발’ 난장판 미 하원의장 선거…민주당 ‘팝콘각’
    • 입력 2023-01-06 08:49:07
    • 수정2023-01-06 10:03:24
    특파원 리포트

대통령 유고 시 부통령에 이어 승계서열 2위인 미 하원의장 선출을 두고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의회가 개원해야 하는 날이 사흘이나 지났지만,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내분은 오히려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원내대표는 본인의 꿈이라는 하원의장을 향해 도전, 재도전을 거듭해 11차 투표까지 갔지만, 의장 선출은 여전히 불발됐습니다.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미 하원의장으로 유력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정확히 백 년 전인 1923년 하원의장을 뽑기 위해 9번의 투표를 해야 했었는데, 그 기록을 넘어섰습니다. 기록을 깼다고 기뻐할 일은 아닙니다. 매카시를 향한 표 수(208표→ 11차 투표 때 200표 )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초 매카시를 지지했던 공화당원도 등을 돌리고 있단 겁니다.

■ 네 편, 내 편 면전에서 가르는 호명 투표제

미국 하원의장 선출 방식은 돌아가면서 이름을 부르는 호명투표(roll call)입니다. 알파벳 순서대로 하원 서기가 해당 의원을 부르면 그 사람이 자기가 지지하는 하원의장 이름을 대는 겁니다. 과반을 책정하는 방식도 전체 출석한 의원 수가 아니라 투표에 참여해 이름을 부르는 의원 수로 정해집니다. 예컨대 매카시도 싫고 다른 사람도 싫어서 기권하게 되면 전체 모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현재 전체 하원의원 수가 434명인데(한 명은 사망으로 유고), 기권표가 나오면 과반에 필요한 득표 수도 줄어들게 되는 방식입니다. 4백 명이 넘는 이들이 하나하나씩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니 하루에 많이 투표를 해봐야 3, 4번을 넘길 수가 없습니다. 대놓고 편을 가르는 방식입니다.

현재 민주당은 똘똘 뭉쳐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212표)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매카시는 첫 투표에서 208표였다가 200표까지 줄었는데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의원들이 힘들다고 자리를 박차고 기권하면, 누가 하원의장이 될지 알 수 없으니 기를 쓰고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 "케빈 찍을게... "너 말고 다른 케빈" 매카시의 굴욕

혼돈을 일으키고 있는 공화당 반란표의 중심은 당내에서 가장 오른쪽에 있는 조직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들입니다. 이들은 작은 정부를 주장하고, 바이든 행정부에 맞서기 위해서는 온건한 매카시로는 안된다는 겁니다. 당초 5명의 반란으로 시작됐지만, 점차 세가 늘어나 15명까지 불어났습니다.

이들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남미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남부 국경에 요새를 설치해야 한다, 2020년 대선은 도둑맞았다는 내용입니다. 대부분 친(親) 트럼프 인사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트럼프의 말을 듣는 것도 아닙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혼란에 "매카시에 투표해야"라고 지령을 내렸지만 전혀 먹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들이 반란을 행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정확한 답은 모르지만, 그들의 행동이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정치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이들의 명성(?)은 높아지고 있고, 이들이 추구하는 위대한 미국에 "잘한다"고 응원하는 트윗도 늘고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센 발언을 하면 사이다라고 느끼는 정서를 백분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강경파 중 한 명인 맷 게이츠 의원(플로리다)은 7·8차 투표에서 후보도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호명했고, 9차 투표에선 케빈 헤른 의원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빅토리아 스파르츠 의원(인디애나)은 계속해서 기권표를 행사하다가 8차 투표에서 갑자기 "케빈에게 투표하겠다"고 하더니 케빈 매카시가 아닌 케빈 헤른을 호명했습니다. 그야말로 난장판입니다.

■ 팝콘 들고 본회의장 들어가는 민주당 의원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민주당 의원들은 '팝콘각'입니다. 민주당 테드 리우, 잰 스카코스키, 로빈 켈리 의원은 커다란 팝콘 통을 들고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는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습니다. 담요도 등장했습니다.

민주당 테드 리우, 잰 스카코스키, 로빈 켈리 의원(왼쪽부터)
다만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내는 불편한 기색입니다. 하원의장이 선출되지 못하면 의회는 아무것도 시작될 수가 없습니다. 지난해 당선된 하원의원 당선인들의 선서도, 상임위 구성도 올 스톱된 상탭니다. 행정부에선 일거리가 쌓여있는데 의회가 공전하면 법안 통과 자체가 안되니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공화당 강경파들의 위세가 점차 커지고 있고, 이에 대한 대중의 호응도 확인되고 있으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 우파들이 결집하는 현상을 보는 것은 민주당에도 위기 경보임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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